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언젠가 화성에 가겠지만 - 김강 소설집
김강 지음 / 도서출판 아시아 / 202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0만부 가까이 팔린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이라는 책을 다 읽고 나서 웬지 모를 찝찝함이 나를 찾아왔다. 그리고 그 찝찝함은 소설을 다 읽고, 바로 이어서 신문을 봤을 때 그 찝찝함의 정체가 윤곽이 드러났다. 그것은 불평등에 관한 문제였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의 작가 홍보 문구에는 대개 포스텍 석사 출신의 90년대생 작가라는 타이틀이 붙는다. 하지만 그런 특별한 능력을 지닌 작가가 나올려면, 그 사람은 도대체 어떤 환경에서 자라는 것일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런 특별한 환경에서 자란 사람이, 어떤 것을 느끼지 못할까. 즉 그 사람에게 부제한 것이 무엇일까에 대한 답은 곧바로 그녀의 소설속에 베어져 있었다. 소설의 문체와 내용들은 이전까지 단편들에서는 느끼지 못했을 정도로 감각적인 언어들이 있었고, 스토리 또한 상당히 흥미로웠다(정말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특히 첫 번째 에피소드가 내게는 그렇게 느껴졌다). 하지만 여러 가지 SF를 통해 우리사회의 군상을 드러내면서, 어떻게 가장 빤히 보이는 불평등의 문제를 드러내지 않을 수 있었던 건지도 정말 신기했다. 아마 그녀가 그런 환경에서 자라지 못해, 해당 분야에 대해서는 상상하지 못하는 게 아닐까 나는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 <우린 언젠가 화성에 가겠지만>은 조금 다르다. ! 물론 언제나 소설이란게 내가 원하는 통찰을 담고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 시대에 가장 첨예한 고민은 그 안에 담겨야 하지 않을까하고 나는 생각한다. 이 책 <우리 언젠가 화성에 가겠지만>에는 <우리가 빛의 속도라 갈 수 없다면>에는 없는 통찰이 담겨 있다.

 

미래의 이야기인가? 현재의 이야기인가?

 

우리가 만나게 될 미래란 어떤 모습일가. 사람들은 디스토피아를 상상하기도 하고, 유토피아를 상상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의 미래는 어쩌면 언제나 판타스틱한 디스토피아도 혹은 유토피아도 아닐지 모르겠다. 사회라는 이름의 중력. 기술은 언제나 인간이 만들어 놓은 사회 안의 권력 주위를 도는 위성과 같은 존재이니 말이다. 김 강의 소설집 <우리 언젠가 화성에 가겠지만>은 이와 간련된 다양한 방면의 사회 문제를 다루었다. 물론, 이는 시사적으로 다룬 것은 아니다. 우리 사회의 본질적인 문제이고, (솔직히 생각건대, 미래에도 이러한 것들이 해결되리라 생각되진 않는다) 쉽게 풀릴 문제도 아니기에 시의성을 떠나서 언제나 현재의 문제라고 생각할 수 있는 통찰들을 여러 소설의 이야기를 통해서 전하고 있다.

“ 300년 전 이곳에 흘러들어온 조상님이 큰 죄를 지은 것도 아니고. 단지 풍랑을 만났을 뿐인데. 아니, 따지고 보면 이곳 누구의 조상이든, 모두들 이곳에 흘러들어온 사람들인데. 수천, 수만 년 전이냐 삼백 년 전이냐 작년이냐의 문제일 뿐. ”

 

내게 가장 재미있었던 소설은 그리고 가장 공감하며 읽었던 것은 바로 <알로하의 밤> 부분이었다. 특이한 성을 가진 아이를 과거에는 동경하기도 했다. ‘’, ‘’, ‘’, ‘. 이상하게 끌리는 성들이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의 경우는 이다. 어찌보면 상당히 유치한 이유로 차별을 받는 문제일 수 있는데, 어쩌면 누구나 한번쯤은 생각해 봤을 이름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언어유희를 통한 장난의 경험을 말이다. 그래서인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문제를 통해서, 우리 사회의 만연한 차별의 문제를 다루고 있었다.

<아라히임> 또한 제법 재미있는 부분이었다. 흔히 우리는 외계인과이 접촉을 다른 나라에서만 가능한 일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 대상이 과연 우리가 됐을 때, 우리는 어떻나 상상을 하게 될지.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영역에 대한 생각을 해볼 수 있었던 부분이었다.

