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지 않을 거야, 그는 다시 한 번 다짐했다. 하지만 흥미로운 문제였다. 오필리아는 언제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좋아했다. 이미 그의 정신은 아주 오래전, 이주하기 전에 봤던 여행가방에 관한 기억을 훑고 있었다. 남들의 여행가방—오필리아와 움베르토는 한 번도 여행을 떠난 적이 없었다—은 상자나 원통 모양으로 만든 천가방도 있었고 본을 떠서 만든 플라스틱 가방도 있었다. 30일 안에 만들려면 재봉질로 만드는 것이 쉬울 것이다. 그는 재봉틀을 쓰는 사람들을, 손이 제일 빠른 사람들을, 패턴을 만들 수 있는 사람들을 떠올렸다. - <잔류 인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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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필리아가 대답했다. "나는 그런 걸 못하지만……." 의례적으로 부정하는 말이었다. 자신의 특기를 과시하는 건 예의가 아니니까. 특히나 자기만 아는 지식이라면. - <잔류 인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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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필리아는 우는 데가 없도록 천을 살살 재봉틀에 밀어 넣었다. 한때는 재봉에 아주 능했지만 요즘은 천을 준비해놓고도 재봉질에 집중하기가 어려웠다. 바르토는 그가 최근에 만들어준 셔츠의 톱스티치가 고르지 않다고 불평했다. 수십 년간 셀 수 없이 많은 셔츠를 만든 그는 직선 솔기에 질려 있었다. 하지만 이 상자는 새로운 것, 만들어본 적 없는 것이다. 오필리아는 이렇게 뾰족한 모서리를 어떻게 돌려야 할지 생각해내야 했다. - <잔류 인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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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필리아는 그대로 앉아서 눈을 감았다. 속마음이 나뉘는 것이 느껴졌다. 작은 목소리 하나는 계속 떠나지 않는다, 떠나지 않는다, 하고 말했다. 하지만 그가 익히 들어온 다른 목소리는 계속 천 상자 문제에 관해 이야기했다. 오필리아는 남들과 함께 계획할 줄 알았다. 그럴 때 자신을 대변하는 목소리에 귀 기울일 줄 알았다. 전자의 다른 목소리는 낯설게 느껴졌다. - <잔류 인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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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필리아는 언제나 문제 해결 방법을 알아내기를 즐겼다. 대개는 남의 지시만 받는 일상이었지만. 지시를 따르면서 살아온 인생이었다. - <잔류 인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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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지 않을 것이다. 그가 속옷을 입지 않았다고 아연실색할 사람들이 사라지고 나면 속옷을 입을 필요가 없을 터였다. 오필리아는 심장이 쿵쿵 뛰는 것을 느꼈다. 이어 뭔가 기분 좋게 사악한 감각이 발가락 사이에서 머리 꼭대기까지 솟구치며 몸이 뜨거워졌다. - <잔류 인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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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적인 새 목소리는 계속 잠자코 있었다. 굳이 말할 필요가 없었다. 지금은 안 된다, 그를 비난할 타인들이 존재하는 동안에는. 하지만 나중에…… 나중에는 몸이 편안해하는 것만 입을 것이다. 그게 무엇이든 간에. - <잔류 인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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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안 돼. 오필리아는 언제나 일해왔고, 죽을 때까지 일할 터였다. 여느 사람들처럼. 바르토가 말했다. "칠순인 엄마는 이제 계약자가 아니라서 이주 비용을 자기들이 떠안아봤자 콜로니에 쓸모가 없을 거래요." - <잔류 인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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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을 들은 오필리아는 놀라지 않았다. 다만 분노가 치밀었다. 쓸모없어? 지금 나를 쓸모없다고 생각한단 말이지, 공식적인 직업 없이 정원과 집을 가꾸고 요리를 거의 도맡아 한다는 이유로? - <잔류 인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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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침 그가 처음 한 생각은 이랬다. 28일. 그리고 두 번째로 한 생각은 이랬다. 떠나지 않을 거야. 28일 후 나는 자유다. - <잔류 인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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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여자들이 그를 세라 오필리아라고 불렀고 조언을 청했다. 오필리아는 그들과 언제까지나 함께 있을 거라고, 그의 무릎 위로 기어 올라오는 아이들을 언제까지나 곁에 둘 거라고, 남편과의 문제나 이웃과의 다툼에 대해 털어놓는 연하의 여자들과 언제까지고 함께 지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 <잔류 인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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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사적인 목소리, 새 목소리는 이렇게 말했다. 난 떠나지 않을 거야. 사람들이 떠나도 나는 여기 남겠어. 혼자서. 자유롭게. - <잔류 인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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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릿한 첫 새벽빛 속에서, 새벽안개 속에서, 오필리아는 베갯잇으로 싼 며칠 분의 식량과 작은 자루에 담긴 다양한 씨앗을 들고 집을 나섰다. 그들이 정원을 파괴하더라도 다시 씨를 뿌릴 수 있을 것이다……. 그 이상의 예측은 하지 않았다. - <잔류 인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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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다 보니 몸에 온기가 돌았다. 몸의 대부분이 공기와 닿아 있음을 더 의식하게 되자 기분이 이상했지만 덥지도 춥지도 않았다. 양 어깨 사이에 물이 한 방울 더 떨어져 척추를 타고 내려가자 그는 몸을 바르르 떨었다. 기분이 좋았다. - <잔류 인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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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벽이었다. 부재가 아니라 존재였다……. 그렇게 하면 사라질 것처럼 초조하게 침을 삼키게 만드는, 귀를 누르는 압력이었다. 고요는 두 손으로 그의 머리를 감싸 쥐어 답답하고 갑갑하게 만들었다. - <잔류 인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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