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어 보이고’ 싶다는 것은 자신에게 ‘있지 않다’라는 걸 전제하고 있습니다.
‘있는 것’이 아니라 ‘있지 않은 것’을 보이고 싶어 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허영이죠. 요즘 식으로 말하면 허세일까요.
저는 지금이 허영조차도 필요한 시대라고 생각합니다. - <이동진 독서법>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696716 -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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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소개되면 유달리 반갑다. 책에 관한 한 쇼핑중독자, 허영투성이, 고집불통이라고 스스로 생각한다. 책을 읽고 이야기하는 것뿐만 아니라 책을 고르고 서점에서 사서 책장에 꽂는 것까지 책과 관련된 모든 순간을 샅샅이 사랑한다. 1만 7천 권의 책을 가지고 있지만 독서에 대해서는 싫증을 느껴본 적이 한 번도 없다. 책과 글에 대한 과욕, 나를 둘러싼 세상을 좀 더 넓게 자세히 알고 싶다는 마르지 않는 호기심이 결국 끊임없이 책을 읽는 삶으로 이끌었다. - <이동진 독서법>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696716 - P4

책을 펼쳐 들면 순식간에 나만 남습니다. 사람으로 가득 찬 한낮의 카페 한가운데 좌석에서든, 시계 초침 소리만이 공간을 울리는 한밤의 방 한구석에 홀로 기대 앉아서든, 모두 그렇습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필연적으로 고독한 경험이지만, 그 고독은 감미롭습니다. - <이동진 독서법>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696716 - P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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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오 가쿠의 『마음의 미래』, 카라 플라토니의 『감각의 미래』, 에릭 브린욜프슨의 『제2의 기계 시대』 같은 책들인데, 실제 지구 곳곳의 연구소에서 벌어지는 실험과 발명 이야기들이 어린 시절 읽던 SF소설보다 더 신기하고 흥미진진해서 놀라곤 한다.

-알라딘 eBook <쾌락독서>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172

결국 최첨단의 과학이 알고자 탐구하는 대상은 우리 자신이라는 점이다. 인간의 감각은 어떻게 사물을 인식하는지, 인간의 뇌는 어떻게 작동하는지, 우리의 감정은 어떤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진화되었는지,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우리의 도덕 감정은 어떻게 형성되는지. 아주 오래된 존재인 우리 자신의 몸과 마음의 작동 원리를 연구하고 연구하여 그중 극히 일부를 모방하고 재현한 결과물이 하나씩 출현하고 있는 것이다.

-알라딘 eBook <쾌락독서>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173

인간은 미지의 것에 대해 공포심을 가지기 마련이라고 하지만, 사실 인간 자신이야말로 가장 미지의 존재다. 사람들은 자신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타자들을 배척해왔다. 인종, 성별, 성적 지향…… 하지만 그런 하찮은 차이를 압도하는 더 중요한 공통점들을 차례로 알아간다면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알라딘 eBook <쾌락독서>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174

스파이크 존즈 감독의 영화 〈그녀Her〉는 고독한 남자가 인공지능인 자신의 컴퓨터 운영체제와 사랑에 빠지고 헤어지는 정통 러브스토리라고 할 수 있다. 처연하고, 아름답고, 쓸쓸하고, 관계의 본질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영화다. 여기서 사랑은 목소리를 통해 이루어진다. 그것도 하루종일 블루투스 이어폰으로 귓속에 속삭이는 목소리. 나 자신보다 더 나의 소소한 변화까지 눈치채곤 하는, 나의 외로움을 이해하는, 몰래 내 꿈을 이뤄주기 위해 깜짝 선물을 준비하는, 질투하고 토라지기도 하는, 애기같이 세상 모든 것에 호기심 많은, 그러곤 내 손이 닿지 않는 곳까지 훌쩍 성장해가는 그런 목소리가 낮에도 밤에도 귓가에 속삭이는 거다(심지어 그 목소리가 스칼렛 요한슨의 허스키 보이스……). 어떻게 러브스토리가 아니겠는가.