다만, 솔직히 불만을 토로하자만... 참 표지가 정말 예쁘지 않은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주아이돌 해방작전 그래비티 픽션 Gravity Fiction, GF 시리즈 11
손지상 지음 / 그래비티북스 / 2020년 4월
평점 :
절판



언제부터 내가 이런 책을 좋아하게 된 것일까. 과거의 관성으로 봤을 때, <우주 아이돌 해방작전> 시리즈는(이제 2권이 나왔으니까 시리즈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 전혀 내가 읽을 만한 책이 아니다. 소설 자체를 읽지 않는데다가, 그 배경이 우주라면 더더욱 읽을 요소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 <우주 아이돌 해방작전>은 과거 고등학교 야자시간에 그리고 할 게 없었던 야간근무 시간에 군대에서 읽던 책을 상기시켰다. 그렇다. 그 친구들이 읽던 책들은 뭔가 제대로 된 소설책(제대로 됐다고 하면, <아리랑>이나 <해리포터>)와 같은 게 아닌, 라노벨이라 불리는 라이트노벨이다. 고등학교 때 친구는 <아이리스>에 푹 빠져 있어서, 그 친구가 다 읽던 것을 내가 따라가며 읽었고, 군대에 있을 때에는 <골든 메이지>라는 것 이었던 것 같다(그 책은 참 더러웠다. 녀석의 코딱지가 무슨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붙어 있었는지 ㅠㅠ).

 

이 책 <우주 아이돌 해방작전> 또한 과거의 향기를 불러일으키는 책 이었다. 뭐랄까. 가벼운 전개, 그리고 개연성은 떨어지지만 가벼운 설정 등. 어떻게 보면 옛날 국어선생님이 내가 이 런 책을 보고 있는 모습을 본다면 들고 있는 문학책으로 내 머리를 한 대 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떤가. 국어 책에 나오는 그들이 이야기하는 시대를 담았다’ ‘인간의 군상을 담았다라는 작품들보다, 내게는 이런 책들이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재미있는 책들인

것을.

 

<우주 아이돌 해방작전>은 사실 2년 전에 내가 읽었던 <우주 아이돌 배달작전>의 후속편이다. 전 작의 주인공이 시현이었다면, 이 책의 주인공도 시현이다. ! 물론 이름만 같은 친족 관계다. 그리고 시현은 외계인 우루미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서 친구가 되고, 이후에 벌어지는 라이토노벨스러운 전개 특유의 우당탕탕한 사건들이 벌어진다. 깊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은 아니다. <우주 아이돌 해방작전 시리즈>. 하지만 언제나 작가도 무언가를 통찰을 집어 넣어야 한다는 강박에서 해방된 것 같고, 나 또한 글을 읽는 내내 무언가를 느껴야 한다는 강박에서 탈출한 것 같아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코로나 정국의 심각함에서 잠시 해방된 시간을 가졌던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공룡 사냥꾼 - 집착과 욕망 그리고 지구 최고의 전리품을 얻기 위한 모험
페이지 윌리엄스 지음, 전행선 옮김 / 흐름출판 / 2020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 날그 공룡 사냥꾼은 해변으로 갔다. 2012년 다섯 번째 달의 스무 번째 날로구름이 잔뜩 낀 일요일 아침이었다에릭 프로코피는 서른여덟 살이었다그의 딸 리버스는 세 살이 되려는 참이었다에릭과 그의 아내 어맨다는 게인스빌에 있는 집에서 파티용품을 차에 하나 가득 싣고 북부 플로리다반도를 가로질러 4세기 신학자의 이름을 딴 16세기 도시인 세인트오게스틴으로 향했다. - 26pp

 

논픽션 스토리를 거의 읽어볼 기회를 갖지 못했다물론감나무 아래에서 감이 내 입으로 떨어지기만일 기대하는 태도는 딱히 좋은 것은 아니지만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논픽션 스토리를 책으로 묶어서 나오는 경우는 드물다후마니타스 출판사를 통해 이번에 나온 <임계장 이야기>나 허환주 기자가 쓴 <열여덞일터로 나가다>, <현대 조선 잔혹사>, 한겨레신문에서 논픽션 기사를 잘 쓰는 이문영 기자의 <웅크린 말들>과 국정논단 사태 보도의 최전선에 있던 이진동 기자가 쓴 <이렇게시작되었다등을 읽어보았지만우리나라에서 기자들이 자신들이 취재한 것을 묶어 내는 일은 상당히 드문 일이다또한논픽션 글을 써보기 위해서 안수찬 기자가 쓴 <뉴스가 지겨운 기자>를 읽기도 했다어쩌면이와 같은 작업은 기자가 충분히 시간을 들여서 자신이 탐구하고 싶은 대상을 정하고 진행할 수 있고또 회사 또한 이를 보장해 주어야 하는데우리네 언론사들은 기자들에게 이와 같은 보장을 잘 해주는 것 같지는 않다.

