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마다 다른, 기준이 되는 이 값을 ‘문턱값’이라 한다. 한옥에는 대청마루와 안방을 나누는 미닫이문이 있고, 문 아래에는 문턱이 있다. 문턱 이쪽은 대청, 저쪽은 안방으로 나뉘는 것처럼, 어떤 값이 문턱값보다 작을 때와 클 때 사람들은 다르게 행동한다.

-알라딘 eBook <관계의 과학> (김범준 지음) 중에서 (15/38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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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입자들은 서로 상호작용하여, 우리가 보는 우주를 만든다. 상호작용하는 입자들이 모여 만들어내는 현상은 개별 입자 하나의 속성으로 환원해서 이해할 수 없다. 흐르는 물, 딱딱한 얼음처럼, 거시적인 물체는 독특한 물성을 갖는다. 물 분자 하나는 딱딱할 수 없다. 물 분자 사이의 연결 구조가 얼음의 딱딱함을 만들어낸다. 서로 소통하며 연결해 우리 모두가 함께하는 사회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전체로서의 사회가 어떤 모습을 보여주는지는, 그 안에서 살아가는 우리 서로의 연결과 소통에 달렸다. 연결이 우리를 만든다.

-알라딘 eBook <관계의 과학> (김범준 지음) 중에서 (13/38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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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별 요소를 아무리 눈을 씻고 쳐다봐도 보이지 않던 현상이, 영향을 주고받는 여럿이 함께하면 질적으로 다른 현상을 만들어내는 시스템이 바로 복잡계다.

-알라딘 eBook <관계의 과학> (김범준 지음) 중에서 (8/38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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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라에서 우리가 갖고 있는 것은 공화주의 원리고, 건국의 아버지들이 소수집단들의 권리를 보호하는 데 가장 큰 관심을 쏟았던 것은 건전한 정치체body politic에는 여러 견해가 있어야만 한다고 믿었기 때문이에요.

-알라딘 eBook <한나 아렌트의 말> (한나 아렌트 지음, 윤철희 옮김) 중에서 (248/297p)

국가 안보national security는 미국인의 사전에 등장한 신조어로, 당신은 그 단어를 잘 알아둬야 해요. 국가 안보는 실제로는, 내가 미리 해석을 해보니, raison d’état(레종데타. 국가이성)를 옮긴 말이에요. 그런데 레종데타, 국가이성理性이라는 이 관념 전체는 이 나라에서는 결코 아무런 역할도 수행하지 못했어요.

-알라딘 eBook <한나 아렌트의 말> (한나 아렌트 지음, 윤철희 옮김) 중에서 (249/297p)

그들은 사무실 침입이 절대적으로 적법한 일이라고 말하죠.

따라서 국가 안보라는 이 전체적인 사안은 당연히 국가이성이라는 사안에서 비롯했어요. 국가 안보라는 사안은 유럽에서 직접 수입해 온 거예요. 물론 독일인과 프랑스인, 이탈리아인 들은 그걸 전적으로 정당한 것으로 인식해요. 그들은 늘 그런 상황에서 살아왔으니까요. 그런데 그 국가이성이라는 것은 미국의 독립혁명이 깨부수려고 의도했던 정확히 그 유럽적인 유산이에요.

-알라딘 eBook <한나 아렌트의 말> (한나 아렌트 지음, 윤철희 옮김) 중에서 (252/297p)

미래는 어마어마하게 많은 변수들에, 달리 말해 단순한 hasard(우연)에 지나치게 많이 의존한다는 간단한 이유 때문에,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알라딘 eBook <한나 아렌트의 말> (한나 아렌트 지음, 윤철희 옮김) 중에서 (256/297p)

우리 시대의 커다란 이점 중 하나는 르네 샤르René Char,1907~1988. 20세기 중반의 프랑스 시인가 말하기도 했죠.
"Notre héritage n’est garanti par aucun testament.(우리가 물려받은 유산을 보장하는 유언장은 존재하지 않는다.)"
샤르의 올바른 인용문은 "Notre héritage n’est précédé d’aucun testament"으로 『히프노스의 장Feuillets d’Hypnos』(갈리마르, 1946)에 있는 문장이다.
아렌트는 이 인용문을 『과거와 미래 사이』를 여는 문장으로 사용하는데, 이 책에서 그녀는 이 문장을 "우리가 물려받은 유산은 유언장 없이 우리에게 남겨졌다"로 옮겼다─원주.

