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모없는 지식의 쓸모 - 세상을 바꾼 과학자들의 순수학문 예찬
에이브러햄 플렉스너.로버르트 데이크흐라프 지음, 김아림 옮김 / 책세상 / 2020년 4월
평점 :
절판



<쓸모없는 지식의 쓸모>, 그리고 현실

 

상상력이란 언덕 너머 미지의 뒤편까지 보는 힘이다그리고 호기심은 언덕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알고 싶어 올라가려는 인간의 타고난 충동이다수백만 년의 진화를 거치는 동안 우리는 두뇌를 그런 위험한 행동을 토해 보상받도록 형성되었다.” 47pp

 

책을 읽는 내내 가장 가슴에 와닿았던 문장을 꼽으라고 하면 이 문장을 꼽겠다사회과학 분야에는 68혁명 때 만들어진 상상력이 권력을...”이란 전설적인 슬로건이 있다면기초과학의 슬로건을 하나 꼽으라고 한다면 앞의 문장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재미있었던 점은단순히 세계적으로 유명한 과학자들의 생각을 읽을 수 있었기 때문만이 아니다물론 이 점 또한 흔치 않은 기회일 수도 있으나더 좋았던 점은 좋은 선생이란 누구인가?” 혹은 좋은 가르침이란 무엇인가?”라는 답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과거 대학을 다닐 동안에 나 또한 교수라는 작자들을 만난 기억이 있다이 책의 저자들과는 완전히 다르다그들은 전기를 배우러 찾아온 나에게 경영학과 함께 공학을 공부하면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소리를 하는 둥수업 시간에 질문을 하면 시건방진 놈이란 말을 하는 둥아무튼현실에서 기초과학을 지원하지 않는 여론과 관료들을 만나기 이전에기초과학의 중요성을 역설해야 하는 사람들에게서 나는 적지 않은 배신감을 느끼는 대학 생활을 보냈던 것 같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들은 내가 만났던 교수들과는 많이 달랐다진정한 교수들이라고나 해야 할까어떻게 보면 저자들은 프린스턴 고등연구소라는 이공계 분야의 지식이 만드어지는 최전선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기에 이와 같은 고민을 할 수 있는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하지만 그 이전에 이 책의 글에서 나오는 저자들이 자신이 연구하고 있는 분야에서의 고민은 그것 자체만으로 매력적이었다.

 

내가 지금까지 다룬 고려사항들을 종합해보면정신적이고 지적인 자유가 다른 무엇보다 압도적으로 중요하다고 강조할 수 있다내가 거론한 학문의 대상은 경험과학과 수학이다하지만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음악과 미술을 비롯해 인간 정신을 제약 없이 표현하는 다른 모든 분야에서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다우리는 각 학문 분야가 개인 영혼의 정화와 고취를 통해 만족을 가져다주다는 사실만으로 그 분야를 충분히 정당화할 수 있다우리는 암묵적이든 실제적이든 쓸모를 전혀 언급하지 않는 방식으로 단과대학종합대학연구소를 정당화 해야 한다인간의 영혼을 자유롭게 하는 이 제도는 학교의 졸업생이 인류 지식에 유용한 공헌을 했는지와 관계없이 충분히 정당화 될 수 있다” 85pp

 

저자들은 자신들이 몸을 담고 있는 분야가 이공계라고 하여이공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의 자유만을 언급하지 않는다자신들이 그곳에서 체화한 인문학적 성찰을 통해서학문이란 것에 대한 자신들만의 철학과 정의를 이야기하고이것이 인간 자체에게 주는 긍정적 영향에 저자는 초점을 맞추었다처음에 이 책을 받았을 때저자들의 어려운 상황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이를 위해서는 국가가 책임을 지고 지원을 해야 한다는... 어쩌면 정당한 요구라고도 할 수 있고이공계가 아닌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역차별을 받는 것 아니가 하는 생각할 수도 있는 지점인데이 책의 저자는 학문에 대한 정의를 인간의 영혼과 연결시켰다이 책의 독자가 단순히 이공계 공부를 하고 있는 사람이 아니어도 된다는 부분이 아닐까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 권리는 희생하고 싶지 않습니다 - 절대 외면할 수 없는 권리를 찾기 위한 안내서
김지윤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조국 사태 당시 그들이 느꼈을 박탈감에 대해서 나는 공감하지 못했다. 한국 유수의 대학을 다른 방법을 들어간 것에 대하여 왜 인정하지 못하는 것일까?” “그녀 또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똑같이 불안감을 느꼈을 텐데.. 왜 저들은...”과 같은 생각을 했다. ! 여기서 말하는 그들박탈감의 박탈감을 느꼈을 고졸 출신의 청년들이 아닌, 그녀와 같은 대학 혹은 같은 공기를 마셨을 SKY이 출신 사람들을 이야기 한다.

