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질 녘의 시원한 공기가 온몸을 어루만졌다. 등과 옆구리, 젖가슴과 배, 팔과 다리, 다리 사이를. 그 느낌이—흥분이 좀 가라앉고 나서 알아차렸다—아주 좋았다. - <잔류 인구>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94868 - P68

이렇게 혼자 있었던 적이 없었다는 것을……. 일생을 통틀어 단 한 번도. 그리고 무섭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스스로가 놀랍다는 생각도 한참 했다. 어둠 속에 혼자 있는 것도, 행성에 단 한 명밖에 없는 사람이라는 것도 전혀 무섭지 않았다……. 오히려 안전하다고 느꼈다. 과거의 어떤 순간보다도 안전한 느낌이 들었다. 몸이 익숙한 침대의 우묵한 곳을 찾아냈을 무렵 그는 잠이 들었다. - <잔류 인구>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94868 - P69

오필리아는 오늘 밤도 어둠 속에서 보내기는 싫었다. 저녁도 제대로 만들어 먹고 싶었다. 오필리아는 팔라레스네 욕실을 사용할 때 느꼈던 반항적인 기분으로 여기저기 불을 켰다. - <잔류 인구>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94868 - P73

두려워. 오필리아는 그 한 번의 고요한 비명을, 마치 반쯤 나온 아이를 도로 빨아들이듯 목구멍 뒤로 욱여넣은 비명을 기억해냈다. 이제 그는 기억 속에서 그 두려움의 산에 대한 탐사를 마친 상태이겠지만, 탐사의 과정은 기억나지 않았다. 산은 그곳에, 시야의 끄트머리에 흐릿하고 불길하게, 영원히 불가해한 모습으로 서 있었다. - <잔류 인구>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94868 - P88

정말 아름다웠다. 오필리아는 전부터 이런 폭풍을 우주에서 찍은 사진을, 푸른 바다 위의 우아하고 흰 소용돌이 구름을 좋아했다. 하지만 밑에서 봤을 때 이렇게나 아름다울 줄은 전혀 몰랐다. 구름 벽들의 다채로운 파란빛과 회색빛과 보랏빛, 금빛이었다가 날이 밝으면서 눈처럼 하얘진 상층부, 그 위의 짙푸른 하늘. 그는 지금의 느낌을 표현할 적당한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아름다움과 공포가 길항하고 있었다. 그는 발을 어루만지는 시원한 진흙 속에서 몇 걸음 앞으로 갔다가 다시 뒤로 갔다. - <잔류 인구>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94868 - P98

죽어 마땅한 사악한 노파 같으니. 오래된 목소리가 꾸짖었다. 그 자신과 맨몸에 대한 발견을 꾸짖었다. 아름다워. 새 목소리가 말했다. 들리는 말은 그게 다였지만, 이제 섬광 같은 환영이 차례차례 눈앞을 스쳐갔다. 검은 비, 바람, 빛을 향해 솟아오르는 키 큰 구름들. - <잔류 인구>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94868 - P101

오필리아는 떠내려가는 소들을 쳐다봤다. 물에 빠져 죽어도, 괴물한테 먹혀도, 풀 한 포기 없는 모래톱에 고립돼도 싼 놈들. 인간과 너무 비슷하다는 게 녀석들의 문제다. 도움의 손길을 피해 도망친다, 위험으로 돌진한다. 오필리아는 소똥 밭을 빠져나오며 다시는 저렇게 은혜도 모르는 동물들 때문에 위험을 감수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잘박잘박 걸어 마을로 돌아갔다. - <잔류 인구>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94868 - P103