이 책 <공룡 사냥꾼>을 꼭 읽고 싶었던 이유는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정말 간헐적으로밖에 나오지 않는 논픽션 스토리를 정말 읽고 싶었다단순히 자신들이 쓴 기사들을 이것저것 여러 개 짜깁기 한 것이 아닌논픽션 스토리를 통한 보도가 존중받고 또 퓰리처상에도 있을 정도로 장려되는 분위기에서 나오는 그런 스토리들 말이다.

이 책의 1장은 위의 말처럼 출발한다어떻게 보면 이 책의 주제와 전혀 관련이 없는 내용들군더더기라고 할 수 있는 내용이라 할 수도 있겠다앞의 말들은 주인공이 어떤 사람인지 또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등을 전혀 설명하지 않는다하지만 이 책에서 다룰 공룡 사냥꾼의 일대기를 다루는데 있어서는 손색이 없는 시작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코 앞에서 만들어야 하는 긴장을 위한 밑밥이 아닌긴장을 고조시키기 위한 밑받을 위한 밑밥으로 이 책은 시작했다.

 



독특한 취재기에 대하여

 

이 책 <공룡 사냥꾼>의 특이점은 2가지다첫 번째는 앞에서 말한 것과 같은 논픽션 스토리라는 것그리고 다른 하나는 수많은 논픽션 스토리 중에서도 공룡 화석과 얽힌 우리 시대의 어두운 모습을 조명했다는 것이다모든 것이 자본화되고일반 사람들은 알지 못하는 생태계 깊숙한 곳에 들어가 치열한 취재를 통해 나온 게 이 책이다.

이 책의 주인공 에릭은 화석 사냥꾼이다어린시절부터 관성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그리고 그는 자신의 주변 인물 중에서 한명이 몽골에서 공룡뼈를 상업화해 성공한 것을 보고따라서 해당 사업에 뛰어든다그리고 에릭은 몽골에서 문제가 되는 공룡의 뼈 하나를 만나게 된다신장이 2미터가 조금 넘는 T.바타르가 그것이다.

한번 생각을 해보자당신은 공룡의 뼈를 언제 본 적이 있는가아니면공룡뼈를 살 수 있다는 생각은 해 본적이 있는가그리고 이 과정에서 국제적인 문제로 번지는 것에 대한 생각을 해 본적이 있는가만약 이와 같은 희귀물품을 거래하는 시장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어떻고또 국가는 여기에서 어떤 포지션을 취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이 책 <공룡 사냥꾼>을 읽기 전에 외국 기자들이 쓴 몇몇 권의 논픽션 스토리로 나온 책을 읽은 적이 있다. <나쁜 초콜릿>이나 <바나나같은 것들이다우리가 일상에서 소비하는 초콜릿과 바나나가 어떠한 역사에 걸쳐서 우리에게 보급된 것인지또 이와 같은 것을 둘러싼 정치 경제 문제를 조명한 책들이다하지만 으레 나는 적지 않게 초콜릿과 바나나의 생산 과정에서부터 문제가 있는 줄 알았다그리고 여기에 한 가지 기호 식품을 더 추가하자면 커피가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일상에서 커피나 초콜릿 혹은 바나나에 대한 통찰은 우리가 판매대 앞에서 가격을 지불할 때 끝난다. TV에서 카카오가 맛있다고 하면 초콜릿이 아닌 카카오를 직접 먹어보기도 하고바나나에 관한 다양한 요리법을 소비한다커피는 조금 다양하긴 하다케냐AA예가체프냐블루마운틴이냐모카마타리 등등등어쨌든 전부 우리가 일상에서 흔하게 목격하고 소비하는 것들이다이러한 것들이 우리의 코앞에 있는 공정을 모를 뿐이지우리는 여러 미디어를 통해서 공정무역이나 노동력 착취의 문제 등은 모두 들어봤을 것이다그런데 공룡 화성이란 분야에 대해서도 이런 문제가 있다는 것을 상상할 수 있는가아주 제한된 곳에서만 볼 수 있는 공룡 뼈를대부분의 사람들은 고성의 바윗돌에 있는 공룡 발자국에서 그 소비가 끝날 것이다하지만 이 책에서 공룡 화석을 거래하고이 과정에서 벌어지는 문제들은 우리가 가끔가다 뉴스에서 목격하는 미술품 거래와 그렇게 다른 특징을 갖고 있지 않다(물론나는 미술품 거래에 대해서도 잘 모른다공룡 화석은 그나마 내가 어릴 적 공룡에 대해 관심을 가졌기 때문에 흥미가 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몽골이 몽골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 훨씬 전부터 그곳에는 사람이 살고 있었다석기시대 사람들은 도구를 남겼다청동기시대와 철기시대 일족은 동맹을 맺고 싸움을 했다높은 벽이 올라가서 그 넓은 땅을 빙 둘러쌌다부족 왕국은 13세기 후반에 한 지도자가 모든 부족을 통합할 때까지 전쟁을 벌였다.