하지만 최근 어떤 친구를 만나며 나는 그들이 느꼈을 박탈감을 약간 구체적으로 느끼는 경험을 했다. 필립스 엑시터 아카데미에 다닌다는 고등학교 2학년 여자아이를 만났다. 처음에 그녀는 나에게 그냥 못 살지 않아!”정도로만 자신의 집안 형편에 대해 이야기 했다. 하지만 파면 팔수록, 그녀는 대한민국 5%에 속하는 계층에 위치한 게 아닐까 싶었다. 일단 필립스 엑시터 아카데미는 미국에서 12등 하는 고등학교다. 또한 그녀는 학교 안에서 일명 엘리트 교육이라 할 수 있는 토론 수업을 받으며, 현재는 고등학교 안에서 대학교에 들어가도 인정받을 수 있는 학점을 따고 있다. 그녀는 조기졸업이 가능하며, 들어가고 싶은 곳은 미국의 유수한 의대라고 했다. 기본적으로 그녀가 속해있는 교육기관은 그녀가 어디든 갈 수 있는지 철저하게 지원해줄 수 있는 곳이다. 뿐만인가. 그녀의 집안 또한 한마디로 빵빵했다. 엄마는 교포이며 교수다. 그리고 그녀의 외가쪽은 모두 의대 쪽이다. 아빠는? 아빠는 구글에서 현재 일하고 있으며, 그녀는 할아버지가 평범한 샐러리맨이라고 이야기 했지만, 조금 더 캐물어보니 우리나라 유수의 대기업에서 오랫동안 이한 샐러리맨이었다.

! 이야기를 돌아가보자. SKY이 출신들은 이 친구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까. 아마 고졸 출신의 아이들이 내가 만난 친구들을 만난다면 그들은 아마 박탈감의 박탈감의 박탈감을 느겼다고 이야기할지 모른다. 이것은 상대성의 문제다. 우리 사회가 너무나도 파편화 돼 있고, 양극화 돼 있기에, 모든 상대성에서 주류와 비주류가 나눠진다. 그리고 이러한 상대성이란 특징에 의해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무언가가 만들어질 경우, 이는 주류로 편입되고, 반대급부는 비주류로 편입된다. 이 책 <내 권리는 희생하고 싶지 않습니다>라는 책을 읽는 내내 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간 단어는 이 상대성이었다. 우리는 이 상대성을 차이가 아닌 다양성으로 만들어져야 한다. 그래야만 진정한 사회경제적으로도 우리 사회가 민주화 됐다고 할 수 있다. 자 이제 이 책 <내 권리는 희생하고 싶지 않습니다>의 저자 김지윤씨가 몸으로 체화한 주류비주류의 상대성 이야기애 대해 이야기 해보자.

 

1차 노동시장에 속한 김지윤씨. 여성인 김지윤 씨. 그리고 사회

 

책의 저자 김지윤 씨를 처음 본 곳은 김어준 씨가 진행하는 한 프로그램에서였다. 해당 프로그램에서 김 씨는 김지윤 씨에 대해서 설명하면서 ‘MIT에서 박사 학위를 딴 실력자라고 엄청나게 홍보를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녀에 대한 나의 첫 이미지는 그랬다. 조국 사태를 통해서 박탈감의 박탈감을 느꼈던 것처럼, 나 또한 그녀의 스펙을 보고 나와 다른 세상에 살았던 사람이구나하고 느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그녀에 대한 반감으로 향한 것은 아니었다. 이세계까지는 아니어도 이사회(異社會)에 사는 사람에게 반감이란 걸 느낄 이유조차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그녀의 행보는 조금 달랐다. 계속해서 해당 사회에서 머무르고, 온갖 사회에서 벌어진 일들에 대하여 단순히 정파적으로만 보기 보다, 깊숙이 들어와서 보려는 노력을 했다. 1차 노동시장이 2차노동시장 혹은 자신 이외의 집단에 다가가려는 모습에서 적지 않은 어색함이 느껴지긴 했지만, 그녀는 어쩌면 고고하게 1차노동시장 혹은 정계나 언론계에 머물면서 적당히 민주주의자 코스프레를 하는 사람과는 달랐다. 시행착오는 있어도 계속해서 자기 밖에 문제에 대해 이해하고 또 이를 바꾸려고 노력하는 사람 같았다고 해도 될 것이다.

