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이 열리기 전부터 주위에 감도는 죽음의 냄새는 강렬했다. 틈새로 스며 나온 냄새가 집 안에 들어가려는 모든 사람을 물리치고 있다. 고약한 냄새는 순식간에 폐를 탁하게 만들고, 머리를 마비시킨다. - <흔적을 지워드립니다>, 마에카와 호마레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6004 - P7

"그럼, 괜찮지. 장례식이 끝난 뒤에 소금을 뿌리는 건 죽음으로 더럽혀진 내 몸을 씻는다는 의미야. 하지만 죽음은 더러운 게 아니라 모든 인간에게 언젠가는 찾아오는 당연한 현상이야. 그러니까 소금 뿌리지 마. 소금은 수박이나 튀김에 뿌려야지." - <흔적을 지워드립니다>, 마에카와 호마레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6004 - P17

"한적한 게 아니라 지루함을 졸이고 졸여서 잔뜩 응축시킨 것 같은 동네예요. 어렸을 때부터 그 동네에서 얼마나 도망치고 싶었는데요. 그래서 일단 상경했어요." - <흔적을 지워드립니다>, 마에카와 호마레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6004 - P21

"제 목표는 해파리 같은 삶이에요. 그저 도시를 떠다니는 거죠. 그런 인생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 <흔적을 지워드립니다>, 마에카와 호마레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6004 - P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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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Pierre Bourdieu는 1972년 저서에 이렇게 적었다. "기본적인 것은 말할 필요가 없다. 말하지 않아도 알기 때문이다. 전통을 말하는 사람은 없다. 특히 이것이 전통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더더욱 없다."91 백인이라는 점과 남자라는 점은 말해지지 않는다. 굳이 말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백인이라는 점과 남자라는 점은 내포되어 있다. 아무도 의문을 갖지 않는다. 그것이 디폴트이기 때문이다. - <보이지 않는 여자들>, 캐럴라인 크리아도 페레스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70952 - P63

그러나 남성 보편은 젠더 데이터 공백의 원인이기도 하다. 여자들이 보이지 않고 기억되지 않기 때문에, 남성 데이터가 우리 지식의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남성이 보편으로 보이게 된 것이다. 그 결과 세계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는 여성이 소수자의 위치로 끌어내려진다. 특수한 정체성, 주관적 관점의 취급을 받게 된다. 이러한 설계를 통해 여자들은 문화에서, 역사에서, 데이터에서 잊어도 되는 존재, 무시해도 되는 존재, 없어도 되는 존재로 만들어진다. 그래서 여자는 투명 인간이 된다. - <보이지 않는 여자들>, 캐럴라인 크리아도 페레스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70952 - P65

남성이 보편이라는 추정은 젠더 데이터 공백의 직접적인 결과다. 백인이라는 점과 남자라는 점을 말할 필요가 없는 이유는 다른 정체성이 아예 언급되지 않기 때문이다. - <보이지 않는 여자들>, 캐럴라인 크리아도 페레스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70952 - P65

그러나 이 이야기에는 희망도 있다. 여자들이 어둠 속에서 나와 자신의 몸과 목소리를 당당히 드러낼 수 있을 때 세상이 바뀌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공백이 메꿔진다. 그래서 『보이지 않는 여자들』은 내심 변화에 대한 요구이기도 하다.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여자를 표준 인류에서 벗어난 존재로 여겨왔다. 그것이 여자들이 투명 인간이 된 이유다. 지금은 관점을 바꿔야 할 때다. 여자들이 보여야 할 때다. - <보이지 않는 여자들>, 캐럴라인 크리아도 페레스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70952 - P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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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를 디폴트 인간으로 간주하는 것은 인간 사회구조의 근간이다. 인간 진화에 관한 이론들만큼이나 오래된, 뿌리 깊은 습관이다. 이미 기원전 4세기에 아리스토텔레스는 대담하게도, 남자가 디폴트 인간이라는 것은 반박 불가능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생물학 관련 저서인 『동물의 생성에 대하여On the Generation of Animals』에 이렇게 적었다. "인간이라는 부류로부터의 첫 이탈은 남성이 아닌 여성 자손을 낳는 것이다."(그러나 이러한 이탈이 "자연의 필요"에 의한 것이라고 허용하긴 했다.) - <보이지 않는 여자들>, 캐럴라인 크리아도 페레스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70952 - P22

