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살아간다는 건 끊임없이 쌓이는 먼지를 닦아내는 일이야.

-알라딘 eBook <고래 - 한국문학전집 019> (천명관 지음) 중에서 - P6

덧붙여, ‘죽음이란 건 별게 아니라 그저 먼지가 쌓이는 것과 같은 일일 뿐’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춘희는 그 말의 의미를 정확히 이해할 수 없었지만 어찌된 일인지 그날 폐허가 된 살림집을 향해 걸어가며 불현듯 청산가리의 그 수수께끼 같은 말이 떠올랐다.

-알라딘 eBook <고래 - 한국문학전집 019> (천명관 지음) 중에서 - P7

사흘째 되는 날, 굄목에 채어 엄지발톱이 떨어져나갔다. 검붉은 피가 멈추지 않고 흘러내렸다. 그녀는 뜨겁게 달궈진 철로에 발을 갖다댔다. 발끝에서부터 온몸으로 퍼져나가는 아릿한 고통이 차라리 상쾌하게 느껴졌다. 한낮의 소나기를 만나면 그나마 햇볕에 달아오른 몸을 식힐 수 있었지만 젖은 수의가 처덕처덕 몸에 감겨 걷기가 더욱 힘들었다.

-알라딘 eBook <고래 - 한국문학전집 019> (천명관 지음) 중에서 - P12

그것은 마치 커다란 고래가 깊은 바닷속에서 숨을 쉬기 위해 막 솟아오른 것처럼 보였다. 고래 모양을 본떠 지은 그 극장은 춘희의 엄마인 금복이 직접 설계한 것이었다.

-알라딘 eBook <고래 - 한국문학전집 019> (천명관 지음) 중에서 - P12

살들,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했던 비극적 운명의 주인공이자 영원히 벗어던질 수 없는 천형天刑의 유니폼처럼 그녀를 안에 가둬놓고 평생 이끌고 다니며 멀고 먼 길을 돌아 마침내 다시 이곳 벽돌공장까지 데리고 온 그 살들을 춘희는 문지르고 또 문질렀다.

-알라딘 eBook <고래 - 한국문학전집 019> (천명관 지음) 중에서 - P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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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문제를 곰곰이 생각한다고 그게 해결되지는 않지만, 또 한편으로, 문제를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해도 그게 해결되지는 않지만. 하지만 그러면 그래도 긍정적인 기분은 들 수 있고, 그게 알다시피 힘을 준다, 또는 주어야 한다. 그리고 힘은 좋은 거다. 이시점에서 힘은 필요하다. 이 시점에서는 내가 알다시피 돌이 될 필요가 있다. 내가 지금 기억할 필요가 있는 건 내가 세상의 문제들을 해결할 필요는 없다는 거다. - P53

그는 그녀를 후려갈기고, 모욕을 주고, 정신 차리게 할 만한 말을 하고 싶었지만, 그냥 계속 자기 방으로 움직이며, 나지막이 그녀에게 끔찍한 욕을 해댈 뿐이었다. - P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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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조사에 따르면 뭄바이 빈민가 거주 여성의 12.5%는 밤에 실외에서 대변을 본다. 그쪽을 "58m를 걸어가는 위험을 무릅쓰는 것보다 선호한다. 58m는 그들의 집과 공용 화장실 간의 평균 거리다."19 - <보이지 않는 여자들>, 캐럴라인 크리아도 페레스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70952 - P103

공중화장실 건설을 취소한 지방정부는 예산을 절감했다고 믿을지 모르나 2015년 예일대학교 연구에 따르면 이것은 허위 절감false economy*이다. 이 논문의 저자들은 "성폭행당할 위험과 위생 시설의 수, 여자가 화장실까지 걸어가는 데 걸리는 시간" 사이의 상관관계를 산출하는 수학모형을 개발한 뒤 성폭행에 의해 발생하는 유형 비용(상실 소득, 의료비, 소송비, 수감비)과 무형 비용(정신적 고통, 살해 위험)을 계산해서 화장실 설치비 및 유지비와 비교했다. - <보이지 않는 여자들>, 캐럴라인 크리아도 페레스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70952 - P104

