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비로소 아버지가 이해되기 시작했다 - 딸이 기록한, 70세 원모씨 관찰 일기
정아름 지음 / 모티브 / 2026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나도 아빠랑 얘기를 잘 안할때는 아빠가 잘 이해가 안됐는데 얘기를 하면서 점점 이해가 되는 점들이 많아서 이 책을 읽으면서 아빠에 대한 이해를 더 깊이 해보고 싶다. 저자 정아름의

본업은 울산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13년 차 프리랜서 방송진행자, 부업은 아버지 원모씨의 매니저이다. 재미를 좇다 보니 어느새 직업이 셀 수 없이 늘어난 ‘직업부자’가 되었다.

2012년 울산 MBC리포터를 시작으로 라디오 〈정오의 희망곡 정아름입니다〉 DJ, MC, 성우, 강사, 라이브커머스 쇼호스트까지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프로 N잡러의 삶을 이어오고 있다. 2024년에는 홀로 스페인 순례길을 걸으며 쉼 없이 달려온 삶을 잠시 멈춰 세웠다. 무조건적인 성공을 쫓기보다 지금 곁에 흐르고 있는 평범한 일상을 감사히 바라보고 기록하기로 마음먹었다.

그 과정에서 57년생 인체에 무해한 할플루언서 ‘원모씨’가 탄생했다. 현재는 ‘가족숏트콤’ 이라는 장르를 개척해 인스타그램과 유튜브를 통해 약 12만 명의 팔로워들과 소통하고 있다. 가족과 함께하는 평범한 일상을 비범하게 바라보며 웃음과 위로, 행복의 가치를 전하고 있다. 다가오는 모든 사람의 말을 바보같이 다 믿을 것 같은, 선하고 자글자글한 눈웃음의 소유자 원모씨, 하지만 실제로는 그 누구의 말도 믿지 않고, 들으려 하지 않는, 귀를 닫는 남자 원모씨이다.

이렇게 의심 많은 아빠가 믿는 존재가 이 세상에 딱 한 분계신데, 바로 신이다. 누가 기도하라 시키지도 않았건만, 아빠는 기도를 밥 먹듯이 한다. 아침에 일어나면서 한 번, 밥 먹기 전 기도 두 번, 출근하기 전 기도 세 번,,,,어떤 기도를 하는 건지는 저자도 당최 모른다. 성당에 나가진 않지만 꾸준히 기도를 수행하는 방구석 냉담자이다. 과거 아빠는 술을 어마어마하게 마신 주정뱅이였다. 우리 가족뿐만 아니라, 주변 이웃들에게도, 형제들에게도 상당한 정신적, 물질적 피해를 주었다.



과거 아빠는 7형제 중, 가장 어른인 첫째 형님의 권유로 성당을 다니기 시작했다고 한다. 성당에서는 세례명을 갖게 되는데, 주님의 자녀로 새롭게 태어난다는 의미가 있다. 주정뱅이 정원모는 ‘모세’로 새롭게 태어났다. 정원모라는 이름과 아주 잘 어울리는 세례명이라는 생각이 든다. ‘모세는’ 물에서 건져 올린 사람이라는 뜻으로, 나일강에 버려졌다가 이집트 공주에게 발견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구원받은 사람, 하느님이 선택한 사람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고 한다. 술에 빠져 허우적대는 삶을 해결하기 위해 찾은 성당이었으나, 성당을 다니면서도 음주는 계속되었다. 아직도 생각나는 건, 아빠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성스러운 신부님과 싸운 일화, 성당의 한 신자와 술 먹고 싸운 일화, 그런데 나중에 그 성당 신자가 우리학교 역사 선생님으로 오셨다는 불편한 일화 등이다.

덕분에 저자는 고등학교 3년 내내 역사 선생님과 눈을 마주칠 수 없었다는 안타까운 결말이 있다. ㅋㅋㅋㅋ 그랬던 주정뱅이 아빠가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기도를 하면서 말이다. 기도를 하면 무엇을 하든, 어디에 있든, 잠시 정신을 가다듬고 침묵하게 된다. 그리고 무엇이든 간절히 바라게 된다. 저자 역시 지난 2024년 홀로 순례길을 걸을 때 기도의 힘을 경험했다. 기도는 뭔가 모르게 마음을 편안하게 했다.