그리고 그녀에 대해 내가 갖고 있는 생각은 아마 이 책 <내 권리는 희생하고 싶지 않습니다>에서 잘 표현된 것이 아닐까. 여성으로서, 한국인으로서, 좋은 학벌을 가진 사람으로서 등등등. 그녀는 자신이 갖고 있는 모든 상대적인 문제들에 대하여 하나의 실험체가 된 것마냥 자신이 사회에서 겪은 이야기를 풀어냈다. 좋은 스펙을 가졌지만, 한국 사회에서 자신이 가진 한계는 무엇인지. 한국에서는 인정받았지만, 미국의 대학과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생활하면서 얼마나 복잡한 자신의 사회적 모습을 마주했는지 등등. 그녀는 자신이 겪었던 여러 층위의 차별을 단순히 완벽한 주류가 된 이후에 자신의 성공 스토리의 일부로 편입시키지 않고, 이를 성찰하고 또 현재에는 (이 책을 통해서) 자신의 고민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면서, 이 책을 나에게 여러 고민들을 던져주었다.

 

김지윤의 직설?!

 

“<82년생 김지영>에서 언급한 유리 천장이나 임금 차별은, 여성을 고위직에 뽑지 않는다는 직접적인 원인보다 노동 시장의 구조적 임금 격차로 인하 것이 크다. 그리고 이것은 간접적이지만 더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 관리직과 낮은 직금의 사무직, 나아가 비정규직 간의 임금 차이는 남녀 간의 불균형한 직업군 분포도에서 출발해 남겨 임금의 격차로 귀결된다.” - 47pp

 

국가나 사회는 소수자의 권리를 나서서 먼저 보호해 주지 않는다. 국가를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다양성이란 골치 아프기만 한 것이다. 우생학이 저명한 정치인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 것도, 효율적으로 사회를 컨트롤할 수 있게 해 주기 때문이다. 비슷하게 우수한 사람들이 생산적으로 알차고 똘똘하게 문제없이 살아가 주는 것만큼 국가에게 좋은 것이 없다. 평등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들을 챙겨 가며 나라를 운영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귀찮은 일이다.” - 99pp

 

내가 오랜 시간 외국에서 생활하면서 얻은 것은, 우리로 묶인다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었다. 많은 경우 우리는 그들에 대한 차별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대체로 인간은 우리라는 집단에 속해서 사는 것을 좋아한다. 소속감은 안정감의 또 다른 말이기도 하다.” - 124pp

 

솔직히 나 역시도 통일이 민족 과제라는 말에 전적으로 동의 할 자신이 없다. 통일 비용 걱정들을 많이 하지만, 우리가 정말로 두려운 것은 돈만은 아닐 것이다. 남과 북이 헤어져 있던 시간은 75년에 달한다. 100년 혹은 1세기에 가까운 시간이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는, 함께 하나의 국가를 구성해서 살아야만 한다는 이 결연한 민족적 의지는, 아직까지도 우리의 뒷못을 잡고 있는 일제 강점기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아닐까?” - 170pp

 

이들의 본질과 매력은 여기에 있다. 이렇게 옳은 말하고 진보적 가치를 좇아도 나처럼 잘 살 수 있다는 자신감, 진보라 해서 꼭 노동자일 필요도 없고 작업복을 입을 필요도 없고 경제적으로 힘들지 않아도 된다. 부티나고 귀족적이며 잘생겨도, 진보적 가치를 주장할 수 있다는 쏘쿨함. 조국 장관이 유난히 국민을 분열시킬 정도로 논란이 되고 젊은이들이 배신감을 느꼇다고 하는 것 또한 아 지점이다. 그 쏘쿨했던 진보 학자는 결국 우리 사회의 흔한 기득권 클럽의 멤버였기 때문에 쏘쿨할 수 있었던 건인가?

