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선은 비록 빛의 속도에는 도달하지 못했지만 이동하는 우주선을 둘러싼 공간을 왜곡하는 워프 버블을 만들어서 빛보다 빠르게 다른 은하로 도달할 수 있게 되었다. (153/343p)

우주는 거대한 사과와 같고, 벌레들이 파먹어놓은 구멍들처럼 우주의 곳곳에는 공간과 공간 사이를 연결하는 고차원의 웜홀들이 존재한다는 이야기였다. (159/343p)

하지만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조차 없다면, 같은 우주라는 개념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 (179/343p)

"우리는 점점 더 우주에 존재하는 외로움의 총합을 늘려갈 뿐인 게 아닌가." (180/343p)

아무리 가속하더라도, 빛의 속도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다. 한참을 가도 그녀가 가고자 했던 곳에는 닿지 못할 것이다. (185/343p)

문득 남자는 그녀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나는 내가 가야 할 곳을 정확히 알고 있어.’
먼 곳의 별들은 마치 정지한 것처럼 보였다. 그 사이에서 작고 오래된 셔틀 하나만이 멈춘 공간을 가로질러 가고 있었다.
그녀는 언젠가 정말로 슬렌포니아에 도착할지도 모른다.
어쩌면,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끝에. 남자는 노인이 마지막 여정을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186/343p)

한때 도서관이라고 불렸던 장소 중 일부는 박물관이 되었고 그럴 가치가 없는 곳들은 대부분 전산화되었다. 지금의 도서관은 다른 개념이다. 이곳에 있는 건 책도 논문도, 그 비슷한 자료들도 아니다. 이제 도서관엔 끝없이 늘어섰던 책장 대신 층층이 쌓인 마인드 접속기가 자리하고 있다. (220/343p)

사람들은 추모를 위해 도서관을 찾아온다.
추모의 공간은 점점 죽음과 거리가 멀어 보이는 장소로 변해왔다.
도시 외곽의 거대한 면적을 차지했던 추모 공원에서, 캐비닛에 유골함을 수납한 봉안당으로, 그리고 다시 도서관으로. (220-221/343p)

"그래도 확실한 것은 있습니다. 마인드들은 우리가 생전에 맺었던 관계들, 우리가 공유했던 것들, 우리가 다른 사람의 뇌에 남기는 흔적들과 세상에 남기는 흔적들을 자신들의 방식으로 기억한다는 것이죠." (255-256/34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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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과 대기의 움직임은 결정론적이다.
결정론적이라는 말은 시스템의 움직임을 방정식으로 나타낼 수 있다는 뜻이다. 모든 요소를 예측할 수 있다. 대기 운동은 방정식으로 나타낼 수 있고 초기조건과 경계조건을 정할 수 있으므로 예측할 수 있다.
(323/34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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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턴 보고서는 지금 기후변화 대응을 전혀 하지 않으면 이번 세기 중반에 기후 비용이 세계 GDP의 5~20퍼센트에 이를 것이라고 했다. 그 어떤 나라도 이 정도 비용을 기후변화 피해를 막는 데 사용하면서 정상적인 재정을 꾸려갈 수 없다. 반면 지금 행동에 나선다면 기후변화 대응 비용이 GDP의 1퍼센트 정도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즉, 스턴 보고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을 때의 미래 비용이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현재 비용보다 더 크다는 사실을 계량적으로 보여주었다. 탄소를 줄이는 것이 경제성장의 장애물이 아닐 뿐 아니라,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위한 유일한 길이라고 결론지었다. (240/361p)

온실가스의 약 70퍼센트는 세계 인구의 20퍼센트 이하가 거주하는 선진 공업국에서 배출되었다. (246/361p)

