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오후였다. 우리들 마흔아홉 명은(마흔여덟은 남자고 하나는 여자였다) 스파이크(부랑자 임시숙소)가 열릴 때까지 대기소인 풀밭에 누워 기다렸다. 너무 피곤해서 말들이 별로 없었다. 지칠 대로 지쳐 뻗어버린 우리는 지저분한 얼굴에 사제로 만든 담배만 삐죽 내물고 있을 뿐이었다. 머리 위로는 꽃 흐드러진 밤나무 가지가 드리워져 있었고, 그 위로는 맑은 하늘에 커다란 양털구름이 거의 움직임 없이 떠 있었다. 그 아래 풀밭에 흩어져 있는 우리는 도시의 거무죽죽한 쓰레기 같았다. 우리는 풍경을 더럽히는 존재였다. 바닷가에 흩어져 있는 정어리 통조림이나 종이봉투처럼.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3321715 - P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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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나의 나태함에 대해 살펴보자. 나는 아주 게으른 사람이어서 이 책을 쓰기 전에 ‘책에는 몇 쪽이 있어야 하나’를 구글에 검색해보았다. 아무리 짧아도 최소한 4만 단어는 되어야 한단다. 그런데 이 책의 단어 수는 4만 개가 안 된다. 이건 책조차 아닐지 모른다. 당신이 읽고 있는 것은 브로슈어나 전단지, 또는 행운의 쿠키 속에 든 아주 긴 쪽지일 수도 있다. 하지만 당신이 붙들고 있는 이것이 게으른 누군가의 생산물임은 확실하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28787 - P27

존웨어 중학교에서의 첫번째 육상 훈련에서 나는 내 옆을 빠르게 지나가는 우리 반 아이들의 뒷모습을 관찰할 기회를 가졌다. 그들이 두번째로 내 옆을 지나칠 때는 그들의 옆모습을 볼 기회도 있었다. 그들이 세번째와 네번째로 내 옆을 지날 때는 그들의 옆얼굴을 지켜보았다. 진실은 매우 뚜렷했다. 나는 달리기 속도가 느린 사람이면서 약간은 스토커 기질도 있는 것이었다. 페레츠 초등학교에 다닐 때 나는 내가 사냥개가 쫓는 토끼라고 생각했다. 존웨어 중학교에는 내가 삽을 가지고 사냥 경주를 끝낸 사냥개들 뒤처리를 하는 사람에 더 가깝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28787 - P33

내가 뛰는 경기 수준에 대해 힌트를 주자면, 내가 속한 팀은 실버 레벨에서 시작하여 브론즈 레벨로 떨어져서 주최 측에서는 우리 팀의 경기수준에 맞는 새로운 레벨을 창조할 수 있게 현재 청동보다 가치가 덜한 금속을 애타게 찾는 중이다(아마 양철이나 심지어 녹슨 철일 수도 있을 듯).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28787 - P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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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신뢰할 수 있는 다른 사람들이 나를 위해 대중매체들이 수백 시간, 수천 페이지에 걸쳐 언급한 것을 종합해 평가하도록 했던 것이다. 이것은 수십 명의 개인 비서를 두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였지만, 나는 그들에게 단 한 푼도 줄 필요가 없었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753932 - P156

1 지금 당장 매체를 끊고 일주일간 지내도록 하라.당신이 정보를 끊는다고 해서 세상이 끝나기는커녕 딸꾹질 한 번 안 할 것이다. 이 사실을 깨닫기 위해서는 응급 처방식 접근법을 시도하되 빨리 해치우는 게 최선이다. 즉 일주일간 매체를 끊는 것이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753932 - P159

2 ‘나는 이 정보를 지금 당장 중요한 일에 확실히 쓸 건가?’라고 스스로에게 묻는 습관을 들이도록 하라.‘어떤 일’에 이 정보를 사용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당장 일어날 일이어야 하며 중요한 일이라야만 한다. ‘당장’과 ‘중요한’이라는 두 가지 중에 어느 한쪽이라도 "아니오."라는 대답이 나온다면 그 정보를 소비하지 마라. 중요한 일에 쓰이지 않거나 쓰일 기회를 얻기 전에 잊힌다면 그 정보는 쓸모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753932 - P162

3. 끝내지 않는 기술을 연습하라.이것도 내가 익숙해지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던 기술 중 하나이다. 뭔가를 시작한다고 해서 꼭 그 일을 끝내야 하는 것은 아니다.만약 당신이 순 엉터리 기사를 읽고 있다면, 내려놓고 다시는 집어 들지 마라.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753932 - P162

‘더 많이’라는 것이 더 좋은 것은 아니다. 그리고 뭔가를 그만두는 것이 그 일을 끝까지 하는 것보다 10배는 더 좋은 경우는 흔하다. 상사가 강요하지 않는다면, 지겹거나 비생산적인 일은 끝내지 않는 습관을 들이도록 하라.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753932 - P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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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에 나는 뉴욕 마라톤에서 우승을 놓쳤다.

