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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10대를 위한 최소한의 한국사 - 외우지 않아도 흐름이 잡힌다 ㅣ 요즘 10대를 위한 최소한의 시리즈
임소미 지음 / 빅피시 / 2025년 8월
평점 :
모처럼 아이와 함께 읽을 수 있는 책을 만났다. 처음에는 왜 또 책이냐며 반항하던 녀석도 ˝10대를 위한˝이라는 말에 왠지 기세가 꺾였다. 나는 어른이니까 ˝어른을 위한˝ 한국사 책을 챙긴다. 두 책 모두 고조선이 형성된 시기에서부터 조선 후기까지를 다루고 있고, 얼핏 봐서는 삽화나 문체가 조금씩 다를 뿐 대동소이한 느낌이다. 하긴, ‘있었던 일‘에 대한 기술이니 흐름이 달라질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아무래도 같은 내용을 각각 어른과 10대를 대상으로 느낌만 달리 해 쓴 책이다보니 아이도, 나도 퍽 쉽게 읽어나갈 수 있었다. 서로 너는 어디까지 읽었냐, 난 벌써 가야까지 넘어왔는데 엄마는 아직 고구려냐(엄마는 바쁘다고!) 하며 경쟁하는 재미도 있었고, 각자 읽은 부분에서 퀴즈를 내며 잔 지식을 뽐내기도 했다. (주로 내가 문제를 냈고, 의외로 대답이 잘 돌아와서 별로였다.)
학창 시절부터 역사 과목을 꽤 좋아했고, 교과서를 역사 소설 읽는 기분으로 읽었던 사람으로서 말하는데, 숫자를 외우려는 노력을 포기하면 역사책은 무조건 재미있다! 사극을 좋아한다면 같이 비교하며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그러니 ˝읽기만 해도 ‘역사의 흐름‘이 잡˝힌다는 책의 제목은 역사를 대하는 자세로서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를 잡았다는 생각이 든다. 학생의 신분이라면야 시험을 앞두고 이것저것 외우긴 해야할 테지만, 그건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고, 이 ‘역사‘라는 놈을 시간의 흐름을 타고 만들어진 이야기 정도로 받아들이는 것에서 시작한다면 재미를 못 느낄 이유가 없지 않을까?
너무 이야기를 세세하게 늘어놓는 대신 어떻게 한 왕조가 흥하고 몰락하는지 주요한 인물과 최소한의 사건 중심으로 풀어가는 방식이라 가볍게 읽기 좋았고, 무엇보다 쉽게 읽히고 쉽게 이해가 되는 문장들이어서 역사에 익숙하지 않는 독자라도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입문서라 할 만 했다. 시대가 바뀌는 순간마다 챕터 앞에 간략한 연표를 삽입해서 미리 흐름을 짚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데, 이 또한 그야말로 ‘흐름‘을 잡는 책에 충실한 대목이다.
교육에 무지한 엄마라 어디서 주워들은 게 전부이지만, 초5~6학년 시기에 한국사를 한번 훑어주는게 무척 중요하다더라. 이 역시 ‘흐름‘이다. 학습지 같은 것으로 지식을 쌓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만, 쉽게 읽히는 ‘역사책‘을 한번씩 읽어주는 것만으로도 내가 살고 있는 이 땅에 어떤 시간들이 쌓였는지 파악하기에는 무척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듣자하니 같은 작가가 집필한 최소한의 세계사도 있다던데 그 책들도 꼭, 아이와 함께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