잉글랜드은행의 주관적인 선정 기준 역시 남성 디폴트가 젠더 데이터 공백의 원인이자 결과임을 보여준다. 잉글랜드은행의 위인 선정 절차는 과거의 젠더 데이터 공백의 원인을 등한시함으로써 전형적인 남자들의 성공 사례 위주로 설계되었다. - <보이지 않는 여자들>, 캐럴라인 크리아도 페레스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70952 - P52

과거에 여자가 권력을 가질 수 없었다는 사실은 문화사에 여자가 등장하지 않는 이유를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아이들에게 역사를 가르칠 때 남자들에 대해서만 가르치는 핑계가 되기도 한다. - <보이지 않는 여자들>, 캐럴라인 크리아도 페레스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70952 - P55

인류의 역사. 미술, 문학, 음악의 역사. 진화의 역사. 이 모든 것은 지금껏 우리에게 객관적 사실로서 제시되어왔으나 실제로는 거짓말에 불과했다. 인류의 반이 무시되었고 특히 우리가 반쪽 진실을 전달하기 위해 사용하는 언어에 의해 왜곡되었기 때문이다. 인류의 반에 대한 설명이 누락되면서 데이터에는 공백이 생겼다. 우리가 스스로에 대해 안다고 생각하는 지식은 오염됐고 남성 보편의 신화를 부채질하는 결과를 낳았다. 그것이 진실이다. - <보이지 않는 여자들>, 캐럴라인 크리아도 페레스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70952 - P59

정체성은 무시하거나 오해하면 우리의 목숨을 위협하는 강력한 힘이 된다. 최근의 대표적인 3가지 예인 트럼프, 브렉시트, 이라크시리아이슬람국가(이하 ISIS로 표기)는 세계질서를 뒤집어놓은 국제적 현상인데 그 핵심은 모두 정체성과 관련된 문제들이다. 그런데 정체성에 대한 오해와 무시는 정확하게 성 중립적 보편성의 탈을 쓴 혼란스러운 남성성에 의해 초래된다. - <보이지 않는 여자들>, 캐럴라인 크리아도 페레스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70952 - P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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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최상의 기분이 아니라는 것은 인정해야겠다. 그렇다고 내가 아주 못하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 그렇다고 내가 정말이지 불평할 게 조금이라도 있다는 뜻은 아니다. 그렇다고 불평할 게 있다 해도 실제로 입으로 불평을 할 거라는 뜻은 아니다. 아니다. 나는 ‘긍정적으로 생각하고/긍정적으로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쭈그리고 앉아 사람들이 머리를 들이밀기를 기다리고 있다. 누가 머리를 들이민 지 십삼 일이 지났고 이제 재닛은 나에게 점점 더 영어로 말을 많이 하고 있지만 그것도 내가 기분이 아주, 뭐랄까, 엿같은 이유 중 하나다. -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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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장면 냄새 풍기는 중화요리검은 눈 말똥거리는 뽑기 인형들짐 나르던 이삿짐센터몇 해 전 그렸던 미광의상실도 사라졌습니다.
양림동에도 젠트리피케이션 광풍이 들이닥쳤습니다.
부동산이 들썩이고 기와집도,
감성가게도 하나 둘 사라져갑니다.
아무래도 양림동은 계속 부숴질 운명인가 봅니다.
슬프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어서지나간 것들을 그리고 새깁니다. - P57

철야작업

철야작업 마치고 집에 가는 길.
환한 달빛 속 간판 글씨들이 선명합니다.
마치 눈을 동그랗게 뜨고
"애썼당께, 애썼어" 하는 거 같았습니다.
하마터면 "고맙당께요"할 뻔 했습니다. - P80

공휴일 오전 6시

양림동에도 코로나가 휩쓸고 지나갔습니다.
상인이 떠난 가게들이 늘어가고새 주인 찾는 현수막만 마스크처럼 걸려있습니다.
지구촌 코로나 팬데믹이우리 삶의 방식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 P86

골목길Y

골목길에 들어서면 보이지 않는
골목길이 더 궁금해집니다.
인생도 그렇습니다.
양림동에서 제주 이중섭 레지던시로
와서 지나온 골목길을 되돌아보듯
양림연화 시리즈를 완성했습니다. - P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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