-알라딘 eBook <쾌락독서>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175

우리는 왜 기계에게 일을 빼앗기는 상상만 할 뿐 기계에게 일을 시키고 우리는 노는 상상은 하지 못할까. 사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지금 시대에 우리가 ‘일’이라고 부르는 많은 것들이 과거 시대 사람들 눈에는 그냥 쓸데없는 놀이나 미친 짓일 뿐일 거다.

-알라딘 eBook <쾌락독서>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176

인간이 ‘문화’라고 부르는 것의 대부분은 쓸데없는 유희의 축적이다. 인간은 끊임없이 새로운 즐거움을 찾아내곤 했다. 그러지 않았다면 여전히 동굴 생활에 머물러 있었을지도 모른다. 쾌락은 우리를 단조로운 동굴에서 끌어내어 새로운 모험으로 이끌었다. 우리는 쾌락의 카탈로그를 늘리고 늘리며 세계를 풍성하게 만들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상상력도 재미도 없는 성공충들의 권력은 오래가지 않는다. 결국엔 즐기는 자들이 이길 것이다.

-알라딘 eBook <쾌락독서>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176

미래를 바꾸는 방법은 현재의 사회부터 바꾸는 것이다. 미래의 사회가 전통적인 관점에서의 ‘쓸모’가 없어진 인간을 어떻게 대우할지 궁금하면 지금 이 사회가 탑골공원에 앉아 있는 노인과 편의점 알바 청년들을 어떻게 대우하는지 보면 된다. 미래의 눈부신 과학 발전이 낳을 부가 어떤 방식으로 분배될지 궁금하면 지금 사회의 분배 구조를 보면 된다. 더 먼 미래에 인공지능 또는 그와 결합한 신인류가 평범한 인간들을 어떻게 취급할지 궁금하면 지금 사회가 소수자들을 어떻게 취급하는지 보면 된다. 미래는 이미 만들어지고 있다. 지금, 여기서 인간을 어떻게 대우하는지에 따라.

-알라딘 eBook <쾌락독서>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177

신용카드로 모으고 모은 외국 항공사 마일리지로 평생의 꿈이었던 갈라파고스 여행을 다녀오면서 돌아오는 비행기 목적지를 서울이 아닌 발리로 하고, 서울은 11개월간의 중간 기착지(스톱오버)로 하여 발권한 적이 있다. 그렇게 해도 미주-아시아 구간이기는 마찬가지라 마일리지는 똑같이 사용하는 거여서 그 다음해의 발리행 편도 항공권을 덤으로 얻을 수 있었다. 그 11개월간 일도 바쁘고 사람 때문에 지치는 일도 있었지만 이상하게 마음이 편했다. 어차피 다음 곳으로 떠날 비행기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고, 나는 중간 경유지에 잠시 체류중이었으니까.

-알라딘 eBook <쾌락독서>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180

그때 『아메리카 자전거 여행』에서 읽은 구절들을 불현듯 떠올렸다. "근대화가 우리 머릿속에 새긴 집단적 무의식인지 또는 자본주의의 의식화인지 모르겠으나 우리에게는 끊임없이 일을 해야 한다는 강박 같은 게 있다. 노는 것은 항상 죄악시됐다." "나는 호모 루덴스이고 싶다. 놀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나는 놀기 위해서 세상에 태어났다. 놀면서 이 세상에 있다는 것, 살아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 놀기 위해서 일하는 것이다."

-알라딘 eBook <쾌락독서>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181

그 모든 냄새와 지린내를 맡으며 깨달았다. 내가 도착한 곳은 영적인 공간은커녕 온갖 감각과 욕망의 끝, 쥐스킨트의 『향수』의 세계였던 것이다. 류시화씨, 싸울래요?

-알라딘 eBook <쾌락독서>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184

세상은 원리적으로 불공평하지만, 고통만큼은 냉정할 만큼 평등하게 개개인의 삶을 찾아온다. 그걸 감히 위안이라고 불러서는 안 된다. 그건 단지 아무도 타인의 삶을 함부로 동정해서는 안 되는 이유일 뿐이다.

