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질이 나 있을 때면, 그것이 얼굴에 바로 드러났다. 가족끼리는 자신이 생각하는 그대로를 퉁명스러운 말씨로 내뱉었다. 그녀는 나를 고얀 년, 더런 년, 망할 년, 혹은 그저 <불쾌한 계집애>라고 불렀다. 척하면 나를 때렸다. 특히 따귀를 때렸고, 가끔은 어깨에 주먹질도 했다(「내가 참지 않았더라면 쟨 벌써 죽었어!」). 그러고 나서 5분 뒤엔 나를 꼭 껴안았으니, 나는 그녀의 <인형>이었다. - <한 여자>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06514 - P47

그녀의 가장 깊은 욕망은 자신이 누리지 못했던 것 전부를 내게 주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렇다는 것은 결국 그녀에게는 과중한 노동, 극심한 돈 걱정을 의미하는 거였다. - <한 여자>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06514 - P47

나는 어머니의 폭력, 애정 과잉, 꾸지람을 성격의 개인적 특색으로 보지 않고 어머니의 개인사, 사회적 신분과 연결해 보려고 한다. 그러한 글쓰기 방식은 내 보기에 진실을 향해 다가서는 것이며, 보다 일반적인 의미의 발견을 통해 개인적 기억의 고독과 어둠으로부터 빠져나오게 돕는 것이다. 하지만 내 안의 무언가가 뻗대고 있고, 어머니에 대해 순수하게 감정적인 이미지들을, 온기 혹은 눈물을, 의미 부여 없이 그대로 간직하고 싶어 함을 느낀다. - <한 여자>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06514 - P48

그녀는 고객을 대하는 얼굴과 우리를 대하는 얼굴, 두 개의 얼굴을 갖고 있었다. 문간의 종이 울리기만 하면 연기를 시작했다. - <한 여자>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065144 - P49

정신적으로 향상된다는 것, 그녀에게 그것은 우선 배우는 것이었고(그녀가 말하기를, <정신을 풍요롭게 해야 한단다>), 그 어떤 것도 지식보다 더 아름다운 것은 없었다. 책이 그녀가 유일하게 조심스럽게 다루는 물건이었다. 책을 만지기 전에는 손을 씻었다. - <한 여자>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06514 - P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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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순이란 관념은 생각해 낼 수 없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잘못이다.
모순은 바로 생명체의 고통 속에
실제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 헤겔 - <한 여자>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06514 - P6

어머니가 4월 7일 월요일에 돌아가셨다. 퐁투아즈 병원에서 운영하는 노인 요양원에 들어간 지 두 해째였다. 간호사가 전화로 알려 왔다. 「모친께서 오늘 아침, 식사를 마치고 운명하셨습니다.」 10시쯤이었다. - <한 여자>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06514 - P7

나는 어머니에 관한 글을 계속 써나가겠다. 어머니는 내게 진정 중요했던 유일한 여자이고, 2년 전부터는 치매 환자였다. 기억의 분석을 보다 쉽게 해줄 시간적 거리를 확보하자면, 아버지의 죽음과 남편과의 헤어짐이 그랬듯 어머니의 병과 죽음이 내 삶의 지나간 흐름 속으로 녹아들 때를 기다리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지금 이 순간 다른 것은 할 수가 없다. - <한 여자>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06514 - P17

내가 쓰려고 하는 것은 가족적인 것과 사회적인 것의 접점에, 신화와 역사의 접점에 위치하리라. 나의 계획은 문학적인 성격을 띤다. 말들을 통해서만 가닿을 수 있는 내 어머니에 대한 진실을 찾아 나서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사진들도, 나의 기억도, 가족들의 증언도, 내게 진실을 가져다주지 못한다.) 하지만 어떤 식으로든 문학보다 아래 층위에 머무르길 바란다. - <한 여자>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06514 - P19