칭기즈칸과 그의 직계 자손들은 말 등에 올라 세상의 절반을 정복했다그들의 독일아드리해 그리고 거의 빈까지 말을 타고 달렸다. <더 몽골스>에서 데이비드 모건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중국과 이슬람 세계의 극렬한 저항을 모두 물리친 군대가 유럽에서 맞수와 마주치게 되리라고 가정할 이유는 전혀 없었다

그리고 물론 그들은 어떤 맞수와도 마주치지 않았다수세기 동안 몽골제국은 역사상 육지로만 연결된 제국 중에 가장 거대한 제국으로 러시아를 지배했고이라크와 중국도 지배했다. - 170pp

 

이전에 봤던 논픽션 책들은 대개 치열한 취재기 혹은 입체적인 목적의 이해둘 중 하나만 해당되는 부분이 적지 않았다하지만 이 책은 독특한 주제에서 오는 차별성의 문제와 시민들이 잘 알지 영역이란 낯설음의 문제를 이와 같은 방식으로 해소해주고 있다대부분의 시민들이 공룡 화석을 보고 이름을 외우면 외웠지이와 관련된 배경적인 지식을 어떻게 알겠는가일반 사람들은 경매 시장에 들어갈 일도 없을 것이고무언가를 찾기 위해 땅을 팔 일도 없을 것이며이와 같은 것들이 합쳐져 심화된 세계는 더더욱 들어가지 않을 것이고이런 문제들이 법적으로 비화된 문제에 대해서는 자신들과는 관계없는 괴리된 문제로 알 것이다물론 여기에는 나 또한 포함된다.

 

1985년 봄소련의 지도자 미하일 고르바초프는 냉전의 종식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글라스노스트와 페레스트로이카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1987년 1월 27국무주 조약실토머스 재퍼슨의 초상화 아래에서 미국과 몽골이 마침내 수교했다텍사스 출신의 외무부 직원 조지프 레이크가 몽골 최초이 대사로 지명되었으며곧 울란바토르에 대사관이 문을 열었다.

1988년 12월 7일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백악관을 떠날 준비를 하고 조지 부시 대통령 당선자가 입성 준비를 하고 있을 때또 한 번의 중요한 순간이 찾아왔다고르바초프는 뉴욕 유연 총회에서 했던 기념비적인 연설에서 다음과 같이 선언했다. - 209pp

 

책이 주목하는 것은 에릭을 중심으로 만 벌어진 사건이다어쩌면한 개인의 서사로만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공룡 사냥꾼>에서는 계속해서 공룡 화석과 관련된 정치경제적인 문제를 보여주면서계속해서 독자들에게 충분한 콘텍스트들을 공급해주고 있다.

어쩌면 이 책 <공룡 사냥꾼>은 끝까지 읽어 보아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감하기 힘든 내용일지도 모르겠다물론그것은 이 책의 저자들이 이 글을 너무 못써서 그런 것은 아니다공룡이란 것을 거의 일상에서 접하지 못한 사람들에게공룡 화석을 중심으로 벌어진 이 독특한 사건에 대해서 이해하고 또 공감까지 하라는 것은 너무나도 어려운 것 일수도 있다이 책의 독틈함이 바로 독자들이 다소 공감하기 어려운 지점일수도 있다는 것이다(참고로 우리 아버지는 멧 데이먼 주연의 <마션>을 화성에서 감자 농사를 짓는 영화라고 이야기 했다우주 개발을 하거나 해당 분야에 대한 텍스트를 갖고 있지 않은 사람에게서는완전히 다른 영화로 보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이 책은 나에게 있어서는 교과서 같은 책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 특이한 취재기를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 까에 대한 고민(이 책은 에릭에서부터 시작됐다), 또한 이 거대한 이야기에 대한 설명을 어떻게 할 수 있느냐에 대한 고민마지막으로 무엇보다 기자에게 중요한 복잡한 이야기를 재미있게 이야기로서 어떻게 전달할수 있느냐에 대한 고민까지누군가는 공룡 화석과 관련된 특별한 이야기로 보일 수 있겠으나나에겐 논픽션 스토리를 앞으로 쓰기 위한 교과서 같은 책 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출신
사샤 스타니시치 지음, 권상희 옮김 / 은행나무 / 2020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디서 왔니?” “부모님은 무엇을 하시는 분이니?” “넌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이니?” 등등. 우리는 특정 상대방에 대해서 이와 같은 질문들은 던진다. 하지만 이와 같은 질문들이 과연 우리가 알고 싶어 하는 코앞에 있는 사람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줄까? 정답은 아니다가 될지 모르겠다. 한 사람이 갖고 있는 배경에 관한 질문들은 결과론적으로 그 사람이 어떠한 personality를 갖고 있는지 이야기하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가 주변 정보들에 대해 갖고 있는 편견을 더 강화시켜 그 사람의 온전한 personality를 왜곡하고 이를 신뢰하지 않게 만들수도 있다(물론 그 반대일수도 있다. 좋은 학벌을 가졌다고 해서 혹은 좋은 집안을 가졌다고 해서 그 사람이 괜찮은 사람의 personality가 좋지 않을 수 있다. 너무 당연한 것이지만 배경을 통한 추측은 사람을 이해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기에, 배경을 통한 추측이런 유혹에서 쉽게 빠져나오지 못한다).

