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 사람이 근본적으로는 상당히 슬픈 남자, 상당히 외로운 남자가 아닐까 싶습니다. 칠순 생일에 대한 그의 묘사는 무척 암울했어요. 추측건대 그는 대체로 외로운 삶을 살아 오지 않았나 싶습니다. 사람들을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대하지 않으려는 그의 표면적인 태도는 자기 방어적인 수단인지도 몰라요. 그는 외적으로 사람들을 매료시키는 따듯함 같은 것이 결여되어 있는 동시에 워낙 현명해서, 대부분의 우정이 아무리 피상적이며 돌발적이라 해도, 그것들 없이는 삶이 너무 우울하다는 점을 알고 있는지도 모르죠.
-알라딘 eBook <나는 어떻게 글을 쓰게 되었나>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안현주 옮김) 중에서 - P134
나도 그 책을 읽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그의 작품치고 최고는 아니더군요. 하지만 여전히 그를 비방하는 사람들보다 훨씬 뛰어난 통찰력을 보이고 있어요. 줄거리도 별로 없고, 사건도 별로 없고, 장면이랄 것도 거의 없기는 하죠. 바로 그런 점 때문에 그의 매너리즘이 도드라져 보였다고 생각합니다.
-알라딘 eBook <나는 어떻게 글을 쓰게 되었나>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안현주 옮김) 중에서 - P136
챔피언도 자기에게 있는 무엇을 순간이든 영원이든 잃어버릴 수 있고 장담할 순 없어요. 하지만 챔피언은 더 이상 스트라이크 존에 높고 빠른 공을 던지지 못할 땐, 자기 심장을 대신 던집니다. 무언가를 던지죠. 그저 마운드를 빠져나가서 울어 버리지 않아요.
-알라딘 eBook <나는 어떻게 글을 쓰게 되었나>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안현주 옮김) 중에서 - P138
헤밍웨이에게는 결코 ‘어른’이 되고픈 욕망이 없었습니다. 화가도 그렇지만 어떤 소설가들은 원시적인 본능을 품고 태어납니다. 카프카적인 향취는 그들이 추구하는 행복이 전혀 아니라는 말입니다. 헤밍웨이 같은 작가들의 단점, 나아가 비극이라고까지 할 수 있는 점은, 그들에겐 엄청난 활력이 필요하며, 불행히도 그 활력에 대해 불타는 관심을 간직한 채로 자신의 활력을 잃어 가게 된다는 것이죠. 헤밍웨이가 쓰는 작품들은 감정이 메마른 송장들은 쓸 수 없는 것들입니다.
-알라딘 eBook <나는 어떻게 글을 쓰게 되었나>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안현주 옮김) 중에서 - P138
나는 피츠제럴드가 위대한 작가가 될 기회를 아깝게 놓쳤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상당히 명백하죠. 그 불쌍한 사람이 대학 시절부터 이미 알코올 중독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만큼 해낸 것도 경이로워요. 그는 문학사적으로 아주 드문 자질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알라딘 eBook <나는 어떻게 글을 쓰게 되었나>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안현주 옮김) 중에서 - P141
실제로 글을 쓰는 것이 삶의 목적이죠. 나머지는 그 지점에 도달하기 위해 겪어야만 하는 것일 뿐입니다. 어떻게 실제로 글 쓰는 일을 싫어할 수가 있습니까? 싫어할 만한 요소가 뭐가 있다고?
-알라딘 eBook <나는 어떻게 글을 쓰게 되었나>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안현주 옮김) 중에서 - P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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