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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권리는 희생하고 싶지 않습니다 - 절대 외면할 수 없는 권리를 찾기 위한 안내서
김지윤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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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태 당시 ‘그들’이 느꼈을 박탈감에 대해서 나는 공감하지 못했다. 한국 유수의 대학을 다른 방법을 들어간 것에 대하여 “왜 인정하지 못하는 것일까?” “그녀 또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똑같이 불안감을 느꼈을 텐데.. 왜 저들은...”과 같은 생각을 했다. 아! 여기서 말하는 ‘그들’은 ‘박탈감의 박탈감’을 느꼈을 고졸 출신의 청년들이 아닌, 그녀와 같은 대학 혹은 같은 공기를 마셨을 SKY이 출신 사람들을 이야기 한다.
하지만 최근 어떤 친구를 만나며 나는 그들이 느꼈을 박탈감을 약간 구체적으로 느끼는 경험을 했다. 필립스 엑시터 아카데미에 다닌다는 고등학교 2학년 여자아이를 만났다. 처음에 그녀는 나에게 “그냥 못 살지 않아!”정도로만 자신의 집안 형편에 대해 이야기 했다. 하지만 파면 팔수록, 그녀는 대한민국 5%에 속하는 계층에 위치한 게 아닐까 싶었다. 일단 필립스 엑시터 아카데미는 미국에서 1‧2등 하는 고등학교다. 또한 그녀는 학교 안에서 일명 엘리트 교육이라 할 수 있는 토론 수업을 받으며, 현재는 고등학교 안에서 대학교에 들어가도 인정받을 수 있는 학점을 따고 있다. 그녀는 조기졸업이 가능하며, 들어가고 싶은 곳은 미국의 유수한 ‘의대’라고 했다. 기본적으로 그녀가 속해있는 교육기관은 그녀가 어디든 갈 수 있는지 철저하게 지원해줄 수 있는 곳이다. 뿐만인가. 그녀의 집안 또한 한마디로 빵빵했다. 엄마는 교포이며 교수다. 그리고 그녀의 외가쪽은 모두 의대 쪽이다. 아빠는? 아빠는 구글에서 현재 일하고 있으며, 그녀는 할아버지가 평범한 샐러리맨이라고 이야기 했지만, 조금 더 캐물어보니 우리나라 유수의 대기업에서 오랫동안 이한 샐러리맨이었다.
자! 이야기를 돌아가보자. SKY이 출신들은 이 친구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까. 아마 고졸 출신의 아이들이 내가 만난 친구들을 만난다면 그들은 아마 ‘박탈감의 박탈감의 박탈감’을 느겼다고 이야기할지 모른다. 이것은 상대성의 문제다. 우리 사회가 너무나도 파편화 돼 있고, 양극화 돼 있기에, 모든 상대성에서 주류와 비주류가 나눠진다. 그리고 이러한 상대성이란 특징에 의해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무언가가 만들어질 경우, 이는 ‘주류’로 편입되고, 반대급부는 비주류로 편입된다. 이 책 <내 권리는 희생하고 싶지 않습니다>라는 책을 읽는 내내 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간 단어는 이 상대성이었다. 우리는 이 상대성을 ‘차이’가 아닌 ‘다양성’으로 만들어져야 한다. 그래야만 진정한 사회경제적으로도 우리 사회가 민주화 됐다고 할 수 있다. 자 이제 이 책 <내 권리는 희생하고 싶지 않습니다>의 저자 김지윤씨가 몸으로 체화한 ‘주류’와 ‘비주류’의 상대성 이야기애 대해 이야기 해보자.
