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안 쓰느냐, 이유는 간단해요. 나는 당신의 소위 그 〈신비〉를 살아 버리느라고 쓸 시간을 못 냈지요. 때로는 전쟁, 때로는 계집, 때로는 술, 때로는 산투르를 살아 버렸어요. 그러니 내게 펜대 운전할 시간이 어디 있었겠어요? 그러니 이런 일들이 펜대 운전사들에게 떨어진 거지요. 인생의 신비를 사는 사람들에겐 시간이 없고, 시간이 있는 사람들은 살 줄을 몰라요. 내 말 무슨 뜻인지 아시겠어요?」
그리스인 조르바 | 니코스 카잔차키스, 이윤기 저
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564 - P516
그러나 오입이 지나쳐 글자 그대로 헛껍데기만 남게 되고, 숨이 넘어가면 천당의 문지기 성 베드로 님이 천당 문을 열어 주시면서 이러실 겁니다. 〈어서 오너라, 조르바, 이 불쌍한 것, 어서 오너라. 조르바, 위대한 순교자여, 가서 네 선배 제우스 옆에 누워 쉬어라. 불쌍한 것, 너는 땅에서 네 몫을 했다. 내 너를 축복하지 않고 어쩌겠느냐!〉」
그리스인 조르바 | 니코스 카잔차키스, 이윤기 저
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564 - P520
조르바는 껄껄 웃었다. 「만사는 마음먹기 나름입니다.」 그가 조금 뜸을 들이고는 말을 계속했다. 「믿음이 있습니까? 그럼 낡은 문설주에서 떼어 낸 나뭇조각도 성물(聖物)이 될 수 있습니다. 믿음이 없나요? 그럼 거룩한 십자가도 그런 사람에겐 문설주나 다름이 없습니다.」
그리스인 조르바 | 니코스 카잔차키스, 이윤기 저
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564 - P526
신을 통하여 구원을 받을 것이 아니라 우리가 신을 구원해야 한다고 주장한 니코스 카잔차키스가 바로 그 사람이다.
그리스인 조르바 | 니코스 카잔차키스, 이윤기 저
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564 - P733
구체적인 체험으로서의 여행이 추상적인 꿈을 심화시키고 그 꿈이 여행의 무대를 확장시키듯이, 그의 삶이라는 것도 육체와 영혼의 상호 작용을 통한 심화와 확장 과정으로 이루어진다.
그리스인 조르바 | 니코스 카잔차키스, 이윤기 저
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564 - P734
여행과 꿈이 상호 작용을 통하여 늘 그의 삶을 풍부하게 하듯이, 영혼과 육체는 변증법적 상호 작용을 통해 그의 존재를 드높이는 것이다.
그리스인 조르바 | 니코스 카잔차키스, 이윤기 저
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564 - P735
3단계 투쟁, 혹은 3단계 깨달음의 과정을 검토하면 분명하게 드러날 터이거니와, 호메로스에서 베르그송과 니체를 통하여 조르바에 이르는 과정도 이 변증법적 상호 작용의 과정을 그대로 암시한다.
그리스인 조르바 | 니코스 카잔차키스, 이윤기 저
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564 - P735
나는 침묵 속에서, 《죽음》, 《용기》, 《전쟁》, 《자유》, 《해방》 같은 말을 들으며 자라났는데, 어른이 된다는 것은 그런 투쟁에 가담함으로써 이런 어휘의 의미를 이해하게 되는 것을 뜻했다.
그리스인 조르바 | 니코스 카잔차키스, 이윤기 저
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564 - P736
〈압제자 터키로부터 해방을 쟁취하기 위한 1단계 투쟁, 우리 내부의 터키라고 할 수 있는 무지, 악의, 공포 같은 모든 형이상학적 추상으로부터 해방을 쟁취하기 위한 2단계 투쟁, 우상이라고 일컬어지는 것, 우리가 섬기는 중에 우상이 되어 버린 모든 것으로부터 해방을 쟁취하기 위한 3단계 투쟁…….〉
그리스인 조르바 | 니코스 카잔차키스, 이윤기 저
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564 - P737
카잔차키스의 삶은, 보이는 존재와 보이지 않는 존재, 육체와 영혼, 물질과 정신, 내재적인 것과 초월적인 것, 사색과 행동 등등의, 영원히 모순되는 반대 개념에서 하나의 조화를 창출하려는 끊임없는 투쟁으로 이루어진다.
그리스인 조르바 | 니코스 카잔차키스, 이윤기 저
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564 - P738
카잔차키스가 자기 영혼에 깊은 골을 남긴 사람들 이름 중 가장 먼저 꼽은 사람은 호메로스이다. 그리스 민족 시인 호메로스는 그의 고향 크레타이자 조국 그리스 그 자체이기도 하다. 그는 호메로스에서 출발한다. 호메로스라는 이름은 카잔차키스라는 존재의 정체이기도 하다.