겨울 작물은 뿌리채소와 덩이줄기 작물의 비중이 늘어났다. 양파는 다시 심는 것이고 당근과 무, 비트, 감자, 참마, 리크는 새로 추가되었다. 뜨거운 여름 해를 견디지 못하는 엽채류와 열기를 싫어하는 콩류도. 콜로니의 모든 보유 종자를 선택지로 두게 된 오필리아는 자기가 좋아하는 것들 위주로 심었다. 티나콩, 바크상추, 길고 하얀 스노드롭무, 노랑감자, 카르도니아파스닙. 보유 종자의 신선도 유지를 위해 다른 것들도 조금씩 심었다. - <잔류 인구>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94868 - P106

몰리는 여자들이 너무 어린 나이에 결혼하지 않아도 된다고, 아이들을 때려서 말을 듣게 만들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했다. - <잔류 인구>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94868 - P107

몰리의 주장들은 참으로 듣기 좋았지만, 이 세계는 과거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았다. 아이들은 물론이고 누구든 때리는 세계였다. - <잔류 인구>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94868 - P107

그리고 이제는 죽은 사람이다. 오필리아는 자기도 모르게 몸을 떨기 시작했다. 손과 팔에 이어 발과 다리, 마침내는 온몸이 똑같은 공포로, 똑같은 충격으로 덜덜 떨렸다. 그들은 인간이었다. 그가 알고 지낼 수도 있었을, 대화할 수도 있었을 사람들이었다. 그들이 모두 죽었다. - <잔류 인구>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94868 - P124

천천히, 천천히, 호흡이 진정되었다. 지친 기분이 들었다. 집에 가서 자고 싶었다. 오필리아는 손을 봤다. 손마디는 불그스름하게 부어오르고 정맥이 불거지고 검버섯이 있는 손은 꽃보다 연약해 보였다. 시선이 미끄러지듯이 내려가 직접 만들어 입은, 프린지 장식이 있는 옷에서 멈췄다. 그 옷이 그의 몸보다도 품위 없어 보였다. 오필리아는 일어서서 거칠게 옷을 벗어 공처럼 구긴 뒤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 <잔류 인구>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94868 - P124

같지 않다.
다시는 전과 같을 수 없을 것이다.
무언가—아니, 누군가, 정체불명의 괴동물이—이 세계에 살고, 나를 죽이고 싶어 한다. 그들은 실제로 인간을 죽였다. 나는 이런 위험이 존재하는 줄도 몰랐다. 이제 다시는 모를 수가 없다, 아무리 애를 써도. - <잔류 인구>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94868 - P125

오필리아는 움베르토가 죽었을 때도 자식들이 죽었을 때도 아주 오래 울지는 않았다. 그 자신의 죽음을 생각할 때는 조금도 울지 않았다. 죽음은 죽음일 뿐 모두에게 찾아오며, 어찌할 수 없는 것이기에. 그러나 지금 그는 울고 있었다. 떨리는 얼굴과 축축한 눈물, 줄줄대는 콧물과 턱까지 흘러내린 침을 느끼면서—늙은이의 울음은 우아하지 못했다—본 적도 없는, 보게 되길 바라지도 않은 사람들 때문에 울었다. 그토록 먼 길을 와서 죽은, 그가 불청객으로 여긴 사람들 때문에. - <잔류 인구>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94868 - P134

거울을 봤다. 웬일인지 그동안, 낯선 사람들이 내려오기 전부터 거의 거울을 보지 않았다. 스스로의 표정을 보고 싶지 않았었다.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에 소스라치고 싶지도 않았다. 하지만 지금 거울 속의 형상은 거의 인간처럼 보이지 않았다. - <잔류 인구>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94868 - P136

오필리아는 거울을 응시했다. 기분은 그대로—거의 그대로—였다. 그의 얼굴이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전부터 거울을 볼 때마다 마주치는 그 눈빛이다. 눈썹은 숱이 줄고 더 세었고, 센 머리는 마구 엉킨 잿빛 덤불 같았다. 하지만 오필리아 내면의 자아는, 비즈와 깃털과 양털과 소털과 꼬투리를 줄에 꿰는 데에 그토록 열중하던, 이런저런 끈을 어디서 묶어야 할지 그토록 확신하던 그 자아는 예전의 낡고 칙칙한 워크셔츠와 치마와 보닛이 아닌 다른 것을 걸친 그가 어떤 모습일지 한 번도 상상해본 적이 없었다. - <잔류 인구>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94868 - P136