부가적인 건강상 이득은 당연히 존재한다. 특히 여자들에게 많다. 여자는 소변을 너무 참으면 방광염 및 요로감염에 걸린다. 반대로 물을 너무 적게 마시면 탈수증과 만성변비로 고생한다.28 실외에서 대변보는 여자들은 골반염, 기생충병, 간염, 설사, 콜레라, 소아마비, 수인성전염병 등 다양한 감염 및 질병에 걸릴 위험이 있다. 이 질병들 중 일부는 매년 인도에서만 수백만 명 — 특히 여자들과 아이들 — 을 사망케 하는 원인이다.29 - <보이지 않는 여자들>, 캐럴라인 크리아도 페레스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70952 - P106

여자가 성폭행당할 위험을 해결하지 못하는 도시계획은 공공장소를 이용할, 여성의 동등한 권리에 대한 명백한 침해다. 그리고 부적절한 위생 시설은 도시계획자들이 성인지 감수성이 낮은 설계로 여자를 배제하는 수많은 방법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 <보이지 않는 여자들>, 캐럴라인 크리아도 페레스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70952 - P107

문제는 그럴 형편이 안 되는 여자들이 많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승객은 "대중교통의 포로", 즉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이동할 때 대중교통 외에 사용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40 이러한 선택지 결여는 특히 저소득층 여성과 제 3세계 여성에게 영향을 미친다. - <보이지 않는 여자들>, 캐럴라인 크리아도 페레스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70952 - P109

여자들이 공공장소에서 직면하는 위협적 행위가 마치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 중 하나는 남자들이 남자 일행이 있는 여자에게는 그런 짓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 <보이지 않는 여자들>, 캐럴라인 크리아도 페레스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70952 - P111

젠더 데이터 공백은 우리가 데이터를 수집하는 방식 때문에 악화된다. 2017년에 쓰인 한 논문은 "성희롱이 얼마나 만연한가에 관한 대용량 데이터가 없다"라고 말한다. 저조한 신고율 때문이 아니라 그것이 "범죄 통계에 포함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47 여기에 덧붙여서 성희롱은 "제대로 분류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문제가 있다. - <보이지 않는 여자들>, 캐럴라인 크리아도 페레스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70952 - P112

뉴욕시의 신고율은 더욱 낮아서 지하철에서 발생한 성희롱의 96%, 성추행의 86%가 신고되지 않는다. 런던에서는 여성 5명 중 1명이 대중교통에서 성추행을 당했지만 2017년 연구에 따르면 "원치 않는 성행동을 경험한 사람의 90%가량이 신고하지 않았다." - <보이지 않는 여자들>, 캐럴라인 크리아도 페레스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70952 - P113

2016년 연구에 따르면 프랑스 여성의 90%는 대중교통에서 성희롱을 경험한 적이 있다.55 - <보이지 않는 여자들>, 캐럴라인 크리아도 페레스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70952 - P114

그것은 "대중교통의 여성 대상 성범죄 — 쳐다보기, 만지기, 주물럭거리기, 사정, 성기노출, 강간 — 는 신고율이 대단히 낮은 범죄라는 사실이다."61 - <보이지 않는 여자들>, 캐럴라인 크리아도 페레스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70952 - P115

우선은 정확히 "무엇이 성희롱에 해당하는지"를 알지 못하고 "당국의 반응을 두려워하는" 경우가 많다.62 두 번째로, 자신에게 일어난 일이 범죄임을 깨달은 사람들 중에는 누구에게 신고해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63 - <보이지 않는 여자들>, 캐럴라인 크리아도 페레스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70952 - P116

