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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벤지 포르노 - 젠더, 섹슈얼리티 그리고 동기
매튜 홀.제프 헌 지음, 조은경 옮김 / 현대지성 / 2019년 12월
평점 :
“인터넷은 절대 잊어버리는 일이 없다. 인터넷에 업로드된 디지털 기록은 영구적이다. 그 기록은 추억의 순간을 상기하고 싶을 때 단 한 번의 클릭으로 불러낼 수 있는 축복이 되는가 하면, 우리가 잊어버리고 싶은 기억이 어떤 사악한 주체에 의해 소환될 때는 흉기가 되기도 한다. 바보 같은 포즈를 취하고 찍은 사진에서부터 가장 은밀하고 사적인 행위를 담은 사진까지 되돌리고 싶은 행동이 담긴 자료의 유포를 통제하는 일이 디지털 시대에는 흔한 일이 되었다.”
솔직히 말하겠다. 나는 리벤지 포르노가 우리나라에서만 벌어지고 있는 일인줄 알았다. 어쩌면 바보같은 생각이었다. ‘리벤지 포르노’라는 말 자체가 영어이건만 왜나는 이와 같은 일을 우리나라에서만 벌어지고 있다고 생각한 것일까. 리벤지 포르노라는 것 자체에 대한 나의 인식적 한계는 내가 어쩌면 이 책을 받고 읽기 전까지 있었던 것임을 확신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그렇다면 질문. 그동안 우리나라에 리벤지 포르노의 존재를 나는 여성에 대한 남성의 보복 차원으로만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이와 같은 리벤치 포르노에 대한 나의 인식적 정의는 최근 부상하고 있는 남녀간 성대립이 바탕에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는 순간 나의 이와 같은 전재는 무장해제됐다. 왜? 그건 이 리벤지 포르노라는 것이 우리나라에서만 벌어지고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책 <리벤지 포르노>는 리벤지 포르노에 대해 내가 갖고 있는 단순한 폭력을 초월해서 이야기 해주고 있다. 단순히 여성에 대한 남성의 보복이나, 그 기록을 지울 수 없는 사람들의 비극적 차원만이 아니라, 글로벌 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하나의 현상으로서 해당 문제를 해석하고 있다.
포르노를 통해 형성된 권력관계
“몇몇 학자들은 복수가 두 가지 목적을 이룬다고 주장한다. 첫째, 복수는 종종 “트라우마와 상실에 대한 반응이고 통제권이 자신에게 있다는 환상”이다. 둘째, 복수는 “상처 입거나 모욕당하는 행위를 동반하는 자기 파괴적 충동으로부터 피해자를 보호하는 ‘안전밸브’” 역할을 한다. 다시 말하면 피해를 표면화시켜 상처 입고 손상된 내면의 자존심과 정의가 복구되는 느낌을 받도록 도움을 준다는 의미다. 그러나 누군가의 이전 파트너의 노골적인 성적 노출 이미지를 공개하는 식의 복수는 순전한 앙심을 품은 행위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따라서 리벤지 포르노를 올리는 사람들은 그들의 행위를 해명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는다. 즉, 리벤지 포르노 게시자들은 피해자가 그런 성적 노출을 한 것을 비난하면서 “그들을 떠난 파트너를 벌주려고 성적인 관습에서의 이중 잣대를 제도화”한다.”
이 책에서 이야기 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리벤지 포르노의 기원이다. 재미있는 것은 저자는 리벤지 포르노의 기원을 인터넷의 도입이라고 보지 않는다. 즉, 물론 과거부터 문제가 됐지만, 현재에 들어와 더욱 금심한 문제가 되고 있는 ‘몰카’가 현재 리벤지 포르노의 기원이 아니라는 것이다. 나는 이전까지 몰카의 등장에 의해 자극을 받은 남성 그리고 여성이 스스로의 성행위를 찍으며 이것이 대중에게 널리 알려질 수 있는 인터넷의 동영상 형태로 유포되면서 만들어진 것인줄 알았다. 하지만 이 책에선 <허슬러>라는 잡지를 통해서 이전에 이미 이와 같은 현상이 있었다고 이야기 한다.