그러면서 그 누구도 대변해 주지 않는 집단이 생겼다. 바로 전통적 진보 좌파가 대변해 왔던 농민, 노동자, 저소득층 비롯한 취약 계층이다. 좌파고 우파고 모두 천상계에서 노닐고 있고, 나와는 하등 상관없는 환경 이야기, 동성 결혼 합법화, 이주민 인권 이야기나 하고 있다. 우파아 원래 있는 사람들 핀이었다손 치더라도, 내 편에 서 있다고 하니 그동안 표를 줘 왔던 좌파 정당마저 그러한 것은 더더욱 배신감을 느끼게 한다. 그렇게 갈 길을 잃은 표심을 잡은 사람의 대표주자가 바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다.” 245pp

 

직설’, ‘직격탄혹은 돌직구와 같은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하나도 가슴에 와닿지 않고, 자기네들 지지층끼리만 좋아할 말들. 내겐 그냥 공허한 폭력적인 개소리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그런 글들은 대개 나의 스크랩 목록에, 내가 칼럼을 꽂아넣는 책에 이와 같은 글들은 없다.

하지만 김지윤의 이야기는 다르다.

기본 권리를 알아서 보장해 주는 사회나 국가는 없다!” “누구도 책임지려 하지 않으면서, 희생만 강요하는 권리에 대한 이야기” “더 이상 속지 않겠습니다! 착하지 않은 세상에서 희생하며 살 수 없다. 행동을 통해서라도 내 권리를 지켜야 한다!” 이 책의 표지에 있는 글들이다.

그녀의 이야기는 정치에 동원되는 사람들로 향하는 게 아니라, 일반 시민들로 향한다. 그리고 이야기 하는 방식 또한 어설프거나 어색하지 않다. 현실이 얼마나 그리고 어떻게 냉혹한지를 차가운 통계와, 혼란스러웠던 자신의 경험들을 통해서 이야기 한다.

앞에서도 이야기 한 것처럼 대부분의 사회과학 책은 이를 동시에 해내지 못한다. 사람들은 사회적 약자에 대해서 이야기 할 때, 언제나 자신은 그들과 연대 책임은 회피한다. 가령, 성수수자의 인권에 대해서 응원을 한다면서, 이들과 연대하는 것은 꺼리는 이중적인 면을 보인다. 이번 숙명여대 트렌스젠더 사건 또한 마찬가지다. 학교 밖에서 인권이 침해됐다고 비판을 엄청나게 했지만, 실질적으로 응원의 목소리만 낼 뿐, 이들이 어떻게 행동을 했어야 하는지, 전략적인 고민들은 하지 않는다. 이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에만 젖어있고, 이것을 대상화 할 고민할 용기 그리고 그 집단 내부의 분위기로 인해, 바른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게 아닐까 싶다.

하지만 김지윤의 이 책은 다르다. 그녀는 차가운 현실은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그 현실 안에서 자신의 경험을 말한다. 단순히 이를 비판적인 시선으로만 보는 것이 아닌, 객관화를 통해서 보여준다. 그리고 이러한 글을 읽는 내내, 차가운 물과 뜨거운 물의 모순에서 벗어나 사회 문제를 바라볼 수 있는 제 3의 눈이 길러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보수는 나쁘니 진보를 택해야 한다는 생각 혹은 그 반대의 생각 너무, 우리가 살아가야 할 질서를 만들기 위해 시민으로서 나는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고, 사회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김지윤 씨는 이야기 한다.

책을 읽으며 그녀가 확실히 내공을 갖고 있는 사람이란 것을 알게 됐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해부학자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부학 책 《그레이 아나토미》의 비밀
빌 헤이스 지음, 양병찬 옮김 / 알마 / 202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떻게 이렇게 나와는 다를 수 있는가. 그리고 내 친구들과 다를 수 있는가. 사람의 신체 깊숙한 곳을 보는 것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우리가 볼 수 없는 공간이다. 일상에서는 말이다.

혐오라는 정동의 발현은 우리가 익숙하지 않은 것에서 주로 발현한다. 동성애자에 대한 혐오부터 시작해서 사회에서 터부시 되는 것에서 우리는 배타적인 감정을 느낀다. 어쩌면 이는 자연적으로 길러지는 것이다. 집단에서 머무르기 위해선 집단이 터부시 하는 것을 따라야 한다.

