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선거는 어떻게 대중을 유혹하는가 - 오늘의 미국을 만든 선거 민주주의의 진실 ㅣ EBS CLASS ⓔ
김지윤 지음 / EBS BOOKS / 2020년 10월
평점 :

혼란 스러웠다. 내 표의 행방이 도대체 어떻게 되는 것인지. 선거인단이라는 것은 도대체 무엇인 것인지. “Winner takes all”이란 말은 알아 들었으나, 그것이 선거 게임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 궁금했다. 미국 선거는 나에게 있어 호기심 투성이였다. 이처럼 말이다. 도대체가 뭐 어떻게 돌아가길래 표를 더 많이 받는 사람이 질 수 있는 것인지, 그리고 그와 같은 상황이 가능한 합리성이란 무엇인지(즉 사람들은 왜 그와 같은 게임의 룰에 승복하는지) 나는 몰랐다.
<선거는 어떻게 대중을 유혹하는가?>를 읽고 싶었던 이유는 바로 이 이유 때문이다. 나는 복잡한 미국의 게임의 룰을 알지 못했다. 미국이란 나라는 어떤 나라인가? 전 세계에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를 전파한 나라다. 독재 국가라도 간판은 민주주의라는 것을 걸고, 사회주의 국가도 자신들만의 시장이라며 자본주의를 걸어 놓는다. 미국과 정면으로 대결하고 있는 나라라고 하더라도, 미국이 만들어 놓은 질서에서 탈출하지 못해, 표면상으로만 반항할 뿐이지 그 흐름을 따르게 만든다. 그런 헤게모니와 힘을 지는 국가가 미국이다.
하지만 나는 그 나라의 가장 강력한 권력이 탄생하는 순간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 말이 디는 것일까? 언론에서 선거인단 이야기가 주구장창 나오는데,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얼마나 사람을 주구장창 답답하게 만드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이 책을 읽고 싶었던 이유는, 이런 불편함 혹은 나의 몰이해를 일거에 해소하기 위함이었다.
미국 그리고 선거
선거라는 것은 어떻게 보면, 시민들 모두가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 주는 열쇠와 같은 것이다. 하지만 정말 그런가. 선거는 그런 가능성으로 순수하고 합쳐진 정치적 사건인가. 우리는 선거 때만 되면 울고 웃는다. 전 국민의 절반의 정동이 손바닥 뒤집듟 하는 날이다. 종이의 짱돌을 통해서 정당이란 세력에 의해서 비폭력적으로 싸우는 기간이 선거기간이고, 단 하루의 종이를 이용한 거대한 충돌이 벌어지는 게, 바로 선거다. 하지만 우리는 갈등의 해결을 의회라는 곳으로 모아 제도를 통해 해결하고, 선거를 통해 갈등 해결방식의 커다란 방향을 정한다. 하지만 이는 선거든 그리고 의회를 모두 긍정적으로 봤을 때다. 우리가 바라는 방식으로 이것들이 실질적으로는 작동하고 있지 않음을, 현재 민주주의 국가 곳곳에서 발생하는 분열이 잘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이 책 <선거는 어떻게 대중을 유혹하는가?>는 우리가 선거에 대해서 갖고 있는 관념이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지, 그리고 우리가 선거를 통해서 정치인들을 이용하는게 아니라, 정치인들이 선거라는 합리성을 통해서 대중을 어떻게 자신들의 듯에 맞게 이용하는지를 보여준다. 즉, 이 책에는 단순히 선거의 역사와 미국 정치의 역사만이 아니라, 대중이 어떠한 매커니즘에 의해서 선동되고 있고, 또 이러한 선동과 유혹이 어떠한 정차에 의해서 합리화 되는지를 알려준다는 것이다. 이 책에는 단순히 선거의 역설, 선거의 기술, 그리고 선거와 괸련된 시스템뿐만이 아니라, 각 과정들 혹은 분야들이 갖고 있는 함계를 짚고 있다. 미국의 선거과 어떻게 금권선거가 됐는지, 대중의 의지는 어떻게 선거 전략가들에 의해 도움을 받는 게 아니라 왜곡되는지, 이 책은 그 어떤 것보다 잘 보여주고 있다.
이 책에 대해서 안타까운 점이 한가지 정도는 있다. 한 일주일 정도만 빨리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하필이면 바이든이 당선되고, 미국 대선에 대한 최종적인 결과가 나왔을 때, 나는 이 책을 받아볼 수 있었다. 만약, 이 책을 읽은 상태로 미국 대선을 봤다면, 단순히 경마주의식 보도를 따라가면서 나의 감정을 오르락 내리락 할 게 아니라, 미국 선거가 갖고 있는 의미를 더 깊은 이해를 통해서, 재미있게 즐길 수 있지 않았을가. 단순히 트럼프냐 바이든이냐의 문제를 넘어서, 선거라는 것을 좀 더 풍부하게 볼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선거는 어디 지금뿐이랴. 독재시대 때에도 선거는 있었다. 물론, 그 매우 형식적이기는 했으나, 그리고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는 상당히 공고화 됐다. 선거가 없어진다는 것은 그리고 그것이 지니고 있는 실질적인 힘은 사라지기 어려운 단계에 와 있다. 앞으로 있을 선거의 정치적 의미, 사회적 의미를 이해하는 데 있어, 나는 이 책만큼 탁월한 게 있을가 싶다. 무엇보다! 이 책은 비단 미국 사회의 이야기에만 적용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선거라는 보편적인 정치적 사건을 갖고 있는 나라 어디에서든 이 책 한권을 통해서 즐길 수 있을지 모르겠다.
Ps. 김지윤 박사 사랑해요!! 정말 책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이번에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