그 사실을 내가 아는 이유는 제프리 무타이라는 이름의 남자가 1등을 했는데 내 이름은 제프리 무타이가 아니어서다. 그것만으로는 충분한 증거가 아니었는지, 그는 또한 나보다 26,781등을 앞섰다.

나는 26,782등으로 마라톤을 마친 것에 실망했지만 그보다 더 가슴 아팠던 것은 26,781등을 1초도 채 안 되는 차이로 놓쳤다는 점이었다. 1초도 채 안 되는 순간. 눈 한 번 깜박할 순간. 오랫동안 훈련을 했고 상위 26,781명에 들기 위해 나 자신을 밀어붙였지만 간발의 차이로 놓쳤다. 그 생각에 나는 지금도 마음이 괴롭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28787 - P14

몸이 엉망인 게으름뱅이였음을 고려하면 내가 마라톤을 뛰었다는 사실 자체가 대단하긴 하다. 자판을 치기만 해도 숨이 가빠질 정도로 내 건강은 망가져 있었다. 나는 달리기를 하기로 결심하고 나서는 허물을 벗는 유충처럼, 몸이 ‘살짝’ 엉망이지만 마라톤을 뛴 게으름뱅이로 변신하기 시작했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28787 - P15

심지어 오늘도 나는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다. 나는 문장 여러 개를 쓴 후에 숨을 돌려도 될 정도로 여전히 건강이 좋다고 말이다. 이 책의 문단 나누기가 그저 글의 한 형식이라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문단을 나눈 덕분에 이 통통한 저자가 심장마비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도 가슴이 조여드는 것 같다. 잠시 쉬어야겠다. 상황이 나쁘다. 엔터키를 두 번 쳐야 할 만큼.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28787 - P16

오케이. 이제 돌아왔다. 놀랍게도 나는 여전히 살아 있다. 언젠가는 다가올 심장마비의 순간을 나와 당신 둘 다 기다리는 동안, 그냥 핵심을 이야기도록 하겠다. 달리기를 시작하겠다고 결심한 후 나는 달리기에 대한 책을 찾아 읽었다. 읽는 것 자체는 쉬웠다. 나는 내 학년 수준을 훌쩍 뛰어넘는 독서 우등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처럼 무지한 초심자에게 정보를 주면서 계속 흥미를 돋우는 책을 찾는 것은 힘들었다.

진성 울트라마라톤 러너들과 철인 3종 경기를 하는 사람들(나 자신은 기껏해야 1종 경기 인간이라는 것을 재빨리 알아챘다)을 위한 책들은 많았지만 땅을 긁는 수준의 초보 러너를 위한 책은 전혀 없었다. 마라톤을 네 시간 안에 완주할 가능성이 거의 없을 남녀, 아마도 당신과 나 같은 남녀를 위한 책.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28787 - P17

어떤 일을 이미 한 사람을 아는 경우 자신도 같은 일을 할 수 있다고 믿는 경향이 더 강해진다고 한다. 불가능한 목표가 갑자기 가능한 목표로, 심지어 손만 뻗으면 닿을 듯 가까이 보이는 것이다. 형제자매가 배우인 사람들이 배우가 되는 경우가 엄청 많은 것도 그래서인 것 같다. 일이 꾸준히 들어오는 배우가 되겠다는 허황된 생각은, 형이나 누나가 이미 그렇게 살고 있으면 더 이상 허황된 생각이 아닐 것이다. 짐작하건대 스티븐 볼드윈은 형 알렉이 연기하는 모습을 보며 ‘야, 저 정도는 나도 할 수 있겠는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니 우리(일반대중)가 스티븐 볼드윈을 우리에게 풀어놓았다는 혐의로 알렉 볼드윈에게 집단소송을 제기하면 이길 수 있을지도 모른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28787 - P19

이 이론은 나의 직업에도 적용된다. 내가 방송작가가 될 수 있다고 믿게 된 건 형이 방송작가였기 때문이다. 나의 거지 같은 글을 사회에 풀어놓은 혐의로 일반대중이 우리 형에게 집단소송을 걸어도 되는 이유다. 소송에 동참할 사람을 찾고 있다면 나도 끼워주기 바란다. 독자는 상상도 못 할 것이다. 내가 나의 나쁜 글을 얼마나 많이 읽어야 했는지.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28787 - P20

