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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키메라의 땅 1~2 세트 - 전2권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김희진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8월
평점 :
“진기한 상상력으로 펼치는 인류 이후의 세계
5년 뒤, 지구의 모습은 완전히 바뀐다!”
때로 이야기가 이렇게까지 진행된다고?라며 황당해하면서도 도저히 손에서 놓지 못하는 책이 있다. 사람에 따라 다를 테지만, 내겐 그것이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책들이다. 한국인이 사랑하는 작가라는 타이틀이 붙었는데, 그 한국인 중의 한 명을 담당하는 셈이다.
개미 시리즈를 처음 읽었을 때의 충격은 지금도 생생하다. 제법 두꺼운 책 여러 권이었지만 쉴 새 없이 읽어나갔다. 그 뒤로 개미 혁명, 타나토노트, 뇌, 고양이, 꿀벌의 예언.. 정말 많은 책이 나왔고, 그럴 때마다 대체 이 작가의 머릿속은 어떻게 생겨먹은 걸까 궁금해하며 탐독했다. 이번에 읽게 된 <키메라의 땅>도 마찬가지였다.
“이 이야기는 당신이 이 책을 펼치고 읽기 시작하는 순간으로부터 정확히 5년 후에 일어난다.”
어지간히 그렇겠다, 콧방귀를 뀌면서도 어쩐지 정말로 5년 후에는 이런 무시무시한 일이 일어날 지도 모르겠다는 불안감이 일어난다. 이쯤되면 그냥 막나가자는 얘기 아닌가 하면서도 도저히 끝을 보기 전까지 책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다. 그렇게 앉은 자리에서 두 권의 책을 내리 읽고, 크게 숨을 내쉬었다. 아직 살아있는 걸 보면 책을 읽는 동안에 숨을 쉬긴 쉬었을 텐데 이상하게 먹먹하고 가슴이 답답해졌다.
인류가 극한의 상황에서도 계속 유지되길 바란 과학자의 광기가 과연 책 속에만, 작가의 머릿속에만 존재하는 것일까? 지금도 세상은 눈이 돌아갈 정도로 빠르게 바뀌고, 우리들 인간은 누군가가 바꿔가는 세상에 적응해 사느라 허덕이는데,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상상하고 예언하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말란 법이 어디있냔 말이다. 그렇게 부정하고, 설득되고, 다시 도리질하는 사이에도 이야기는 끊임없이 진행되어 결국엔 종장을 맞이한다.
“너무나 오만한 나머지 우리는 자연을 지배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모든 것을 획일화하려 듭니다. 농업 기업들은 가장 생장이 빠르고 강인한 단 한 종류의 밀을 개발하려 연구했습니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우유 생산량이 가장 많은 한 종류의 암소만을 대량 사육했죠. 양털이 제일 많이 나오는 양 한 종. 지방을 제일 많이 축적하는 돼지 한 종. 넓적다리가 가장 두툼하고 깃털은 최대한 적은 닭 한 종. 이들 동식물종은 최대한의 수익을 내기 위해 더 많이, 더 빨리 생산할 목적으로 선택되어 복제되었습니다. 하지만 질병이 발생한다면, 밀의 백분병, 광우병, 양의 진전병, 아프리카 돼지 열병, 조류 독감 같은 병이 돈다면 어떻게 될까요? 우리가 만든 단일 종들은 스스로를 지키지 못하고 단번에 떼죽음을 맞을 겁니다.”
- 키메라의 땅 1, 본문 중에서
자연을 지배할 수 있다고 믿는 스스로들을 오만하다고 비판하면서 지배하는 것으로 모자라 새 인류를 창조해내려 한 알리스의 광기는 무슨 말로 설명할 수 있으며, 과연 어떤 결말을 맞을 것인가?
이 이야기가 마음에 들지 않을 수는 있겠지만, 누구라도 최소한 이것만큼은 동의할 것이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책은 읽기 시작하는 순간 끝을 보기 전에는 멈출 수 없다.
ps. 작가의 시그니처와도 같은 에드몽 웰스의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이 이번에도 책 속의 책으로 등장하는데, 마치 시리즈 소설에 고정으로 출연하는 인물을 만난 것 마냥 반갑기 그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