1차 노동시장에 속한 김지윤씨. 여성인 김지윤 씨. 그리고 사회
책의 저자 김지윤 씨를 처음 본 곳은 김어준 씨가 진행하는 한 프로그램에서였다. 해당 프로그램에서 김 씨는 김지윤 씨에 대해서 설명하면서 ‘MIT에서 박사 학위를 딴 실력자’라고 엄청나게 홍보를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녀에 대한 나의 첫 이미지는 그랬다. 조국 사태를 통해서 박탈감의 박탈감을 느꼈던 것처럼, 나 또한 그녀의 스펙을 보고 ‘나와 다른 세상에 살았던 사람이구나’하고 느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그녀에 대한 반감으로 향한 것은 아니었다. 이세계까지는 아니어도 이사회(異社會)에 사는 사람에게 반감이란 걸 느낄 이유조차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그녀의 행보는 조금 달랐다. 계속해서 해당 사회에서 머무르고, 온갖 사회에서 벌어진 일들에 대하여 단순히 정파적으로만 보기 보다, 깊숙이 들어와서 보려는 노력을 했다. 1차 노동시장이 2차노동시장 혹은 자신 이외의 집단에 다가가려는 모습에서 적지 않은 어색함이 느껴지긴 했지만, 그녀는 어쩌면 고고하게 1차노동시장 혹은 정계나 언론계에 머물면서 적당히 민주주의자 코스프레를 하는 사람과는 달랐다. 시행착오는 있어도 계속해서 자기 밖에 문제에 대해 이해하고 또 이를 바꾸려고 노력하는 사람 같았다고 해도 될 것이다.
그리고 그녀에 대해 내가 갖고 있는 생각은 아마 이 책 <내 권리는 희생하고 싶지 않습니다>에서 잘 표현된 것이 아닐까. 여성으로서, 한국인으로서, 좋은 학벌을 가진 사람으로서 등등등. 그녀는 자신이 갖고 있는 모든 상대적인 문제들에 대하여 하나의 실험체가 된 것마냥 자신이 사회에서 겪은 이야기를 풀어냈다. 좋은 스펙을 가졌지만, 한국 사회에서 자신이 가진 한계는 무엇인지. 한국에서는 인정받았지만, 미국의 대학과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생활하면서 얼마나 복잡한 자신의 사회적 모습을 마주했는지 등등. 그녀는 자신이 겪었던 여러 층위의 차별을 단순히 완벽한 주류가 된 이후에 자신의 성공 스토리의 일부로 편입시키지 않고, 이를 성찰하고 또 현재에는 (이 책을 통해서) 자신의 고민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면서, 이 책을 나에게 여러 고민들을 던져주었다.
김지윤의 직설?!
“<82년생 김지영>에서 언급한 유리 천장이나 임금 차별은, 여성을 고위직에 뽑지 않는다는 직접적인 원인보다 노동 시장의 구조적 임금 격차로 인하 것이 크다. 그리고 이것은 간접적이지만 더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즉, 관리직과 낮은 직금의 사무직, 나아가 비정규직 간의 임금 차이는 남녀 간의 불균형한 직업군 분포도에서 출발해 남겨 임금의 격차로 귀결된다.” - 47pp
“국가나 사회는 소수자의 권리를 나서서 먼저 보호해 주지 않는다. 국가를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다양성이란 골치 아프기만 한 것이다. 우생학이 저명한 정치인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 것도, 효율적으로 사회를 컨트롤할 수 있게 해 주기 때문이다. 비슷하게 우수한 사람들이 생산적으로 알차고 똘똘하게 문제없이 살아가 주는 것만큼 국가에게 좋은 것이 없다. 평등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들을 챙겨 가며 나라를 운영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귀찮은 일이다.” - 99pp
“내가 오랜 시간 외국에서 생활하면서 얻은 것은, 우리로 묶인다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었다. 많은 경우 우리는 그들에 대한 차별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대체로 인간은 우리라는 집단에 속해서 사는 것을 좋아한다. 소속감은 안정감의 또 다른 말이기도 하다.” - 124pp
“솔직히 나 역시도 통일이 민족 과제라는 말에 전적으로 동의 할 자신이 없다. 통일 비용 걱정들을 많이 하지만, 우리가 정말로 두려운 것은 돈만은 아닐 것이다. 남과 북이 헤어져 있던 시간은 75년에 달한다. 100년 혹은 1세기에 가까운 시간이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는, 함께 하나의 국가를 구성해서 살아야만 한다는 이 결연한 민족적 의지는, 아직까지도 우리의 뒷못을 잡고 있는 일제 강점기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아닐까?” - 170pp
“이들의 본질과 매력은 여기에 있다. 이렇게 옳은 말하고 진보적 가치를 좇아도 나처럼 잘 살 수 있다는 자신감, 진보라 해서 꼭 노동자일 필요도 없고 작업복을 입을 필요도 없고 경제적으로 힘들지 않아도 된다. 부티나고 귀족적이며 잘생겨도, 진보적 가치를 주장할 수 있다는 쏘쿨함. 조국 장관이 유난히 국민을 분열시킬 정도로 논란이 되고 젊은이들이 배신감을 느꼇다고 하는 것 또한 아 지점이다. 그 쏘쿨했던 진보 학자는 결국 우리 사회의 흔한 기득권 클럽의 멤버였기 때문에 쏘쿨할 수 있었던 건인가?