<출신>을 읽다가 나는 인터넷에 유고연방을 쳐 보았다. ‘ㅇ‧ㅠ‧ㄱ‧ㅗ라는 글을 치면서 한 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고, 또 검색을 통해 나온 콘텐츠를 보면서 또 하나의 생각이 들었다.

첫 번째 그것은 고등학교 시절 선생님에게서 들은 유고연방에 관한 것 이었다. 당시 사회 선생님은 과거 유고 연방에 관한 이야기를 잠깐 해주셨다. “지도는 바뀐다고 하면서, 이 세상의 나라들은 지금도 없어지고 생기기를 반복한다고 이야기 했다. 그리고 그 유고의 경우 지도의 모양이 바뀌는 과정에서 인종 청소라는 범죄가 저질러졌다고 했다. 유고연방의 해체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태극기 휘날리며에서 나온 비극적인 장면들을 상상했다. 같은 민족들이 갑자기 적대하며 싸웠던 것을 재연한 장면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유고연방에 속했던 사람들은 과거의 아픔 때문에 아직도 주변 사람들에게 적대적일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유고연방을 검색한 뒤의 생각은 이랬다. “어떻게 이 다민족 국가가 하나의 통일된 국가일 수 있었던 것일까? 그것이 이렇게 고유의 영토를 갖고 있고 민족과 종교 그리고 문화가 다 달랐는데 말이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책에서도 나온 그들의 지도자 티토가 정말 대단한 사람이었구나!”라고 생각했다. 이 책 저자의 할머니인 크리스티나씨도 티토를 좋아했던 것처럼 나 또한 잠시나마 경외심이 들었다. 그리고 더 나아가 티토가 유고연방을 이끌었을 당시의 지도자들은 이렇게 위대했을까?”라고 한번 생각을 해봤다.

결과론적으로 유고연방과 거기에 속해 있을 사람들에 대한 나의 생각은 분열적이었고 모순적이었다. 그러나 이것들은 옛 유고연방에 속했던 사람들을 만나면 이와 같은 편견이 강화돼 질문의 형태로 그들에게 던져질지 모르겠다.

 

기억을 찾아가는 사샤, 기억을 잃어가는 할머니

 

어디서 왔니?” “부모님은 무엇을 하시는 분이니?” “넌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이니?” 등은 대개 확증편향을 일으키는 선에서 그 의미를 다한다. 앞에서 내가 유고를 검색했을 때처럼 말이다. 하지만 출신을 묻는 것이 온전히 편견의 강화로 이어진다는 것은 완벽한 정답은 아니다. 해당 질문을 시작으로 더 정확하게 그리고 입체적으로 정답을 찾고자 이것은 편견의 강화가 아니라, 그 사람을 알아가는데 있어서의 첫 번째 갈등이 될 수 있다. 출신을 물었을 때의 질문은 그 사람을 알고 이해하기 위한 과도기 중 하나밖에 되지 않는다. 그리고 이 책 <출신>은 그 어떤 책보다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사실을 말하자면, 현재 내가 내어난 나라는 이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 나라가 존재할 때만 해도 나는 내가 유고슬라비아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세르비아 출신인 아버지와 보스니아-무슬림 가정에서 태어난 어머니처럼 말이다. 다민족구가에서 태어난 나는, 서로에게 사람을 느낀 부모님이 만들어 낸 결실이고 고백이었다. 서로 다른 출신과 종교의 억압으로부터 유고슬라비아의 용광로가 두 사람을 해방했던 것이다.