-알라딘 eBook <쾌락독서>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187

조금이라도 사람이 적은 곳을 찾아 시선을 바쁘게 움직인다. 타인은 참아야 할 대상일 뿐이다. "나는 사람들을 뜨겁게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오히려 인간 혐오증이 있다고까지도 할 수 있다. 지하철에서 양옆에 사람이 앉는 게 싫어서 구석자리를 찾아 맨 앞 칸까지 가곤 한다"는 『개인주의자 선언』의 프롤로그는 이 통근길에서 탄생했다.

-알라딘 eBook <쾌락독서>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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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마다 좋아하는 음식, 좋아하는 부위는 천차만별. 난 내 취향의 책을 골라서, 그 책 중에서도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부분은 휙휙 넘기며 읽는다. 어떨 때에는 한 책에서 단 한 장면, 단 한 구절만 맛있을 수도 있고, 기적같이 한 문장 한 문장 전부를 꼭꼭 씹어 먹으며 맛있어할 수도 있다.

-알라딘 eBook <쾌락독서>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130

유시민 작가가 자신을 ‘지식 소매상’이라고 규정하는데, 좋은 표현인 것 같다. 왜 소비자들이 직접 도매상, 심지어 공장까지 가서 자기한테 맞지도 않는 물건을 떼와야 하나? 내 아이 밥상에 맛있는 고기 한 점을 올리기 위해 직접 도축장에서 고기를 해체해야 되나?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거창한 원전 목록이 아니라 그중 필요한 것들을 알기 쉽게, 하지만 왜곡하지 않으면서 성실하게 설명해주는 지식 소매상들의 목록이다. 소매상일수록 사기꾼도 많기 때문에 잘 골라야 하고, 시장의 자정 능력도 필요하긴 하다. 그렇다고 소매상은 미덥지 않으니 소비자들이 직접 원산지를 찾아가야 한다는 건 무리한 이야기다.

-알라딘 eBook <쾌락독서>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132

다시 요약하자면, 남들이 무슨 대단하고 있어 보이는 어려운 책을 읽든 신경쓸 필요 없다.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을 읽는 게 엄청 있어 보인다. 그런데 어렵다. → 고민 말고 바로 『피케티 쉽게 읽기』, 그것도 안 되면 『초딩도 읽는 피케티』 또는 『만화 피케티』를 읽는다. 능력도 안 되는데 『21세기 자본』 원전을 꾸역꾸역 읽은 사람은 노동만 했을 뿐 아무것도 기억 못하지만 『만화 피케티』를 재미있게 읽은 사람은 그중 몇 대목만큼은 기억하고 써먹을 수 있다.

-알라딘 eBook <쾌락독서>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133

다만 내 취향의 ‘편식 독서’라도 많이 하다보면 점점 그와 연관된 다른 메뉴들도 찾게 되는 것 같다. 음식도 먹어본 놈이 먹는다고.

-알라딘 eBook <쾌락독서>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130

독서에 관한 책을 쓰다보니 자괴감이 든다. 솔직히 어린 시절과 달리 책이 최우선순위가 아닐 때가 많기 때문이다. 여유 시간이 생길 때 뭘 제일 먼저 집어드는지 스스로 냉정하게 관찰해보면 1번이 스마트폰, 2번이 티브이. 책은 3번이다. 예열이 필요 없는 순서, 더 직설적으로 말하면 아무 생각 없이 시작할 수 있는 순서다.

-알라딘 eBook <쾌락독서>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134

이와 달리 책은 수용하는 속도를 내가 주체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끊임없이 생각하도록 자극받는다. 내 경우, 좋은 책을 읽을 때면 머릿속에서 끝도 없이 꼬리를 물고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올라서 읽다 멈추기를 반복하게 된다. 기억하고 싶은 구절을 발견하면 포스트잇을 붙이거나 귀퉁이를 접기도 한다. 지나고 보면 바로 이 멈추었던 순간들이 독서 경험의 핵심이다.

-알라딘 eBook <쾌락독서>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136

책은 빈 공간이 많기 때문에 우리의 뇌가 끊임없이 여백을 보충하게 만든다. 상상력이 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 들리지 않는 것을 듣게 만든다.

