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여 점, 반 고흐가 파리에 머문 2년 동안 만든 작품 수입니다. 반 고흐는 열정적으로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구축하기 위해 몰두했죠. 그런데 더불어 압생트에도 몰두했습니다. 파리를 떠날 무렵, 그는 이미 알코올 중독자가 되어 있었습니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906133 - P129
"예전에는 이런 행운을 누려본 적이 없다. 하늘은 믿을 수 없을 만큼 파랗고 태양은 유황빛으로 반짝인다. 천상에서나 볼 수 있을 듯한 푸른색과 노란색의 조합은 얼마나 부드럽고 매혹적인지."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906133 - P130
"남프랑스에 머물면서 극단적인 느낌에 이르도록 색을 사용해보는 일이 내게 얼마나 절실한 것인지 깨닫는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906133 - P131
녹색 요정은 어김없이 아를에서도 반 고흐와 함께였습니다. 마시고 또 마셨죠. 녹색 요정이 산토닌(Santonin)을 품고 있던 것을 모른 채, 반 고흐는 산토닌에 중독되고 맙니다. 산토닌은 압생트 주원료인 향쑥의 주요 성분으로 과다복용 시 부작용이 있습니다. 바로 황시증입니다. 세상이 노랗게 보이는 거죠. 고흐 또한 모든 대상을 노랗게 보게 됩니다. 노란색이 아닌 것도 노랗게 보이고, 노란색은 더욱 샛노랗게 보이는 운명에 처합니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906133 - P132
"노란 높은 음에 도달하기 위해서 나 스스로를 좀 속일 필요가 있었다." 그는 이 말을 알코올 중독 수준이 너무 심각하다며 자신을 나무란 의사에게 했다고 합니다. 활활 타오르는 노랑을 보기 위해 자신을 속이며 압생트를 계속 마셔야 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자신의 예술을 위해서라면 모든 것을 던질 수 있었던 반 고흐가 생명을 활활 태우며 꽃피운 대표작이 바로 〈해바라기〉입니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906133 - P135
〈해바라기〉는 1888년 오랜 설득 끝에 아를로 오기로 한 정신적 지주, 고갱을 기다리는 반 고흐의 기쁨과 설렘이 담겨 있는 작품입니다. "화가는 사진보다 심오한 유사성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던 고흐이기에 〈해바라기〉는 우리가 알던 해바라기가 아닙니다. 노랗게 타오르는 정열의 에너지를 보는 것만 같습니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906133 - P136
요놈의 압생트! 이제는 반 고흐 예술에 도움을 준 착한 녹색 요정으로 보입니다. 그렇지만 한 가지를 빼놓고 이야기했습니다. 네, 이 요정은 반 고흐를 알코올 중독자로 만든 주범이었습니다. 여기에 진정한 저주 하나가 더 있었으니, 바로 튜존(Thujone)입니다. 이 성분은 뇌 세포를 파괴하고 정신착란과 간질발작을 일으킵니다. 여느 술과 같은 알코올 중독을 유발하는 것이 아니었죠. 압생트는 고흐의 몸과 마음을 뿌리부터 파괴시킨 ‘녹색 악마’였습니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906133 - P137
그때 고흐가 그린 자화상은 유례없는 것이 되었습니다. 〈붕대로 귀를 감은 자화상〉입니다. 귀를 자르고 붕대를 감고 자신을 그리다니! 평소의 그답지 않게 자신의 얼굴을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한 것이 눈에 들어옵니다. 자신도 모르게 스스로 귀를 자른 그날의 충격과 나 자신도 어찌할 수 없는 나. 고흐는 슬픔 어린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았던 게 아닐까요? 노란 방, 노란 낯, 초록 눈동자는 마치 압생트를 머금은 듯합니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906133 - P139
자신의 생명을 걸고 강렬히 몰두하는 만큼 그의 화면은 끝을 모르고 빛나기 시작합니다. 이때 〈별이 빛나는 밤〉과 〈붓꽃〉이 탄생합니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906133 - P141
그리고 테오에게 마지막 편지를 씁니다.