사람들이 꼭 알아둬야 할 것이 있다. 아버지가 폴란드계이고 어머니가 마케도니아계인 사람도 유고슬라비아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타율과 혈통보다 자율과 혈액형을 더중요하게 생각한다면 말이다“ - 19 ~ 20pp

 

저자 사샤 스타시니치는 유고슬라비아 출신이다. 모든 사람들의 삶의 디폴트 값이 되는 나라가 그의 인생에서 사라졌다. 모든 사람들에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강력한 디폴드 값이 사라지면서 그와 그의 가족들은 외지에서 본토인(?)들은 격지 않을 장벽에 부딪히고 고충을 겪는다. 나라가 사라졌을 때, 해당 사회에서 엘리트층에 속한 노동자라고 하더라도, 다른 국가에서는 전혀 다른 사람을 살아야 한다. 정치학을 전공했던 사샤의 엄마는 세탁 공장에서 그리고 아버지는 공사장을 전전하며 살고 있다. 어쩌면 언어가 통하지 않으면, 혹은 그곳에서 그들의 출신에 대한 편견을 갖고 있는 사람을 연이어 만났다면 그들의 삶은 더욱 위태로워 졌을지 모른다. 사샤가 출신이란 것에 대해서 단순히 신분을 물어보는 단순한 발화가 아닌 한번 입으면 영언히 입고 있어야 하는 옷’, ‘약간의 운이 들어 있는 능력, 재능에서 기인한 것이 아니라 장점과 특권을 만들어 내는 능력과 같이 입체적으로 보는 이유도 바로 이러한 그의 인생사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잠시 딴 이야기로 세어나가 보자. 나라가 사라진다는 것에 대해 나는 잠시 고민해봤다. 정보통신의 발달로 오늘날을 세계화 시대라고 부르기도 한다. 여권과 비자가 있으면 어디든 갈 수 있다. 물리적으로 굳이 갈 필요도 없다. 인터넷을 통해 세계 어디든 우리는 간접적으로 그곳을 여행할 수 있다. 이는 단순히 여행이라는 여가를 즐길 때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라, 직장에서 노동을 하며 파견근무를 할 때에도 지도에 있는 선명한 국경선의 존재를 의심할지도 모른다. 우리가 현재 나라가 없다는 것을 느낄 때는 바로 이러한 환경 덕분이다. 하지만 이 책에 나오는 사샤의 경우는 전혀 다르다. 나라가 사라지면서 그 나라에 져야 할 의무도 사라졌지만, 최소한의 울타리 혹은 권리를 보장해 주던 존재의 부제를 뜻하기도 한다. 사샤와 그의 부모 그리고 주변인물들까지, 최근이라 할 수 있는 20세기 말에, 최소한의 틀이 없어진 사건을 일상에서 겪게 된 것이다. 나라라는 개념이 사라진다는 것은 사샤와 그의 친인척들에겐 권리의 증가가 아닌 권리의 부제가 되는 것이다. 나는 감히 상상할 수 없다.

나는 늘 그렇듯 역시나 출신이군하고 생각하며 열변을 토하기 시작했다. ”복잡한 문제군요! 어디서 왔냐는 말이 암시하는 바가 뭔지 정확히 따져봐야 해요. 분만실이 위치한 언덕의 지리적인 위치를 암시하는지, 마지막 진통이 시작되는 순간에 머물고 있는 나라의 국경을 암시하는지?“” - 44pp

 

그들은 고향 얘기를 거의 하지 않는다. 혹 얘기를 하더라도 어떤 특정 장소를 언급하진 않는다. 세상을 떠돌아다니는 방랑자 모든 사람들이 계획을 가장 적게 세우는 고양이지라고 말한다. 거기에 더해 고향은 지금 내가 쓰고 있는 이야기의 소재죠, 라고 나는 덧붙인다. 할머니, 우리 할머니 크리스티나가 기억을 잃어가기 시작할 때 나는 기억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 86pp

 

이 책 <출신>은 어쩌면 단순히 이민자 유입이 많은 독일 사회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보편적인 질문 하나를 던진다. 외지인에 대해 말이다. 지지난 해, 예멘의 난민들이 들어왔을 때, 몇몇 사람들은 광화문으로 나가 그들의 입국을 반대하는 시위를 했다. 미디어에 자극적으로 비춰졌던 해당 사건만이 아니다. 농촌이나 한국인들이 많이 가지 않는 3D업종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은 어떨까. 개도국에서 왔다고 하여 그들은 임금 착취부터 시작해서 노동에 대한 존중 심지어, 한국인 사용자들에게 체류를 문제로 협박을 받는 일까지 있다. 어쩌면 이 책 <출신>을 처음 받았을 때 내가 떠올렸던 것 또한 이와 비슷한 것들이었다. 사샤와 그의 주변 인물들이 독일 사회에서 얼마나 힘들었는지 자극적으로 보여주고 반대로 선량한 차별주의자가 된 일반인들의 모습을 보여주며 연대의 목소리를 낼 책이라 생각하고 이 책을 펼쳤다.

