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천적 사랑의 실행으로 말입니다. 이웃을 실천적으로, 그리고 끊임없이 사랑하려고 노력하십시오. 그 사랑이 성공을 거두게 되면 신의 존재도, 자기 영혼의 불멸도 확신하게 될 것입니다. 이웃 사람들에 대한 사랑이 완벽한 자기 희생에까지 이르게 된다면, 그때는 틀림없이 확신을 얻게 되고, 또한 어떤 의혹도 당신의 영혼 속으로 찾아 들지 못하게 됩니다. 이것은 경험을 거친 사실이며 분명한 것입니다.」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상) |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토예프스키, 이대우 저

리디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791 - P153

「그런데 이분의 논문 중에서 논적(論敵)인 성직자의 〈기본적이며 본질적인〉 그 다음 전제들에 대해 답변하고 있는 내용에 주목하시기 바랍니다. 그 전제란 첫째로, 〈어떤 사회 단체라 할지라도 그 구성원들의 정치적·시민적 권리를 지배하는 권력을 소유해서는 안 되며 소유할 수도 없다〉, 둘째로 〈형법적·민법적 권력은 교회에 속해서는 안 되며, 신의 법규이자 종교적 목적을 위한 인간들의 단체로서의 교회의 본질과 양립할 수 없다〉, 끝으로 세 번째는 〈교회는 이 세상에 속하지 않는다〉라는 것입니다…….」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상) |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토예프스키, 이대우 저

리디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791 - P168

「만일 지금 그리스도 교회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어떤 범죄도, 악행에 대한 제지도, 훗날 그에 대한 징벌도 존재하지 않을 것입니다. 다시 말씀드리자면 지금 말씀들 하셨듯이 기계적인 것이 아니라 진정한 징벌, 단지 마음을 자극할 뿐이며 자기 양심 속에 간직되어 공포를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위안이 되기도 하는 정말로 효과적인 진정한 징벌 말입니다.」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상) |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토예프스키, 이대우 저

리디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791 - P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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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보감東醫寶鑑》은 하늘타리의 효능을 부위별로 자세하게 설명하고, 이 식물을 ‘하늘이 내린 신성한 식물’이라는 뜻의 ‘천과天瓜’라고도 소개한다. 《동의보감》, 《의방유취醫方類聚》와 더불어 우리나라 3대 의서인 《향약집성방鄕藥集成方》은 우리 땅에 나는 약재, 즉 ‘향약’의 쓰임을 꼼꼼히 기록한 책이다. 이 책은 그 당시 부르던 약재의 우리 이름을 세심히 적어두기도 했다. 하늘타리를 두고 ‘천질월이天叱月伊’, 즉 ‘하늘의 식물이 밤에 핀다’는 뜻에서 ‘달(月)’을 붙여 ‘하늘달이’라고 소개한다. 그 옛 이름에서 지금의 ‘하늘타리’가 되었을 것이다. - <식물분류학자 허태임의 나의 초록목록>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73238 - P62

하늘타리는 낮에는 꽃잎을 웅크려 쪼그라든 채 밤을 위해 에너지를 아꼈다가 밤이 되면 꽃잎을 한껏 펼치고 솨솨 소리를 낼 듯이 짙은 농도로 향기를 발산한다. 꽃가루받이의 매개자가 될 밤의 곤충들을 유혹하려고 어두운 숲에 자신의 향기를 부려놓는다. 너무 고혹적이고 관능적이고 농염해서, 그 향기를 처음 맡았을 때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 몰라 허겁지겁 조사를 서둘렀던 기억이 여태껏 남아 있다. 포유류인 내가 그 꽃부리에 코를 묻고 있다가 한 점의 꽃가루로 변신해서 암술대를 타고 씨방의 가장 깊은 곳까지 내려가 밑씨를 만나, 마침내 ‘수정’이라는 행위에 성공하고 싶다는 욕망이 일었던 한여름 밤의 기억! 그 치명적인 향기를 하늘타리는 요술처럼 맨몸으로 만든다. - <식물분류학자 허태임의 나의 초록목록>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73238 - P64

