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치오 가쿠의 『마음의 미래』, 카라 플라토니의 『감각의 미래』, 에릭 브린욜프슨의 『제2의 기계 시대』 같은 책들인데, 실제 지구 곳곳의 연구소에서 벌어지는 실험과 발명 이야기들이 어린 시절 읽던 SF소설보다 더 신기하고 흥미진진해서 놀라곤 한다.

-알라딘 eBook <쾌락독서>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172

결국 최첨단의 과학이 알고자 탐구하는 대상은 우리 자신이라는 점이다. 인간의 감각은 어떻게 사물을 인식하는지, 인간의 뇌는 어떻게 작동하는지, 우리의 감정은 어떤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진화되었는지,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우리의 도덕 감정은 어떻게 형성되는지. 아주 오래된 존재인 우리 자신의 몸과 마음의 작동 원리를 연구하고 연구하여 그중 극히 일부를 모방하고 재현한 결과물이 하나씩 출현하고 있는 것이다.

-알라딘 eBook <쾌락독서>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173

인간은 미지의 것에 대해 공포심을 가지기 마련이라고 하지만, 사실 인간 자신이야말로 가장 미지의 존재다. 사람들은 자신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타자들을 배척해왔다. 인종, 성별, 성적 지향…… 하지만 그런 하찮은 차이를 압도하는 더 중요한 공통점들을 차례로 알아간다면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알라딘 eBook <쾌락독서>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174

스파이크 존즈 감독의 영화 〈그녀Her〉는 고독한 남자가 인공지능인 자신의 컴퓨터 운영체제와 사랑에 빠지고 헤어지는 정통 러브스토리라고 할 수 있다. 처연하고, 아름답고, 쓸쓸하고, 관계의 본질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영화다. 여기서 사랑은 목소리를 통해 이루어진다. 그것도 하루종일 블루투스 이어폰으로 귓속에 속삭이는 목소리. 나 자신보다 더 나의 소소한 변화까지 눈치채곤 하는, 나의 외로움을 이해하는, 몰래 내 꿈을 이뤄주기 위해 깜짝 선물을 준비하는, 질투하고 토라지기도 하는, 애기같이 세상 모든 것에 호기심 많은, 그러곤 내 손이 닿지 않는 곳까지 훌쩍 성장해가는 그런 목소리가 낮에도 밤에도 귓가에 속삭이는 거다(심지어 그 목소리가 스칼렛 요한슨의 허스키 보이스……). 어떻게 러브스토리가 아니겠는가.

-알라딘 eBook <쾌락독서>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175

우리는 왜 기계에게 일을 빼앗기는 상상만 할 뿐 기계에게 일을 시키고 우리는 노는 상상은 하지 못할까. 사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지금 시대에 우리가 ‘일’이라고 부르는 많은 것들이 과거 시대 사람들 눈에는 그냥 쓸데없는 놀이나 미친 짓일 뿐일 거다.

-알라딘 eBook <쾌락독서>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176

인간이 ‘문화’라고 부르는 것의 대부분은 쓸데없는 유희의 축적이다. 인간은 끊임없이 새로운 즐거움을 찾아내곤 했다. 그러지 않았다면 여전히 동굴 생활에 머물러 있었을지도 모른다. 쾌락은 우리를 단조로운 동굴에서 끌어내어 새로운 모험으로 이끌었다. 우리는 쾌락의 카탈로그를 늘리고 늘리며 세계를 풍성하게 만들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상상력도 재미도 없는 성공충들의 권력은 오래가지 않는다. 결국엔 즐기는 자들이 이길 것이다.

-알라딘 eBook <쾌락독서>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176

미래를 바꾸는 방법은 현재의 사회부터 바꾸는 것이다. 미래의 사회가 전통적인 관점에서의 ‘쓸모’가 없어진 인간을 어떻게 대우할지 궁금하면 지금 이 사회가 탑골공원에 앉아 있는 노인과 편의점 알바 청년들을 어떻게 대우하는지 보면 된다. 미래의 눈부신 과학 발전이 낳을 부가 어떤 방식으로 분배될지 궁금하면 지금 사회의 분배 구조를 보면 된다. 더 먼 미래에 인공지능 또는 그와 결합한 신인류가 평범한 인간들을 어떻게 취급할지 궁금하면 지금 사회가 소수자들을 어떻게 취급하는지 보면 된다. 미래는 이미 만들어지고 있다. 지금, 여기서 인간을 어떻게 대우하는지에 따라.

-알라딘 eBook <쾌락독서>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177

신용카드로 모으고 모은 외국 항공사 마일리지로 평생의 꿈이었던 갈라파고스 여행을 다녀오면서 돌아오는 비행기 목적지를 서울이 아닌 발리로 하고, 서울은 11개월간의 중간 기착지(스톱오버)로 하여 발권한 적이 있다. 그렇게 해도 미주-아시아 구간이기는 마찬가지라 마일리지는 똑같이 사용하는 거여서 그 다음해의 발리행 편도 항공권을 덤으로 얻을 수 있었다. 그 11개월간 일도 바쁘고 사람 때문에 지치는 일도 있었지만 이상하게 마음이 편했다. 어차피 다음 곳으로 떠날 비행기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고, 나는 중간 경유지에 잠시 체류중이었으니까.

-알라딘 eBook <쾌락독서>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180

그때 『아메리카 자전거 여행』에서 읽은 구절들을 불현듯 떠올렸다. "근대화가 우리 머릿속에 새긴 집단적 무의식인지 또는 자본주의의 의식화인지 모르겠으나 우리에게는 끊임없이 일을 해야 한다는 강박 같은 게 있다. 노는 것은 항상 죄악시됐다." "나는 호모 루덴스이고 싶다. 놀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나는 놀기 위해서 세상에 태어났다. 놀면서 이 세상에 있다는 것, 살아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 놀기 위해서 일하는 것이다."

-알라딘 eBook <쾌락독서>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181

그 모든 냄새와 지린내를 맡으며 깨달았다. 내가 도착한 곳은 영적인 공간은커녕 온갖 감각과 욕망의 끝, 쥐스킨트의 『향수』의 세계였던 것이다. 류시화씨, 싸울래요?

-알라딘 eBook <쾌락독서>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184

세상은 원리적으로 불공평하지만, 고통만큼은 냉정할 만큼 평등하게 개개인의 삶을 찾아온다. 그걸 감히 위안이라고 불러서는 안 된다. 그건 단지 아무도 타인의 삶을 함부로 동정해서는 안 되는 이유일 뿐이다.

-알라딘 eBook <쾌락독서>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187

조금이라도 사람이 적은 곳을 찾아 시선을 바쁘게 움직인다. 타인은 참아야 할 대상일 뿐이다. "나는 사람들을 뜨겁게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오히려 인간 혐오증이 있다고까지도 할 수 있다. 지하철에서 양옆에 사람이 앉는 게 싫어서 구석자리를 찾아 맨 앞 칸까지 가곤 한다"는 『개인주의자 선언』의 프롤로그는 이 통근길에서 탄생했다.

-알라딘 eBook <쾌락독서> (문유석 지음) 중에서 - P19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