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사책 - 사람과 사람 사이를 헤엄치는
정철 지음 / 김영사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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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피라이터가 쓰는 글들은 왠지 티가 난다. 어쩌면 직업병 같은 것일지 모르겠다. 더이상 직업이 아닐 때에도 그런 것을 보면 카피라이터로서 받은 훈련은 평생을 가는 모양이다.

문장이 대체로 짧다. 발랄한 리듬감이 있고, 어쩔 수 없는 유머 본능이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잘 정제된 표현 아래 감춰두고 시치미를 떼는 편이다. 허를 찌르는 사고, 감탄을 자아내는 단어들. 구구절절 늘어놓지 않고 짧고 굵게 치고 들어온다. 정말이지 방심할 틈이 없다. 이 사람들을 상대할 때는 대화를 나눌 때건 글을 읽을 때건 정신을 바짝 차려야한다. 난 휘둘리는 건 질색이니까. 그런데 어째 오늘도 졌나보다. 왜 졌습니까. 이유가 -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당신에게 졌습니다. (P.134~ 지다)

제대로 된 독서는 작가의 생각에 지배되는 것이 아니라 내 생각을 깨우치는 것이라던데, 난 오늘도 감탄만 하다 끝나려나보다. 단 하나, ‘취하다’는 동사는 받아들일 수 없다. 역시, 술은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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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푸어푸 라이프 - 수영으로 만드는 마음 근육 아잉(I+Ing) 시리즈
씨유숨 지음 / 샘터사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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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수영이 별로다. 필요성은 인지하고 있지만, 그래서 배우러도 다녔지만 좀처럼 익히지 못했다. 초초급반은 그럭저럭 넘겼는데 본격적인 수영법을 배우기 위해 풀을 옮기자마자 마음이 무너졌다. 세상에, 발이 겨우 닿는 깊이에 서있기만 해도 이렇게 무서운데 뭘 어쩌라고? 결국 물 공포를 이겨내지 못했고 소독약 알러지를 핑계로 수영을 포기했다.

그런 이유로 이 책, <어푸어푸 라이프>가 썩 달갑지 않았다. 대놓고 수영 예찬이나 하겠지? 니가 수영 포기자의 마음을 알아?! 이런 비뚤어진 마음으로 ‘어쩔 수 없이’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비뚠 마음이었던 것 치고 책은 꽤 재미있게, 금방 다 읽었다.

중간 중간 삽입된 귀여운 그림체의 만화가 마음을 흐물흐물 녹여주었다. 진심이 담긴 문장들이 마음에 와닿았다. 무엇보다 수영을 통해 마음이 성장하고 그를 둘러싼 세상이 점점 넓어지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그게 어떤 것인지 나도 알고 있어서- 그래서 반가웠다. 말해주고 싶다. "나도 알아요, 그 기분!"

프로가 되려면 좋아하는 정도로 끝내서는 안 된다. 자신의 분야에서 전문적인 실력을 갖추고 제대로 해내야 한다. 하지만 취미는 괜찮다. 잘하면 잘해서 즐겁고, 못하면 못하는 대로 나의 부족한 부분을 하나씩 해결해 나갈 때마다 또 다른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p.146 본문 중에서)

작가님에게 수영이 있다면 내겐 그림이 있다. 나이 들어 기어코 누리게 된 이 취미생활이 내 삶의 큰 축이 되었음은 아는 사람만 알 것이다. 그저 취미일 뿐이지만 그로 인해 삶이 얼마나 풍성해질 수 있는지, 또한 더 많은 사람들과 그것을 공유할 수 있을 때 기쁨이 더 커지고 또다시 그 일이 나를 성장시켜 나가는 것임을-.

마음 근육. 오늘도 좋은 말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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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랭면
김지안 지음 / 창비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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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여름은 냉면인가!
이열치열이니 보신이니 하지만 살얼음 동동 뜬 육수에 식초, 겨자 두르고 얇게 썰어 올린 무 김치 척, 하고 올려 먹는 냉면의 유혹은 이기기 어렵다. 지금처럼 온 세상이 녹아내리는 계절엔, 특히.

머~언 옛날에도 한국의 여름은 혹독했나보다. 닭이 낳은 달걀이 절로 익고 냇가의 가재마저 빨개질 정도로. 그거그거, 어떤 기분인지 잘 안다. 이래봬도 대프리카에서 보낸 여름이 몇 해인데.

김지안 작가의 그림은 늘 정겹고 유쾌하다. 화면 곳곳에 숨은 그림처럼 콕콕 박혀있는 웃음 포인트도 귀엽다. 무엇보다, 고양이처럼 야옹거리는 하찮은 아기 호랑이는 최고다!

