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삶과의 모든 투쟁에서 패배했어,

그리고 앞으로의 패배 또한 장담할 수 있어,

나의 삶에서 가장 성공적인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그 패배지.

하지만 그 패배로는 뭔가가 모자란 듯한 느낌이 들어.

나는 마치 내게 일어날 수 있는 가장 나쁜 일은

아직 일어나지 않았다는 기대로 살고 있다는 생각도 들어.

─ 본문 중에서 - <하품>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685837 - P2

나는 나를 허물며 나의 허물어짐을 구축해가는 걸까, 허물고 있는 걸까, 아니면 그 허물어짐과 함께 허물어지고 있는 걸까, 그리고 그것들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는 걸까, 라는 자문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라는 의문에서 비롯되고 나아가고 다시 그 질문에 이르게 되는 나의 무모한 글쓰기가 놓이고자 하는 (무)의미의 공간상의 지점은 어디일까, 라는……라는……일 수밖에 없을까……. - <하품>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685837 - P5

아침부터 기분이 이유 없이 별로였던 그날 오후에는, 우연히 동물원에서 한때 알고 지내던 사내를 만났다. 우리는 서로 반대편에서 걸어가던 중, 서로를 지나치다 말고, 걸음을 멈추고는 상대를 한참을 쳐다보았다. - <하품>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685837 - P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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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는 빈의 좋은 출판사에서 나온 정영문의 소설 『바셀린 붓다』의 독일어 번역본이었습니다. 책에 담긴 사유가 놀랍도록 깊고 넓으며 스쳐가는 생각의 편편에 드넓은 세계가 스며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알라딘 eBook <꿈꾸고 사랑했네 해처럼 맑게> (전영애 지음) 중에서 - P99

서둘러 가라,
내 사랑에게로
Eile denn
zu meinem Lieben!

-알라딘 eBook <꿈꾸고 사랑했네 해처럼 맑게> (전영애 지음) 중에서 - P101

서둘러 가라, 내 사랑에게로
부드럽게 그 마음에다 말하라
하지만 그이 슬프지는 않게
내 고통은 숨겨다오.

하지만 말해다오, 겸손하게 말해다오,
그의 사랑이 나의 생명이라고.
우리 둘의 기쁜 감정이
나, 그의 곁에 있게 해주리.

-알라딘 eBook <꿈꾸고 사랑했네 해처럼 맑게> (전영애 지음) 중에서 - P101

『서·동 시집』(1819, 1827)에는 시 239편이 열두 묶음으로 나뉘어 있고, 방대한 산문도 첨부되어 있습니다. 괴테가 65세 때 14세기 페르시아 시인 하피스―하피스의 시집은 현지에서 지금도 책이라곤 없는 여느 집에도 코란과 나란히 놓여 있다고 합니다―를 읽음으로써 이 책은 시작되었고, 받은 영감으로 새롭게 만개한 시적 감성과 지혜가 한껏 어우러져 있습니다. 괴테는 평생 그침 없이, 헤아리기도 어려운 편수의 시를 썼지만 본인 손으로 제대로 묶어서 펴낸 시집은 『서·동 시집』뿐입니다.

-알라딘 eBook <꿈꾸고 사랑했네 해처럼 맑게> (전영애 지음) 중에서 - P102

사랑스럽던 이의 눈 앞으로
이걸 썼던 손길에게로―
언젠가 뜨거운 갈망으로
기다리고 받던 것
그것들이 솟구쳤던 가슴에로
이 종이들은 돌아가거라.
늘 사랑에 가득차 거기 있던 것,
가장 아름다웠던 시간의 증인들.

