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신과의 싸움을 멈추고 싶지 않아요.」 내가 대답했다. 「나는 신 앞에 나서는 마지막 순간까지 싸움을 계속하겠습니다. 난 그것이 내 숙명이라고 믿어요. 영원히 불가능한 일이라서 목적지에 도달하려는 욕심은 부리지 않고, 투쟁만 계속할 따름이죠.」
영혼의 자서전 (하) | 니코스 카잔차키스, 안정효 저
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662 - P119
그리스도의 종교는 지금처럼 반쪽인 영혼만 받아들이지 않고, 인간 전체를 받아들일 테니까요. 그리스도의 자비심이 더 넓어지죠. 그리스도의 종교는 영혼뿐 아니라 육체도 받아들여 신성화하고, 육체와 영혼은 적이 아니라 동지임을 깨닫게끔 그렇게 가르칠 거예요.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요? 악마는 우리들에게 영혼을 거부하라고 설득하며, 신은 육체를 거부하라고 합니다. 영혼뿐 아니라 육체도 긍휼히 여기고, 그리스도의 마음이 두 야수를 화해시킬 만큼 언제 넓어질까요?
영혼의 자서전 (하) | 니코스 카잔차키스, 안정효 저
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662 - P122
나는 피곤해졌다. 여전히 나는 젊었고, 젊음의 끝없는 욕구가 부담스러워졌다. 젊음은 인간의 한계를 인정할 만큼 겸손하지 않고, 능력은 적지만 추구하는 바가 많다. 한계에 다다를 때까지 노력했고, 그래서 투쟁에 지친 나는 조상들의 땅으로 돌아왔다. 나는 우리들의 산을 마주 보고, 페스 모를 비스듬히 쓰고 한껏 웃어 대는 나이 먹은 지도자들을 만나, 다시 한 번 전쟁과 자유에 대한 얘기를 듣고 싶었다. 나는 고향 땅을 밟아 기운을 얻고 싶었다.
영혼의 자서전 (하) | 니코스 카잔차키스, 안정효 저
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662 - P126
홍수와 가뭄이 아니라면 가난과 질병, 또는 터키인들과 끊임없이 싸우던 이곳, 크레타 땅 전체가 게으르고 거짓된 수도원의 삶과 얼마나 대조적인지를 깨닫고 나는 수치심을 느꼈다. 그런데 나는 대지의 뜻을 거역하고 수사가 되어 배반하려 했다니! 요아힘 신부의 말이 옳았다. 속세가 우리들의 수도원이었고, 흙을 만지며 신과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더불어 이곳에 사는 자가 참된 수사였다. 여기에서는 신이 구름 위의 왕좌에 올라앉지 않았다. 그는 우리들과 더불어 이곳 대지에서 투쟁한다. 투쟁하는 인간의 길은 이제 고독이 아니며, 신의 집으로 곧장 뻗어 나간 길로 이끄는 기도, 참된 기도는 숭고한 행위이다. 지금은 참된 용사란 그렇게 기도한다.
영혼의 자서전 (하) | 니코스 카잔차키스, 안정효 저
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662 - P128
우리들이 죽음을 정복하기가 불가능하다는 말은 사실이지만,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정복이 가능하다. 늙은 산사람은 차분히 종말을 맞았다. 언덕들이 둘러싸서 그의 영혼을 보호했고, 그는 카론의 앞에 무릎을 꿇으려 하지 않았다. 그가 죽음에게서 바라던 바는 다만 옛 친구들인 신선한 공기와, 백리향과, 돌멩이들과 작별을 하는 데 필요한 만큼의 시간적인 유예가 전부였다.
영혼의 자서전 (하) | 니코스 카잔차키스, 안정효 저
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662 - P132
갓 결혼한 여인의 통통한 젖가슴이 새하얗게 반짝이고, 아까보다도 더 강렬하게 젖과 땀 냄새가 조금, 그리고 여인의 어깨 너머 저 아래로 이제는 새파랗게 펼쳐진 리비아 해의 냄새가 풍기던 순간을 나는 절대로 잊지 못하리라.
영혼의 자서전 (하) | 니코스 카잔차키스, 안정효 저
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662 - P141
크레타에서는 나그네가 아직도 미지의 신이었다. 그의 앞에서 사람들은 모든 문과 마음을 열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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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무실의 네 벽 안에 절대로 갇히지 않고, 편안한 삶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고, 필요성과 절대로 계약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영혼의 자서전 (하) | 니코스 카잔차키스, 안정효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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