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라는 자신의 반려묘를 보며 동정과 절망을 느껴야 마땅했고,
실제로도 그랬다. 하지만 다른 감정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수 없었다. 고통이라고는 전혀 없이, 미동도 하지 않는 볼테르의평화로운 표정을 보고 있으니 어두운 마음 한구석에서 외면할 수없는 감정이 우러나왔다.
질투였다. - P18

"하지만 바로 그 압박감이 우릴 만드는 거야. 석탄이 압력을 받으면 다이아몬드가 되는 거라고."
노라는 다이아몬드에 대한 닐의 잘못된 지식을 바로잡아주지않았다. 석탄과 다이아몬드는 둘 다 탄소이기는 해도 석탄은 불순물이 너무 많이 섞여서 아무리 압력을 가해도 다이아몬드가 될수 없다. 광물학에 따르면 한 번 석탄은 영원한 석탄이다. 어쩌면그게 현실적인 교훈일 것이다. - P21

"기운 내요. 아무 일 없을 거예요." 지나가던 사람이 노라의 근심 어린 얼굴을 보며 말했다.
평생 아무 일도 없었어. 그게 문제야. 노라는 생각했다. - P34

이제 아무도 그녀를 필요로 하지 않았다. 그녀는 이 우주에서 불필요한 존재였다. - P37

행복했던 순간도 시간이 흐르면 아픔이 될 수 있다. - P38

"예측하기 힘들지?"
"무엇이 우리를 행복하게 해줄지 말이야." - P92

노라가 삶과 죽음 사이에 있기 전
마지막에서 두 번째로 포스팅한 글

한번이라도 ‘내가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라고 생각해본 적 있는가? 미로 속에서 완전히 길을 잃었을 때처럼. 모든 건 당신 잘못이다. 왜냐하면매번 어느 쪽으로 갈지 당신이 선택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빠져나갈 수 있는 길이 많다는 것도 안다. 미로 밖에서 미로를 빠져나간사람들이 미소짓고 웃는 소리가 들리니까. 가끔은 미로를 이룬 산울타리 사이로 그들의 모습이 얼핏 보이기도 한다. 나뭇잎 너머로 스쳐 가는 형체가 보이기도 한다.
그들은 여기를 빠져나가서 아주 행복한 듯하다. 당신은 그들에게 화나는게 아니라 여기서 나갈 능력이 없는 자신에게 화가 난다. 안 그런가? 아니면 나만 미로에 갇힌 걸까?

추신: 내 고양이가 죽었다. - P91

"사소한 것의 중요성을 절대 과소평가하지 마라." - P127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는 걸 목표로 한다면 반드시 실패합니다. 나 자신이 되는 걸 목표로 하세요. 나처럼 보이고 행동하고생각하는 걸 목표로 하세요. 가장 ‘나다운 나‘가 되는 걸 목표로하세요. 나를 나로 만드는 모든 요소를 받아들이세요. 그걸 지지하세요. 사랑하세요. 갈고닦으세요. 사람들이 그걸 조롱하고 비웃을 때 휩쓸리지 마세요. 대부분의 험담은 사실 질투랍니다. 묵묵히 할 일을 하세요. 체력을 키우세요. 계속 수영하세요......." - P138

"도서관! 선생님! 제발 절 다시 돌아가게 해주세요! 이건 제가원하는 삶이 아니에요! 이건 정말 정말 정말 잘못됐어요! 절 데려가 주세요! 전 모험을 원치 않아요! 도서관이 어디 있죠? 도서관으로 돌아가고 싶어요!" 노라는 비명을 질렀다.
북극곰의 눈빛에 미움은 전혀 없었다. 노라는 그저 먹이였다. 고깃덩어리. 그걸 깨닫자 자신이 하찮게 느껴지면서 공포가 밀려들었다. 곡 막바지에 이르러 점점 커지는 드럼 소리처럼 심장이 고동쳤다. 급기야 노라는 놀라울 정도로 또렷하게 깨달았다.
죽고 싶지 않았다.
그게 문제였다. 죽음 앞에 서면 삶은 훨씬 더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삶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는데 어떻게 자정의 도서관으로돌아갈 수 있겠는가? - P192

노라는 약간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유명해진다는 게 이런 걸까?
숭배와 공격이 뒤섞인, 영원히 달콤쌉쌀한 칵테일 같은 걸까? 선로가 급격히 바뀔 때 그토록 많은 유명인사가 탈선하는 것도 당연했다. 이건 키스해주는 동시에 뺨을 때리는 격이었다. - P257

"살다 보면 더 쉬운 길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 십상이죠." 처음으로 무언가를 깨닫고 노라가 말했다. "하지만 아마 쉬운 길은 없을 거예요. 그냥 여러 길이 있을 뿐이죠. 전 결혼한 삶을 살았을수 있어요. 가게에서 일하는 삶을 살았을 수도 있고요. 함께 커피를 마시자는 귀여운 남자의 제안을 수락했을 수도 있죠. 북극권한계선에서 빙하를 연구하면서 살았을 수도 있고, 올림픽 수영메달리스트가 됐을 수도 있어요. 누가 알겠어요? 매일 매 순간 우리는 새로운 우주로 들어가요. 자신을 타인 그리고 또 다른 자신과 비교하며 삶이 달라지기를 바라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내죠. 사실 대부분의 삶에는 좋은 일과 나쁜 일이 공존하는데 말이에요."