식물의 몸에서 일어나는 복잡한 화학작용의 결과로 발현되는 것이 그들의 향기다. 하늘타리의 향기에 관여하는 성분으로 밝혀진 휘발성 물질만 해도 50여 가지에 달한다. 식물의 옹근 몸체를 따지고 들면 구절초 기준으로 한 개체에서 향기를 내는 물질이 100종류가 훌쩍 넘는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식물은 이 성분들을 제 몸에서 각양각색으로 조합하여 누군가에게 보내는 일종의 신호이자 언어로 쓴다. - <식물분류학자 허태임의 나의 초록목록>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73238 - P64

하늘타리의 향기는 ‘리날로올linalool’과 ‘알데히드aldehyde’라는 성분이 주축을 이룬다. 전자는 시트러스 계열의 베르가트 향을, 후자는 달콤쌉싸름한 정체불명의 꽃향기를 내기 때문에 향수와 방향제와 섬유유연제의 원료로 쓰이는 이름난 방향 물질들이다. 몸의 내부에서 다양한 성분이 얽히고설켜서 그야말로 복잡다단한 향기를 분출하며 하늘타리는 말한다. 내가 너를 기다리고 있다고. 박각시를 비롯하여 밤에 활동하는 곤충들은 그 언어를 알아듣고 찾아가 하늘타리의 유혹에 응답한다. - <식물분류학자 허태임의 나의 초록목록>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73238 - P65

서양에서도 꽃의 생김새 때문에 하늘타리속의 이름을 트리코산테스Trichosanthes라고 지었다. ‘털’을 뜻하는 그리스어 ‘trichos’와 ‘꽃’을 뜻하는 ‘anthos’로 이루어진 이름이다. 그 이름을 딴 천연물질 ‘트리코산틴’은 하늘타리의 몸에서 추출한 단백질인데, 항암 효과, 특히 유방암과 폐암의 세포 발생을 지연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것을 현대 과학이 밝히면서 신약의 주성분이 되었다. 그뿐 아니라 과거에 민간에서는 하늘타리 뿌리를 임신부에게 절대로 쓰지 않거나 피임약 대용으로 처방하기도 했는데, 인간의 임신 중절에 미치는 ‘트리코산틴’의 기작은 비교적 최근에야 확인되었다. - <식물분류학자 허태임의 나의 초록목록>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73238 - P66

붉은하늘타리의 등장은 식물분류학계를 술렁이게 했다. 이처럼 기존에 국내의 분포에 대한 기록이 없던 타국의 식물을 ‘미기록종’이라고 한다. 이와 달리 ‘신종’은 국경의 안팎 어디서도 확인된 적 없던, 지구상의 새로운 식물을 말한다. 남서해안에 넓게 퍼져 있는 먼 섬에서는 그간 기록되지 않았던 미지의 식물이 꾸준히 발견되고 있다. - <식물분류학자 허태임의 나의 초록목록>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73238 - P67

향유가 지천으로 피었다. 가을이 왔다는 뜻이다. 쑥이나 서양민들레처럼 애써 가꾸지 않아도 민가 주변에서 아무렇게나 자라는 식물이 향유다. 꽃이 화려하지 않아서 사람들 눈에 쉽게 띄지는 않는다. 그 대신에 특유의 향기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낸다. - <식물분류학자 허태임의 나의 초록목록>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73238 - P70

식물 전체에서 강한 향기가 난다고 해서 이름도 향유香薷다. 나물로 먹기도 해서 옛사람들은 ‘먹을 여茹’ 자를 붙여 ‘향여香茹’라고도 했다. 동아시아를 비롯하여 히말라야와 유럽에도 널리 자라는 향유는 먼 옛날부터 약용식물로 널리 이용되었다. - <식물분류학자 허태임의 나의 초록목록>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73238 - P71

《향약채취월령》은 예로부터 널리 쓴 우리 약재에는 어떤 것들이 있고 이들을 정확히 언제 채집해야 하는지를 민간에서 노래로 익힐 수 있도록 기록한 일종의 의학서이다. 이 책의 설명에 따르면 11월은 ‘향유를 채집하는 달’이다. 《동의보감》도 향유를 중요한 약재로 기록한다. 특히 ‘곽란霍亂’을 다스리는 데 반드시 향유를 쓴다고 했는데, 그 시절 배탈의 특효약이 향유였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식중독을 일으키는 대표 세균인 살모넬라균에 대한 항균 성분이 향유에서 확인되었다. - <식물분류학자 허태임의 나의 초록목록>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73238 - P71