-알라딘 eBook <꿈꾸고 사랑했네 해처럼 맑게> (전영애 지음) 중에서 - P105

나를 울게 두어라! 밤에 에워싸여
끝없는 사막에서.
낙타들이 쉬고 몰이꾼도 쉬는데,
돈 셈하며 고요히 아르메니아인 깨어 있다
그러나 나, 그 곁에서, 먼먼 길을 헤아리네
나를 줄라이카로부터 갈라놓는 길, 되풀이하네
길을 늘이는 미운 굽이굽이들.
나를 울게 두어라! 우는 건 수치가 아니다.
우는 남자들은 선한 사람.
아킬레스도 그의 브리세이스 때문에 울었다!
크세르크세스 대왕은 무적의 대군을 두고도 울었고
스스로 죽인 사랑하는 젊은이를 두고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울었다.
나를 울게 두어라! 눈물은 먼지에 생명을 준다.
벌써 푸르러지누나.

-알라딘 eBook <꿈꾸고 사랑했네 해처럼 맑게> (전영애 지음) 중에서 - P107

꿈을 가지라는 그런 추상적인 말 대신, 뜻을 가지면 사람이 어떤 높이와 넓이에 이를 수 있는지, 또 그런 사람은 자기 자신을 어떻게 키웠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실물 예 하나를 젊은이들을 위해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오래 해왔습니다.

-알라딘 eBook <꿈꾸고 사랑했네 해처럼 맑게> (전영애 지음) 중에서 - P112

"평범해 보이는 순간들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보석과 같은 가치를 찾아내는 방법을 터득한" 덕분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알라딘 eBook <꿈꾸고 사랑했네 해처럼 맑게> (전영애 지음) 중에서 - P114

하지만 저기 외따로
가는 자 누구인가?
Aber abseits wer ists?

-알라딘 eBook <꿈꾸고 사랑했네 해처럼 맑게> (전영애 지음) 중에서 - P115

늘, 평생, 하던 일을 새삼 돌아본다는 건 어디에 부딪쳤거나 가던 길이 가팔라졌을 때의 증상입니다. 가팔라진 길이 위를 향한 것인지 아래를 향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봄꽃 그늘 아래서 한번, 온 길과 갈 길을 돌아보곤 합니다.

-알라딘 eBook <꿈꾸고 사랑했네 해처럼 맑게> (전영애 지음) 중에서 - P115

거대한 하르츠 산맥. 그 산맥 중의 브로켄산은 마녀들이 집결한다는, 『파우스트』의 ‘발푸르기스 밤’의 무대입니다.

-알라딘 eBook <꿈꾸고 사랑했네 해처럼 맑게> (전영애 지음) 중에서 - P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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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해야 하리, 우리 모두!
술 없이도 취하는 게 젊음.

-알라딘 eBook <꿈꾸고 사랑했네 해처럼 맑게> (전영애 지음) 중에서 - P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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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글들은 내가 회사를 그만두고 뭘 하며 놀았는지에 대한 기록임과 동시에 어떻게 취업을 하거나 사업을 벌이지 않고도 굶어 죽지 않을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물론 읽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회사나 직장을 그만둔다고 큰일이 나진 않는다는 것이다. 하나의 문이 닫히면 다른 문이 꼭 열리게 되어 있다고 믿는다. - <부부가 둘 다 놀고 있습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29311 - P20

나는 평생 결혼할 생각이 아예 없던 남자였고 아내는 다시 결혼할 생각이 없던 여자였다. 그런데도 둘이 결혼을 해서 잘 살고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던 걸까. 아마도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나 삶을 대하는 자세가 비슷했기 때문일 것이다. - <부부가 둘 다 놀고 있습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29311 - P21

그래서 우리는 똥오줌 걱정 없이 여유 있게 걸어 다닐 수 있고 아무것도 안 해도 뭐라 하는 사람이 없으며 그 누구의 소유도 아닌 평화로운 벤치들이 널려 있는 공원을 너무나 사랑했다. - <부부가 둘 다 놀고 있습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29311 - P22

우리는 많이 벌 생각보다는 많이 놀 생각을 하기에 지금도 ‘공원의 불륜 커플’처럼 깔깔거리며 살 수 있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우리가 신사동 가로수길의 술집에서 처음 만났을 때도 ‘노는 방법’이 서로 비슷하다고 느꼈던 것 같다. - <부부가 둘 다 놀고 있습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29311 - P25