그러면서 그 누구도 대변해 주지 않는 집단이 생겼다. 바로 전통적 진보 좌파가 대변해 왔던 농민, 노동자, 저소득층 비롯한 취약 계층이다. 좌파고 우파고 모두 천상계에서 노닐고 있고, 나와는 하등 상관없는 환경 이야기, 동성 결혼 합법화, 이주민 인권 이야기나 하고 있다. 우파아 원래 있는 사람들 핀이었다손 치더라도, 내 편에 서 있다고 하니 그동안 표를 줘 왔던 좌파 정당마저 그러한 것은 더더욱 배신감을 느끼게 한다. 그렇게 갈 길을 잃은 표심을 잡은 사람의 대표주자가 바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다.” 245pp
‘직설’, ‘직격탄’ 혹은 ‘돌직구’와 같은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하나도 가슴에 와닿지 않고, 자기네들 지지층끼리만 좋아할 말들. 내겐 그냥 공허한 폭력적인 개소리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그런 글들은 대개 나의 스크랩 목록에, 내가 칼럼을 꽂아넣는 책에 이와 같은 글들은 없다.
하지만 김지윤의 이야기는 다르다.
“기본 권리를 알아서 보장해 주는 사회나 국가는 없다!” “누구도 책임지려 하지 않으면서, 희생만 강요하는 권리에 대한 이야기” “더 이상 속지 않겠습니다! 착하지 않은 세상에서 희생하며 살 수 없다. 행동을 통해서라도 내 권리를 지켜야 한다!” 이 책의 표지에 있는 글들이다.
그녀의 이야기는 정치에 동원되는 사람들로 향하는 게 아니라, 일반 시민들로 향한다. 그리고 이야기 하는 방식 또한 어설프거나 어색하지 않다. 현실이 얼마나 그리고 어떻게 냉혹한지를 차가운 통계와, 혼란스러웠던 자신의 경험들을 통해서 이야기 한다.
앞에서도 이야기 한 것처럼 대부분의 사회과학 책은 이를 동시에 해내지 못한다. 사람들은 사회적 약자에 대해서 이야기 할 때, 언제나 자신은 그들과 연대 책임은 회피한다. 가령, 성수수자의 인권에 대해서 응원을 한다면서, 이들과 연대하는 것은 꺼리는 이중적인 면을 보인다. 이번 숙명여대 트렌스젠더 사건 또한 마찬가지다. 학교 밖에서 인권이 침해됐다고 비판을 엄청나게 했지만, 실질적으로 응원의 목소리만 낼 뿐, 이들이 어떻게 행동을 했어야 하는지, 전략적인 고민들은 하지 않는다. 이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에만 젖어있고, 이것을 대상화 할 고민할 용기 그리고 그 집단 내부의 분위기로 인해, 바른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게 아닐까 싶다.
하지만 김지윤의 이 책은 다르다. 그녀는 차가운 현실은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그 현실 안에서 자신의 경험을 말한다. 단순히 이를 비판적인 시선으로만 보는 것이 아닌, 객관화를 통해서 보여준다. 그리고 이러한 글을 읽는 내내, 차가운 물과 뜨거운 물의 모순에서 벗어나 사회 문제를 바라볼 수 있는 제 3의 눈이 길러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보수는 나쁘니 진보를 택해야 한다”는 생각 혹은 그 반대의 생각 너무, 우리가 살아가야 할 질서를 만들기 위해 시민으로서 나는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고, 사회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김지윤 씨는 이야기 한다.
책을 읽으며 그녀가 확실히 내공을 갖고 있는 사람이란 것을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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