식물의 약성은 영어로 흔히 ‘에센셜 오일’이라고 부르는 ‘정유精油’ 성분에서 비롯되는데, 이것이 공기 중에 노출될 때 식물 특유의 향기가 난다. 대개 향이 짙은 식물이 약성도 높은 편이다. 추출법을 달리하면 식물 체내에 둥둥 떠다니는 다양한 종류의 에센셜 오일을 밝힐 수 있고, 그것으로 새로운 천연향료나 신약 성분을 얻을 수도 있기 때문에 관련 연구는 끊임없이 진행 중이다. - <식물분류학자 허태임의 나의 초록목록>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73238 - P72

향유의 체내에서 확인된 정유 성분은 자그마치 70여 종류에 달한다. 그중에서도 나의 관심을 끄는 것은 리모넨limonene과 시트랄citral이다. 이들은 마치 레몬과 오렌지를 버무린 듯 상큼한 향을 담당하는 성분이다. 유명한 향수 브랜드 ‘조말론’과 ‘이솝’은 그 향을 담은 제품을 주력 상품으로 내걸기도 했다. 이들 성분을 자연에서는 우리가 익히 아는 재배식물 레몬그라스에서 주로 얻는다. 레몬그라스는 동남아시아 일대에서 널리 키우는 볏과 작물이다. 잎만 보면 억새나 갈대처럼 큰 특징 없이 생겼는데, 옹근풀에서 나는 특유의 레몬향은 독보적이라 이름도 ‘레몬풀’이다. 향수를 만드는 원료의 대명사가 된 식물이자 셰프가 사랑하는 향신료, 태국의 대표 음식 똠양꿍에 절대 빠져서는 안 되는 식물이 레몬그라스다. 하지만 이렇게 화려하게 쓰이는 레몬그라스가 안타깝게도 우리 땅에서는 저절로 자라지 않는다. - <식물분류학자 허태임의 나의 초록목록>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73238 - P72

레몬그라스와 같은 수입 식물을 재배하기 위해서는 해당 식물의 원천에 대한 로열티를 따로 내야 한다. 국제협약인 ‘나고야의정서’의 엄격한 의무조항에 따라 이익은 마땅히 원산지에 공유되어야 하기 때문에, 외국 원산의 재배식물을 키워 쓰는 데 숱한 제약이 따르게 된 것이다. - <식물분류학자 허태임의 나의 초록목록>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73238 - P73

조선 건국 초기였던 1399년에 편찬된 의학서 《향약제생집성방鄕藥濟生集成方》에는 우리 땅에 자라는 향약이 당약에 비해 우월하다는 주장이 곳곳에 담겨 있다. 이를 토대로 조선 초기의 서민 의료기관이었던 제생원에는 국내의 각 지역에서 수집한 약용식물을 심어 기르는 공간도 별도로 마련되었다. 특히 세종은 즉위 초부터 지역별로 향약의 실태를 조사하도록 지시하였고, 그 결과를 《세종실록지리지世宗實錄地理志》에 고스란히 담았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조선의 3대 의서 《향약집성방》, 《의방유취》, 《동의보감》이 편찬될 수 있었던 것이다. - <식물분류학자 허태임의 나의 초록목록>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73238 - P74

향유는 조선이 낳은 모든 의서에 하나같이 중요한 식물로 등장한다. 한방에서는 ‘향유’라는 이름 외에 ‘노야기’라고도 부르는데, 실제로는 향유뿐만 아니라 그의 형제 식물인 꽃향유도 같은 이름으로 한방에서 함께 썼을 것이라고 짐작한다. 꽃향유의 주 분포지는 한반도다. 향유는 북반구 일대의 여러 국가에 걸쳐 비교적 널리 자라지만 꽃향유는 한반도를 벗어나면 중국 동북부의 일부 지역에서만 자란다. 꽃향유도 향유처럼 몸에서 특유의 레몬향을 발산하는데 향유와 비교하면 옅은 편이다. 그래서인지 꽃향유 몸에서 밝혀진 정유 성분은 향유의 절반에 그친다. 그 대신 꽃향유는 이름처럼 꽃이 두드러진다. - <식물분류학자 허태임의 나의 초록목록>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73238 - P75

