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에 나는 뉴욕 마라톤에서 우승을 놓쳤다.
그 사실을 내가 아는 이유는 제프리 무타이라는 이름의 남자가 1등을 했는데 내 이름은 제프리 무타이가 아니어서다. 그것만으로는 충분한 증거가 아니었는지, 그는 또한 나보다 26,781등을 앞섰다.
나는 26,782등으로 마라톤을 마친 것에 실망했지만 그보다 더 가슴 아팠던 것은 26,781등을 1초도 채 안 되는 차이로 놓쳤다는 점이었다. 1초도 채 안 되는 순간. 눈 한 번 깜박할 순간. 오랫동안 훈련을 했고 상위 26,781명에 들기 위해 나 자신을 밀어붙였지만 간발의 차이로 놓쳤다. 그 생각에 나는 지금도 마음이 괴롭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28787 - P14
몸이 엉망인 게으름뱅이였음을 고려하면 내가 마라톤을 뛰었다는 사실 자체가 대단하긴 하다. 자판을 치기만 해도 숨이 가빠질 정도로 내 건강은 망가져 있었다. 나는 달리기를 하기로 결심하고 나서는 허물을 벗는 유충처럼, 몸이 ‘살짝’ 엉망이지만 마라톤을 뛴 게으름뱅이로 변신하기 시작했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28787 - P15
심지어 오늘도 나는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다. 나는 문장 여러 개를 쓴 후에 숨을 돌려도 될 정도로 여전히 건강이 좋다고 말이다. 이 책의 문단 나누기가 그저 글의 한 형식이라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문단을 나눈 덕분에 이 통통한 저자가 심장마비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도 가슴이 조여드는 것 같다. 잠시 쉬어야겠다. 상황이 나쁘다. 엔터키를 두 번 쳐야 할 만큼.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28787 - P16
오케이. 이제 돌아왔다. 놀랍게도 나는 여전히 살아 있다. 언젠가는 다가올 심장마비의 순간을 나와 당신 둘 다 기다리는 동안, 그냥 핵심을 이야기도록 하겠다. 달리기를 시작하겠다고 결심한 후 나는 달리기에 대한 책을 찾아 읽었다. 읽는 것 자체는 쉬웠다. 나는 내 학년 수준을 훌쩍 뛰어넘는 독서 우등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처럼 무지한 초심자에게 정보를 주면서 계속 흥미를 돋우는 책을 찾는 것은 힘들었다.
진성 울트라마라톤 러너들과 철인 3종 경기를 하는 사람들(나 자신은 기껏해야 1종 경기 인간이라는 것을 재빨리 알아챘다)을 위한 책들은 많았지만 땅을 긁는 수준의 초보 러너를 위한 책은 전혀 없었다. 마라톤을 네 시간 안에 완주할 가능성이 거의 없을 남녀, 아마도 당신과 나 같은 남녀를 위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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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일을 이미 한 사람을 아는 경우 자신도 같은 일을 할 수 있다고 믿는 경향이 더 강해진다고 한다. 불가능한 목표가 갑자기 가능한 목표로, 심지어 손만 뻗으면 닿을 듯 가까이 보이는 것이다. 형제자매가 배우인 사람들이 배우가 되는 경우가 엄청 많은 것도 그래서인 것 같다. 일이 꾸준히 들어오는 배우가 되겠다는 허황된 생각은, 형이나 누나가 이미 그렇게 살고 있으면 더 이상 허황된 생각이 아닐 것이다. 짐작하건대 스티븐 볼드윈은 형 알렉이 연기하는 모습을 보며 ‘야, 저 정도는 나도 할 수 있겠는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니 우리(일반대중)가 스티븐 볼드윈을 우리에게 풀어놓았다는 혐의로 알렉 볼드윈에게 집단소송을 제기하면 이길 수 있을지도 모른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28787 - P19
이 이론은 나의 직업에도 적용된다. 내가 방송작가가 될 수 있다고 믿게 된 건 형이 방송작가였기 때문이다. 나의 거지 같은 글을 사회에 풀어놓은 혐의로 일반대중이 우리 형에게 집단소송을 걸어도 되는 이유다. 소송에 동참할 사람을 찾고 있다면 나도 끼워주기 바란다. 독자는 상상도 못 할 것이다. 내가 나의 나쁜 글을 얼마나 많이 읽어야 했는지.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28787 - P20
내가 뜻했던 것은 이것이다. 나는 이 책이 내 자랑이 아니라, 이중 턱도 모자라 트로피보다도 턱을 더 많이 가진 나 같은 게으른 덩어리가 어떻게 실제로 마라톤을 뛰었는지에 대한 이야기이기를 바랐다. 당신이 나의 깊고 깊은 어리석음으로부터 한 줄기 영감을 발견하기 원한다. 내가 책을 제대로 썼다면(그럴 리는 없겠지만), 이 책은 "내가 뭘 했는지 좀 봐주세요!"에 덧붙여 "당신이라면 얼마다 더 잘할 수 있을지 상상해보세요!"라고 말해줄 것이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28787 - P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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