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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 윤동주가 사랑한 시인

좋은 글과 시를 품을 수 있는 여유와 기회가 학생에게는 필요합니다, 선생님. (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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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학생이기 이전에 사람인 우리가 되기를

고등학교 2학년 겨울방학, 어느 날에 씁니다.
주 4회 영어 학원에 다닙니다. 오늘 아침에도 학원으로 출발해야 했는데, 문득 창틈으로 들어오는 빛을 좀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창문을 열었더니 햇빛이 쨍쨍하게 눈을 찌르는데, 그때 알았습니다, 햇볕이 따뜻하다는 사실을 느껴본 지 정말 오래되었다는 것을, 그리고 주위가 그렇게 조용하다는 것도요. 바람 부는 소리와 새 지저귀는 소리뿐인데, 이명이 들렸습니다. 찌잉 하는 기계음. 그게 상황을 더 이상하게 만들었어요. 귀에서 들리는 소리 때문이었는지는 모르지만, 오늘은 학원에 가지 않고 집에 있는 편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간을 갖는 게 조금이라도 더 도움이 될 것 같았어요. 제 삶에. (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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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디트, 무미건조한 삶

유디트와 나는 지난 반년 동안 깊은 증오심으로 무미건조한 생활을 해왔다. 우리는 물론 자주 서로를 바라보았지만, 나는 여자 곁으로 다가가 그녀와 어떤 식으로든지 관계를 맺는 것에 대해 꿈에서조차 생각해보지 않았다. 그녀의 몸 안으로 들어간다는 생각을 할 때 어떤 역겨움이 느껴진다는 뜻이 아니라 그러한 생각 자체를 할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지금에 와서 기억을 더듬어보니 그러한 상황이 불가능하지는 않았으나 그 어떤 것도 그러한 상상을 하도록 나를 자극하지는 못했음이 사실이다. 나는 내게 차츰 융통성 없는 명철함이 생겨날 때까지 내 이러한 상태를 미화시켜왔다. 결국 그 명철함 때문에 나는 다시 호되게 놀랐지만 말이다. (120/30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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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미래에 대한 기쁨

하지만 기억을 떠올릴 때 더 중요한 건 실제로 그곳에서 사라질 수도 있다고 믿었던 짧디짧은 한순간이지. 그리고 지금 나는 그런 감정을 단순히 사라지고 싶은 욕망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미래에 대한 기쁨으로 해석하고자 해. 그 미래 속에서 나는 지금 이 순간 존재하는 나와는 다른 누군가가 될 수도 있어. 매일같이 나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해. 단 하루일지언정 얼른 더 나이가 들어서 사람들이 내 얼굴을 보고 그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이야. (112-113/30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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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작은 희망

기억을 되살려서 경험 전체를 반복하려는 것은 아니고 다만 내가 느꼈던 최초의 작은 희망을 다시 몽상 같은 것으로 폄하하고 싶지 않을 뿐이야. (111/30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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