저자의 아빠는 운동하는 모습을 살면서 단 한 번도 본적이 없다. 운동과는 거리가 먼 원모씨와 달리, 엄마는 운동이 생활화되어 있다. 매일 새벽이면 어김없이 동네 뒷산에 오른다. 산에 모인 이웃들과 함께 출처를 알 수 없는 영상 속 선생님의 몸짓을 따라 하면 몸도 한결 가벼워진다고 말한다. 엄마는 그런 운동의 즐거움과 효과를 아빠에게 알려주기 위해 평생을 노력했다.

2026년 새해를 맞아 가족 모두 함께 일출을 보러 가기로 했다. 매일 뜨는 해인데도 왜 새해 일출은 그토록 보고 싶은 걸까, 저자의 엄마가 늘 다니는 동네 뒷산 코스를 따라 오르기 시작했다. 산에 오른지 10분쯤 지났을까, 천근만근 무거워진 다리를 이끌며 따라오던 원모씨가 이제 그만 내려가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어림도 없는 소리! 저자의 엄마는 아빠를 어르고 달래며 앞장섰다.



결국 중턱에 올라 잠시 숨을 고른 뒤, 일출 명당에 도착했다. 속도가 붙은 해는 금세 온몸을 드러내며 세상을 훤하게 밝혔다. 해가 이렇게 예뻤나? 해를 보자마자 저자의 아빠는 두 손을 모아 기도를 했다. 엄마는 “올해도 잘 부탁한다”며 해가 듣지도 못할 인사를 건넸다. 저자는 그런 부모님의 순수한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카메라에 담았다.

저자의 가족을 영상으로 접한 분들은 이야기한다. 너무나 화목해 보인다고, 사실 저자의 가족은 찢어져도 진작 찢어졌어야 할 가족이었다. 아빠와 엄마에게 제발 이혼하라고, 각자 살라고 저자는 직접 이혼 서류를 프린트해서 준적도 있다. 부모님끼리 서로 싸우는 소리가 듣기 싫어서 혼자 작은 방에 틀어박혀 종일 울며 잘못된 생각을 수없이 했다. 화목하지 않은 가정에서 자라 봤기에, 별일 없는 가정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 안다.

서로를 향해 소리치지 않고, 눈치를 보지 않고 아무 일 없이 하루를 마무리하는 평범한 저녁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도 안다. 당시 저자의 가족은 가화만사성이라는 가훈이 무색할 정도로, 서로 소리치고, 분노하고, 핏대를 세우며, 때로는 치고받으며 싸웠다. 저자는 그런 부모의 모습을 보며 자랐다. 그래서 안다. 화목함은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매도 먼저 맞은 사람이 낫다고 했던가, 버텨내기 힘든 계절을 지나오면서 조금 더 단단해졌다.

웬만한 어려움에는 쉽게 흔들리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저자에게 가족은 복잡한 존재가 되었다. 때로는 가족으로부터 멀리 도망치고 싶고 벗어나고 싶지만, 결국에는 끝까지 지켜내야만 하는 존재, 미워하면서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애증의 대상 말이다. 가족 구성원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가정을 지켜내기 위해 애썼다. 아빠는 단주 모임에 나갔고, 엄마는 성당에서 간절히 기도했다.

저자와 동생은 또래보다 조금 일찍 독립해 경제적인 부담을 덜어 보려 애썼다. 그렇게 평행성만 달릴 것 같던 저자의 가족도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돌이켜 보면 기적 같은 변화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서로서로 가족의 모습을 포기하지 않은 채, 아주 조금씩 그리고 변해갔다. 지금 힘든 시간을 지나고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말해주고 싶다.

당장은 믿기 어렵겠지만, 시간이 해결해 주는 것들이 분명히 있다고, 서로가 포기하지 않는다면 언젠가 조금 나아질 수 있다고, 그냥 좋은 날이 올 거라고, 저자도 그랬으니까 말이다. 엄마에 대한 책은 많은데 아빠에 대한 저자의 책은 거의 블루오션 같다. 아빠에 대한 얘기들을 저자가 유쾌하게 풀어내서 재미있게 읽었고 아빠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는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