꽃향유뿐만 아니라 한반도에는 꽃향유를 쏙 빼닮은 가는잎향유와 변산향유와 좀향유가 자란다. 가는잎향유는 충북과 경북을 잇는 이화령에서, 변산향유는 변산의 해안가 바위지대에서, 좀향유는 한라산에서 만날 수 있다. - <식물분류학자 허태임의 나의 초록목록>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573238 - P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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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들에게는 필설로 다 못하고 꾹 참고 있는 슬픔이 있는데 그것을 가슴속에 묻고 침묵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일시에 폭발해 버리는 슬픔도 있다. 그 슬픔이 만일 눈물로 폭발해 버리면 그 순간부터 통곡으로 변하게 된다. 특히 여자들이 그렇다.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침묵하는 슬픔보다 덜 고통스러운 것은 아니다. 통곡은 가슴을 자극하고 폭발시킴으로써 위안을 가져다 준다. 그런 슬픔은 위안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억누를 수 없는(해소될 수 없는) 감각을 자양분으로 삼아 지탱된다. 통곡은 단지 상처를 끝없이 자극하려는 욕구에 불과한 것이다.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상) |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토예프스키, 이대우 저

리디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791 - P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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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으로 비로서 아버지는 빨치산이 아니라 나의 아버지로, 친밀했던 어린 날의 아버지로 부활한 듯했다. 죽음은 그러니까, 끝이 아니구나, 나는 생각했다. 삶은 죽음을 통해 누군가의 기억 속에 부활하는 거라고. 그러니까 화해나 용서 또한 가능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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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료샤의 귀향은 그의 도덕적 측면에 영향을 준 듯이 보이며, 쉬이 늙어 버린 노인에게 마음속에서 이미 오래 전에 시들어 버린 무언가를 일깨웠던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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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디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791 - P57

나는 그가 살이 너무 쪄서 축 늘어졌다고 이미 말한 바 있다. 그의 용모는 그때까지 그가 살아온 모든 삶의 특성과 본질을 생생하게 입증해 주고 있었다. 항상 오만함이 서려 있고 의심기가 역력한 데다 냉소적인 그의 가느다란 두 눈 아래에는 길쭉한 살집이 잡혀 있었다. 기름기가 번지르르 흐르는 조그만 얼굴에는 많은 주름살이 새겨져 있었으며, 혐오스러울 만큼 음탕한 모습을 더해 주는 커다랗고 길쭉한 비계덩이 혹이 뾰족한 턱에 마치 지갑처럼 매달려 있었다. 게다가 입은 길게 찢어지고 탐욕스러웠으며, 두툼한 입술 사이로는 썩어 버린 시커먼 이빨 조각들이 눈에 띄었다. 또 말을 할 때면 언제나 침을 튀기곤 했다. 그러나 어쩌면 자신은 만족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자기 얼굴에 대해 즐거이 익살을 떨었다. 그다지 크지는 않지만 매우 뾰족한 데다가 심하게 휘어진 매부리코를 특히 화제로 삼았다.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상) |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토예프스키, 이대우 저

리디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791 - P59

알료샤는 당시 건장한 체격을 갖추었고, 뺨에는 홍조가 돌며, 두 눈은 반짝반짝 빛나는 건강미 넘치는 열아홉 살의 청년이었다. 그는 당시 대단한 미남이었을 뿐만 아니라, 중키의 다부진 몸매에다가 짙은 아마빛 머리, 약간 길쭉하긴 하지만 이목구비가 뚜렷한 계란형 얼굴, 반짝거리는 짙은 잿빛의 크고 시원스러운 눈동자를 가진 사려 깊고 아주 얌전한 청년이었다.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상) |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토예프스키, 이대우 저

리디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791 - P65

현실주의자를 신앙으로 이끄는 것은 기적이 아니기 때문이다. 진정한 현실주의자는 만일 그가 신앙을 갖지 않았을 경우에는 언제나 자기 내부에서 기적을 믿지 않는 힘과 재능을 찾아내게 마련이며, 만일 기적이 자기 앞에서 부정할 수 없는 사실로 나타날 경우에는 그 사실을 용납하기보다는 오히려 자신의 오관(五官)을 불신하는 법이다. 만에 하나 그것을 용납한다손 치더라도 단지 지금까지 자신이 알지 못했던 자연 현상으로 받아들인다. 리얼리스트에게는 기적으로부터 신앙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신앙으로부터 기적이 나오는 것이다. 만일 리얼리스트가 일단 신앙을 갖게 되면 그는 바로 자신의 현실주의에 의해 반드시 기적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상) |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토예프스키, 이대우 저