품위 없어, 오래된 목소리가 말했다. 놀라워, 새 목소리가 찬동하며 말했다. 몸은 늙고 주름지고 처졌으며 80년 가까이 마모된 흔적투성이였다……. 하지만 그 위에 거미줄 같은 패턴으로 걸려 있는 것은 그가 창조한 멋진 색과 질감이었다. - <잔류 인구>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94868 - P137

공포가 잦아들었다. 밖에서 천둥이 낮게 으르렁거렸고 부슬대던 빗줄기가 굵어졌다. 오필리아는 예전에 폭풍을 앞두고 느꼈던 이상한 기분을, 불길한 예감과 광기, 무모한 행위들을 떠올렸다. 그냥 폭풍일 뿐이야. 끝나고 나면 기분은 다시 괜찮아질 거야. - <잔류 인구>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94868 - P138

바보, 바보, 바보…… 바보 같은 아이가 자라서 바보 같은 노파가 되었군. 하지만 재미있었다. 몸에 그림 그리기는 재미있었어. 다음에 또 해야지. 안 될 게 뭐람? 어차피 알 수 없는 이상한 동물들한테 죽을 운명이라면, 닥치는 대로 재미있게 지내는 편이 낫지. - <잔류 인구>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94868 - P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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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at had warmed her. She felt odd, more aware of the air touching her than anything else, but neither hot nor cold. When another drop of water struck her between the shoulders, and trickled down her spine, she shivered. It felt good. She hung her shirt and underclothes over a drooping length of vine, then folded her skirt into a pad to sit on. It was still unpleasantly damp, but it touched her only where she sat, and the heat of her body warmed it. She took out yesterday’s flatbread, the chunk of sausage, and ate it hungrily. Today it tasted different, as if it were a strange food, something new. The water in her flask tasted different too, in a way she could not def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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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지 않을 거야, 그는 다시 한 번 다짐했다. 하지만 흥미로운 문제였다. 오필리아는 언제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좋아했다. 이미 그의 정신은 아주 오래전, 이주하기 전에 봤던 여행가방에 관한 기억을 훑고 있었다. 남들의 여행가방—오필리아와 움베르토는 한 번도 여행을 떠난 적이 없었다—은 상자나 원통 모양으로 만든 천가방도 있었고 본을 떠서 만든 플라스틱 가방도 있었다. 30일 안에 만들려면 재봉질로 만드는 것이 쉬울 것이다. 그는 재봉틀을 쓰는 사람들을, 손이 제일 빠른 사람들을, 패턴을 만들 수 있는 사람들을 떠올렸다. - <잔류 인구>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94868 - P30

오필리아가 대답했다. "나는 그런 걸 못하지만……." 의례적으로 부정하는 말이었다. 자신의 특기를 과시하는 건 예의가 아니니까. 특히나 자기만 아는 지식이라면. - <잔류 인구>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94868 - P33

오필리아는 우는 데가 없도록 천을 살살 재봉틀에 밀어 넣었다. 한때는 재봉에 아주 능했지만 요즘은 천을 준비해놓고도 재봉질에 집중하기가 어려웠다. 바르토는 그가 최근에 만들어준 셔츠의 톱스티치가 고르지 않다고 불평했다. 수십 년간 셀 수 없이 많은 셔츠를 만든 그는 직선 솔기에 질려 있었다. 하지만 이 상자는 새로운 것, 만들어본 적 없는 것이다. 오필리아는 이렇게 뾰족한 모서리를 어떻게 돌려야 할지 생각해내야 했다. - <잔류 인구>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94868 - P37