아내는 공원에 있는 커플들의 뒷모습만 봐도 부부인지 불륜인지 금방 알 수 있다고 했다. 손을 꼭 잡거나 서로의 손을 지나치게 다정히 어루만지며 가는 커플은 거의 다 불륜이라는 것이었다. 아내의 말을 듣고 다시 사람들을 쳐다보니 정말 그런 것도 같았다. - <부부가 둘 다 놀고 있습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29311 - P23

2011년 4월 1일, 거짓말 같은 만우절이었다. 나중에 들어보니 그녀는 내가 그때 더 지분거리지 않고 깔끔하게 일어서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고 했다. - <부부가 둘 다 놀고 있습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29311 - P30

내가 "사실 안 나오려다 고노와다가 뭔지 궁금해서 나왔다"고 너스레를 떨었더니 그녀가 웃었다. 고노와다는 해삼 내장을 뜻하는 일본말이라는 걸 가르쳐주면서. - <부부가 둘 다 놀고 있습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29311 - P34

측은지심. 이건 상대방이 불쌍해서 느끼는 감정이 아니다. 상대방과 내가 마음을 열고 서로의 처지를 이해해야만 가능한 감정이다. - <부부가 둘 다 놀고 있습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29311 - P37

우리는 마음을 열고 계속 이야기를 나누며 술잔을 기울였다. "혼자 있을 때 뭘 하고 노느냐가 그 사람을 규정한다"는 말이 있는데 우리는 책을 좋아하고 뭔가 새로운 일을 기획하는 걸 좋아한다는 점에서 서로 비슷한 점이 많았다. - <부부가 둘 다 놀고 있습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29311 - P37

그날부터 우리는 사귀기 시작했다. 고노와다와 소주가 맺어준 인연이었다. 아니, 노는 방법이 비슷한 사람끼리 우연히 서로를 발견하고 끌어당겼다고나 할까. - <부부가 둘 다 놀고 있습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29311 - P37

결과적으로 아내와 나는 살림을 합치기 전까지 그 침대에서 여러 날을 함께 잤다. 떨어지지 않으려면 밤새 껴안고 자는 수밖에 없었는데 그때는 그게 오히려 더 좋았으니까. 역시 사랑으로 못 할 일은 없다. - <부부가 둘 다 놀고 있습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29311 - P39

물론 요즘 우리는 잠자리에 누우면 잠깐 껴안았다가 곧바로 등을 돌리고 잔다. 자면서까지 사랑할 필요는 없다고, 요즘 나와 아내는 생각…… 아마 아내도 나와 같은 생각일 것이다. - <부부가 둘 다 놀고 있습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29311 - P39

예술가들은 자기 인생을 캔버스 삼아 자신의 작품과 비슷한 그림을 거기에 한 번 더 그릴 때 비로소 멋스러움의 정점을 찍는 것 같았다. - <부부가 둘 다 놀고 있습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29311 - P51

서울로 돌아갈 날이 하루하루 다가올수록 가슴은 돌덩이를 얹은 것처럼 무거워졌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레이먼드 챈들러 식으로 얘기하자면 우리들의 ‘거대한 일요일’이 지나가고 있었다. - <부부가 둘 다 놀고 있습니다>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29311 - P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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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운 이슬비가 한번 내리면
풀밭은 한층 더 푸르러진다.
우리 역시 보다 훌륭한 생각을 받아들이면
우리의 앞날도 훨씬 밝아지리라.
자신의 몸 위에 떨어진 한 방울의 작은 이슬도
놓치지 않고 받아들여 커가는 풀잎처럼
우리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을 최대한으로 이용할 수 있다면
그리하여 과거에 잃어버린 기회에 대해
애통해하는 것으로 시간을 보내지 않는다면
우리는 정말 복 받은 존재가 될 것이다.
-헨리 D. 소로 - <외로움 수업>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93184 - 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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