그리스인 조르바 | 니코스 카잔차키스, 이윤기 저
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564 - P739
영혼은 천사의 몫이고 육신은 악마의 몫이라는 가르침에 익을 대로 익어 있던 그가 수도승들의 고통스러운 금욕의 투쟁을 싸고도는 허실의 슬픈 공간을 목격한 것은 그때의 일이다.
그리스인 조르바 | 니코스 카잔차키스, 이윤기 저
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564 - P742
그도 비아냥으로 〈성인〉에게 응수한다.
「천국에도 안부 전해 주세요. 그리고 하느님 만나시거든, 제가, 인간이 이렇듯이 죄악과 악마에 시달리는 것은 하느님 탓이라고 하더라고 전해 주세요. 하느님이 세상을 너무 아름답게 만든 탓이라고요.」
그리스인 조르바 | 니코스 카잔차키스, 이윤기 저
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564 - P746
그에게는 육체와 영혼의 이분법을 뛰어넘는 새로운 십계명이 필요했다.
그리스인 조르바 | 니코스 카잔차키스, 이윤기 저
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564 - P749
카잔차키스가 자기 영혼에 골을 남긴 사람으로 호메로스, 베르그송, 니체 다음으로 꼽은 사람은 조르바이다.
그리스인 조르바 | 니코스 카잔차키스, 이윤기 저
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564 - P751
1. 주여, 〈존재하는 건 당신과 나뿐〉이라고 하는 이들을 축복하소서…….
2. 주여, 〈당신과 나는 하나〉라고 하는 이들을 축복하소서…….
3. 주여, 〈이 하나조차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는 이들을 축복하소서…….
그리스인 조르바 | 니코스 카잔차키스, 이윤기 저
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564 - P753
지극히 이성적이던 그의 문학은, 불교적 세계관과 만나면서부터 불교적인 선풍(禪風)을 내비치기 시작한다. 그는 인식의 주체인 〈나〉와, 인식의 객체인 세계를 하나로 통합함으로써, 말하자면 대극하는 무수한 개념을 하나로 통합함으로써 초라한 언어를 통한 온갖 시비(是非)를 삶 속으로 녹여 들인다.
그리스인 조르바 | 니코스 카잔차키스, 이윤기 저
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564 - P754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의 인생과 작품의 핵심에 위치하는 노른자위 개념이자 그가 지향하던 궁극적인 가치의 하나인 〈메토이소노[聖化]〉를 이해하지 않으면 안 된다. 〈메토이소노〉는 〈거룩하게 되기〉이다.
그리스인 조르바 | 니코스 카잔차키스, 이윤기 저
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564 - P758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육체와 영혼, 물질과 정신의 임계 상태 저 너머에서 일어나는 변화, 이것이 〈메토이소노〉다.
그리스인 조르바 | 니코스 카잔차키스, 이윤기 저
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564 - P758
물리적, 화학적 변화 너머에 존재하는 변화, 〈거룩하게 되기〉가 바로 이것이다. 포도가 포도즙이 되는 것은 물리적인 변화다. 포도즙이 마침내 포도주가 되는 것은 화학적인 변화다. 포도주가 사랑이 되고, 〈성체(聖體)〉가 되는 것, 이것이 바로 〈메토이소노〉다.
그리스인 조르바 | 니코스 카잔차키스, 이윤기 저
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564 - P758
〈보라, 조르바는 사업체 하나를 《춤》으로 변화시켰다. 이것이 바로 《메토이소노》다. 《거룩하게 만들기》이다. 나는 조르바라고 하는 위대한 자유인을 겨우 책 한 권으로 변화시켰을 뿐이다.〉
그리스인 조르바 | 니코스 카잔차키스, 이윤기 저
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564 - P759
생전에 그가 마련해 놓은 묘비명은 다음과 같다.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다.
그리스인 조르바 | 니코스 카잔차키스, 이윤기 저
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564 - P765
전쟁으로 석탄 연료가 부족해지자 기오르고스 조르바라는 일꾼을 고용하여 펠로폰네소스에서 갈탄을 캐려고 시도함. 이 경험은 1915년의 벌목 계획과 결합하여 뒷날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Víos ke politía tu Aléxi Zorbá』로 발전됨.
그리스인 조르바 | 니코스 카잔차키스, 이윤기 저
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564 - P777
Den elpízo típota. Den fovúmai típota. Eímai eléftheros(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다).
그리스인 조르바 | 니코스 카잔차키스, 이윤기 저
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564 - P7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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