그러나 ‘여자 스포츠에 투자를 하면 골다공증으로 인한 골절 비용이 감소할 수도 있다’는 주장에는 놀랄 것이다. 운동을 하면 젊은이들의 골밀도가 높아져서 노년기에 골다공증에 걸릴 위험이 낮아진다. 연구에 따르면 특히 사춘기 전부터 운동을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 <보이지 않는 여자들>, 캐럴라인 크리아도 페레스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70952 - P130

여자들이 직면하는 성폭력에 관심을 갖고 (충분한 단일 성별 공중화장실 공급 같은) 예방책을 도입함으로써 여성 대상 범죄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을 줄이면 장기적으로 예산을 절감할 수 있다. 공공장소와 공공 활동 설계에 여성의 사회화를 반영하면 여성의 정신 건강 및 신체 건강이 보장되어 또 한번 장기적 비용이 절약된다. - <보이지 않는 여자들>, 캐럴라인 크리아도 페레스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70952 - P131

한마디로, 공공장소를 설계할 때 세계 인구의 절반인 여성을 빼놓는 것은 재원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우선순위의 문제이며 현재는 고의든 아니든 여자를 우선시하지 않고 있다. 이것은 명백한 불의이자 경제적 무지다. 여자들은 공공자원을 이용할 동등한 권리가 있다. 우리는 설계 단계에서부터 여자를 제외하는 것을 멈춰야 한다. - <보이지 않는 여자들>, 캐럴라인 크리아도 페레스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70952 - P132

또한 아이슬란드는 《이코노미스트》가 선정한, 일하는 여자가 가장 살기 좋은 나라다.6 물론 축하할 일이지만 《이코노미스트》의 표현에는 문제가 있다. 아이슬란드의 파업은 "일하는 여자"라는 말이 잉여적 표현임을 가르쳐줬다. 일하지 않는 여자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일을 하고도 급여를 받지 못하는 여자가 존재할 뿐이다. - <보이지 않는 여자들>, 캐럴라인 크리아도 페레스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70952 - P136

전 세계적으로 여자는 무급 노동의 75%를 담당한다.7 여자의 일일 무급 노동 시간이 3~6시간인 데 반해 남자는 평균 30분~2시간이다.8 이 불균형은 일찍 시작되어 — 5살 여자아이조차도 남자 형제보다 집안일을 훨씬 더 많이 한다 — 나이가 들수록 심해진다. - <보이지 않는 여자들>, 캐럴라인 크리아도 페레스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70952 - P136

그 결과 극소수의 예외를 제외하면 전 세계적으로 여자는 남자보다 오랜 시간 일한다. 성별 구분 데이터가 모든 나라에 존재하진 않지만 존재하는 나라에서는 이러한 경향이 뚜렷하다. 한국에서는 여자가 남자보다 하루에 34분 더 일한다. - <보이지 않는 여자들>, 캐럴라인 크리아도 페레스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70952 - P139

중간 정도의 초과근무(주당 41~50시간)는 남성이 "심장병, 만성 폐질환, 우울증에 걸릴 확률의 감소와 관련"이 있었다. 반대로 여성이 비슷한 시간 동안 일했을 때는 심장병과 암을 포함한 치명적 질병에 걸릴 확률이 지속적으로 "우려스러울 만큼 증가"했다. 여자가 이런 병에 걸릴 확률은 주당 40시간 넘게 일하면 증가하기 시작했다. 30년 넘게 주당 평균 60시간을 일하면 이런 병에 걸릴 확률은 3배로 뛰었다. - <보이지 않는 여자들>, 캐럴라인 크리아도 페레스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70952 - P143

연금 수령자가 받는 돈은 그가 과거에 납부한 금액과, 연금을 수령할 것으로 예상되는 기간을 기준으로 정해진다. 이 말은, 여자는 무급 돌봄노동 때문에 유급 노동을 하지 못한 것, (몇몇 국가 및 직종에서 법으로 강제되는) 조기퇴직, 남자보다 긴 예상 수명, 이렇게 3가지로 인한 불이익을 받는다는 뜻이다. - <보이지 않는 여자들>, 캐럴라인 크리아도 페레스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70952 - P148