기후변화 피해는 세계 온실가스 3퍼센트만을 배출한 저위도에 사는 가난한 10억 명에게 집중된다. 태평양과 인도양의 가난한 섬나라들은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지구상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가난한 나라에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농업에 의존하기 때문에 기후변화로 치명적인 피해를 받기 쉽다. 즉, 기후변화의 비대칭적 피해 영향은 가난한 나라를 더욱 고통스럽게 한다. (246/361p)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해 기후변화 원인을 제공했지만, 그 피해를 적게 받는 기후변화 ‘무임승차Free riders’ 국가는 일반적으로 온대와 아열대지역에 있다. 반면 적은 온실가스를 배출했으면서도 큰 피해를 보는 ‘강제승차Forced riders’ 국가는 주로 열대지역 위치한다. 우리나라는 기후변화 무임승차 국가에 속한다. 즉, 기후변화에 책임이 큰 나라다. (247/361p)

이런 이유로 2015년 파리 기후변화협약에서는 2020년부터 예외 없이 모든 국가가 온실가스 감축에 참여하기로 합의했다. 이때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모두가 합의할 수 있는 정당한 원칙을 정했다. 그 원칙이 ‘형평성’, ‘공동이지만 차별화된 책임’, ‘개별 국가의 역량’이다. (251/361p)

우리가 정의롭게 변하지 않는다면, 기후변화로 인한 지금 가난한 사람의 고통은 곧 부자를 포함한 우리 모두의 고통이 될 것이다. 여기서 존 던John Donne의 시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를 떠올린다.

누구든 그 자체로서 온전한 섬은 아니다.
모든 인간은 대륙의 한 조각이며, 대양의 일부다.
만일 흙덩이가 바닷물에 씻겨 가면 우리 땅은 그만큼 작아지며, ...
그러므로 누구를 위하여 조종弔鐘이 울리는지를 알려 하지 말라.
종은 그대를 위하여 울리는 것이다.

(253/361p)

유엔 식량농업기구Food and Agriculture Organization, FAO는 식량 안보란, 모든 사람이 활동적이고 건강한 생활을 위해 자신에게 필요한 영양분을 제공받고, 자신의 음식 취향에 맞는, 안전하고 영양가 있는 충분한 음식을 물리적·사회적·경제적으로 언제든지 구할 수 있는 상태라고 정의한다.
(258/361p)

역사적으로 인류는 환경을 감당할 능력이 없을 때 싸움을 하며, 굶주림과 침략의 갈림길에 서 있을 때마다 침략을 선택해왔다.
(262/362p)

또한 위험은 권력과 자원이 분배되는 위계와 질서에 따라 분배된다. 세계 인구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저소득 국가가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7퍼센트에 불과하다. 반면 G20 국가들은 세계 온실가스의 약 80퍼센트를 배출한다. 기후변화의 원인 제공자는 부유한 나라의 부유한 사람들이지만,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난의 위험은 엉뚱하게도 가난한 자들을 덮친다.
(267/361p)

기후변화와 불평등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기후변화를 고려하지 않고 불평등을 파악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마찬가지로 사회적 불평등을 고려하지 않고 기후변화를 파악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다.
칼 마르크스Karl Marx가 규명한 자본주의 사회의 ‘생산 관계’가, 위험사회에서는 ‘정의正義 관계’가 된다.
기후변화의 생산자인가, 수익자인가, 피해자인가, 위험은 누가 규명하며 누가 책임지는가 같은 질문에 관한 제도와 능력이 위험사회에서 정의 관계로 드러난다.
(268/361p)

마크 트웨인Mark Twain은 일찍이
"우리는 그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사실’을 모르기 때문이 아니라,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에 위험에 처하게 된다"
라고 했다. 바로 이 무책임한 믿음이 필연적으로 지구의 자멸을 향하게 할 것이다. (269-270/361p)

기존 계급과 국가 경계를 허물어버리는 기후변화의 위험은 지구적 공론과 연대의 장을 열게 한다.
18세기 말, 이마누엘 칸트Immanuel Kant는 자유롭고 이성적인 시민으로부터 세계주의가 확대되는 역사 과정을 예견했지만, 정작 세계 시민으로서 함께 협력하도록 이끄는 동력은 세계 시민 의식이 아니라 기후변화와 지구환경의 위험이다. (271/361p)

그러나 지구는 모든 것들이 서로 연결된 거대한 자기 조절 시스템이므로, 작은 차이 때문에 큰 영향이 나타날 수 있는 비선형 체계고, 한 번 임계상태를 넘으면 원래대로 되돌아갈 수 없는 비가역 체계다. (279/349p)