-알라딘 eBook <한나 아렌트의 말> (한나 아렌트 지음, 윤철희 옮김) 중에서 (264/297p)

내 생각에 우리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유일한 것은 réfléchir(심사숙고)하는 거예요.
그리고 사유한다는 말은 항상 비판적으로 생각한다는 뜻이고, 비판적으로 사유하는 것은 늘 적대적인 태도를 취하는 거예요.
실제로 모든 사유는 엄격한 법칙, 일반적인 확신 등으로 존재하는 것은 무엇이건 기반을 약화시켜요.
사유하다가 일어나는 모든 일은, 거기에 존재하는 것은 무엇이건 비판적으로 검토할 대상이 돼요. 즉, 사유 자체가 그토록 위험한 일이라는 단순한 이유 때문에, 위험천만한 사유란 존재하지 않아요.
이걸 어떻게 확신하느냐면…… 나는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 편이 훨씬 더 위험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사유가 위험하다는 것을 부인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나는 사유하지 않는 것이, ne pas réfléchir c’est plus dangereux encore(사유하지 않는 것이 훨씬 더 위험하다)고 말할래요.

-알라딘 eBook <한나 아렌트의 말> (한나 아렌트 지음, 윤철희 옮김) 중에서 (267/297p)

즉, 유대인은 유대인의 법을 따르는 유대인으로 존재하길 절대로 멈추지 않아요.
누군가 유대인 어머니의 몸에서 태어나는 한─la recherche de la paternité est interdite(그는 자기 아버지가 누구인지 알아내려고 노력하는 걸 금지당했다)─그는 유대인이에요.
종교가 무엇이냐 하는 개념은 완전히 다른 개념이에요.
기독교라는 특별하고 구체적인 의미에서 볼 때 유대교는 종교라기보다는 생활방식에 더 가까워요.

-알라딘 eBook <한나 아렌트의 말> (한나 아렌트 지음, 윤철희 옮김) 중에서 (278/297p)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을 집필한 의도 중 하나는 악惡이 위대하다는 통설을, 악마 같은 세력이 위대하다는 통설을 깨뜨리고, 사람들이 리처드 3세 같은 엄청난 악인들에게 품고 있는 존경심을 사람들에게서 걷어내는 것이었어요.

-알라딘 eBook <한나 아렌트의 말> (한나 아렌트 지음, 윤철희 옮김) 중에서 (284/297p)

브레히트에게서 이런 문장을 찾아냈어요.
이 인용문은 『작품집: 베를린과 프랑크푸르트 판본에 대한 견해Werke: Große kommentierte Berliner und Frankfurter Ausgabe』(주어캄프, 1988, 24:315~19)에 실린 희곡 「아르투로 우이의 저지 가능한 출세Der aufhaltsame Aufstieg des Arturo Ui」에 단 브레히트의 주에서 가져왔다─원주.
"거물 정치범들은 사람들 앞에, 특히 폭소 앞에 노출시켜야 한다. 그들은 거물 정치범들이 아니라 거대한 정치적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로, 이 둘은 완전히 다른 것이다. 히틀러가 벌인 일들이 실패했다는 게 그가 멍청이였음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알라딘 eBook <한나 아렌트의 말> (한나 아렌트 지음, 윤철희 옮김) 중에서 (284/297p)

그래서 브레히트는 이렇게 말했죠.
"히틀러가 실패했다는 게 그가 멍청이였다는 것을 보여주지도 않았고, 그가 벌인 일의 규모가 그를 위대한 인물로 만들어주지도 않았다." 즉, 멍청이도 위대한 인물도 아니란 얘기죠.
이 모든 범주의 위대함에는 마땅히 적용할 대상이 없어요.
브레히트는 말하죠.
"조무래기 사기꾼이 위대한 사기꾼이 되는 걸 지배계급이 허용한다면, 그는 우리의 역사적 관점에서 볼 때 특권적 위치에 설 자격이 없다. 즉, 그가 위대한 사기꾼이 됐다는 사실과 그가 한 일이 엄청난 결과를 낳았다는 사실이 그의 위상에 덧붙지는 않는다."
그(브레히트)는 그러고는 다음과 같은 갑작스러운 말을 했어요.
"비극은 인류가 겪는 고통을 희극이 그러는 것보다 덜 진지한 방식으로 다룬다고 할 수 있다."

