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하게도 올리버 트위스트를 맡게 된 노부인도 자신의 경험주의 철학 이론에서 비슷한 결과를 내고 있었다. 한 아이가 아주 부실하고 매우 적은 양의 음식으로 용케 버텨낸다 하더라도 십중팔구는 굶주림과 추위에 병들거나 방임으로 인해 불 속으로 넘어진다거나 숨이 막히는 사고를 당했다. 어느 경우든지 보통 이 처참한 어린 생명은 저 세상으로 불려가서 이 세상에서는 알지도 못했던 조상들을 만나게 되는 것이었다. (28/883p)
그래서 이사회의 신사들은 가난한 사람들이 구빈원 안에서 서서히 굶어죽든가, 아니면 바깥에서 빠르게 굶어죽든가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하도록 하는 규칙을 세웠다. (당연히 이사회는 어느 누구도 강제할 의도 따윈 없었다.) (41/883p)
올리버 트위스트와 동료 아이들은 석 달 동안 서서히 굶어 죽어가는 고문을 당하고 있었다. (43/883p)
올리버는 죽을 더 달라고 하는 불경하고도 신성모독적인 범죄를 저지른 후 일주일 동안 이사회의 지혜롭고도 자비로운 처사로 어두운 독방에 수감되었다. 만약 올리버가 흰 조끼 입은 신사의 예언을 존중하는 마음이 들어 행동에 옮겼다면 벽걸이에 손수건 끝을 걸고 다른 끝에 목을 매달아, 이 현명한 신사가 정확한 예언자로서 평판을 두루 누릴 수 있도록 증명해주었을 수도 있으리라. 그러나 이 증명의 무대를 펼쳐 보이는 데에는 한 가지 장애물이 있었다. 다름이 아니라, 손수건이 사치품목으로 규정되어 이사회에서 극빈자들의 코 근처에도 얼씬하지 못하도록 정식명령으로 성명서를 쓰고 도장을 찍어 발표했던 것이다. 게다가 훨씬 더 큰 장애물은 올리버가 아직 어리고 어리석다는 사실이었다. (50/883p)
그러나 이제 운명은 노아 앞에 이름 모를 고아 하나를 던져주었다. 이 고아는 가장 미천한 자조차도 손가락질하며 깔볼 수 있는 존재였다. 노아는 자기가 받은 모욕에 이자를 얹어서 실컷 되갚아주었다. 이런 상황 전개는 우리에게 아주 매력적인 명상거리를 던져준다. 과연 인간의 본성이란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가. 가장 훌륭한 귀족에서부터 가장 비천한 자선학교 학생에 이르기까지 이 아름다운 본성은 아주 공평하게 나눠 갖고 있는 셈이니 말이다. (88/88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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