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운데 농경사회의 제의에서 비극이 나왔다고 본 이들이 많았다. 이들은 고대 그리스어 드라마의 어원이 된 ‘드라오drao(행하다)‘라는 단어에 주목하면서, (의례를) 행하는 데서 드라마가 나온 것이라고 보았다. 즉, 드라마는 농경사회의 집단적 제전행위에서 나온 것으로, 파종, 경작, 흉년 등 농사지을 때의 고통이나 슬픔에서 비극이, 수확 등의 기쁨에서 희극이 탄생했다는 것이다. (268-279p)
극장theatron의 어원
오늘날 극장을 뜻하는 영어 ‘theater’ 혹은 ‘theatre’는 고대 그리스어 ‘theatron’에서 나왔다. 테아트론은 ‘보다thea‘와 ‘도구tron‘의 합성어로 ‘보는 도구’, 즉 ‘볼 수있는 자리‘ 라는 의미이다. 이는 일종의 좌석이나 장소의 개념이므로 ‘보는 이’의 입장이 강하게 반영된 단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테아트론이라는 원래 단어에 공연 무대(스케네 skene)라든가 입장 공간(파로도스 parodos) 등의 모든 요소들이 포함되어 있었을 가능성은 적다. (255p)
비극과 희극
오늘날엔 비극과 희극이 대조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크다. 그 기원은 아리스토텔레스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시학》에서 비극은 우월한 사람들을, 희극은 저급하거나 결함이 있은 이들을 다루는 것, 또 희극은 웃음geloion을 유발하는 데 비해서 비극은 심각한 문제ta spoudaia를 다루면서 두려움과 연민에 호소하는것으로 보았다. 이러한 비교가 비극과 희극의 전통적 이원론의 토대가 되었다. (249p)
서사시와 비극에 대한 아리스토텔레스적 관점
아리스토텔레스는 서사시와 비극의 전신을 각각 ‘힘노이hymnoi‘와 ‘엔코미아enkomia‘로 보았다. 여기서 ‘힘노이’는 ‘성스러운 노래’, ‘엔코미아’는 ‘찬양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실제로 비극은 원래는 (디오니소스) 신을 ‘숭배하고 찬양하기 위하여’ 바쳐진 것이라는 뜻이 아니었을까 한다. (249p)
비극의 의미
우리가 오늘날 비극이라고 부르는 것의 그리스 원어는 ‘트라고디아tragoedia(Tpayòdia)‘ 이것이 영어 ‘tragedy’가 되었으며, 일본을 거쳐 한국에서 ‘비극(슬픈 극)’으로 번역된 것이다. 번역 과정에서 본래 의미가 변질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이 경우도 이에 해당된다. 원래 ‘트라고디아‘는 ‘염소tragos‘ 와‘노래ode(혹은 oide)‘의 합성어로 알려져 있다. 그러면 말 그대로는 ‘염소의 노래’가 되는데, 그 원뜻을 알기란 쉽지 않다. 다양한 해석이 있지만, 디오니소스 신에게 바쳐진 제의적 노래였다는 점은 분명하며, 어원적으로는 ‘슬픈 이야기‘ 라는 의미를 담고 있지는 않았다는 점도 분명하다.(248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