브라질, 볼리비아, 보츠와나의 연금제는 이와 대조적이다. "불입 없이도 연금을 수령할 수 있는 경우가 다양해서" 거의 전 국민이 연금에 가입되어 있고 연금액의 남녀 격차도 더 작다.59 - <보이지 않는 여자들>, 캐럴라인 크리아도 페레스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70952 - P149

여기에서 의문이 생긴다. 여성의 무급 노동은 우리가 보지 못하기 때문에 저평가되는 것인가, 아니면 우리가 저평가하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것인가? - <보이지 않는 여자들>, 캐럴라인 크리아도 페레스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70952 - P149

미국 여성의 85%가량은 어떤 형태의 유급 휴가도 갖지 못한다.81 - <보이지 않는 여자들>, 캐럴라인 크리아도 페레스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70952 - P155

한국에서는 2007년에 "아빠 육아휴직"이 생기자 남자들의 육아휴직 사용률이 3배 이상 늘었다. - <보이지 않는 여자들>, 캐럴라인 크리아도 페레스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470952 - P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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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선택에 이르기까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는 건 사치야." - <흔적을 지워드립니다>, 마에카와 호마레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6004 - P114

"나는 그런 것 같아. 처음부터 좋은 말은 존재하지 않아. 그저 좋게 들리는 말만 있을 뿐이지. 그렇지만 말이야. 아주 서툰 말이든 다그치는 말이든 언젠가 생각났을 때 가슴을 따뜻하게 만든다면 그건 정말 좋은 말이거든. 모든 말은 좋은 말이 될 가능성을 품고 있어. 그러니까 오늘 아사이가 어머님에게 건넨 말들도 언젠가 정말로 좋은 말이 될지도 몰라." - <흔적을 지워드립니다>, 마에카와 호마레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6004 - P151

"누군가가 아끼는 걸 나도 똑같이 소중하게 다루는 건, 의외로 어려운 일이야." - <흔적을 지워드립니다>, 마에카와 호마레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6004 - P154

"사사가와 군은 말이야, 다른 사람에 대한 상상력이 있는 사람이야. 더 쉽게 말하면, 그 상상력은 따뜻함이나 배려라고 할 수 있겠지." - <흔적을 지워드립니다>, 마에카와 호마레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6004 - P197

‘해파리에 쏘이면 생각보다 아픈 법이다.’
익숙한 음성을 듣자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가로등 아래서 한 걸음을 내디뎠다. 밤하늘에는 고향의 바다와 같은 짙은 푸른색이 펼쳐져 있었다. 그 속에 오려다 붙인 것 같은 초승달이 떠 있었다. - <흔적을 지워드립니다>, 마에카와 호마레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86004 - P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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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처럼 무력감을 느끼던 나는 돌연 인형 외의 다른 것은 되고 싶지 않아졌다. 내 입과 목에 가해지는 그녀의 압박은 끔찍할 정도로 달콤해졌고, 나는 질식할까 봐 걱정해서가 아니라 감내할 수 없을 정도로 큰 환희를 느끼는 게 두려워 버둥거리기 시작했다. 잠시 후 나는 다시 자유로워졌고, 그녀가 나뭇가지에 걸려있던 장갑을 집어 다시 끼는 모습을 멍하니 지켜보았다. - P99

"당신은 그걸 읽어야 해요. 우리에 관한 이야기니까요. 히스클리프와 캐시는 한 농가의 사람들이에요. 그런데 그가 그녀를 사랑하죠. 두 사람은 거의 평생토록 함께였고 함께 놀았기 때문이에요.
캐시도 히스클리프를 무척 좋아해요. 하지만 에드거를 더욱 사랑할 만한 사람이라고 여기죠. 그리고 에드거와 결혼해요. 가족 외부의 사람이기 때문이에요. 그러자 히스클리프는 얼간이가 되어 버려요 나는 백스터가 그렇게 되지 않기를 바라요. 저기 그가 혼자있네요. 얼마나 다루기 쉬운지. 그가 아이들을 집으로 보내서 다행이에요." - P105