-알라딘 eBook <쾌락독서>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136

즉각적인 반응이 특징인 뉴미디어 시대에 멈추어 생각하게 만드는 독서의 특징은 큰 의미를 갖는다. 무조건적 수용이 아니라 일단 유보하고, 의심하고, 다른 측면을 생각해보는 지성적 사고의 훈련은 독서에서 출발하는 것이 여전히 정도正道라고 본다.

-알라딘 eBook <쾌락독서>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137

티브이나 인터넷의 무수한 선택지를 따라갈 수는 없지만, 수시로 서점에 들러 다양한 책을 구입해놓는다. 아직 읽지 않은 책은 책꽂이에 꽂지 않고 보기에 너저분할 정도로 표지가 쉽게 눈에 띄게 눕혀놓는다. 서점에서도 서가에 꽂힌 책과 평대에 누워 있는 책의 생명력은 천양지차다. 책은 고이 모셔놓기 위한 물건이 아니다.

-알라딘 eBook <쾌락독서>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138

책으로 노는 방법은 읽기 외에도 많다. 책 모임을 꾸려 책 수다 떨기, 소셜미디어를 이용해 책으로 잘난 척하기, 책 수집하기, 책을 테마로 여행하기…… 그런데 그중 끝판왕은 역시 직접 책을 쓰기가 아닐까 싶다. 그렇다. 나는 성공한 덕후인 것이다(으쓱으쓱)!

-알라딘 eBook <쾌락독서>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139

평생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글을 편식하며 읽어왔으니 알게 모르게 내가 쓰는 글에도 그 흔적이 묻어나올 수밖에 없다. 움베르트 에코의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이니 무라카미 류의 『69』이니 박민규의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같이 어깨에 힘 빼고 킬킬대면서 읽게 되는 글이 내 취향의 글들이라 너무 진지하고 아름다운 글을 쓰라고 하면 쓸 능력도 없지만 스스로 몸이 뒤틀려서 견디질 못한다.

-알라딘 eBook <쾌락독서>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140

글이란 쓰는 이의 내면을 스쳐가는 그 수많은 생각들 중에서 그래도 가장 공감을 받을 만한 조각들의 모음이다. 나는 그래서 책이 좋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커피 두 잔 값으로 타인의 삶 중에서 가장 빛나는 조각들을 엿보는 것이다. 그것도 쓴 사람 본인이 열심히 고르고 고른. 그게 싫고 인간들의 비열함과 어리석음, 그악스러움을 보는 게 좋다면 굳이 돈 들여서 책을 살 필요가 있나? 인터넷에만 접속해도 공짜로 무수한 샘플을 구할 수 있는데. 그건 공기와도 같이 이미 세상에 가득차 있다.

-알라딘 eBook <쾌락독서>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143

돌이켜보면 나는 책을 통해 타인을 발견하고 세상을 발견해왔다. 직접 사람들 속으로, 세상 속으로 뛰어들어 부둥켜안고 몸부림치는, 그런 사람이 못 된다. 어릴 적부터 어디에도 소속감을 느끼지 못한 채 이방인들 사이에 던져진 고립된 존재로 스스로를 생각해왔다. 타인들이 성큼 내게 다가오면 불쑥 겁부터 난다. 그것이 나의 한계다. 나는 그 정도밖에 안 되는 사람이다.
책이 나와 세상을 연결하는 가느다란 끈이었다. 책을 통해 나와 다른 사람들의 감정과 고통, 욕망을 배워왔다. 판사가 된 이후의 삶도 어떻게 보면 비슷하다. 법정에서 재현되는 것은 실제 삶이 아니다. 재판 기록은 결국 누군가에 의해 편집된 삶이다. 나는 끊임없이 타인의 삶을 읽고 바라보며 살아온 것이다.

-알라딘 eBook <쾌락독서>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146

나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누군가에게 고통을 줄 수 있다는 걸 생각하지 않은 채 남들 하는 대로, 관습에 따라, 지시받은 대로, 조직논리에 따라 성실하게만 살아가는 것, 그것이 인류 역사에 가득한 악惡의 실체였다.