나무에 톱질하기, 나무를 흔들어 사과 따기, 닭 모가지 깊숙이 가위를 찔러 넣어 한 번에 암탉 멱 따기 등, 사내아이들과 똑같은 처세술을 터득한, 영락없는 시골 여자아이의 삶. 유일한 차이라고는 <짬지>를 남이 만지게 내버려 두지 않는 것. - <한 여자>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06514 - P23

대규모 공장의 노동자라는 사실을 자랑스러워함. 미개인들, 여전히 암소 뒤꽁무니에 쭈그리고 앉아 있는 시골 처녀들에 비해 문명화되었고, 그리고 노예들, <주인님의 밑이나 닦아>드려야 하는 부르주아 가정의 하녀들에 비해 자유롭다고 할 만한 구석이 존재하니까. - <한 여자>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06514 - P26

두 사람은 삶을 서로 다른 방식으로 겪어 냈다. 둘 다 신분 상승의 욕구는 같았지만, 아버지에게는 닥쳐올 투쟁 앞에서 느끼는 공포와 자신의 처지를 체념하고 받아들이려는 유혹이 더 강함. 반면, 아내에게서는 자신들에게는 잃을 것이 아무것도 없으므로, <어떠한 희생을 치르더라도> 가난에서 탈출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야 한다는 신념이 더 강함. - <한 여자>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06514 - P34

묻혀 가는 고통, 우울증이 가져다준 침묵, 기도, 그리고 <하늘에 오른 어린 성녀>에 대한 믿음. 1940년 초, 다시 한 번 삶이 시작된다. 그녀는 또 다른 아이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9월에 태어날 거다.
이번에는 내가 어머니를 세상에 내어놓기 위해서 그녀에 관한 글을 쓰고 있는가 보다. - <한 여자>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06514 - P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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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나는 내 부모를 그들의 몸짓과 말, 영광스러운 몸으로부터 정제했다. 나는 그들이 《엘(그녀)》이라고 발음하는 대신에 《아》라고 발음하고, 큰 소리로 말하는 방식을 새롭게 들었다. 이제 내게 자연스러워진 그 《점잖은》 몸짓과 올바른 언어 없이 그들의 원래 모습 그대로를 다시 만나게 됐고, 나는 나 자신과 분리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 <남자의 자리>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0322 - P91

나는 오래 머무는 법이 없었다. 그는 남편에게 전해 주라며 코냑 한 병을 내게 줬다. 《그래, 다음에 보면 되지.》 그는 내색하지 않고, 감정을 숨기는 것을 자랑으로 여겼다. - <남자의 자리>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0322 - P92

그는 65세에 사회 보장 연금을 받을 수 있다는 것에 만족스러워했다. 약국을 다녀오면, 식탁에 앉아 행복해하며 보험금 청구용 증지를 붙였다.

그는 점점 더 삶을 사랑하게 됐다. - <남자의 자리>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0322 - P93

그러나 그것은 그가 자신이 위독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한 말뿐이었지만, 세상에 매달리는 그의 노력이 그가 세상으로부터 멀어져 가고 있음을 의미했다. - <남자의 자리>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0322 - P101

나는 시몬 드 보부아르의 레 망다랭을 읽으며 아이를 지켜봤다. 이 두꺼운 책을 읽다 보면 어떤 페이지에 이르렀을 때 아버지가 더는 살아 있지 않으리라는 생각에 독서에 집중할 수 없었다. - <남자의 자리>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0322 - P101

내가 교양 있는 부르주아의 세상으로 들어갈 때, 그 문턱에 두고 가야 했던 유산을 밝히는 일을 마쳤다. - <남자의 자리>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0322 - P104

그는 나를 자전거에 태워 학교까지 데려다주곤 했다. 비가 와도, 해가 쨍쨍해도, 두 강 사이를 건너는 뱃사공이었다.