-알라딘 eBook <한나 아렌트의 말> (한나 아렌트 지음, 윤철희 옮김) 중에서 (285/297p)

거기에는 signification(의미 작용)이 있다고 생각해요.
적어도 그런 작품은 한번 일어난 일은 또 일어날 수 있다는 걸 보여줘요. 나는 이게 전적으로 옳은 말이라고 믿어요.
있잖아요, 사람들은 전제정치를 대단히 이른 시기에 발견했고, 대단히 이른 시기에 그 정권을 적敵으로 파악했어요.
그럼에도 세상은 폭군이 폭군으로 변하는 것을 어떤 식으로도 막지 못했어요. 세상은 네로를 막지 못했고 칼리굴라도 막지 못했어요. 그리고 네로와 칼리굴라의 경우는, 정치 과정에 범죄가 대규모로 침범하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알려주는 훨씬 상세한 예시를 막지 못했죠.

-알라딘 eBook <한나 아렌트의 말> (한나 아렌트 지음, 윤철희 옮김) 중에서 (289/297p)

한나 아렌트는 인터뷰 내내 정치적 사유와 행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녀가 그런 생각을 품게 된 데는 나치에 반대하면서도 적극적인 저항은 하지 않고 내면적 저항 운운하며 나치의 만행을 사실상 방관한 사람들을 직접 겪은 것이 한몫했을 것이다.

-알라딘 eBook <한나 아렌트의 말> (한나 아렌트 지음, 윤철희 옮김) 중에서 (293/29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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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의정부representative government를 가진 모든 공화국에서 권력은 국민에게 있어요. 그건 국민이 특정 개인들에게 자신들을 대표해달라며, 자신들의 이름으로 활동해달라며 권한을 이양했다는 뜻이에요. 우리가 권력 상실에 대해 이야기할 때 그건 사람들이 그들을 대표하는 자들이 하는 일에 대한, 선거를 통해 권력을 이양받은 관리들이 하는 일에 대한 동의를 철회했다는 뜻이에요.

-알라딘 eBook <한나 아렌트의 말> (한나 아렌트 지음, 윤철희 옮김) 중에서 (213/297p)

내가 보는 새로운 국가 개념의 기초 원리는 연방 시스템에서 찾아볼 수 있어요. 연방 시스템의 이점은 권력이 이동하는 방향이 상향도 하향도 아니라 수평이라는 거예요. 그래서 연방에 참여한 기구들은 각자의 권력을 상호 억제하고 통제해요. 이런 사안들을 사유할 때의 진정한 난점은 최종 방안이 초국가적super-national 시스템이 아니라 국가 간inter-national 시스템이어야 한다는 거예요.

-알라딘 eBook <한나 아렌트의 말> (한나 아렌트 지음, 윤철희 옮김) 중에서 (229/297p)

평의회 시스템의 자발적인 조직은 모든 혁명에서, 그러니까 프랑스혁명에서, 제퍼슨Thomas Jefferson, 1743~1826에 의해 미국독립혁명에서, 파리코뮌에서, 러시아혁명에서, 제1차 세계대전 말에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 일어난 혁명들에 뒤이어서, 마지막으로는 헝가리혁명에서 생겨났어요. 게다가 그것들은 의식적인 혁명 전통이나 이론에 따른 결과물로 탄생한 적이 결코 없어요. 전적으로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났죠. 매번 예전에는 그런 종류의 시스템이 결코 존재한 적이 없었다는 식으로요. 따라서 평의회 시스템은 정치적 행위라는 바로 그 경험과 관련이 있고, 그 경험에서 생겨난 것처럼 보여요.

-알라딘 eBook <한나 아렌트의 말> (한나 아렌트 지음, 윤철희 옮김) 중에서 (231/29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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