호랭면 - 호랑이 님이 먹어서 호랭면인 걸까. 등산은 싫지만 바람이 부는 길을 따라가 구범폭포에 담궈진 냉면 한 젓가락, 아니 일곱 젓가락, 아니 한 사발- 시원~하게 후루룩 하고 싶다. 아직 8월 초, 가재가 투명한 제 색을 찾기엔 멀었다. 너~무 덥다. 여기, 호랭면 추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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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타 툰베리 : 소녀는 어떻게 환경운동가가 되었나?
알렉산드라 우르스만 오토 지음, 신현승 옮김, 로저 튜레손 사진 / 책담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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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그레타 툰베리의 여정을 함께 했던 알렉산드라 우리스만 오토와 로저 튜레손의 기록이다. 책은 그레타 툰베리를 찬양하지 않는다. 비난하지도 않는다. 적어도 이 책만 읽었을 때, 그들은 시종일관 그레타 툰베리를, 그의 행보를 지켜볼 뿐이었다. 


누구라도 이름이 알려진 사람에 대한 찬반 논쟁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니, 개인에 대한 비판은 잠시 접어두고 이야기해 보자. 나 역시 그레타 툰베리의 바로 옆에서 지켜본 것이 아니기에 그를 두고 명확히 어떤 판단을 내리기 어렵다. 그러나 실상 중요한 것은 그레타 툰베리라는 이름이 아니다. 신이 이 소녀-이제는 소녀가 아니지만-에 부여한 역할은 '기후 위기'라는 단어를 전 세계 사람들에게 인식시키는 것이 아니었을까.


"이것은 어떤 해결책을 찾느냐에 달려 있어요. 만약 기후 위기에 대한 해결책을 원한다면 그 위기가 본인에게 닥친다는 것과 그것을 진짜 위기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을 깨달아야 해요. 그래야 진정한 해결책이 나올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사람들이 해결하고 싶어 하는 기후 위기는 그렇지 않아요. 지금과 똑같은 삶을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해결책을 원하죠. 그런 해결책은 존재하지 않아요. 왜냐하면 오랜 세월 동안 기다리기만 했을 뿐 정작 행동에 나선 적은 없었으니까요." 

(P. 169, 본문 중에서)


지금과 똑같은 삶을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해결책,이라니. 이 말이야말로 현재의 상황을 가장 잘 짚어낸 것이 아닐까. 기업가는 돈을 위해, 정치가는 정치생명을 위해 살아간다. 그나마 기업가를 움직일 수 있는 정치가는 유권자가 움직여야 하는데, 유권자는 현재의 안락함과 편리함을 무엇 하나 손에서 놓고 싶어 하지 않는다. 게다가 그 일- 기후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꽤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함이 자명하다. 그러나 그 어떤 것도 경제 논리 위에 설 수 없다. 그레타 툰베리는 여전히 희망을 가지고 있지만, 나는 꽤 절망적이다. 결국 모든 것이 파괴된 뒤에야 인간은 멈춰서리라.


아직 이 땅에 희망이 남아있다 생각한다면, 이 책을 읽어보기 바란다. 그레타 툰베리가 아니라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기 바란다. 행동한 적이 없다는 것은 아직 이 위기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그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기 바란다. 절망하지 않으면 희망도 가질 수 없으리니- 이 책을 읽고, 부디 제대로 절망한 뒤에, 제대로 희망하며 행동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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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 사냥 - 죽여야 사는 집
해리슨 쿼리.매트 쿼리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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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은 오래전부터 미국 원주민 - 인디언들 - 쇼쇼니족과 배넉족의 땅이었다. 아니다. 땅은 누구의 소유도 아니다. 누구도 악령을 땅에서 몰아낼 수 없다. 땅이 곧 - 악령이다.

아니, 악령이 아니다. 땅은 그저 땅일 뿐, 그 땅을 악령으로 규정지은 것은 어디까지나 인간이다. 모든 인간은 흙에서 태어나 흙으로 돌아가리니- 어쩌면 인간들이 쫓아내려 애쓴 것은 곧 자신, 그 땅에 살다 흙으로 돌아간 선조들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악령에게 겨눈 칼날이 도로 자신에게 돌아온 것은 결국 칼날의 끝이 스스로를 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정복자의 관점으로만 땅을 바라본 미국인들은 결코 이해할 수 없었으리라.

살아있는 한, 다른 생명을 해치지 않을 수 없다. 채식주의자도 식물을 죽여야 산다는 점에서 똑같다. 우리 중 누구도 이 사실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우리는 누구나 - 죽여야 산다. 지금까지 얼마나 무수한 죽음 위에 내가 살아왔는지를 깨닫는 순간 이 책이 왜 호러로 분류되었는지 알 것 같았다. 인정해, 인정해라! 누구든 죄 없는 자가 저 이를 돌로 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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