오필리아는 그대로 앉아서 눈을 감았다. 속마음이 나뉘는 것이 느껴졌다. 작은 목소리 하나는 계속 떠나지 않는다, 떠나지 않는다, 하고 말했다. 하지만 그가 익히 들어온 다른 목소리는 계속 천 상자 문제에 관해 이야기했다. 오필리아는 남들과 함께 계획할 줄 알았다. 그럴 때 자신을 대변하는 목소리에 귀 기울일 줄 알았다. 전자의 다른 목소리는 낯설게 느껴졌다. - <잔류 인구>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94868 - P37

오필리아는 언제나 문제 해결 방법을 알아내기를 즐겼다. 대개는 남의 지시만 받는 일상이었지만. 지시를 따르면서 살아온 인생이었다. - <잔류 인구>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94868 - P38

떠나지 않을 것이다. 그가 속옷을 입지 않았다고 아연실색할 사람들이 사라지고 나면 속옷을 입을 필요가 없을 터였다. 오필리아는 심장이 쿵쿵 뛰는 것을 느꼈다. 이어 뭔가 기분 좋게 사악한 감각이 발가락 사이에서 머리 꼭대기까지 솟구치며 몸이 뜨거워졌다. - <잔류 인구>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94868 - P39

사적인 새 목소리는 계속 잠자코 있었다. 굳이 말할 필요가 없었다. 지금은 안 된다, 그를 비난할 타인들이 존재하는 동안에는. 하지만 나중에…… 나중에는 몸이 편안해하는 것만 입을 것이다. 그게 무엇이든 간에. - <잔류 인구>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94868 - P40

말도 안 돼. 오필리아는 언제나 일해왔고, 죽을 때까지 일할 터였다. 여느 사람들처럼. 바르토가 말했다. "칠순인 엄마는 이제 계약자가 아니라서 이주 비용을 자기들이 떠안아봤자 콜로니에 쓸모가 없을 거래요." - <잔류 인구>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94868 - P41

그 말을 들은 오필리아는 놀라지 않았다. 다만 분노가 치밀었다. 쓸모없어? 지금 나를 쓸모없다고 생각한단 말이지, 공식적인 직업 없이 정원과 집을 가꾸고 요리를 거의 도맡아 한다는 이유로? - <잔류 인구>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94868 - P41

다음 날 아침 그가 처음 한 생각은 이랬다. 28일. 그리고 두 번째로 한 생각은 이랬다. 떠나지 않을 거야. 28일 후 나는 자유다. - <잔류 인구>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94868 - P45

모든 여자들이 그를 세라 오필리아라고 불렀고 조언을 청했다. 오필리아는 그들과 언제까지나 함께 있을 거라고, 그의 무릎 위로 기어 올라오는 아이들을 언제까지나 곁에 둘 거라고, 남편과의 문제나 이웃과의 다툼에 대해 털어놓는 연하의 여자들과 언제까지고 함께 지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 <잔류 인구>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94868 - P46

그러나 사적인 목소리, 새 목소리는 이렇게 말했다. 난 떠나지 않을 거야. 사람들이 떠나도 나는 여기 남겠어. 혼자서. 자유롭게. - <잔류 인구>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94868 - P47

흐릿한 첫 새벽빛 속에서, 새벽안개 속에서, 오필리아는 베갯잇으로 싼 며칠 분의 식량과 작은 자루에 담긴 다양한 씨앗을 들고 집을 나섰다. 그들이 정원을 파괴하더라도 다시 씨를 뿌릴 수 있을 것이다……. 그 이상의 예측은 하지 않았다. - <잔류 인구>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94868 - P50

웃다 보니 몸에 온기가 돌았다. 몸의 대부분이 공기와 닿아 있음을 더 의식하게 되자 기분이 이상했지만 덥지도 춥지도 않았다. 양 어깨 사이에 물이 한 방울 더 떨어져 척추를 타고 내려가자 그는 몸을 바르르 떨었다. 기분이 좋았다. - <잔류 인구>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94868 - P55

