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피라이터가 쓰는 글들은 왠지 티가 난다. 어쩌면 직업병 같은 것일지 모르겠다. 더이상 직업이 아닐 때에도 그런 것을 보면 카피라이터로서 받은 훈련은 평생을 가는 모양이다.문장이 대체로 짧다. 발랄한 리듬감이 있고, 어쩔 수 없는 유머 본능이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잘 정제된 표현 아래 감춰두고 시치미를 떼는 편이다. 허를 찌르는 사고, 감탄을 자아내는 단어들. 구구절절 늘어놓지 않고 짧고 굵게 치고 들어온다. 정말이지 방심할 틈이 없다. 이 사람들을 상대할 때는 대화를 나눌 때건 글을 읽을 때건 정신을 바짝 차려야한다. 난 휘둘리는 건 질색이니까. 그런데 어째 오늘도 졌나보다. 왜 졌습니까. 이유가 -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당신에게 졌습니다. (P.134~ 지다)제대로 된 독서는 작가의 생각에 지배되는 것이 아니라 내 생각을 깨우치는 것이라던데, 난 오늘도 감탄만 하다 끝나려나보다. 단 하나, ‘취하다’는 동사는 받아들일 수 없다. 역시, 술은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