"이제 와 생각하니 쓸모없는 일 같지만, 나는 너에게 정말 많은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나는 내 작품에 삶 전체를 걸었고 그 과정에서 내 정신은 무수히 괴로움을 겪었다. 다시 말하지만 너는 내게 그저 평범한 화상이 아니었고 항상 소중한 존재였다."
그는 편지를 쓰다 말고 작별을 고합니다. 저기, 까마귀가 나는 밀밭에서 말이죠. 고흐는 결국 압생트의 저주를 극복하지 못했습니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906133 - P143
자신을 그릴 때는 자신의 감정 자체를 색에 담고자 했죠. 화가 자신의 감정을 표출한다는 점에서 뭉크로부터 시작되는 표현주의의 선구자로 반 고흐가 꼽히기도 합니다. 더불어, 20세기 초 앙리 마티스 역시 반 고흐의 영향을 받은 표현주의적 회화를 추구했고, 이것은 야수주의 탄생으로 이어집니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906133 - P148
파리에선 이미 예술가가 자기만의 자유로운 표현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당연시되어 가고 있었죠. 그 토양 위에서 1890년대부터 ‘새로운 예술을 하자’는 아르누보(Art Nouveau) 운동이 펼쳐졌습니다. 그 열기를 이어받아 독일에서도 ‘젊은 예술을 하자’는 유겐트스틸(Jugendstil) 운동이 확산되었죠. 유럽 전역에서 젊은 예술가들이 과거에서 벗어나 새로운 예술을 하자고 외치고 있었습니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906133 - P162
그렇습니다. 클림트와 분리주의자들은 아테나로 변신한 것입니다. 과거를 답습하고 변화를 거부하며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주류 미술 세력과 전쟁을 시작하겠다는 의지입니다. 그들과 분리되어 ‘새로운 시대, 새로운 예술’을 쟁취하겠다는 분리주의 정신을 그림 안에 당당하게 녹여냈습니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906133 - P168
"너의 행동과 예술 작품으로 모든 사람에게 즐거움을 줄 수 없다면 소수의 사람을 만족시켜라. 많은 이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은 대단히 힘든 일이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906133 - P173
그의 분리주의 정신은 곧 에곤 실레, 오스카 코코슈카라는 오스트리아를 대표하는 또 다른 거장들을 탄생시키는 인큐베이터가 되었습니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906133 - P185
철학자 니체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삶의 진정한 주인이 되는 인간은 3단계로 정신이 진화한다고 말합니다. 1단계는 삶에 놓인 고통이라는 짐을 기꺼이 짊어지고 사막을 걸어갈 수 있는 끈기정신을 가진 ‘낙타’입니다. 2단계는 단순히 고통을 인내하는 것을 넘어 세상의 문제와 맞서 싸우는 투쟁정신을 가진 ‘사자’입니다. 궁극의 3단계는 1~2단계 정신을 바탕으로 새로운 가치와 규범을 만들어내는 창조정신을 가진 ‘어린아이’입니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906133 - P187
죽음을 부르는 ‘성(性)’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성’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는 괴로움. 그렇게 실레는 어린 나이에 성에 대한 트라우마를 겪게 됩니다. 이는 아마 의식 깊숙한 곳에 숨어 젊은 날의 그를 마구 괴롭혔을 것입니다. 그러나 실레는 이로 인한 고통과 불안을 자신만의 예술을 꽃피우는 영감의 원천으로 승화시킵니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906133 - P199
"신예술가는 자립적인 존재여야 한다. 신예술가는 창조자여야 한다. 신예술가는 과거와 미래의 산물 없이도 오로지 혼자서 직접 기초부터 쌓아 올릴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가능해야 신예술가라 할 수 있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906133 - P207
"자기신뢰야말로 용기의 초석이고, 자기신뢰는 위험이란 요소와 친하게 되어 있습니다. (중략) 용기란 고뇌하며 위험에 맞서는 정신을 의미합니다. (중략) 삶은 거센 물결과 고통을 헤치고 나아가는 투쟁이자, 끝없이 밀려드는 적들과의 투쟁이라고 했지요. 인간은 누구나 자연이 각자에게 선사한 것을 즐기기 위해 홀로 투쟁해야 합니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906133 - P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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