다음 순간 인생에서 내가 경험한 것 중 가장 무서운 일이 벌어졌다. 백스터가 유일하게 움직인 부분은 입이었다. 그것은 천천히 그리고 고요히 그의 원래 머리 크기보다 더 큰 둥그런 구멍으로 열리더니, 머리가 그것의 뒤로 사라질 때까지 계속 크기를 키워 나갔다. 진홍색 노을을 배경으로, 그의 몸이 가장자리가 치아로 둘러진 검게 팽창하는 구멍을 지탱하는 것처럼 보였다. 마침내 비명이 터져 나왔을 때, 온 하늘이 비명을 내지르는 것 같았다. 나는 이런 일이 벌어지기 전에 손으로 귀를 막았던지라 벨라와는 달리 졸도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단일한 고음이 사방에서쏟아져 들어와, 마치 마취 없이 치과용 드릴로 치아를 뚫는 것처럼 뇌를 찔러 댔다. 비명이 지속되는 동안, 나는 내 감각의 대부분을 잃었다. - P107

"당신이 나를 난파된 배로, 맥캔들리스를 구명보트로 취급한다는 걸 알고 나니 너무 괴로워, 벨, 세계 여행을 할 때 당신의 연애 행각은 견딜 만했어. 그래 봤자 일시적이라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3년 가까이, 난 당신과 함께 그리고 당신을 위해 살아왔고, 그것이 결코 끝나지 않기를 소망해 왔어." - P108

백스터의 이름은 모두 이 작품이 참고한 것이 틀림없는 『프랑켄슈타인의 저자 메리 울스턴크래프트 셀리와 연관되어 있다. 메리의 아버지는 여성운동가 메리 울스턴크래프트의 남편이자 근대적 아나키즘을 최초로 체계화한 영국의 사상가 윌리엄 ‘고드윈(Godwin)‘이고, 메리의 남편은 영국의 낭만주의 시인 퍼시 ‘비시(Bysshe)‘ 셸리이다.
메리는 또한 10대 때 스코틀랜드의 백스터 가족과 함께 지낸 적이 있는데, 이때 이사벨 ‘백스터(Baxter)‘와 절친한 친구가 되었다. 또한 누군가의 아이를 가진 채 강물에투신했다가 극적으로 구조되어, 당시로서는 혁명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남자 윌리엄 고드윈과 새롭고 획기적인 관계를 맺은 메리 울스턴크래프트의 인생 역정은 자못 벨라의 그것과 닮아 있다. - P114

벨라는 나의 접수원이자 조수였어. 그리고 두 가지 능력 모두에서 훌륭한 임상의였네. 그녀는 낯선 사람들을 만나고 동물을 치료하는 걸 좋아했어. 나는 상처를 꿰매는 법을 가르쳤고, 그녀는 노동 계급 여성들이 셔츠를 깁고 중산층 여성들이 경박한 자수를 놓을 때 그러하듯이 능숙하고 열정적이고 고르게 상처를 꿰맸어. 좀 더 복잡한 의료 기술에서 여성들을 배제하는 바람에 우리는 수많은 목숨과 팔다리를 잃었네,
맥캔들리스. - P133

백스터가 하원에서 결혼한 여성들이 자신의 재산을 보유하도록 허용하는 법안이 논의되는 중임을 지적했다. 나는 그에게 그법은 절대 법제화되지 않을 거라고 말했다. 그것은 결혼제도의근간을 흔들 것이고 의원의 대부분이 남편이었다. - P135