리디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791 - P66

한편으로 알료샤는 형의 그런 태도에는 박식한 무신론자로서 우둔한 발심자(發心者)인 자신에 대한 어떤 경멸감이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는 형이 무신론자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만일 정말로 경멸감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것 때문에 모욕감을 느낄 수는 없었으며, 어쨌든 형이 자신에게 가까이 다가올 때만을 자신도 알 수 없는 어떤 불안한 당혹감 속에서 기다렸다. 큰형 드미뜨리 표도로비치는 이반에게 깊은 존경을 표시하면서 감동 어린 목소리로 그에 관해 말하곤 했다. 알료샤가 최근 두 형들을 매우 밀접한 관계로 엮어 놓은 중대한 사건의 자세한 내막을 들었던 것도 바로 그로부터였다. 작은형 이반에 대한 드미뜨리의 열광적인 평가는 알료샤의 눈에 매우 인상적으로 남았다. 왜냐하면 드미뜨리 형은 작은형 이반에 비한다면 거의 교육을 받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두 사람을 함께 비교하자면(세워 놓자면) 그처럼 서로 전혀 닮지 않은 경우란 상상하기조차 힘들 만큼 개성이나 성격 면에서 현격한 대조를 이루었기 때문이다.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상) |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토예프스키, 이대우 저

리디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791 - P82

알료샤는 입을 다물고 있었지만 자기 아버지를 이미 너무나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되풀이해서 말하지만 그는 사람들이 생각하듯이 그렇게 단순한 젊은이는 아니었다. 그는 무거운 마음으로 결정된 그날이 오기를 기다렸다. 물론 그는 마음속으로 가족들 사이의 모든 불화가 어떻게 해서든 끝나기를 진정으로 염원했다.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상) |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토예프스키, 이대우 저

리디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791 - P85

미우소프는 이 같은 〈형식주의〉를 재빨리 훑어본 다음 장로의 얼굴을 뚫어질 듯이 응시했다. 그는 자신의 안목을 존중했다. 그러나 그가 그런 결점을 가지고 있긴 했지만 이미 쉰 살에 이르는 나이를 고려한다면 그런 결점은 대체로 너그럽게 받아들일 수도 있었다. 그런 나이가 되면 총명하고 생활이 안정된 세인들의 경우 항상 자신을 과대평가하는데, 때로는 무의식적으로 그럴 수도 있는 법이니 말이다.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상) |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토예프스키, 이대우 저

리디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791 - P103

그는 작은 키에 허리가 굽은 노인으로서, 매우 허약한 다리를 가지고 있었으며 이제 65세를 넘기고 있었지만 병환 때문에 적어도 10년 이상 더 늙어 보였다. 수척한 그의 얼굴 전체에는 잔주름이 가득했으며, 특히 눈가에는 더욱 많았다. 그의 눈은 그리 크지는 않았지만 맑고 마치 빛나는 두 개의 점처럼 반짝거리며 빠르게 움직였다. 하얗게 센 머리는 관자놀이에만 남아 있었으며 숱이 적은 턱수염은 쐐기처럼 뾰족했고, 마치 가는 노끈처럼 얇은 두 입술은 이따금씩 미소를 흘리고 있었다. 코는 길다기보다 새의 부리처럼 뾰족했다.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상) |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토예프스키, 이대우 저

리디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791 - P104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겁니다. 자신을 속이고 자신의 거짓말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은 자신의 내면이나 주변에 있는 진실을 감지하지 못하며, 반드시 자신이나 타인을 존경하지 않게 됩니다. 아무도 존경하지 않으며 사랑을 멈추게 되면 마음을 달래고 위안을 찾기 위해 애정이 결핍된 상태에서 욕망과 색정에 몰두하여 자신들의 결점이기도 한 야수성을 드러내게 됩니다. 이 모두가 타인들과 자신에게 끊임없이 거짓말을 하는 데서 비롯되지요. 자기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누구보다도 더 모욕감을 잘 느낄 수 있습니다.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상) |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토예프스키, 이대우 저

리디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242000791 - P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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