‘기후 대리지표climate proxies’라고 불리는 퇴적물, 빙하, 산호, 나무 등에는 과거 기후에 반응한 흔적이 남아 있다.
(286/349p)

「영국기상청 과학전략: 2016-2021」 맨 앞장에 피츠로이의 글이 실려 있다.
"인간은 바람의 분노를 잠재울 수는 없지만 예측할 수는 있다. 폭풍을 달래지는 못해도 그 파괴로부터 탈출할 수는 있다. 조난으로부터 생명을 구하는 장치를 통해 끔찍한 재난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오늘날 영국 기상청은 피츠로이 거리에 세워져 있고 세계 최고 수준의 기상 예보와 연구의 중심부가 되었다.
(294/349p)

날씨 예보의 정점에 예측모형이 있다.
날씨 예측모형은 지금까지 인류가 날씨에 관해 이해하고 있는 과학을 집대성한 체계이기 때문이다.
날씨의 물리적 기본 원리는 운동량, 질량과 에너지 보존법칙이다.
이로부터 유도된 미분방정식으로 어떻게 대기가 움직이고 열과 습기가 교환되는지를 구현하는 예측모형을 만든다.
이때 미분방정식을 사용하는 이유는 변화하는 세상 만물을 정량적으로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방정식을 시간에 따라 적분하면 날씨를 예측할 수 있다. 즉, 예측모형에서 날씨는 미분으로 표현되고 적분으로 예측된다.
(295/349p)

날씨 예측도 불확실성으로 떨리는 게 정상이지만, 그 떨림이 마구잡이는 아니다. 하나의 결정론적 예측이 아니라 떨림 안에 담겨 있는 지향점을 찾아내는 앙상블 예측이 날씨 예측의 불확실성을 극복하게 할 것이다.
(310/34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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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은 다양한 먼지 주위에 응집한 작은 물방울의 집합체다.
즉, 먼지는 구름을 만드는 씨앗(응결핵) 역할을 한다. (202/361p)

역설적으로 이산화탄소로 인한 위험을 또 다른 위험인 황산염이 막아주고 있다. 일반적으로 황산염이 최대 1도 정도 온난화를 막고 있다고 추정하는데, 이는 황산염이 사라지면 즉시 기온이 1도 더 상승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204-205/361p)

오염먼지는 인간 활동과 산업에서 발생하는 지름이 머리카락 굵기의 30분의 1 정도인 2.5마이크로미터 이하(PM2.5)로, 자연스레 생긴 먼지보다 작아서 ‘미세먼지’라고도 부른다.
평상시 우리나라에서 PM2.5의 먼지가 PM10 먼지의 절반을 차지하지만, 황사 때는 PM2.5의 비율이 20~30퍼센트로 줄고, 고농도 오염먼지 때는 80퍼센트까지 늘어난다. 이 때문에 PM2.5와 PM10의 비율만으로도 황사인지 오염먼지인지 확연히 구분된다. (211-212/361p)

시장 논리에 따라 중국을 값싼 생산기지로 활용하면서, 오염먼지를 줄이라고 요구하는 것은 모순일 수 있다. 국가 단위의 이해관계를 벗어나 환경과 경제를 공유하는 공동체라는 관점에서, 중국과 함께 오염먼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드러난 문제만을 해결하려는 방식보다는 복잡한 현실에서 사안의 본질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219/361p)

세계보건기구에서 PM2.5의 연평균 기준을 세제곱미터당 10마이크로그램으로 정했다. 세계에서 이 기준보다 더 좋은 공기를 마시는 사람의 비율은 약 10퍼센트에 불과하다. 서울 역시 연평균 오염먼지 농도가 세계보건기구 기준보다 두 배 이상 높다. 이 농도는 과거 우리나라보다는 낮지만, 선진국에 비해서는 높다.
(219/361p)

작은 먼지가 거대 산업 문명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다.
이렇게 먹고 쓰고 버리고 사는 게 맞느냐고,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221/361p)