"내가 익사한 여자의 몸에서 살아 있는 채로 꺼낸 아홉 달 가까이 된 그 작은 태아를 내 수양딸로 삼아 보살폈어야 해. 그런데 그 태아의 뇌를 엄마의 몸에 이식함으로써, 나는 그녀의 수명을 고의로 단축했네. 그건 마치 내가 마흔 살이나 쉰 살 된 그녀를 칼로 찔러 죽인 것과 같아. 다른 게 있다면 인생의 끝자락이 아니라 시작점에서 수년을 빼앗은 거지. 훨씬 더 악랄한 짓을저지른 거야. 게다가 나는 나이 든 호색한이 뚜쟁이로부터 아이를 사들이는 이유로 그런 일을 저질렀어. 이기적인 탐욕과 조바심이 나를 그리하도록 몰았고, 바로 그것!" - P136

"바로 그것 때문에 우리의 기술과 과학은 진보적인 박애주의자들이 하는 말과 달리 세상을 개선할 수 없는 걸세. 우리의 방대하고 새로운 과학기술을 맨 처음 사용하는 건 우리의 본성에서나 국가에서나 지독하게 탐욕스럽고 이기적이고 성급한 부분들이야. 조심스럽고 친절하고 사회적인 부분에는 항상 두 번째로 차례가 가지. 콜린 경의 기술이 아니었다면 벨은 지금 정상적인 두 살 반 아기였을 거야. 나는 그녀가 독립하기 전 16년이나 18년을 더 그녀와 함께하는 삶을 누렸을 테지. 하지만 내 저주받은 성적 욕구가 내 과학기술을 이용해 그녀를 던컨 웨더번을 위한 한 입 거리로 포장했어! 던컨 웨더번!" - P136

벨라와의 관계는 처음부터 파우스트의 성격을 띠었고, 당신이 나를 당신의 ‘질녀‘에게 떠맡긴 순간부터 내 콧구멍에는 죄악의 황홀한 향냄새가 났지. 이 멜로드라마에서 내가 순진하고 의심 없는그레첸 역을 맡게 되고, 당신의 굉장한 질녀에게 파우스트 배역이 맡겨질 줄은, 그리고 당신! 그래, 당신, 고드윈 비시 백스터가 악마 본인일줄은 난 알지 못했어! - P150

"물론 어떤 한 사람이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존재의 아주 작은 부분 이상을 아는 건 불가능하네. 그러나 자네가 신비라고 부르는 것을 나는 무지라고 부르네. 그리고 (우리가 그것을 뭐라고 부르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그 어떤 것도 우리가 아는 것들 - 우리인 것들 - 보다 더 거룩하거나 신성하거나 훌륭하지 않아! 사람들의 애정 어린 친절이 우리를 만들고 지탱해 주는 것이고, 우리의 사회를 계속 작동시키는 것이며, 우리로 하여금 그 안에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게 해 주는 것일세." - P182

"우리 문학은 당신네 월터 스콧의 동시대인인 푸시킨에서 시작되었지요." 그가 내게 말했어요. "푸시킨 이전의 러시아는 진정한 국가가 아
니라 하나의 행정구역이었어요. 귀족은 프랑스어를 사용했고, 관료는프로이센 사람들이었지요. 농민만이 유일하게 진정한 러시아인들이었는데, 통치자와 관료들은 하나같이 그들을 경멸했어요. 그러다 푸시킨이 민중의 한 사람인 그의 유모로부터 민간 설화들을 배웠죠. 그의 소설과 시 덕분에 우리는 우리 언어에 자부심이 생겼고, 우리의 비극적인과거 - 우리의 기묘한 현재 - 우리의 수수께끼 같은 미래를 인식하게 되었어요. 그는 러시아에 어떤 심적 상태를 만들어 주었고 - 그것을 실현시켰어요. 그때부터 우리는 당신네 디킨스만큼 위대한 고골과,
당신네 조지 엘리엇보다 더 위대한 투르게네프, 그리고 당신네 셰익스피어만큼 위대한 톨스토이를 갖게 되었어요. 하지만 당신네에겐 월터스콧 이전에 이미 몇백 년의 셰익스피어 시대가 있었죠." - P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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