인간의 몸에 대한 혐오 또한 마찬가지다. 어떻게 보면 인간 몸속을 들여다 보는 것. 그것은 그 자체로 혐오와 결부돼 있을 수밖에 없다. 우리가 언제 미디어에서 인간 몸속을 볼 수 있으랴. 볼 수 있는 것은 영화 그것도 좀비영화가 대부분이랴. 인간의 몸은 이러한 방식으로 계속해서 타자화 된다. 그리고 이와 같은 상황에서 인간의 몸에 대해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은 힘들지 않을까 생각되기도 한다.

 

하지만 여기 인간의 내부를 들여다보면서 아름다움을 느끼는 사람이 있다. 어떤 느낌일까. 나는 솔직히 감이 잡히지 않았다. 과거 나는 학교에서 보건 시간에 성교육을 받다가 속이 매스꺼워져서 밖으로 나간 적이 있다(그때 이상하게 친구들은 그것을 계속 지켜보고 있었다). 아 주위를 둘러보면 나만 그런 것 같지도 않다. 의대 친구는 없지만 간호대를 다니는 친구들이 있었다. 그 친구들은 물론 실습은 아니지만, 교수님이 어딘가에서 구해준 해부 비디오를 보여주는데, 여학생들이 단체로 속이 매스꺼워서 교실을 뛰쳐나갔다고 한다. 인간의 몸속을 깊숙이 들여다 본다는 것은, 표면에 익숙해진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너무나도 어색하고 또 그것이 불러 일으키는 다양한 상상 때문에 혐오의 감정이 계속해서 부추겨 지는게 아닐까.

하지만 이 책 <해부학자>는 달랐다. 이 책은 해부라는 것을 글의 형태로 보여준다. 이 책이 해부학 교과서였다면, 어쩌면 나는 다시 화장실로 달려갔을지 모르겠다(물론, 해부학 교과서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기에 이 책을 읽고 싶기도 했다).

 

인간 몸 속의 아름다움.

 

과거에 물리학과 화학을 나는 좋아했다. 현재는 사회과학을 공부한다. 분야야 모두 다르지만 내가 학문을 사랑하는 이유는 언제나 부분을 통해 전체를 이해하는 과정에 있어서 지적 희열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 책 <해부학자> 또한 나에게 선사해 주는 감정은 이런 지적 희열과도 관련있다. 어쩌면 저자가 느끼는 희열을 옆에서 지켜보는 것 같기도 하다.

책을 읽는 내내 나는 저자의 눈을 통해 인간의 몸이 얼마나 과학적이고 기계적인지를 느꼈던 것 같다. 예를 들면,

관절에 동력을 공급하는 것은 통상적으로 근육과 신경이다. 근육과 신경은 켈리의 몫인데, 그녀가 시신의 팔을 내전pronation시키자 우리 모두 어안이 벙벙해진다. 내전이란 아래팔을 회전시켜, 위를 바라보던 손바닥을 아래로 향하게 하는 운동을 말한다. 우리는 하루 종일 단 한 번도 의식하지 않고 내전 운동을 수도 없이 한다. 손목시계를 들여다보려고 손을 뒤집을 때를 생각해보라. 그러나 그런 단순한 운동의 내적 메커니즘을 살펴본다는 것은 매우 심오한 일이다. 켈리가 시신의 팔을 다시 내전시킨다. 한 번의 완벽한 운동에서 노뼈의 머리가 위팔뼈 위에서 회전하는 반면, 노뼈의 몸통은 자뼈 위에서 회전한다. 한편 켈리가 시신의 팔을 외전supination(내전의 정반대 운동)시키자, 노뼈와 자뼈의 상대적 위치가 우아하게 원상을 회복하며 손바닥이 다시 위를 향한다. 그런 삶의 모습이 시신에 잠시 머무는 장면을 보는 동안, ‘이 시신은 전혀 시체 같지 않다는 경이로움이 나를 사로잡는다.” - 146pp

같은 페이지를 읽으면서, 나는 내 몸을 조금씩 더듬었다. 물론, 속까지 더듬은 것은 아니나, 내 몸에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 어떻게 유기적으로 또 한편으로는 기계처럼 움직이는지 심기하다고 느꼈다.

