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을 힘들어한다. 더워서라기보다는 소란스러워서다. 뜨겁게 내리꽂히는 햇빛, 햇빛이 만들어내는 열기, 열기를 품고 왕성해지는 생기, 생기가 돌아 선명하고 또렷한 자연의 색깔, 그 색깔을 따라 같이 알록달록해지는 여름의 옷, 옷들 아래에서 흘러내리는 땀, 땀이 수시로 일깨워주는 살아 있다는 감각, 그 감각이 붕붕 띄우는 마음, 이 모든 것이 나에게는 조금 지나치게 소란하다. 단지 비유가 아니라 실제 청각의 문제라 여름이면 자주 가만히 귀를 막곤 한다. 아침에 눈을 뜨면서부터 온갖 힘이 넘치는 것들에 휩싸이는 일은 쉽지 않고, 후덥지근한 공기가 머릿속을 눅눅하고 흐릿하며 몽글하게 만드는 게 싫다. 겨울의 적요와 긴 어둠과 정신을 바짝 들게 하는 추위를 매일 그리워한다. 어쩌면 그래서 가장 좋아하는 색깔이 보라색인지도 모르겠다. 뜨겁고 붉은 것이 얼어붙은 듯한 색. - <다정소감>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48886 - P7
타인이 더 나은 경험을 해보길 진심으로 바라서 하는 조언과, 무작정 던져놓는 냉소나 멸시는 분명 다르다. ‘세상의 빛을 보자’는 게 ‘관광(觀光)’이라면, 경험에 위계를 세워 서로를 압박하기보다는, 서로가 지닌 나와 다른 빛에도 눈을 떠보면 좋지 않을까. - <다정소감>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48886 - P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