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는 ‘종 분화(speciation)’ - 하나의 원줄기로부터 곁가지가 갈라져 나가는 - 를 통해서 진행되는 것이지 조상들의 느리고도 지속적인 변형을 통해 새로운 종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라고 믿는다. 종 분화가 반복되면서 관목 형태가 만들어진다. 진화의 ‘연속‘은 사다리의 가로대가 아닌, 재구성하자면 마치 밑동으로부터 우리가 현재 위치하는꼭대기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우회적인 통로와 미로가 얽히고설켜 있는, 그러한 관목의 모습인 것이다.
호모 사피엔스는 기본적으로 유형 성숙(幼形成熟, neoteny) 종이다. 우리 인간은 유인원과 닮은 조상으로부터 진화했지만 발생 단계에서 전반적인 지연(retardation)이 일어났다.
자연 선택이 진보의 교리가 아니라면, 그것의 인기는 베델이 문제 삼았듯이 정치적 관점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게 된다. 자연 선택 이론이 독자적인 적응도 기준을 내포하고 있다면, 동어 반복적이라 할 수 없다.
자연 선택에 의한 진화란, 다름 아닌 그 속에서 살기에 보다 나은 설계로 이루어진 생물 종들을 차등적으로 보전함으로써 변 화하는 환경을 따라잡는 작업을 말한다.
다윈이 자신의 이론을 설명하면서 진화라는 용어를 피한 데에는 두가지 이유가 있었다. 무엇보다 먼저, 그 시기에는 진화라는 용어가 생물학에서 이미 전문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실상 그 용어는 다윈이 발전시킨 생물 발달에 대한 개념과는 절대 양립할 수 없는 발생학(embryology)의 어떤 이론을 설명하는 데에 사용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