만약 뼈가 바위처럼 딱딱하고, 불활성이고, 원시인들이 사용하던 석기처럼 생겼다고 생각한다면, 단단히 실수한 것이다. 살아 있는 사람의 몸속에 존재하는 진짜 뼈는 신경섬유와 혈관이 가득 찬 역동적 조직이다. 그러므로 손상되면 아프고, 부러지면 피를 흘리며, 지속적으로 파괴 되고 구축된다. 그리고 벽화의 색조로 인기를 끄는 본 화이트bone white라는 색깔이 있지만, 그건 살아 있는 뼈의 색깔이 아니다. 그보다는 차라리 창백한 장미pale rose를 연상하라.” - 184pp

또한, 내가 들여다보지 못하는 내 몸속의 은밀한 모습들을 저자의 시선을 따라가면서 보는 것 또한 이 책의 포인트다. 우리 몸에 대해서 철저히 아는 사람을 통해서 우리의 몸을 보는 게 아니다. 저자와 저자의 친구들이 해부를 통해서 우리 몸에 대해 느끼는 것을, 그대로 나 또한 느꼈던 것 같다. 마치, 장님이 돼 코끼리의 이곳저것을 만지며, 마지막 순간이 이것은 코끼리 입니다라고 이야기하며 맞추는 것 같다고나 할까. 각각의 기관 그리고 그 기관들의 상호성을 이해하며 저자가 느꼈던 경이로움을 나 또한 책을 읽는 내내 느꼈던 것 같다. 그리고 저자의 시선을 따라가는 내내, 어떻게 보면 이 책을 폈을 때 회상했던, 해부와 관련된 나의 괴로운 기억들은, 하나도 회상되지 않았던 것 같다. 천문학자가 블랙홀 주위를 돌아다니는 별을 통해 별들과의 관계를 파악하며 새로운 가설을 세우기 이를 입증하는 것처럼, 저자는 해부를 하면서 우리 몸의 상호성을 파악하고, 그것이 자기 자신의 몸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경이감을 느끼지 않았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의 법정을 열겠습니다 - 시민력을 키우는 허승 판사의 법 이야기, 세상 이야기
허승 지음 / 북트리거 / 2020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법정은 어떤 곳일까

 

우리 사회의 수많은 갈등과 대립을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최후의 보루는 법원입니다. 어떻게 해도 다툼이 해결되지 않으면 우리는 법정으로 달려가지요. 그래서 법정은 수많은 이들의 억울한 사연과 사활을 건 다툼이 한곳에 모이는 현장입니다. 이곳에서는 개인과 개인뿐만 아니라 국가와 개인, 기업과 개인, 국가와 기업 등이 수많은 사건을 두고 치열한 법적 논쟁을 벌입니다. 법정에 선 양측의 주장을 들어 보면, 사회에서 벌어지는 각종 갈등과 대립의 원인을 알 수 있습니다. 현재의 법과 제도가 실제 사람들의 삶에서 어떻게 적용되고 있으며, 어떤 갈등을 일으키고 있는지 엿볼 수 있지요. 하지만 여기서 그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사회가 더 나은 모습으로 나아가기 위해 고쳐야 할 법과 제도가 무엇인지 함께 고민할 수 있습니다. 제가 여러분을 법정으로 초대하는 이유입니다” - 10pp

 

우리에게 법정은 여전히 추상적인 곳이다. 우리가 만나는 법정은 대개 미디어에서 만들어진 법정이다. 검사가 명쾌한 논리와 증거물로 피의자를 몰아 붙여 재판을 받아내거나, 아니면 뜻밖의 피의장의 통수로 인해서 검사는 당황한다. 판사 또한 마찬가지다. 윤시윤이 친애하는 판사님께에서 연기한 판사는 판사의 답답스러움 그리고 시민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깨기 위해서 사회적으로 정 반다에 놓여있는 사람을 들고온 것 이었다. 변호사를 다룬 드라마 또한 마찬가지다. 시민의 기본권을 탄압하려는 검사에 맞서거나, 억울한 사람을 어떻게든 변호하려는 사람을 보인다.

