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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성시를 만나던 푸르스름한 저녁
권성우 지음 / 소명출판 / 2019년 11월
평점 :
누군가의 에세이를 읽는 다는 것은 누군가의 관점을 나의 관점과 비교하면서 세상을 본다는 것이다. 만약 그 사람의 관점을 만드는데 있어 다른 서적 혹은 출판물이나 영상물들이 있다면 누군가들의 관점들을 통해서 만들어진 관점을 나의 관점과 비교하며 읽는 것이 될 터이다. 뿐만인가. 말장난 같긴 하겠지만, 누군가가 1차로 제작했던 출판문이나 영상물들 또한 그것을 구현하는데 있어 다른 것들의 영향을 받았다면 현재 내가 읽은 <비정성시를 만나던 푸르스름한 저녁>은 무한대까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lim에서 n을 무한대로 보냈을 때, n개의 관점’을 보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물론 이것이 사실이지만 그 사이에 있는 수많은 관점들은 무시되고 혹은 잊혀지는 방식으로, 내 앞에있는 하나의 관점만 보이지만 말이다.
하고 싶은 말은 간단하다. 세상을 읽는 다른 사람들의 관점이 필요할 때 나는 에세이를 읽는다. 신문에는 수많은 에세이들이 실리지만, 신문사가 그 에세이스트들에게 주는 글자로 인해 생긴 한계는, 그들의 생각 또한 스스로 제단하게 만들고, 그로인해 이를 읽는 나 또한 제한된 생각밖에 못 읽게 한다. 그래서 신문에서 멋진 글, 내 뇌가 살아있다는 것을 느끼게 하는 글들을 볼 때면 나는 서둘라 알라딘이나 예스24로 향해서 그들이 쓴 책을 읽는다. 이 책 <비정성시를 만나던 푸르스름한 저녁> 또한 그런 책 중에 하나다.
<비정성시를 만나던 푸르스름한 저녁> 푸르스름한 글들
이 책을 읽는 내내 이동진 평론가가 이야기 했던 “면징하게 직조”란 말이 계속해서 머릿속을 멤돌았다. 그것은 아마 저자가 “푸르스름한 저녁”이란 말으 좋아하는 이유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언어는 단순히 ‘어’와 ‘아’가 다른것만이 아니라, 해당 문화가 갖고 있는 섬세한 감성들을 담아내는 도구다. 어와 아의 차이를 이야기 할 때 보통은 해당 문장이 가지고 있는 맥락이 뒤바낀 다는 것을 이야기 할 때 사용한다면, 명징하게와 푸르스름한과 같은 언어들은 우리가 갖고 있는 깊은 감성을 적절하게 담아내는 말들이다. 그리고 나는 몰랐는데, 이 책에서 저자가 발췌한 말들 그리고, 쓰고자 한 언어들을 사용하면, 나 또한 과거에 무시하고 두려워 했던 국어의 아름다움을 이 책을 통해서 많이 느낄 수 있었다.
<화산도> 유적지를 둘러보고 난 후, 20일과 21일 사이에 이중심 미술관,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 재독화가 저영창 전시회를 돌아보았다. 작은 미수관, 아담한 사진 갤러리, 병원을 개조한 전시장이지만, 어떤 세련되고, 거대한 미술관보다 삶과 인생, 죽음, 예술, 열정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78pp
뿐만인가. 이 책에선 내가 알지 못핬거나, 알면서도 쓰는 법을 몰랐던 언어의 아름다움만이 아니라, 나의 미적 아름다움을 잊고 있었던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들 또한 나온다. 저자가 거리를 해매며 혹은 의도를 갖고 들어간 미술관에서 일기 형식으로 적어 놓은 글들을 과거에 매말라 있었던 그리고 잊고 있었던 우리 주면의 아름다움으 누구에 의해 창조 됐는지를 다시 한번 깨닫게 하는 계가가 됐던 것 같다.
그러나 참으로 좋은 작품은 대개 불안과 위기, 상처를 통과하며 탄생했다는 사실은 예술과 삶 사이의 통렬한 아이러니다. 글을 쓰는 입장에서 어떠한 삶ㅇ르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는 줄말이다. 제주에서 돌아와, 집 서재에 않아 있다. 이제 내 글을 써야 할 시간이다. - 79pp
글에도 조각이 있다면 이 모양일 것이다.
책을 읽는 내내 내 눈에 들어온 것은 일기 같이 저자가 써내려간 글들이다. 글은 대개 짧고 스펙타클하지도 않았다. 저자의 일상. 그리고 그 일상에서 미를 탐닉하는 저자의 모습과 심경을 적은 글들이다. 한편으로 저자의 일상이 얼마나 그림같은지에 대한 모습과, 내 삶에 대한 빈곤함이 겹쳐 보여서 더욱 심정으로 힘들었던 것 같다. 기자를 준비하지만 아직까지 저자의 글을 따라가려면 먼 게 하나하나의 글들을 읽으면서 느껴졌다.
저자가 쓴 짧은 글들은 마치 하나하나가 깨진 다이아몬드 혹은 크리스탈과 같은 특징을 지녔다면, 내가 쓴 글들은 폐가에 널브러져 있는 유리창 같다고나 할까. 먼지도 많이 묻고 이쁘지도 않은 모양의. 이 책을 그래서 감상만 했다고 치부할 게 아니라, 여러번 곱씹으면서 내 글의 서장에 어떻게 써먹어야 할지 생각할 지점도 주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