근대 과학은 "모든 것을 의심하라"라는 르네 데카르트René Descartes의 회의론懷疑論으로 진리를 찾으려 했다.
회의론은 기존에 확고하다고 믿어왔던 모든 것을 의심하고 부정하는 태도다. 즉, 거짓 믿음만 회의의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니라 과학도 회의의 대상이 된다. 그래서 진정한 과학자는 회의론자다.
(230/361p)

기후변화 부정론자들의 주장은 시대에 따라 변천 과정을 겪었다. 첫 번째 단계는 기후변화가 없다고 주장하는 단계다.
그러다가 부인할 수 없는 증거들이 쌓이자 기후변화는 있지만 그게 인류에 의한 온실가스 배출 때문이 아니라 태양이나 화산 활동과 같은 자연적 현상의 결과라고 주장하는 두 번째 단계로 넘어갔다. (233/361p)

할인율은 미래 가치를 현재 가치로 환산해주는 매개물로서 현재와 비교해 미래가 얼마나 가치 있는가를 판단할 수 있게 한다.
(239/36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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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은 태양열이 지표면을 가열하여 공기 덩이가 상승하는 대류로 만들어진다. 지형을 따라 공기 덩이가 올라가면서 차가워져 구름이 형성되기도 한다. 저기압 안에서는 차가운 공기 위로 따뜻한 공기가 상승해 구름이 만들어진다. (112/361p)

수증기를 담고 상승한 공기는 높은 고도에서 기압이 낮아져 팽창하여 차가워진다. 기온이 차가워질수록 대기가 머금을 수 있는 수증기의 양이 줄어든다. 따라서 대기에 더 담을 수 없게 된 수증기가 구름방울로 응결해 구름을 만들어낸다. 구름 안에는 세제곱센티미터당 몇백 개 정도의 구름방울이 들어 있다.
(112/361p)

물은 표면적을 작게 하려는 성질이 있으므로 이론적으로 작은 크기의 구름방울이 모여 빗방울이 될 수 없다. 공중에 떠 있는 먼지에 수증기가 달라붙어 물방울이 커지기 때문에 비가 내린다. 즉, 먼지는 구름을 만들 때 응결핵으로 작용한다. 구름방울 크기가 100마이크로미터보다 커지면 빗방울이 되어 떨어진다.
(114/361p)

수온이 0도보다 높아지면 북극권 해안의 영구 동토층이 녹아 온실가스인 메탄이 배출되어 온난화를 더 크게 할 수 있다.
(118-119/361p)

또한 북극 해빙은 해양 순환에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해양 순환의 작동이 북극해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멕시코 만류는 열대 바다에서 강한 햇빛을 받아 증발이 왕성했기 때문에 염분이 높다. 이 바닷물이 북극해에 도달한 후 차가운 북극 바람으로 냉각된다. 그 과정에서 바닷물이 얼어붙으면서 해빙이 만들어지고 이때 염분이 빠져나간다. 염분 농도가 짙어지고 저온으로 냉각돼 밀도가 한층 더 높아진 표층 바닷물이 심층으로 가라앉는다.
심해저로 들어간 바닷물은 대서양을 남북으로 가로질러 남극 바다까지 흘러가 남극해에서 만들어지는 심층수와 합쳐진다. 이어 방향을 틀어 동쪽으로 나아간 심층 해류는 북태평양에 도달한 뒤 바다 표층으로 올라오게 된다. 이 표층 해류는 남쪽으로 내려와 동남아 바다와 아프리카 대륙을 휘감아 돈 후 따뜻한 멕시코 만류와 합류해 다시 유럽을 향해 흐른다. (120/361p)

북극 해빙의 변화는 제트기류의 변화를 통해 우리나라에서 극한 날씨 현상이 발생하는 데 영향을 줄 수 있다.
(122-123/361p)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IPCC는 1988년 세계기상기구WMO와 국제연합환경계획UNEP에 의해 설립된 국제연합UN 산하 기구로, 기후변화에 관한 객관적인 과학 정보를 제공하려는 목적에서 세워졌다. (124/361p)

미래 위험을 피하려고 지금 반응하고 행동한다면, 우리가 한 예언을 스스로 반박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예측된 위험은 가능성일 뿐 아니라 현재의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 이를 통해 미래는 ‘주어지는 것’ 아니라 ‘이루어가는 것’이 된다.
(129/361p)