! 그렇다면 미디어를 통해 본 우리는 법정에 대해서 무엇을 생각할 수 있을까? 그것은 편견의 강화다. 판사의 답답스러움과 권위주의적인 우리의 편견을 검사의 권위적인 혹은 정의로운 것의 강화를, 변호사가 정의의 편이 아닌 누군가의 이익에 서 있거나 아니면 정말 정의로운 변호사를 떠 올린다. 법정이란 곳은 본디, 모든 편견을 없앤 0베이스의 상태에서 천천히 사건을 훑어보고, 완벽하게 논중된 것에 의해서 결론을 내리는 공간인데, 미디어를 통해 법정을 경험한 우리는, 오히려 법정에 대한 편견만 강해지고 있다. 물론, 없진 않을 것이다. 즉 우리가 법정에서 일어나고 있는 문제들에 대한 편견이 완벽히 틀리진 않을 것이다. 이재용 부회장을 집행유예로 풀어준 사건을 중심으로 법정을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는 온갖 음모와 전략들이 완전히 0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한편으로 법정을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는 현실적인 모습들을 보기도 했다. 하지만 과연 이와 같은 일부의 사건들을 전부라 할 수 있을까! 그리고 이야기를 만드는 작가들이 만든 작품이 아닌, 실제 그 공간 안에 있는 검사와 판사가 쓴 책을 토대로 만들어진 <미스 함무라비>라든가 <검사내전>을 보면, 우리가 그동안 생각했던 정반대의 현실이 법정과 그들이 생활하는 공간에서 펼쳐지고 있는 듯 하다. 그리고 이는 우리가 법정이란 곳을 얼마나 왜곡된 시선으로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그래서 법정의 본질은?

 

<오늘의 법정을 열겠습니다>란 책의 표지에는 시민력을 키우는 허승 판사의 법 이야기, 세상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물론, 나는 시민력이라는 게 뭔지도 모르게, 이를 통해서 법 전문가가 된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리고 시니컬하게 보면 이 책은 엘리트 코스를 밞은 한 판사가 한 독서평설의 청탁에 의해 기고한 원고들을 이쁘게 묶어서 낸 많고 많은 법원의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낸 책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이 책에는 다른 의미가 분명한 이미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판결문이란 것을 볼 일이 없을 것이다. ()으로 말이다. 그리고 이 판결문이 얼마나 답답한 글인지도 모를지 모른다. 문장 하나가 시작되면 끊어지지 않고 기본 A4용지 한 장을 가득 매운다. 그리고 이와 같은 글이 계속해서 반복된다. 판사의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려고 해도 도저히 무엇을 중심으로 따라가야 하는지 갈피를 도저히 잡기 힘들다. 한 인간이 홍수에 무력하게 쓸려가듯, 글 읽는 것으로 쓸려갈 수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심지어 판결문을 다 읽고도 누가 잘못을 했는지 모르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들었다(물론 맨 마지막에 주문을 보고 알아차린다). 판결문이란 것은 그런 글이다. 대개 사시를 준비하는 소수의 사람들 외에는 딱히 볼 일이 없는, 그리고 법정을 중심으로 자신들의 삶을 꾸리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 아니면 볼 일이 없는 글이다.

이 책의 강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바로 판결문을 풀어 쓴 것이다. 24개의 법정 다툼은 절대 적은 수가 아니다. 아마 이것들을 실제 판결문으로 읽으려 한다면 당신의 눈은 남아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 허승판사는 중학교 2학년들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이것들을 풀어서 묶었다. 세상 판결문을 읽으면서 이렇게 나의 뇌와 눈이 편해본적은 처음이었다. 뿐만인가. 이 책은 다른 한가지. , 하나의 판결을 중심으로 판사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을 세우기 위해서 기자들이 의도적으로 왜곡을 하는 것과 달리, 이 책에 나온 사건들은 있는 그대로를 바로 보여준다. ‘CCTV 진실규명을 위해 공개해도 될까와 같은 경우에는 CCTV를 중심으로 어떠한 쟁점들이 있는지를 보여준다. CCTV의 증거 능력부터 시작해서, 이것의 예방 효과와, 인권의 침해까지 등. 이 책에서는 판사들이 판결문을 적기 위해서 어떤 쟁점들에 관해서 생각을 하는지, 무엇이 증명돼야 하는지, 최종적인 결론은 어떻게 내려지는지 등. 24개의 사건이라는 적지 않은 사건들을 통해서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각종 사건들과 관련해 어떤 쟁점들이 있고, 이 사건을 맡은 판사는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서 어떤 생각을 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그리고 이를 통해서 우리가 미디어를 통해서 보는 것들이 얼마나 왜곡돼 있는지를 간접적으로 깨닫게 해준기도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시험인간 - 불신과 불공정, 불평등이 낳은 슬픈 자화상
김기헌.장근영 지음 / 생각정원 / 202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설픈 설명. 우리사회와 간련된 책을 읽으면서 최근에 들었던 생각이다. <386세대 유감>과 같은 책들이 그랬다. 뭔가 새로운 것 하나 없이, 그간이 자료들을 통해서 보기 좋게 만듬새만 유지한 것들 말이다. 우리 사회에 보이지 않았던 정동 혹은 미래에 우리 사회를 흔들 수 있는 현재의 정동에 대해서 탐사 하는 게 사회과학 글쓰기를 하는 작가나 기자 혹은 그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할 일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책들은 형식적인 마듬세만 확보한 채, 어떤 것에서도 그 너머에 무언가를 보여주지 못했다. “이것이 나쁘다의 통찰만 있고, 그것이 정확하게 어떻게 사회를 파괴하고 있는지에 대한 것은 부족하기 짝이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오늘 읽었던 <시험 인가>은 달랐다. 책의 부제는 불신가 불공정, 불평등이 낳은 슬픈 자화상이다.