내가 뜻했던 것은 이것이다. 나는 이 책이 내 자랑이 아니라, 이중 턱도 모자라 트로피보다도 턱을 더 많이 가진 나 같은 게으른 덩어리가 어떻게 실제로 마라톤을 뛰었는지에 대한 이야기이기를 바랐다. 당신이 나의 깊고 깊은 어리석음으로부터 한 줄기 영감을 발견하기 원한다. 내가 책을 제대로 썼다면(그럴 리는 없겠지만), 이 책은 "내가 뭘 했는지 좀 봐주세요!"에 덧붙여 "당신이라면 얼마다 더 잘할 수 있을지 상상해보세요!"라고 말해줄 것이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28787 - P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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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보가 남아있는 가장 오래된 작품은 1600년에 만들어진 에우리디체)이다. 에우리디체는 신부 이름이고, 신랑은 오르페오다. 그리스 신화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에서 따왔다고 한다. 대본은 오타비오 리누치니, 작곡은 야코포 페리가 했다. - P29

클라우디오 몬테베르디(1567-1643)는 이탈리아 만토바 지역의 곤차가 궁정에서 책임음악가이자 비올 주자로 인생 전반기를 보냈다. 신분은 하인이었다. 젊은 공작은 연금술과 사치, 예술과 섹스에 탐닉했으며, 전속 악단에도 많은 관심과 집착을 보였다. 당시 귀족들은 평화로운 시절의 힘을 악단으로 과시하곤 했다. 그리하여 서로 악단 경연을벌이는 것이 흔한 풍경이었다. 스카우트도 빈번하게 일어났다.
공작은 잠시도 몬테베르디를 가만두지 않았다. 출퇴근하는 그에게휴가도 주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급료는 밀리기 일쑤였다. 창살 없는감옥이나 마찬가지였던 상황들이 작곡가의 메모와 편지에 많이 남아있다. 돈을 제대로 주지 않는 공작에게 몬테베르디가 37세(1604년) 때보낸 편지를 소개한다. 네 살 위의 주인에게 쓴 글이 퍽 상징적이다. - P35

점점 발전해가는 아리아의 형식을 알 수 있다. 이것은 A-B-A-C-A‘ 구조이다. 원래 다 카포‘라는 아리아 도식은 ‘앞머리부터‘라는 뜻으로기본이 A-B-A‘로 확고히 정해져 있었다. 마무리 A‘ 부분은 A의 장식적인 변주로, 가수가 기량을 뽐내는 부분이다.
상류층의 주문에 따른 소규모 납품으로 출발한 노래극은 중산층을거쳐 서민층에 이르기까지 점점 많은 사람을 끌어들였다. 그리고 폭넓은 청중을 위한 작품들로 변화해갔다.
전용극장도 생겼는데, 1637년 첫 오페라 극장이 국제도시 베네치아에 문을 열었다. 마침 몬테베르디가 인생의 황혼녘을 불태우던 곳이었다. <율리시즈의 귀환〉, 〈포페아의 대관식〉이 그곳에서 초연되었다. 두가지 모두 인터넷에서 볼 수 있다. - P39

라틴어에서 온 단어인 오페라는 오푸스(opus, 작품)의 복수형이다. 번역하면 작품들, 작품묶음 정도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크게3가지 작품의 결합이다. 첫째 음악작품, 둘째 시를 포함한 문학작품, 셋째 무대에 구현하는 극작품이다. - P40

바로크 시대에 하이브리드(혼합) 인간 카스트라토가 등장함으로써변화가 일어났다. 여기에 초점을 맞추어 이 시간의 문을 통과하기로 하자. 무대는 상상이나 현실의 재현(再現)이다. 따라서 현실을 강타한 제3의 성이 무대를 뒤흔든 건 당연한 일이었다.
바로크는 ‘못난이 진주‘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후세 사람들이 붙인이름이다. 그 직전에 영국의 청교도혁명이 1660년까지 긴 시간 동안복잡하게 진행되었다. 작용-반작용의 물리법칙을 세상사에 적용하는사람들은 그 후를 반혁명으로 본다. 바로크는 바로 그런 ‘반혁명‘의 시기였다. - P42

교회에서 남성에게만 라틴어 학습을 허용한 까닭에, 성가대는 가사를 읽을 줄 아는 남성들의 몫이었다. 따라서 그들만의 화성에 불과했지만 날이 갈수록 풍성해졌다. 카랑카랑한 고음이 악보에 표기되었다. 바로 그러한 필요에 소프라노 카스트라토가 부응했다. 보이 소프라노(변성기가 지나지 않은 소년의 목소리)와 가성의 팔세토(가장 높은 목소리인 두성보다 더 높은 성역으로 부르는 기법)가 있었지만 소프라노 카스트라토의 실력이 월등했다고 한다. - P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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