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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노동은 상품이 아니다
제레미아스 아담스 프라슬 지음, 이영주 옮김 / 숨쉬는책공장 / 2020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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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플랫폼 노동은 상품이 아니다>를 읽고 싶었던 이유를 한마디로 정리하면 이럴 것이다. 내 무지 너머에서 점점 심화되고 있는 노동에 대한 패러다임의 변화. 내 친구들은 모두 공기업에서 일하고 있다. 그들은 해당 기업들에 들어가기 전 ‘꿀’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지만, 우리 사회 어떤 곳보다 안정성이 보장된 곳에서 일하니 그들이 대놓고 이야기를 하지 않았지 여건으로만 보면 분명 ‘꿀’ 속에서 일을 하는 것일 게다. 하지만 그들의 직장이 꿀인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공기업이란 시스템은 어떠한 측면에서 사회 공공성 유지를 위해 필요한 점이 있지만, 해당 기업이 갖고 있는 비효율성은 사회 전체의 비효율성으로 이어질수도 있다. 즉, 공공성이란 문제를 방패로, 그들 내부의 모순들을 풀지 않았을 때, 공기업들은 우리 사회 비효율을 낳는 중추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현재의 공기업들은 대개 소수의 정규직과 노조가 결합된 형태를 취하고 있다. 노조의 사회적 역할은 무시한 채, 스스로의 안정성의 극대화라는 이익단체가 된지 오래다.
그리고 이 책에서 다루는 플랫폼 노동이라는 것은, 그 반대편에서 생기는 사회 문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노동 안정성? 그것이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정년이 보장되고, 수많은 수당이 덤으로 나오는 공기업과 달리, 플랫폼 노동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인간인데도 불구하고 상품으로 취급받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형태의 새로운 서비스를 우리 사회에서는 3차 산업혁명이란 수식어나 공유경제라는 달콤한 말들을 붙여서 뭔가 혁신적인 것처럼 이야기 한다.
우리 사회는 어떤 곳에서도 사회적 근거를 이유로 모든 이익은 사유화하고, 위험은 외주화 구조가 형성 돼 있다. 공기업과 그 직원들이 소속된 노조는, 노동자들의 권리 향상을 외치면서 비정규직은 바라보지 않는다. 그들이 외치는 권리란 비정규직과 비교한 게 아니라, 시험을 보고 들어온 자신들은 사장과 같을 정도로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의 낙오자들인 비정규직의 처신과 자신들의 처신에 대한 비교를 이들은 청년들은 목소리를 통해, 정규직 노조는 행위를통해 아주 당당히도 거부가호 있다. 그 반대편 또한 마찬기지다. 공기업을 필두로 한 곳이 노조의 권리를 무리고 삼는다면, 규제완화 조치를 요구하는 기업측에서는 혁신이나 미래 먹거리가 근거다. 그리고 이들은 사람들을 더욱 위험에 빠트리는 구조를 정부에게 요구한다.
이 책 <플랫폼 노동은 상품이 아니다>라는 책은, 우리 사회 노동의 절반에 대한 진실을 이야기하고 있는 책이라고 볼 수 있다. 아! 하지만 이 절반은 담론적으로 절반에 해당된다는 이야기다. 비유다. 수학적으로 생각하지 말았으면 한다. 그리고 한편으로 우리가 달가워하지 않는 사실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는 매번 플랫폼 노동자를 쓰지만, 그 노동자들이 내 요리 주만과 같은 것을 받아도, 고통스러운 삶, 안정되지 않은 삶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과연 우리는 그 요리를 맛있게 먹을 수 있을까? 그들의 인생을 안다면, 그들이 살고 있는 업종의 생태계를 안다면 말이다.
추가적이로, 어쩌면 이 ‘플랫폼 노동’이라는 것은 사회 다수에게 매력적인 주제가 아니다. 우리 사회 대부분의 인원은 관리직을 꿈꾼다. 라이더를 꿈꾸지 않는다. 관리직이란 편안한 자리에 앉고 싶은 욕망을 가진 사람들에게, 그 반대의 진실과 황폐함을 전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그들이 애써 무시하고 싶은 진실을 전하는 것과 다름없다. 그들은 자신들의 욕망에 직진하고 싶으나, 그 직진을 멈춰야 할 사회적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들이 이를 받아들이고 싶을 이유는 딱히 없을 것이다.
“노동자가 일거리를 위한 입찰에서 더 많은 여유를 갖게 되거나 고객이 다양한 노동자들의 프로필 중에서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하더라도 플랫폼 기업이 등급 평가 알고리즘이 노동자들의 작업 그리고 노동과 임금을 간접적으로 통제할 수 있다는 점을 과소평가해서는 안된다.” 119pp
혹자는 이 책의 이와 같은 말들은 서양에서나 통용될 말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전 세계의 노동자들은 단결하지 못했으나, 전세계의 자본가들은 심적으로 모두 단결된 사회가 아니던다. 다보스 포럼과 같은 것을 통해 그들은 자신들의 연대를 다진다. 세계의 경제를 걱정한다는 목적으로 말이다. 따라서 그런 단결된 조직들은 다른 곳에서 경영의 효율화 사례를 우리나라에서도 도입하지 않으리란 법이 없다. 따라서 현재 외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문제들은, 짐짓 우리나라에서 앞으로 벌어질 문제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반대로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진 최신식 경영 효율화 또한, 외국의 미래가 될지 모르겠다.
“일리노이대학의 맷 핑킨 교수는 긱 경제와 역사적 노동 조직 형태 사이의 밀접한 유사점을 처음으로 지적한 사람들 중 한명이다. 그는 특히 이른바 선대제 가내 생산에 초점을 맞췄다. 여기에는 제조 공정을 털실 뽑기, 천 짜기, 직물 재단하기, 바느질해서 단추 달기 등 개별 단계로 세분화함으로써 다양한 종류의 상품 생산을 조직하는 중앙 기업가가 관여했다” 153pp
우리는 앞으로 어떤 곳으로 향해야 하는가. 과거 산업혁명 때 노조라는 게 탄생했다면, 우리는 이제 새로운 결사체가 필요한 시대를 항해하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그리고 이 책은 그런 결사체를 고민하는 데 있어서, 시작이 될 책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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