-알라딘 eBook <쾌락독서>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148

누군가에게는 좋은 부모고, 자식이고, 친구였을 평범한 사람들이 누군가에게는 악마였다. 타인의 입장에 대한 무지가 곧 악인 것이다.

-알라딘 eBook <쾌락독서>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149

줄다리기는 양끝에서 몸을 던지는 이들이 아니라 중간에 맨 손수건이 약간 움직이는 것으로 승패가 결정된다. 중간에 있는 이들이 제자리에서 튼튼하게 버텨주지 않고 시늉만 하고 있으면 줄은 한쪽으로 확 끌려가고 만다. 중간자들은 성실한 독자여야 한다. 들어야 할 진짜 목소리를 듣고, 작은 한걸음이라도 나은 방향으로 내디뎌야 한다.

-알라딘 eBook <쾌락독서>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150

래리 뉴턴은 베이츠 교수의 ‘교도소 제자’ 중에서도 가장 열정적이고 뛰어난 기량을 보였다. 실제로 그는 영문학자들이 놀랄 정도로 셰익스피어에 관한 독창적 글을 많이 남겼다. 오랜 수업 끝에 그는 이런 말을 남겼다. "제가 저지른 폭력 행위와 이 모든 일은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거나 칭찬받고 싶은 사고방식 때문에 벌어진 일들이었어요.(…) 이젠 남들에게 인상을 남기는 다른 방법을 찾았어요. 제 지적 능력이나 뭐 그런 걸로요."9

-알라딘 eBook <쾌락독서>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154

베이츠 교수와의 셰익스피어 수업을 통해 놀라운 지적 성장을 이룬 래리 뉴턴이 한 학술지에 기고한 에세이가 있다. 그중 인상적인 구절이 있다.
"수많은 죄수들이 결국 집으로 돌아갑니다. 그래서 그들은 우리의 이웃이 될 것입니다.(…) 어떤 종류의 죄수가 여러분 옆에 살길 원하십니까?(…) 여러분에겐 그들이 좋은, 혹은 나쁜 이웃이 되도록 도와줄 힘이 있습니다. 교육만이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유일한 과학입니다."

-알라딘 eBook <쾌락독서>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155

‘왜 하필 셰익스피어?’라는 첫 의문에 대해서도 책을 다 읽은 후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 갱스터 생활을 하던 소년수들이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주목한 지점은(내가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범죄를 저지르게 만드는 또래 집단의 압력’이었다. 뉴턴의 셰익스피어 해석이 학자들을 놀라게 한 것도 당연하다. 그는 일반인과 다른 지점에서 다른 곳을 바라봤다. 그리고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은 다양한 지점에서 바라볼 수 있는 다양한 풍경을 지니고 있다. 시대는 바뀌어도 인간의 욕망과 감정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다양한 인간들의 오욕칠정을 풍부하게 담아낸 고전은 거울이다. 그 앞에 서는 이들은 누구나 자기의 모습을 발견해내고 마는 것이다.

-알라딘 eBook <쾌락독서>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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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중학생 때 탐독하던 한국문학전집이 다루는 세계는 어땠던가. 기지촌 여성들, 각혈하는 노모, 포장마차, 선술집…… 게다가 지역적으로도 한반도 남쪽에 갇혀 있다. 한국 창작자들의 상상력은 휴전선과 바다로 둘러싸인 작은 섬 안에 갈라파고스처럼 고립되어 있을 수밖에 없었다. 분단되고, 가난한 나라의 비극이다.

-알라딘 eBook <쾌락독서>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126

대중소설이야말로 고전적인 극의 서사 구조에 충실했다. 범상치 않은 주인공, 비극적인 운명, 쉴 틈 없이 고조되는 위기, 극적인 반전, 카타르시스를 주는 결말. 그리스 연극과도 같다고나 할까. 낭비되는 장면, 낭비되는 대사가 없다. 삼 초만 지루해도 채널이 돌아가는 드라마나 예능 프로처럼 끊임없이 흥미를 끌 요소를 빼곡히 채워넣고 있다.

-알라딘 eBook <쾌락독서>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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