 

<시험 인간>. 교육에 대한 특별한 통찰

 

특별함이란 말을 쓰기는 솔직히 민망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는 이와 같은 수식어가 적절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시험 인간>이란 책은 분명히 시험에 의해 만들어진 우리 사회를 다루고 있다. 하지만 시험의 나쁜점에 대해서만 이야기 하고, 그 해악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은 아니다. 시민 모두가 시민을 디폴트 값으로 여긴다. 시험을 잘 봤든 혹은 시험을 잘 보지 못했든 말이다. 시험을 잘 본 사람들은 그것을 통해서 자신의 자산을 합리화 한다. 그리고 시험을 못 본 사람은 이를 통해서 사회적 차별에 항복한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문제. 시험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그리고 그것은 공정한 평가 수단일 수 있는가? 그렇지 않다면 우리 사회에서는 왜 시험을 공정한 평가의 수단으로 보고, 이를 계속해서 진화 시키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는가?

피에르 부르디외는 교육에 대해 이와 같은 말을 한 적이 있다. 교육은 계급 이동의 사다리가 아니라, 계급을 합리화 시키는 기제라고 말이다. 그리고 이 책은 부르디외의 통찰이 우리나라에서 어떻게 실현됐는지, 그리고 어떻게 꽃을 피웠는지를 잘 보여준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시험을 왜 인간 능력의 디폴드 값으로 보는지 그리고 어떤 사회 환경적인 요인이 시험을 인간 능력의 최대치로 보게 만들었는지. 그리고 시험에 의해 우리가 잊고 있는 것은 무엇이로 이로 인한 문제는 무엇인지. 또한 단순히 시험을 한 개인의 차원이 아니라 사회경제적 측면으로 저자는 접근하면서 시험을 넘어 교육 그리고 우리 사회 채용의 시스템까지를 통찰하고 있다.

이 책의 통찰이 가장 빛났던 부분은 바로 211p<고인 물들의 고인 학문>이었다. 두 저자가 이 장에서 비판하는 것들은 과연 5지선다의 답 안에서 아이들이 얼마나 학문적 다양성의 상상력을 키우는 게 가능한지에 대해 질문하고 있다. 그리고 내 생각 또한 저자들과 같이 한다. 인간이 답을 찾는 방식은 5가지 이상일 것이고, 5가지는 추상화 된 형태다. 이 추상화된 형태만을 답으로 받아들이는 게 과연 우리 사회 혹은 과학에서 더 좋은 정답을 찾는게 기여할 수 있을까? 현재는 기여의 정도를 넘어 거의 진리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 책에 대한 추천

 

이 책에 대한 추천을 하고 싶은 사람들은 바로 대학생들이다. 이 책을 가장 읽어야 할 사람은 학부모들이나 고등학생일 텐데, 솔직히 그들에게 이 책 저자들의 주장은 씨알도 먹히지 않을 것 같다. 그리고 그들은 내 생각인데 현실을 바꿀 수 있기보다, 주어진 현실을 따라가야 할 존재들이다. 또한 어쩌면 그들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 낙오된 인생을 산다. 그들이 나쁜 게 아니라 사회 구조가 그렇다.

그래서 내가 이 책을 추천하는 사람들은 바로 대학생들이다. 그들이 세상을 바꾸고 점진적으려 변화시켜 나가야 하기 때문에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