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에 읽는 남북국사 페이퍼로드 하룻밤에 읽는 한국사
이문영 지음 / 페이퍼로드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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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처럼 하룻밤에 호로록 읽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하룻밤에 읽는 남북국사>는 '대조영이 고구려 유민을 모아 세운 나라'라는 말로 끝내서는 안 될, 발해에 관한 자세한 이야기가 실려있다. 신라와 더불어 한반도의 또다른 남북국 시대를 살았던 나라이다.

발해에 관한 이야기는 교과서에서 썩 비중 있게 다루지 않았던 기억이 있다. (요즘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하지만 개인적으로 고구려의 뒤를 이어 중국(대충 뭉뚱그려서)과 비등하게 맞선 발해는 괜히 멋있었다. 거기까지였다. 난 학생이었고, 외워야 할 더 많은 것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성인이 되고 소위 사회생활이라는 것을 20년 이상 해왔다. 기록으로 남은 역사가 결코 보이는 것 그대로가 아님을 알게 된 지금, 역사와 관련된 책들을 읽는 것은 학생 시절의 몇 배로 즐겁다. 단순히 발해다, 신라다 하는 것이 아니라 당시 정세에 따라 어떤 흐름이 만들어졌는지, 그들이 왜 그런 선택을 해야 했는지 유추해보는 행위는 역사책을 읽는 재미를 한층 더해준다.

어쩌면 저자의 말처럼, 혹은 많은 이들이 지적하듯이, '통일신라'라는 명칭부터 수정하는 게 옳은 일일 수도 있겠다. 발해는 비록 부침이 많았고 제대로 남은 기록도 적지만, 당이라는 거대한 나라와 신라 사이에서 무려 228년을 존속했던 국가이자, 고구려의 계보를 확실히 이은 나라였다. 지도를 통해 알 수 있듯 당시 신라의 영토는 고구려 땅 조금과, 백제 영토를 흡수한 정도였다. 남은 기록과 유물을 통해 과거를 '상상'하고 '유추'하는 것이 역사라면, 새로운 증거를 따라 이미 확정된 사실을 알맞게 고치는 일이 뭐가 대수이겠는가?

되도록 어느 한 편에 치우치지 않으면서 편협한 여러 학자들을 비판하는 태도를 견지하는 것도 흡족했다. 간혹 어떤 책들은 자기 생각에 매몰돼 독자를 설득하려고 지나치게 애쓴 나머지 아예 책을 버리게 만들기도 하기 때문이다.

챕터 사이에는 야사라던가 여러 유물의 사진, 좀 더 상세하게 인물을 들여다보는 페이지 등이 수록되어 있어 분위기를 환기시키는데 더없이 좋았다. 사실 그런 것들이 더 재미있게 읽히기도 한다. 또한 수록된 연표며 지도는 당시 이 대륙을 두고 싸웠던 여러 나라들의 전후 관계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을 도와준다. 특히 한국사 관련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될 듯 하다.

또한 이 책은 신라와 발해에 멈추지 않고 후삼국을 거쳐 고려가 진정한 통일을 이뤄내는 것까지를 다뤘는데, 수많은 이들이 저마다 정통성과 명분을 내세워 왕의 자리를 노리고 사라져 가는 시간을 돌이켜 보며 역사의 연속성이란 것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한반도의 역사를 기술할 때 도저히 생략할 수 없는 일본도 종종 언급되는데, 그 옛날부터 한반도 통치에 대한 야욕을 숨기지 않았던 그들을 볼 때마다 짜증이 났던 건 역시 내가 한국인이기 때문일 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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