인류 문명은 1만 2,000년 전에 시작된 홀로세의 기후 조건에 맞추어져 있다. 홀로세는 지구 탄생 이후 흔히 있는 상태가 아니라 아주 특별하고 유일한 시기다. (131/361p)

지구위험한계는 그 영향력에 따라 세 범주로 나누어진다.
첫 번째 범주는 기후변화, 성층권 오존층의 파괴, 해양 산성화다. 이 요소들은 지구 전체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두 번째 범주는 토지 이용 변화(산림 파괴), 민물 이용, 생물 다양성 감소, 질소와 인의 과잉 공급이다. 이들은 지역 규모에 작용해서 지구 전체 규모로 영향을 미친다.
세 번째 범주는 대기 에어로졸과 신물질(화학오염과 방사능)이다. 이는 구성 성분, 지리적 위치와 기상 조건에 따라 크게 달라지고 복잡하다. 대기 에어로졸과 신물질의 위험한계는 아직 충분히 이해되지 않아 수량화하지 못했다.
(133/361p)

기후변화 위험한계의 지표는 이산화탄소 농도다.
극지방 빙하가 기후변화의 안정 여부를 판단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극지방 빙하가 안정되기 위해서는 350ppm 이하여야 한다.
현재 이산화탄소 농도는 405ppm을 넘어 불확실 영역(350~450ppm)에 들어섰고 산업혁명 이후 이미 지구 평균 기온이 1도 상승했다.
이산화탄소 농도가 450ppm을 넘어서면 지구 평균 기온이 파리기후협약의 기준인 2도 이상 상승하므로 고위험 영역에 진입한다.
(134-135/361p)

해양 산성화는 인간이 대기 중에 배출한 이산화탄소의 약 4분의 1이 바다에 녹기 때문에 발생한다.
바다에 녹은 이산화탄소는 바닷물을 산성화시킨다.
높아진 산성도는 산호, 조개류, 플랑크톤이 껍질을 만들 때 필요한 탄산염 이온 농도를 낮춘다.
이로 인해 해양 생태계에 변화가 일어나고 결국 어류 자원을 감소시킨다. (135/361p)

생물 다양성 감소는 인간이 필요로 하는 토지와 천연자원의 수요 때문에 발생한다.
자연적인 종의 손실은 매년 100만 종당 0.1~1종이다.
오늘날 멸종률이 매년 100만 종당 100종 이상을 웃돌고 있다.
멸종률의 불확실 영역은 매년 100만 종당 10~100종이므로 이미 고위험 영역에 도달했다.
생물 다양성 감소는 다른 위험한계들과 달리 불확실 영역에서도 복원력이 작동하지 않아 더욱 비극적이다.
한 번 사라진 종은 영영 되살릴 수 없기 때문이다. (137/361p)

질소 고정은 자연에서보다 공장에서 더 많이 이뤄진다.
곡물 수확량을 늘리기 위해 비료를 지나치게 사용해 질소와 인이 작물에는 일부 흡수되고 나머지는 호수나 바다로 흘러든다.
이에 따라 식물성 플랑크톤이 과다 번식해 적조나 녹조 현상이 발생하고, 산소 결핍 사태가 일어난다.
매년 인위적으로 생산하는 질소 6,200만~8,200만 톤과 인 620만~1,120만 톤이 불확실 영역이다.
이미 질소와 인이 이보다 많이 배출되고 있어 고위험 상태에 빠졌다. (137/361p)

이산화탄소는 대기오염 물질처럼 잠시 있다가 사라지는 게 아니라 차곡차곡 쌓인다. 온난화 ‘난로’를 계속 켜놓고 사는 셈인데 매년 공기 분자 100만 개당 이산화탄소 두 개씩을 온난화 난로에 더 집어넣어 화력을 점차 키우고 있다.
하지만 기온은 이산화탄소 축적량에 비례해서 상승하지 않는다.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요인은 온실가스 배출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구는 복잡 시스템으로 그 안의 모든 것이 다른 모든 것과 서로 연결되어 되먹임 작용을 한다. 음의 되먹임은 기온 상승을 둔화시키는 복원력으로 작용하는 반면, 양의 되먹임은 기온 상승을 증폭시킨다. (142/361p)