"삶에는 어떤 패턴이∙∙∙∙∙∙ 리듬이 있어요. 한 삶에만 갇혀 있는동안에는 슬픔이나 비극 혹은 실패나 두려움이 그 삶을 산 결과라고 생각하기 쉽죠. 그런 것들은 단순히 삶의 부산물일 뿐인데우리는 그게 특정한 방식으로 살았기 때문에 생겨났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슬픔에 면역력이 생기는 삶의 방식은 없다는 걸 이해하면 사는 게 훨씬 쉬워질 거예요. 슬픔은 본질적으로 행복의 일부라는 사실도요. 슬픔 없이 행복을 얻을 수는 없어요. 물론 사람마다 그 정도와 양이 다르긴 하겠죠. 하지만 영원히 순수한 행복에만 머물 수 있는 삶은 없어요. 그런 삶이 있다고 생각하면, 현재의 삶이 더 불행하게 느껴질 뿐이죠." - P257

"체스에서 한 번이라도 이기려면 무언가를 깨달아야 해" 이것이 노라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라는 듯이 엘름 부인이 말했다. "경기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야. 넌 그걸 깨달아야 해. 체스판에폰이 하나라도 남아 있으면 경기는 끝난 게 아니야. 한 사람은 폰하나와 킹 하나만 남고, 다른 사람은 기물이 다 있어도 경기는 아직 진행 중인 거야. 설사 네가 폰이라고 해도, 아마 우리 모두 그럴테지만, 넌 폰이 가장 마법 같은 기물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해.
폰은 하찮고 평범해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아. 왜냐하면 폰은절대 그냥 폰이 아니니까 폰은 차기 퀸이야. 넌 그저 계속 앞으로 나아갈 방법만 찾으면 돼. 한 칸 한 칸 앞으로 나아가는 거야.
그러다 반대편 끝에 도달하면 얼마든지 다른 기물로 승급할 수있어." - P269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으려고 전전긍긍하는 건 그만둬야 할지몰라, 노라." 엘름 부인이 속삭였다. 그 말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둘의 친밀함을 더하기 위해 "네 자신이 되기 위해 다른 사람의 허락을"
"네, 알아요." 노라가 그녀의 말을 잘랐다.
그리고 정말로 알게 되었다.
이 도서관에 들어온 이후로 지금까지 노라가 선택했던 삶은 사실 모두 다른 사람의 꿈이었다.  - P276

노라는 자신이 삶을 끝내려고 했던 이유가 불행해서가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불행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그것이 우울증의 기본이며 두려움과 절망의 차이점이기도 하다. 두려움은 지하실로 들어가게 되어 문이 닫힐까 봐 걱정하는것이다. 반면 절망은 문이 닫히고 잠겨버린 뒤에 느끼는 감정이다. - P308

내가 그토록 가고 싶었던 곳이 내가 도망치고 싶었던 바로 그곳임을 깨닫는 것은 꽤 충격적이다. 감옥은 장소가 아니라 관점이었다. 노라에게 가장 이상했던 사실은 지금까지 경험한 극도로 다양한 자신의 모습 중에서 가장 급격한 변화는 예전과 똑같은 삶 안에서 일어났다는 것이다. 그녀가 시작했다가 끝냈던 삶가장 심오하면서도 큰 변화는 더 부자가 되거나, 더 성공하거나,
더 유명해지거나, 스발바르의 빙하와 북극곰들 사이에 있어야만일어나는 게 아니었다. 낡은 소파와 유카 화분, 조그만 선인장 화분과 서가, 아직 따라 해보지 않은 요가책이 있는, 어제와 똑같이지저분한 아파트에서 어제와 똑같은 침대에서 눈을 떴을 때 일어났다.
어제와 똑같은 디지털 피아노와 책이 있었다. 반려묘가 사라진슬픔과 실직의 고통도 그대로였다. 불완전한 뇌와 세상도 그대로였다. ‘앞으로 펼쳐질 미래를 알 수 없다‘는 사실 또한 그대로였다.
하지만 모든 게 달라졌다.
모든 게 달라진 이유는 이젠 그녀가 단지 다른 사람의 꿈을 이뤄주기 위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상상 속 완벽한 딸이나 동생, 애인, 아내, 엄마, 직원, 혹은 무언가가 되는 데서 유일한 성취감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이제는 그저 한 인간으로서 자신의 목표만 생각하며 자신만 책임지면 그만이었다.
또한 모든 게 달라진 이유는 거의 죽을 뻔했다가 이제는 살아있기 때문이었다. 그것이 그녀의 선택이기 때문이었다. 살기로 한선택. 노라는 삶이 얼마나 광활한지 경험했고, 그녀가 봤던 그 광활함 속에서 자신이 해낼 수 있는 일뿐 아니라 느낄 수 있는 감정도 한없이 다양하다는 걸 깨달았다. 그 안에는 다른 음계와 곡조가 있었다. 예전에 느꼈던 다른 감정들을 다시 느끼게 될 것이다.
가끔은 동시에. 그렇다, 절망이 저음의 베이스 드럼을 연주하겠지만 그녀에게는 다른 악기들도 있었다. 그리고 동시에 연주할 수도있었다.
다시는 자신의 우울한 성향을 부끄러워하지 않을 것이다. 정신과 의사를 만날 것이다. 예약을 하고 계속 상담을 받아서 그들이어떤 조언을 하든 시도할 것이다. 더는 자신의 고통에서 달아나지않을 것이다. 자신이 상상하는 완벽한 모습이라는 독으로 스스로를 죽이지 않을 것이다. 자신의 상처를 보고 인정할 것이며 자신에게 박탈된, 한 치의 의심도 없이 긍정적이고 행복한 삶이 있다고상상하지 않을 것이다. 처음으로 삶의 어두운 면을 받아들일 것이다. 실패가 아니라 전체 중 일부로 다른 것들을 돋보이게 하고, 성장시키고, 존재하게 하는 무언가로 흙 속의 거름으로. - P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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