그렇다면 그 옛날. 물론 동영상이 있었겠지만, 왜 리벤지 포르노의 효시가 될 수 있었던 현상들이 존재한 것일까. 솔직히 이와 같은 저자의 문제인식이 가장 재미있는 부분이기도 했다. 어쩌면 과거부터 존재했던 카마수트라나 한자로도 쓰여진 야설 같은게 일종의 리벤지 포르노가 아닐까. 하지만 그것은 결과일 뿐, 남녀가 상호간에 리벤지 포르노를 만드는 정동의 원인은 되지 않는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위에서와 같이 2개의 원인을 제공한다. ‘리벤지’라는 것은 단순한 복수의 의미인데, 나는 그동안 그 복수심을 보복의 의미로만 생각했다. 어쩌면 리벤지 포르노 제작 경험이 없는 나로서는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아직 경험이 없는 나에게 있어 리벤지 포르노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저작물을 생산한다는 것 자체는 내 인식속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어쩌면 상상할 수 없는 것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 책은 리벤지 포르노가 형성되는 데 있어 남녀간의 어떤 자극이 원인이 되는지 분석하고 있다.
솔직히 리벤지 포르노라는 것은 명백한 범죄행위로 볼 수 있기에 어쩌면 사람들은 해당 문제에 대한 깊은 생각을 하지 않는다. 적발되면 당빠 처벌로 생각하기 일수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그 근본에는 어떠한 정동이 있는지 분석하면서, 이것이 연쇄적으로 무엇을 작극하는지 또한 이야기 한다. 읽는 내내 정말 흥미롭다.
디지털 장의사가 해답이 될 수 있을까?
“폭넓은 정치적 활동, 젠더-섹스-페미니스트적 정치 행위와 변화를 지속하는 행동주의가 시급하다. 이는 폭력, 성폭력 그리고 (대부분의 형태의) 포르노그래피를 재생산해내는 젠더-섹스 권력 관계는 물론 인터넷, 사이버 세상의 젠더-섹스 페미니스트의 변화를 의미한다. 오프라인과 마찬가지로 사람들을 지배하고 그들에게 굴욕감을 주는 온라인의 (이성애적) 성차별주의 행위는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 한마디로 웹은 투쟁의 현장이다.”
책을 읽는 내내 고민했다. 저자가 리벤지 포르노에 대한 이와 같은 통찰을 보여 주었는데, 과연 그에 대한 대답은 무엇일까. 사람들은 포르노가 범죄인 것을 알면서도 이를 소비한다, 어쩌면 포르노는 고어한 ‘스너프 비디오’에 비하면 그 수위가 한참 낮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와 같은 충격을 즐기기도 한다. 왜일까. 그리고 이와 같은 자극을 받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 대한 적절한 대안이 있을까? 디지털 장의사 같은 것들이 해결책이 될 수있을까? 과연 양진호 같은 사람을 대안으로 생각할 수 있을까.
여기서 저자가 이야기 하는 것은 디지털 장의사와 같은 단순한 방법은 아니다. 저자는 여기에서 권력적인 차원에서 해당 문제를 조명하고 인식적인 차원에 대한 문제제기를 한다. 그리고 이와 같은 인식을 바탕으로 우리라 리벤지 포르노를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에 대하여 이야기하며, 이것이 온라인이란 환경을 통해 리벤지 포르노로 표출됐을 때, 우리가 해당 콘텐츠를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솔직히 약간 대안으로서 뭔가 명확하진 않다. 하지만 대안에서는 과연 이것이 실현 가능할까?라는 생각을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가 이 책을 통해 보여준 통찰에 나는 놀랐다. 재미있는 책 이었고, 그동안 상상하지 못했던 범죄에 대한 정동과, 그 정동의 바탕이 무엇인지 알 수 있어서 재미있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