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님? 작가님!
이경 지음 / 새움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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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현의 자유의 측면에서 이 소설 <작가님? 작가님!>을 읽었던 것 같다. 저자의 글도 가벼웠고, 그래서 딱히 큰 고민 없이 이 책을 읽었던 것 같다. 자자의 문제 의식은 깊지 않고, 단순히 자신이 차별 혹은 동의 할 수 없었던 사안들에 대한 고민들이 충분히 드러나지 않은 것 같아서 다소 아쉬운 감이 있었다.


 개인의 이야기 먼저 하자. 만약 나의 시도가 계속해서 좌절되고 있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리고 그 좌절의 계기가 되는 요소들이 주위에 있다면? 작가를 꿈꾸던 내 친구 하나는 스스로의 손목을 그었다며, 과거의 상처를 나에게 보여준 적이 있었다. 바로 나눈 귀싸대기를 한 대 후려 갈겼던 것으로 기억한다. 뭐랄까. “그렇게 까지 해야 해?”라는 말을 나는 했고, “힘들고, 괴롭고, 이젠 그런 감정들더 천천히 풍화되는 것 같다”는 이야기가 돌아왔다. 그 친구의 방에는 뭐랄까. 수 많은 책이 쌓였고, 4GB 분량의 글들이 컴퓨터에는 저장 돼 있었으며, 끼니는 라면 그리고 어두운 반지하방에서 혼자 살고 있었다. 고민 그리고 그 고민에 대한 고민. 작가를 만드는 것은 바로 끊임없는 고민. 거의 자아 분열의 직전까지 가는 고민이 작가를 만드는 게 아닐까 나는 생각했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내 친구와 같은 작가 준비생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리고 한 사람의 비극적인 인생이 그 사람이 글을 잘 쓰는데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비록 <미스 함무라비>가 소설도 그지 같고 드라마도 그지같긴 하더라도, 문유석 판사가 좋은 글쟁이가 아니 듯 말이다. 하지만 적어도 작가란 얼마나 자신의 분야에서 상당한 고민을 했는지가 중요한 게 아닐까하는 생각을 이 책을 읽는 내내 고민했던 것 같다.


 자신의 글이 출판사에서 거절 된다는 것. 그것도 한 차례가 아닌 수 차례씩이다. 현 시점에서 이야기 하면 책 속의 주인공이 아서 플렉의 조커를 봤다면 공감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조커>를 본 우리나라 수험생들은 이야기 하지 않던가. 그까이꺼 그냥 술 한번 먹고 푹 자고 다시 맨정신으로 수험서 다시 한 번 보는거지 하며, 우리나라 사람들은 도전한다. 무언가에 대하여 느끼는 패배감 그리고 열등감 혹은 좌절감에 대하여 감수성이 예민한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해당 좌절감을 얼마나 깊이 맛보고, 얼마나 입체적으로 그 좌절의 원인에 대해서 생각하는 게 드라마를 만들고 영화를 만드는 작가의 역량이 아닐까?


 설정은 영리했다. 하지만 나는 다소 내용에 있어서 저자의 깊은 고민이 보이지는 않았던 것 같다. 주인공이 자신의 플랫폼에 글을 쓰고 또 작가가 와서 댓글을 다는 것 말이다. 하지만 설정이 좋으면 스토리 또한 그만큼 극적인 면이 있어야 한다. 얼마 전 한겨레 기자로부터 수업들 들었는데, 긴장감과 서스펜스는 시간순서대로 이야기를 쓰는 게 아니라, 그것을 비틀고 왜곡하며, 독자를 착각하게 만들면서 생기는 것이라고 했다. 이 책은 이런 점에서 마치 일기장같기도 한 면이 있어 진솔하기도 하지만, 참으로 편한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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