어쩌면 그의 가장 커다란 자부심 아니 심지어 그의 존재 이유는 자신을 멸시하는 세상에 내가 속해 있다는 사실이었을 것이다. - <남자의 자리>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0322 - P105

아니 에르노가 기억을 말하는 방식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그녀는 ‘민족지(Ethnography)’라는 표현을 썼다. 민족지란 특정한 사람들의 생활방식에 대한 기술적 설명, 인간 관습에 대한 분석을 뜻한다. 그녀는 작품 속에서 기억의 관습을 분석하고, 그것의 기술적 설명을 이뤄낸다. 분석과 기술적 설명에는 미화가 없다. ‘나(아니 에르노)’도 ‘그(아버지)’도 이미 거기 없다. 없는 것을 있다고 하지 않는다. 사실을 바탕으로 한 단조로운 글쓰기다. 필요한 단어로만 기억의 세계로 뛰어드는 일. - <남자의 자리>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0322 - P109

문학은 인생이 아니에요. 문학은 인생의 불투명함을 밝히는 것이거나 혹은 밝혀야만 하는 것이죠. - <남자의 자리>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0322 - P111

기억 속 불투명한 혹은 어두컴컴한 곳에 불을 밝히는 것, 나는 그것이 작가, 아니 에르노의 문학의 방식이라 생각한다. 그저 보여주는 것, 화자의 감정에 붙잡히지 않도록 칸막이를 없애는 것. 이 모든 것은 불투명한 인생을 밝히기 위함이다. 쓰지 않으면 더는 존재하지 않는 어느 불투명한 삶을 구하기 위함이다. 그러니 이보다 더 완벽한 오마주가 어디 있을까? 그녀의 글은 아버지를 향한, 그녀가 내려놓고 떠났던 세상을 향한 오마주다. 그리고 이 오마주는 예술의 편에 서 있지 않다. 삶이 먼저, 문학은 그다음이다. 삶이 문학이 되기 위해 꾸며야 할 이유도 필요도 없다. - <남자의 자리>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0322 - P111

‘자리, 사람이나 물건이 차지하고 있는 공간’이란 뜻의 ‘La place’가 과연 한 남자, 아버지의 자리만을 의미할까? 내게는 그 자리, 혹은 공간이 한 세계를 상징하는 것으로 읽힌다. 아버지가 있었고 내가(작가) 있었던 자리, 다른 세상으로 가면서 문턱에 버리고 간 자리. 나는 그 ‘자리’의 가능성을 이곳에라도 적어 두고 싶다. - <남자의 자리>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0322 - P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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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 rage shrunk as the air from the pressure cooker escaped. And she felt her eyes were welling up. She was too exhausted for another fight. Her daily life was an ongoing fight with herself, her daughter, and her ex-husband. And with all the misgivings and prejudice she had to face as a third-world citizen in the Netherlands. - P18

They were all seen in the category of "Asian women who married European men for a better life than home." The possibility that these women all had their own stories and the reality that it wasn’t always better than the home was often overlooked. - P19

"Your wifi is not working now?" Frank thought of lying to her. Yes, it is working fine, thank you very much, none of your business, you nosy mother of a student. But he changed his mind because everyone had the same router, and lying about it would deteriorate his already gravely damaged reputation. "No. As you see, it is not." She slowly nodded. - P21

Frank somehow didn’t want her to go. - P21

"You can call me Jane." "Call me, Frank, too." Both of them fell into silence, and Ms. Lee, no Jane, quietly sipped her espresso. - P21

"Apology accepted." Frank felt half-relieved and half-bewildered by her prompt, no-nonsense acceptance. - P22

She was wearing a black woolen dress, with black leggings and black ankle boots. Her shoulder-length hair and eyes were ink-black, so anything that was not black on her was her red lipstick and a thin golden chain over her neck. Oh, and her rather pale face. She had a shadow of light purple colour on her eyelids, so she must have been wearing some make-up, although Frank wasn’t an expert on that subject. - P23

Jane was clearly concerned with her daughter’s school and interested enough to care so much about her grade. Frank wondered why her ex-husband was slagging about her like that the last time they met. - P23

Jane must have read what he was thinking. - P23

Jane looked almost startled to hear the sympathetic words from a stranger. She smiled again, off-guarded. - P23

