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약 먹어도 될까요 - 약국보다 더 친절한 약 성분 안내서 edit(에디트)
권예리 지음 / 다른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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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가지의 정보가 있다고 치자. 그리고 300일의 시간을 주고, 300가지 정보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을 준다고 하자. 만약 하루에 1개의 정보를 주고 300일간 외우라고 하라면 당신은 이를 잘 외우겠는가. 아니면 300개의 정보를 한꺼번에 주고 외우라고 하는 게 더 낫겠는가. 아는 당연히 후자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어떻게 보면 이번에 읽은 책 <이 약 먹어도 될까요> 또한 이와 지식의 습득 방식과 연결돼 있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오래 전부터 약을 사게 되면 함께 딸려오는 조그마한 종이를 읽곤 했다. 솔직히 엄청나게 많이 읽은 것 같긴 한데, 현재 머리에 남는 것은 거의 없다. 매번 간헐적으로 정보들을 소비했다. 다른 약을 바를 때가 되면 그 전에 내가 썼던 정보는 그대로 잊어 버렸다. 물론, 약을 쓸 때마다 해당 약에 대한 정보를 모두 외워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몸에 적용되는 화학약품에 대한 정보를 모르고 바르는 게 어찌나 찝찝하던지 싶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내가 그동안 소비했던 약에 대해, 그리고 앞으로 소비할 약에 대해서 어느 정도는 알게 된 것 같다.

 

<이 약 먹어도 될까요>

 

이 책에는 특별한 통찰이 없다. 그야말로 에 대해서 소개해주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수많은 약에 딸려오는 약봉지들을 모아서 책을 만든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틀린 말이 아닌게, 1개에 하나의 설명이 들어있다. 약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있어서의 통찰에 대해 이야기하기보다, 그야말로 약 하나에 들어있는 성분과, 그것의 효과만을 다루었다. ‘실용서.

하지만 그렇다고 가벼운 책은 아니다. 앞에서도 이야기했다시피, 우리는 의사들이 혹은 약사들이 처방해주는 약을 아무 생각없이 쓴다. 나는 지금 몸에 사마귀가 몇 개 나 있는데, 이것이 내 몸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혹은 내 몸은 이 약에 대해서 어떤 반응을 보일지, 의사나 약사가 써준 기계적인 처방전을 받아들고 기계적으로 쓰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이는 적잖게 아쉬운 일이기도 하다. 내 몸에 자극이 되는 일에 어떤 원리가 있는지 알고 싶은 게 바루 우리 인간이다. 엄마가 내게 만들어주는 음식들은 도대체 왜 맛있는 것인지, 마사지사들이 해주는 마사지를 받고 난 뒤에는 왜 시원한 것인지 등. 내 몸을 자극하는 것들에 대한 자극에 대한 것들은 어쩌면 원초적인 앎에 대한 욕구이기도 하다. 이 책 <이 약 먹어도 될까요>는 이런 원초적인 자극의 원리에 대해서 알려주는 책이 아닐까 나는 생각하고 있다.

우리가 약국에서 구매할 때 연고나 소독약과 같은 정보가 있는 약들에 대한 정보만이 아니라, 의사들이 주는 약들에는 대개 그런 설명들이 딸려오지 않는다. 의사알고 있다. 특히 내복약이라고 쓰여 있는, 한 봉지 않에 여러개의 약들이 들어있는 것들이 대표적이다. 이 책을 보면, 내가 의사에게 무슨 말을 했고, 이에 따라 의사는 약들간 어떤 상호성을 고려해서 내게 약을 준 것인지 알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의사와의 대화가 더 풍부해질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의사의 전문성을 진료받을 때 침해하지 않으면서, 진찰을 받을 때 저번에 아스피린 안 넣어 주셨는데, 이번에는 넣어 주실 건가요?”라 묻는다면, 의사로부터 더 정확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이 약 먹어도 될까요>는 그래서 단순히 평범한 실용서가 아니다. 내 삶을, 그리고 가장 필요한 일상의 실용서가 아닐까 싶다. 아내가 아플 때, 자식이 아플 때, 내가 아플 때, 단순히 누군가가 주는 약을 받아먹는 게 아니라, 이제는 이 책 한권만 있으면 생각하면서 약을 복용할 수 있게 된다. 재미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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