그것은 벽이었다. 부재가 아니라 존재였다……. 그렇게 하면 사라질 것처럼 초조하게 침을 삼키게 만드는, 귀를 누르는 압력이었다. 고요는 두 손으로 그의 머리를 감싸 쥐어 답답하고 갑갑하게 만들었다. - <잔류 인구>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94868 - P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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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고의 가치는 나를 초월한 게 아니라 내 안에서 확인하는 바로 그것이다. 나는 이제 무엇이 ‘되는’ 게 아니요, 매 순간 존재해야 하는 바로 그것이다. 나는 기탄없이 내 성격, 내 감정, 내 기분대로 해도 된다. 자유는 결정론을 거부하는 능력이지만 이제 우리는 바로 그 결정론들을 지지할 권리를 요구한다

-알라딘 eBook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파스칼 브뤼크네르 지음, 이세진 옮김) 중에서 - P182

자신을 다른 누구로 착각하는 것도 위험하지만 자신의 눈부신 유일무이성에 갇혀 늘 똑같은 인물을 무한히 재생산하는 것도 위험하다.

-알라딘 eBook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파스칼 브뤼크네르 지음, 이세진 옮김) 중에서 - P183

우리는 자기에게 푹 빠져 자잘한 근심거리에 매여 사는 사람들을 안다(이게 바로 결코 자기를 벗어나지 못하는 불행이다). 그들은 결코 자기 자신을 잊을 수 없고, 어디를 가고 무엇을 하든 구습에 빠지고 만다. 그들은 정신 현상의 무한성을 믿기에 사소한 말실수나 과실에 시시콜콜 의미를 부여한다. 설명이 그들에게 내려진 저주일지니, 그들은 결코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를 풀 듯 자기 해석에 매달린다. 정신을 못 차리게 하는, 이 자아라는 심연이 그들을 사로잡는다. 하지만 그 심연은 그들이 결코 자기 자신을 벗어나지 못하고 못 박혀 살게 하는 지옥이기도 하다.

-알라딘 eBook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파스칼 브뤼크네르 지음, 이세진 옮김) 중에서 - P185

너는 있는 그대로 완벽하다. 너의 독자성은 네 것이라는 이유만으로 좋은 것이니 바로 그것을 갈고 닦아라. 너의 욕망은 지고하니 절대 굽히고 들어가지 말라. 너를 제외한 모두에게 의무가 있다.

-알라딘 eBook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파스칼 브뤼크네르 지음, 이세진 옮김) 중에서 - P181

자기 욕구에 선을 그을 필요도 없고, 자기 자신을 구축할 필요도 없다. 다시 말해, 자기와 자기 사이에 거리를 둘 필요가 없다. 우리는 저마다 자기 성향대로, 자기 자신과 융합하기만 하면 된다. 이 희한한 자기만족은 민주적인 개인에게도 해당하지만 세상이 전부를 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기적인 공동체에도 해당한다.

-알라딘 eBook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파스칼 브뤼크네르 지음, 이세진 옮김) 중에서 - P182

인간사의 의미 부재는 자유의 조건이자 인간에게 부여된 저주이기도 하다. 의미가 없으니 우리 안에서, 명암 속에서, 불확실성 속에서 계속 의미를 발견해야만 한다. 시행착오와 막다른 미궁 안에서 길을 찾아가다 보면 이따금 광명이 비친다. 살았다 생각하는 바로 그때 또 다른 위험이 닥친다. 모든 사람이 자기 뜻대로 살아갈 권한인 자유는 반항, 구속, 고독이라는 세 단계를 거친다. 이 세 단계가 늘 쭉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알라딘 eBook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파스칼 브뤼크네르 지음, 이세진 옮김) 중에서 - P186

순수는 보드라운 볼살과 함께 사라진다. 내가 다른 사람을 탓할 수 없고 진정으로 내 행위의 주체가 되는 날은 오고야 만다. 그것이 어른이 된다는 것, 즉 성장의 불행이자 경이로움이다. 그래서 우리는 끊임없이 도움과 불복종 사이에서 타협을 모색한다.

