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나마 예측할 수 있는 건 이번에 드러난 신자유주의의 치명적인 약점이 더 노골화될 수 있다는 겁니다. 신자유주의는 효율성을 높이려고 모든 위험부담을 약자에게 지웁니다. 긱이코노미라고 부르지만 실상은 노동자인 사람들을 법적으로 자영공급자로 만들어서 권리를 빼앗아요. 대부분의 나라에서 이들은 병가를 쓸 수 없습니다. 아파도 일하도록 감염병에 취약하게 내몰았고, 그 속에서 병이 확산되도록 방치했어요.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71300 - P144
긴급 상황이니까 현금을 지원해야 하는 것은 맞아요. 문제는 이를 얼마나 유지할 용의가 있는가입니다. 유럽식으로 해고를 안 하도록 하면서 나눠주는 방식과, 미국식으로 해고를 방치하면서 모든 사람에게 돈을 주겠다는 정책은 큰 차이가 있습니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71300 - P149
다만 한 가지, 이 위기 속에서 사람들이 깨달은 게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에센셜임플로이essential-employees, 영국에서는 키워커key-worker라고 부르는 사람들이야말로 모두가 생존하는 데 기본이 되는 필수 노동을 한다는 점요. 의료진, 음식 파는 가게 직원, 배달 노동자, 양로원에서 일하는 사람들······. 지금까지 저임금으로 일해온 노동자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봉쇄 상황에서 이런 말들이 나와요. ‘이제 보니 투자 은행가는 없어도 살 수 있지만 이들 없으면 못 살겠구나!’ 우리 사회에서 중요한 일이 과연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해야 해요.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71300 - P160
더구나 한국은 재정이 엄청나게 건전한 나라입니다. GDP 대비 국채 비율이 40퍼센트 정도 되는데, 세계 최저 수준이죠.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 같은 북유럽 나라들이 35~40퍼센트 사이로 가장 낮고, 한국이 그다음으로 낮아요. 한국은 2008년 금융 위기 났을 때 빼고 정부 재정이 매년 흑자입니다. 오죽하면 OECD같이 보수적인 기관에서 한국은 돈을 더 써도 된다고 그러겠어요. 저는 우리 경제를 ‘자린고비 경제’라고 부릅니다. 무조건 안 쓰는 게 좋다고 생각하니까요. 한국같이 매년 재정 흑자만 내는 나라는 없습니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71300 - P169
부모의 경제적 능력과 열성에 점수를 매기는 셈이지요. 교육이 계급 재생산의 수단이 되었습니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71300 - P177
평등한 조건을 만들지 않고 공정성만 이야기하는 건 기득권 세력에게 계속 잘살게 해주겠다고 약속하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왜 이런 사회가 만들어졌나’를 생각해야 해요. 현재는 코로나 때문에 가려져 있을지 몰라도 우리가 정말 들여다봐야 하는 문제입니다. 단순히 입시 제도만 바꾼다고 될 일도 아니고 복지 제도도 확대해야 하고, 사회적인 문화도 많이 바꿔야죠.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71300 - P179
우리 사회를 조금이라도 공정하고 구성원들이 덜 좌절하도록 만들려면 복지 제도를 강화하고 그에 필요한 세제 개혁을 해야 한다는 거죠. 불평등 문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려면 누진세를 적용하고 복지를 확대하는 수밖에 없어요. 지금보다 복지를 두 배로 늘려도 미국 정도입니다. 유럽 수준 되려면 세 배 이상 늘려야 하고요. 저는 우리 사회가 이 말은 꼭 명심하면 좋겠어요. 불평등하면 잔인한 사회가 됩니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71300 - P181
선진국들은 더 이상 성장할 필요가 없습니다. 기후변화 때문에라도 성장을 안 하는 게 좋고요. 문제는 성장의 질입니다. 성장을 얼마나 공평하게 나누느냐에 있죠. 온 국민이 편안하고 의미 있는 삶을 살게 하는 것이 경제의 목표라면 성장은 그 목표를 이룰 여러 수단 중 하나입니다. 성장을 하면 덩치가 늘어나 나누기도 쉽고 목표를 이루기 수월하죠. 문제는 신자유주의 체제에서는 성장을 해도 그 과실이 상류층에게만 집중되는 데 있어요. 보통 사람한테는 별 의미를 못 줘요. 성장 수치를 셈하는 방법에도 문제가 있었죠. 브라질에서 아마존 열대우림을 파괴하고 소를 키워 소고기 수출로 돈을 아무리 많이 번다 해도 그 일로 가뭄이 들어 농사가 망하는데요.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71300 - P183
"가장 마지막에 놓여 있는 사람이 최우선이다The last is the first." 우리 사회 가장 마지막에 있는 사람이 안전할 때 그 위에 있는 모두가 혜택을 누린다는 가치죠.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71300 - P186
논리를 보자면 미국의 정치철학자 존 롤스John Rawls의 정의론 같은 주장인데요. 롤스는 가장 안 좋은 사람들에게 가장 좋은 환경을 제공하는 체제가 가장 정의로운 체제라고 이야기했습니다.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71300 - P187
저는 모든 사람이 기본권을 누리고, 굶지 않고, 아플 때 돈 걱정 안 하고 병원에 갈 수 있고, 어느 수준까지 교육받을 수 있는 정책이라고 봐요.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71300 - P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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