하지만 이 책에서 사샤는 자신의 인생사를 그리고 주변 사람들의 인생사를 빈곤포르노로 만들지 않는다. 그리고 이를 통해 신파극을 하지도 않는다. 자신의 뿌리를 덤덤히 찾아 올라가면서 그 과정에 얽힌 여러 추억들을 이야기한다. 외할머니가 콩으로 점을 쳐주는 이야기, 낚시를 좋아하는 외할아버지, 뭔가 걸크러쉬가 느껴지는 크리스티나 할머니 등. 우리나라 책 <토지>처럼 뭔가 일반인들을 통해서, 이 시대 출신이 갖고 있는 의미를 이야기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사샤의 과거. 크리스티나 할머이와의 과거 추억과 현재 치매로 인해 기억을 잃어가고 있는 모습 등. 특별한 명확하고 가시적인 목적을 위해 글을 긴장감이 멈추지 않게 글을 끌고 나가기 보다 일상적인 이야기들을 연결 짓는 방식으로 출신이 다름 사람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그리고 이와 같은 이야기 방식을 통해 단순히 사샤와 같이 유고 출신이 타지에서 격는 고충 및 정체성에 대한 문제만이 아니라,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떠오르게 한다. 그들과 내가 다른 형태로 똑같은 삶을 공유하고 있고, 결코 출신이 다르다고 해서 온전히 다른 삶을 사는 게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개인적인 일 이지만 나 또한 기억을 잃어가는 할머니를 둔 적이 있었고, 사샤만큼은 아니지만 외지에서 고생을 한 적이 있었다. 자신의 출신을 차근차근 어쩌면 다소 산만한 방식으로 사샤가 찾아가는 방식은 그래서 온전히 다른 경험과 배경에서 살아온 나에게도 부담 없이 공감을 하도록 만든다.

 

““할머니 집이 어디예요?”

비세그라드에 있어. 내 작은 당나귀.”

할머니, 우린 비셰그라드에 있어요

여긴 비셰그라드가 아니다.”

정말이자 할머니가 옳다고 말하고 싶다. 내게도 이 비셰그라드는 나의 비셰그라드가 아니다. 그런데 할머니는 비유적인 의미로 그렇게 말한 게 아니다. 할머니 말은 날 데려다줄 수 있니? 내 사람과 내 물건을 옆에 두고 싶구나라는 의미다.” - 234pp

 

부모님은 전문 지식을 갖고 즐겁게 하던 일을 그만두어야 했다. 그들은 독일에서 몰락하지 않으려고 주어진 모든 일자리를 수용했다. 우리 유고슬라비아 친구들의 처지는 어디서나 마찬가지였다. 고용주들은 이런 어려운 상황이 이득이 된다는 걸 알고 있었다. 임금은 낮고, 초과근무는 대개 강제적이고 수당도 지급되지 않았다. 차별 대우였을까? 그러나 부모님은 그것에 대해 말할 수 없었다. 비참했을까? 당연히 그랬겠지.” - 247pp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가 옳다! - 세상을 뒤흔든 톨게이트 노동자들의 7개월 숨쉬는책공장 일과 삶 시리즈 2
이용덕 지음 / 숨쉬는책공장 / 2020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만족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리고 해당 사건을 통해 정말로 노동자들의 입이 막힌다는 것이 무엇인지 입체적으로 경험했던 사례이기도 하다.

도로공사의 요금 수납원들. ! 어쩌면 도로공사란 조사를 빼야 할지도 모르겠다. 솔직히 해당 사건이 터졌을 당시에는, “왜 이게 문제인가?”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물론 이들이 계속해서 비정규직으로 남아 있어야 한다는 것에 대한 의문은 아니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인천공사에서 비정규직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했다. 솔직히 정권이 교체되면 우리 사회의 부조리한 것들이, 권력을 가진 선한 사람의 손가락 하나에 의해 모두 풀릴 줄 알았다. 마치 어벤져스에서 타노스가 손가락을 튕겨 유주 인구 반을 줄인 것처럼, 문재인 대통령이 사인 혹은 한 마디 하면 깔끔하게 해결될 줄 알았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고, 그러기도 쉽지 않음을 이 책 <우리가 옳다>는 이야기 하고 있다.

 

그들은 옳다!

 

! 솔직히 이것은 먼저 집고 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세상을 뒤흔든 톨게이트 노동자들의 7개월이란 말은 과장이다. 아마 운동을 하시는 분들이기에, 작은 것들을 과하게 포장하는 경향이 있기에 이와 같은 수사를 이용하는 것 같은데, 그들은 성공하지 못했다고 보는 게 좋을 것이다. 가난한 사람들의 투쟁 그리고 화려하기보다는 굴욕적이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처절하게 깨지는 사람들의 투쟁을 이러한 식으로 표현하는 것은, ‘그들의 입장에서는 희망이 되는 말일지 모르겠으나, 아직도 그들이 옳은지 모르는 혹은 그들의 투쟁을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심한 비약과 왜곡으로 들릴지 모르겠다. 다만 그 구호가 이렇든 저렇든, 이 책 <우리가 옳다>의 내용은 톨게이트 노동자들의 투쟁이 우리 사회에서 무엇이 문제인지 정확히 드러내고 있다. 투쟁은 현실의 문제가 무엇인지 정확히 드러냈다.

