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야가 한정적이고 정형화된 문장을 주로 쓰는 기술 문서, 일기 예보, 스트레이트 신문 기사 등은 컴퓨터 보조 번역을 거쳐 점차 기계번역으로 대체될 것이다. 기계번역이 보편화된다면 글을 쓸 때부터 기계번역을 염두에 두고 ‘기계번역 친화적’인 문장을 쓰려고 노력할지도 모른다. 이를테면 영국의 언어학자 찰스 케이 오그던이 제안한 쉬운 영어Basic English 가 글쓰기의 표준이 될 수도 있다. 한편 출판 번역의 경우에도 내용만 그럭저럭 전달하면 그만인 분야에서는 기계번역이 인간 번역가를 대체할지도 모른다. - <번역가 모모 씨의 일일>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81451 - P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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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어휘력이 부족한 사람의 문제 중 하나는 공기共起, collo-cation를 제대로 맞추지 못한다는 것이다. 공기란 특정한 단어 쌍이 늘 함께 나타나는 것을 일컫는다. 이를테면 ‘쓰다’와 ‘신다’ 둘 다 ‘착용하다’를 뜻하지만 ‘모자’는 ‘쓰다’와, ‘신발’은 ‘신다’와 함께 쓰인다. 공기를 맞추지 못하면 문장이 어색해진다. 번역투의 상당수가 바로 이 때문에 생긴다. "Another ant joins the attack"이라는 문장을 별 생각 없이 번역하면 "다른 개미가 공격에 참가한다"가 되겠지만 그보다는 ‘공격에 합류한다’ 혹은 ‘공격에 동참한다’라고 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공기의 정보는 사전에서 찾을 수 없기 때문에 이것을 자연스럽게 구사하느냐의 여부는 번역가의 한국어 어휘력에 달렸다. - <번역가 모모 씨의 일일>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81451 - P304

그런데 자주 쓰는 단어는 문맥에 따라 의미와 용법이 다르며 번역도 그때그때 다르게 해야 한다. 이런 단어는 사전의 뜻풀이를 기계적으로 외우기보다 책이나 영화, 드라마를 보면서 문맥 속에서 체득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 <번역가 모모 씨의 일일>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81451 - P305

우리가 동사 하나로 쓰는 단어를 원어민들은 ‘phrasal verb’, 즉 구동사로 쓰는 경우가 일상다반사였다. 이를 테면 ‘고용하다’라는 표현을 쓸 때 우리는 바로 ‘employ’라고 외치지만 현지인들은 일상적으로 ‘take on’이란 동사구를 쓴다. 그러니 미궁에 빠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던 것이다. - <번역가 모모 씨의 일일>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81451 - P318

구동사와 관용어에 익숙해졌다면 그다음 관문은 영어에 나오는 필수 동사들의 뜻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암기하는 것이 좋다. 이 방법은 번역가 지망생들을 대상으로 수업할 때 썼던 방법인데 학생들 반응이 좋았다. 예를 들어 ‘go’, ‘get’, ‘take’, ‘come’, ‘run’, ‘fall’ 같은 동사들을 정복하는 것이다. 이 동사들은 여러분이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잘 모르는 대표적인 동사들이다. - <번역가 모모 씨의 일일>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81451 - P319

이런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단어는 항상 그 맥락 속에서 이해해야 하며, 한 단어를 공부할 때는 사전에 나오는 1번과 2번 뜻만이 아니라 5번, 6번, 7번 뜻까지 알아야 한다. - <번역가 모모 씨의 일일>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81451 - P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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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은 복원이다." 번역 강의를 할 때마다 빼놓지 않는 말이다.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영어 문장이 실은 한국어 문장이라고 상상해보라는 것이다. 그러면 번역은 영어 원문을 바꾸는 작업이 아니라 원래의 한국어 원문을 복원하는 작업이 된다. 그저 원문을 대하는 태도만 바뀌었을 뿐이지만 번역 결과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 <번역가 모모 씨의 일일>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81451 - P3

문학은 언어 예술이다. 당연한 말 같지만 여기에 여타 예술 장르와의 차이가 있다. 다시 말하자면 문학은 음악이나 미술과 달리 ‘언어’를 표현 수단으로 삼는다. 음악의 재료인 소리와, 미술의 재료인 이미지는 인류에게 보편적이어서 국경 밖으로 쉽게 전파되지만 문학은 언어의 장벽을 넘지 못한다. 번역의 도움 없이는. - <번역가 모모 씨의 일일>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81451 - P11

번역은 텍스트에서 출발하지만 텍스트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와야 한다. 말하자면 언어로 표현되기 이전의 상태, 인물과 사건과 배경이 존재할 뿐인 무정형의 상태에 언어의 옷을 입히는 작업이다. 이런 관점에서는 작가를 일종의 번역가로 볼 수도 있고 번역가를 일종의 작가로 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아직 언어로 표현되지 않은 어떤 플롯을 한강은 한국어로 번역했고 스미스는 영어로 번역했다고 말할 수 있으리라. 그렇게 어느 시점부터 작가와 번역가는 대등한 존재가 된다. - <번역가 모모 씨의 일일> 중에서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5881451 - P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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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일본의 고령자 집단은 전쟁 이후 급격한 사회변동과
‘버블 시대‘의 풍요로움을 경험한 세대이다. 특히 태평양전쟁(1947~1948)에서 패전한 직후에 태어난 ‘단카이 세대団塊世代(베이비 부머‘를 뜻하는 일본식 조어)가 일본 전체 인구 중 가장 두꺼운 연령대를 구성한다.
이들은 전쟁이 끝난 빈곤한 시절에 태어나 고도의 경제성장을이끌어 낸 주역으로 지금의 젊은 층에 비해 진취적인 태도가 두드러진다. 이제 겨우 70대 중반인 이들은 정치, 경제,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본 사회의 원숙한 버팀목이다. 고도 소비사회의주역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시민 의식이 비교적 높은 세대이기도하다.
일본사회가 젊은 패기보다 원숙한 전문성을 선호하는 것은, 이들 세대의 목소리가 크기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고령자 인구 집단의 경제적 영향력은 젊은 세대를 압도한다. 사회문제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는 편이다. 그렇다 보니 그들의장점인 ‘원숙함‘이 젊은 세대의 ‘새로움‘보다도 긍정적인 가치 평가기준으로 자리 잡았다고 볼 수도 있다. - P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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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혼네는 아무도 모르게 꽁꽁 숨겨두는 속마음이 아니라, 상대방에게 들켜야 하는 속마음이다. 달리 표현하면 다테마에는 속마음을 감추는 수단이 아니라, 속마음을 들키기 위한 수단이다.
다테마에로 혼네를 감추는 것이 아니라, 다테마에로 혼네를 에둘러 드러낸다는 해석이 더 어울린다. 그런 점에서 다테마에와 혼네의 문화는 속내를 감추는 이중성과는 거리가 멀다. 정반대로,
간접적이나마 속내를 분명히 드러내는 능동적인 방법이라고 할만하다. - P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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