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올리버의 곁에는 아무도 없었다. 주위에 있는 사람이라고는 그저 이 뜻밖의 갑작스러운 출산 덕에 얻어 마시게 된 공짜 맥주로 눈빛이 흐릿해진 가난한 노파와, 고용계약에 따라 이런 일을 하는 교구 의사 둘뿐이었다. 올리버와 자연의 본능만이 사투를 벌이고 있었던 셈이다. 그 결과, 몇 번의 고비 끝에 올리버는 재채기를 하며 숨을 뱉어냈다. 그러고는 교구에 새로운 짐이 하나 더해졌다는 사실을 구빈원 식구 모두에게 광고라도 하듯이 조금 전까지만 해도 제대로 활용조차 못했던 남자아기다운 우렁찬 목소리로 3분 15초나 세상 떠나갈 듯 울어 젖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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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누렇게 변색된 낡은 무명옷을 입게 된 올리버 트위스트는 한순간에 계급이 결정되어 낙인찍혀 버렸다. 교구의 아이, 즉 구빈원의 고아로, 늘 배를 곯아 하릴없이 세파에 이리저리 시달리는 보잘것없는 존재로,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경멸받지만 아무런 동정도 받지 못하는 인생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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