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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인종에 대하여 외 - 수상록 선집 ㅣ 고전의세계 리커버
미셸 에켐 드 몽테뉴 지음, 고봉만 옮김 / 책세상 / 2020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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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언제 죽는다고 생각하는가? 총알을 맞았을 때? 불치병에 걸렸을 때? 독약을 먹었을 때? 아니다! 인간이 죽는 순간은 사람들에게 잊혀졌을 때다!” 만화 원피스를 본 사람이라면 이 문장을 누가 이야기 했는지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만화 원피스를 보지 않은 사람이라도, 다들 한번쯤은 이 말을 들어보지 않았을까.
나는 여기에 “죽는다”라는 동사를 “퇴보한다”라는 말로 바꿔 이번 서평에 대해 이야기를 한 번 해보고 싶다. “인간은 언제 퇴보한다고 생각하는가? 어린아이처럼 게임을 할 때? 술을 마시고 개가 됐을 때? 아니다. (일반적으로 인간이 퇴보하는 순간은) 성찰을 잊었을 때다”라고 말이다.
<식인종에 대하여>를 읽고
나는 아직 몽테뉴의 <수상록>을 읽어보지 못했다. 다만,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를 통해서 그것이 고전 중의 고전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뿐이다. 하지만 이번에 <식인종에 대하여>를 읽은 뒤에, 대략적으로 몽테뉴란 사람이 어떠한 사람이고 그가 쓴 글이 현재우 우리에게 어떤 통찰을 주는지는 대략적으로 알게된 것 같다.
고절이 현재를 살고있는 우리에게 주는 즐거움이 있다면, 그것은 고밀도의 생각이라는 것이다. 아! 그렇다. 고밀도의 생각. 스마트폰을 보고 생각없이 콘텐츠를 즐기는 현대의 인간들에게, 생각이란 것은 어떻게 보면 불필요한 것이다. 어떻게보면 노동시장에서도 또한 마찬가지다. 열심히 공부해서 취업을 하게 되면 생각이라는 것을 엄청 잘 해야 할 것 같은데, 회사의 입사 시험들은 대개 그런 생각들을 배제하는 것이다. 얼마나 말을 잘 듣느냐가 합격의 기준이며, 부당한 말이라도 얼마나 합리화해서 잘 받아들이냐가 어떻게 보면 써야하는 생각의 전부가 아닐까 한다.
고밀도의 생각이라는 것은, 단순하게 이야기하면 뇌근육의 힘이다. 고도로 생각할 수 있는 힘. 밀도있게 생각을 언어를 통해 압축한 게, 바로 고전의 본질이다. 과거에는 여유가 없어서 이렇게 고밀도로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모두가 여유가 어느정도는 있지만, 누구도 그렇게 하지 않으며, 이렇나 생각이란 것을 하게 만드는 노동 사회의 구조 또한 아니다. 그렇기에 아마 고전은 언제나 그 권위를 인정받을 수 있는 게 아닐까. 그 시대를 알 수 있다는 특수성이 아닌, 어느 시대에나 필요한 고도의 생각을 한 사람들이 있고, 이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있기에 언제나 수요가 있는게 아닐까 하고 생각을 해본다.
이번에 몽테뉴의 <식인종에 대하여>를 읽으면서도 이 같은 생각을 많이 했다. 다름에 대해서 우리 인류가 그 어느때보다 이해의 폭이 넓을 때지만, 그렇다고 이것이 다른 사람에 대한 존중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멀리 가 볼 것도 없다. 남성과 여성은 분열했다. 공동체는 분열했다. 계층은 분열했다. 시민들은 난민이 국내로 들어오는 것을 막았다. 대통령은 좌와 우로 국민을 분열시켰다. 끊임없이 다름을 찾고, 분열을 야기한다. 그리고 사람들은 자신에게 익숙한 혹은 불편하지 않는 것을 따른다. 오늘날에도 다름은 적대의 대상이 되기 일수다. 하지만 몽테뉴의 <식인종에 대하여>를 읽으면, 과연 이 같은 생각을 그 시대에 할 수 있었던 사람이 있었는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라 는 신기했다. 단순히 종교적인 의미, 혹은 교조적으로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몽테뉴는 자신 주위에서 벌어지는 포악한 사건들에 대해서 성찰하고, 그 결과로서 식인종(정확히 이야기하면 식인종이라고 취급받는 사람들에 대한) 편견을 없애 버린다.
어쩌면 정보가 많다는 것이, 인간을 진보시킨다는 보장은 없는 것 같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생각하게 된 답 중에 하나다. 몽테뉴는 당대의 사실로도 생각의 힘을 통해, 인류애를 이야기 했는데, 오늘날에 벌어지고 있는 것은 “무어람?”이란 생각이 나는 절로 든다. 그리고 한가지 더. 몽테뉴가 쓴 글들이, 단순히 똑똑이들이 감탄을 해서 권위가 있는 게 아니라, 이번에 그가 갖고 있는 생각의 힘을 체험할 수 있었기에, 나는 몽테뉴가 대단한 사람이란 것을 알게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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