-알라딘 eBook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파스칼 브뤼크네르 지음, 이세진 옮김) 중에서 - P187

연대의 실천을 통하여 시민 개인의 고독을 덜어주는 것이 민주 사회의 장점이다. 연대는 우리의 권리를 보호해주고 지독한 고통을 완화해준다.

-알라딘 eBook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파스칼 브뤼크네르 지음, 이세진 옮김) 중에서 - P187

"우리가 자신에게로 가는 가장 짧은 길은 우주다."(말콤 드 샤잘) 운명의 다채로움은 늘 사람들과의 만남과 관련이 있다. 만남이 없다면 우리는 어떤 깊이도 얻지 못할 것이다.

-알라딘 eBook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파스칼 브뤼크네르 지음, 이세진 옮김) 중에서 - P187

가령, 자기를 벗어던지는 꿈은 여전히 남아 있다. 사랑은 그러한 꿈의 가장 완벽한 예다. 사랑한다는 것은 무엇보다 자기를 통제하지 않고, 기꺼이 자기를 내놓는 일이기 때문이다.

-알라딘 eBook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파스칼 브뤼크네르 지음, 이세진 옮김) 중에서ㅐ - P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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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때 우리가 쓰는 것이 이른바 ‘도식’이다. 도식이란 말하자면 물건을 정리해두는 서랍과 같다. 어떤 상황을 만나면 우리는 그동안 살아오며 축적해둔 지식 가운데 어떤 것이 맞는지 서랍에서 끄집어내본다. 그러니까 도식은 우리가 매번 새로 배울 필요 없이 상황에 재빨리 대처하도록 도움을 준다. - <마음의 법칙>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63532 - P29

그러나 도식은 익히 알고 있는 상황을 다시 분석하는 수고를 줄이기 위해서만 필요한 게 아니다. 부족한 정보를 보충하는 데도 활용된다. 예를 들어 기억에 숭숭 구멍이 난 부분을 도식에 어울리는 정보로 채워 세세하게 복원할 수 있다. - <마음의 법칙>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63532 - P29

이처럼 도식을 활성화하는 것을 두고 ‘점화 효과’라 부른다. 점화는 어떤 도식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만드는 프로세스이다. - <마음의 법칙>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63532 - P31

점화는 이처럼 자신이나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특정한 기본태도를 갖게 만드는 탁월한 방법이다. - <마음의 법칙>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63532 - P32

연구 결과는 실험 참가자들이 미리 ‘배려’나 ‘공정함’ 같은 단어들로 점화되었을 때 실제로 함께 게임을 하며 서로 협력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만약 중요한 면담을 앞두고 있다면, 상대를 될 수 있는 한 많은 긍정적 단어로 점화시켜라. 그러면 당신을 보다 긍정적으로 상대해줄 게 틀림없다. - <마음의 법칙>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63532 - P32

이런 것을 두고 심리학은 ‘사회적 상승 비교’라 부른다. 아무리 아름답고 좋은 것을 가졌다 할지라도 ‘더 위’를 바라보고 비교하는 순간 마치 버튼이라도 누른 것처럼 불행에 빠지는 현상을 일컫는다. - <마음의 법칙>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63532 - P35

될 수 있는 한 자주 사회적 비교의 두 가지 형식을 염두에 두자. 상승 비교가 불행을 낳는다면, 의도적인 하향 비교는 우리의 기분을 손바닥 뒤집듯 바꾸어놓는다. 그뿐만 아니라 하향 비교를 할 때 비로소 우리는 인생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우리에게 주어진 게 얼마나 소중한 선물인지 깨닫는다. 게다가 감사의 마음까지 느낀다. 만약 가까운 주변에서 하향 비교의 상대를 찾지 못한다면, 그냥 간단하게 텔레비전을 꺼라! - <마음의 법칙>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63532 - P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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