도로공사는 요금수납원들에게 자회사로 가면 임금을 30% 올려 주고 정년을 1년 연장해 주겠다고 제안했다. 노동자들은 이것 때문에 흔들리진 않았다. 그런데 자회사를 거부하면 수납 업무를 주지 않겠다는 협박은 달랐다. 전혀 다른 일을 해야 한다니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장애인들의 고민은 더 컸다. 다른 업무를 하는 게 더 쉽지 않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도로공사는 요금수납원이 직접고용 되면 기존에 일하던 영업소에서 멀리 떨어진 영업소로 배치하겠다고 했다

 

우리의 노동 현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이나 단순하지 않다. 나는 그것을 드라마 <송곳>을 통해서 배웠다. “서 있는 곳이 바뀌면 풍경도 달라진다라는 드라마 속 명언(?) 중 명언(?)을 나는 잊지 못한다. 그리고 이 책 <우리가 옳다>, 근본적으로 톨게이트 노동자들의 투쟁을 어떻게 했고, 그들이 어떠한 사건을 겪었는지를 다룬 내용이다. 어떻게 보면 문재인 정부 들어와서 정부와 노조가 정면으로 붙은 사건이라기보다, 공기업이라는 공공기관에서 노동자와 노동자가 갈등을 겪은 사건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한 쪽에서 어떻게 투쟁을 했는지, 어떠한 삶을 영위했는지 등을 보여주는 단순한 책으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책은 본질적으로는 풍경이 달라진 혹은 서 있는 곳이 달라진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어떻게 배제와 차별을 하고, 이를 정당화 시키려는지를 역으로 보여주는 책이 아닐까 싶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한국도로공사는 우리에게 더 큰 용역업체(자회사)로 가라 합니다. 그게 싫다 했더니 해고합니다. 우리는 근로자지위확인소송 1, 2심에서 정규직 판결을 받고, 대법원 결정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법도 우리가 정규직이라는데, 다시 용역업체 직원이 될 수는 없습니다. 저는 직접고용을 당당히 외치면서 13년 수납원 생활동안 잃어버렸던 자존감을 찾았습니다. 비굴했던 지난날의 저는 죽었습니다. 직접고용 될 때까지 싸우겠습니다. 나의 선택은 앞으로 보나, 뒤로 보나, 바로 보나, 거꾸로 보나 옳기 때문입니다.”

 

책이 보여주는 다른 곳에 서 있는 자들

 

이 책에서 다른 곳에 서 있는 자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하나는 정치 권력을 잡은 자들. 또 다른 하나는 그동안 진영론적 사고 안에서는 드러나지 않았던, 공기업 정규직들 말이다. 그리고 이 책의 가장 큰 함의는 정권이 바뀌어도 노동자의 문제가 어떻게 변하지 않을 수 있는지, 그리고 기득권이 된 노동자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어떻게 배제하는지를 보여주는 책이지 않을까 싶다. 도로공사 사정은 과거 민주당의 원래대표였던 이강래란 자였다. 박근혜 정권 때까지만 하더라도 그렇게 노동자를 보호해야 한다고 외쳤던 세력은 자신들이 세력을 잡은 뒤에, 노동자들을 메몰차게 핍박하고 있다. 그리고 이 정치 권력과 힘을 합친 세력은 우리가 그동안 상위 1%에 대항하기 위해 함께 연대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정규직 노동자들의 존재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단순히 노동자들의 투쟁을 신성시화하고 이성화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 비정규직이라는 사람들이 어떻게 코너의 코너에 몰리는지를 잘 보여주는 책이지 않을까 싶다.

어찌 보면 이 책을 가장 불편해할 사람들은 그동안 진영론적 사고에 매몰돼 세상을 바라봤던 사람일지 모르겠다. 정권이 바뀌면 그리고 현재 상태로 유지되면 만파식적이라고 누군가가 불었다고 생각하겠지만, 우리의 현실은 소외된 자들을 가리는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었을 뿐이다. 기득권이 된 자들은 노동개혁 문제가 붉어질 때마다 노동탄압을 이야기 하면서, 자신들 안에서의 연대 혹은 상생이 필요할 때는 이를 저버린다. 누가 그리고 어떻게 해당 문제를 풀 수 있을까. 하종강 선생님은 이 책을 가리켜 감동적이라고 표현하셨지만, 내가 보기에는 현실을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낸 잔인한 책이 아닐까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