즉, 티핑 포인트에 도달하면 ‘음의 되먹임’이 ‘양의 되먹임’으로 방향을 틀게 되어 복원력을 상실한다. 지구시스템 내부에는 양의 되먹임으로 기후변화를 증폭시킬 수 있는 여러 가지 ‘티핑 요소tipping element’가 있다. (143/361p)

2015년 12월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산업혁명 이전보다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2100년까지 2도 이내로 안정시킨다는 목표를 잡았다.
2018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예일대학교의 윌리엄 노드하우즈William Nordhaus 교수는 2도 문턱값(임곗값)을 1977년 「경제성장과 기후: 이산화탄소 문제」라는 논문에서 처음 제안했다. 그는 "지구 평균 기온이 2~3도 이상 높아지면 지난 수십만 년 동안 관측된 범위를 벗어난 기후다"라고 언급했다.
(150/361p)

그 후 새로운 기후변화 연구는 2도조차 매우 위험하므로 1.5도로 제한해야 극단적인 기후변화를 피할 수 있다고 결론내렸다. 이에 따라 2018년 10월 인천에서 열린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총회에서는 산업혁명 이전 수준보다 1.5도 이내로 지구온난화를 제한해야 하는 이유와 그 방안을 특별보고서로 발표했다. (151/361p)

1.5도에서 2도까지 상승하면, 그 영향이 같은 비율로 단순히 커지지 않는다. 그 대신 작은 변화가 다시 원인을 키워 큰 변화를 일으키는 ‘양의 되먹임’이 시작돼 지구를 근본적으로 불안정하게 만든다. 이때 지구는 자체 변동을 통해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는 탄성력을 잃게 된다. 스프링은 조금 늘렸다 놓으면 제자리로 돌아오지만, 너무 많이 당기면 제자리로 돌아오지 못하는 특성과 같다. 2도를 넘게 되면, 지구는 오늘날 문명을 건설할 수 있는 기후 조건을 제공했던 지난 1만 2,000년 동안의 안정한 홀로세 기후로 돌아갈 수 없게 되는 것이다. (152/361p)

영어로 경쟁자를 뜻하는 ‘라이벌rival’이라는 단어는 강을 뜻하는 ‘리부스rivus’에서 유래했다. 경쟁은 제한된 물을 사용하기 위한 싸움에서 시작된 것이다. (163/361p)

농축산물의 생산·유통·소비·폐기 과정에 간접적으로 들어가는 물, 즉 ‘가상수Virtual Water’는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식량 무역을 통해 세계 여러 나라를 이동한다. 예를 들어, 밀 1킬로그램을 생산하는 데 물 1,500리터, 쌀 1킬로그램에 3,400리터, 쇠고기 1킬로그램에 1만 5,000리터가 사용된다. 수입된 농축산물량에 가상수를 곱하면 외국에서 수입된 물의 양이 산출된다.
국토교통부 보고서에 따르면 농산물의 경우 1992~2007년 가상수의 연평균 수입량이 288억 톤으로 수출량 17억 톤과 비교해 271억 톤이 더 많았다. 이는 국내에서 사용되고 있는 농업용 물 소비량 125억 톤보다 더 많은 양이다. 우리나라는 일본, 이탈리아, 영국, 독일에 이은, 세계 5위의 가상수 순수입국이다. 즉, 우리의 생존은 다른 나라의 물에 달려 있다.
(164-165/361p)

오늘날 육상 빙하의 86퍼센트는 남극에, 11.5퍼센트는 그린란드에 있다. 한반도 면적보다 약 60배 더 넓은 남극 대륙은 평균 2킬로미터 두께의 빙하로 덮여 있다. 이 빙하가 모두 녹는다면 해수면을 60미터가량 상승시킬 수 있는 양이다. 한편 그린란드 빙하는 남한 면적의 약 10배 규모로, 모두 녹을 경우 해수면 상승이 7미터에 달할 수 있다. (180-181/36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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