"Why is he so mean to you?"
It came out before Frank could stop himself. - P23

"No. Because to understand someone, you would have to be like the person. I would have to think like him and feel like him. Full of hatred, bitterness, and disparagement. To understand him would be accepting and acknowledging his logic and action. I can’t. I refuse it." - P24

Then a slight smile, "As all the Dutch people say, entitled to my opinion, I am too." - P24

"Oh, no, I am used to that saying. You don’t know how many times I’ve heard it here. In fact, I’ve come to appreciate that Dutch attitude more than before. I’ve seen the benefit of such a stance. Because it gives people a voice, doesn’t it? Better than the ‘keep your mouth shut’ attitude." - P24

"Talking about people’s attitudes brought me a painful memory." Then she took a deep breath. "Do you know that there was a ferry accident in South Korea last year?" - P25

"Stay still." Jane stayed still. Frank stayed still, too. - P25

"For many years, I used to find it impossible to say what I thought and do as I believed. Everyone else here was doing so, except for me, and I felt people walked all over me. But seeing these children losing their precious lives made me realize that I needed to speak up too. I can’t still do it very well, but I am trying." - P25

He looked into Jane’s eyes, big and round like Mia’s. They were dark as the tree and shining like the moon of Van Gogh’s The Starry Night. - P26

He pointed at the yellow ribbon on her bag. - P27

"Those who cannot remember the past are condemned to repeat it." - P27

"You don’t know how many people told me to forget and move on. I tried, but it didn’t go away. Time heals many things but not everything. So I decided to live with it. I remember to remember. Otherwise, it would mean nothing, and it is such a shame to waste the suffering." - P28

"If we had to and were able to suffer the sufferings of everyone, we could not live." [1] "Primo Levi." - P28

Then he couldn’t say anything anymore. He was bewildered by this unreal visitor of his, and the only thing going through his disheveled head was, ‘What an extraordinary woman!’ - P28

"Thank you for coming." Frank could hit his head against the wall. As if he had invited her for a nice cup of coffee! "Well, I think it was needed." Jane smiled her little smile, and the muscles around Frank’s heart twitched. "Yes, I agree that it was needed." He murmured when the door closed, and there was a whiff of warm, flowery scent left in his empty hall. - P29

Jane was afraid unless she fed Mia the most delicious meal that her daughter might forget her and not come back. - P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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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에 이르러 영화산업이 텔레비전으로 인해 사양산업이 되면서 대규모 주류영화가 아닌 적은 예산의 관습 파괴적인 영화들이 제작되었다. 미국의 뉴 할리우드 시네마, 일본의 재패니즈 뉴웨이브● 영화들은 영화산업의 축소가 기여한 역설적인 성취라고 할 수 있다.

-알라딘 eBook <보가트가 사랑할 뻔한 맥주> (김효정 지음) 중에서 - P144

Japanese New Wave. 1970년대에 들어 텔레비전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일본의 영화산업은 하락하기 시작한다. 제작편수가 급감하고 기존의 스튜디오 중심의 고예산 영화들이 아닌 신인 감독들이 주체가 되는 독립 프로덕션이 부상했다. 오시마 나기사의 등장은 이러한 일본영화의 새로운 물결에 대한 시초로 볼 수 있다. 오시마 나기사를 필두로 이마무라 쇼헤이, 스즈키 세이준, 마스무라 야스조 등은 오즈 야스지로, 미소구치 겐지, 구로자와 아키라로 대표되는 일본의 고전 거장들의 작품을 거부하며 새로운 주제, 스타일과 성과 폭력의 묘사에 있어 수위가 높은 도발적 이미지를 추구했다. 영화학자들은 이들의 영화들이 가진 비관습성과 파괴적인 에너지 등을 하나의 경향으로 읽고 재패니즈 뉴웨이브로 칭한다.

-알라딘 eBook <보가트가 사랑할 뻔한 맥주> (김효정 지음) 중에서 - P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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