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격 있는 어른의 한자어 - 생각은 깊게 표현은 분명하게
김웅식 지음 / 보누스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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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웅식은 에디터와 기자, 공공기관 관리자, 에듀테크 기업 임원으로 일하면서 우리 사회 여러 영역에서 교육 콘텐츠와 서비스를 개발해 왔다. 저자는 오랫동안 글로 세상과 소통하며 사람과 사회를 바르게 이해하는 힘이 바로 ‘말의 뜻을 정확히 아는 것’에서 시작된다고 믿는다. 한자어 속에 깃든 옛사람들의 숨결과 시대의 가치를 선명하게 짚어냄으로써, 텍스트의 시대를 살아가는 독자들이 한층 더 깊고 품격 있는 언어의 힘을 갖추도록 안내하고 있다.

저서로는 《자동 독서 습관》이 있다. 우리말에는 한자어가 깊숙이 자리하고 있다. 기준과 대상에 따라 비중은 다르지만, 우리가 일상에서 흔하게 사용하며 사회의 다양한 현상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수많은 말이 한자어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한다. 특히 감정과 관계를 드러내는 한자어는 그 뜻을 제대로 살피지 않고서는 의미를 정확히 헤아리기 어려운 경우가 적지 않다.

누구나 한글로 적힌 문장을 쉽게 읽는다. 그러나 소리 내어 읽을 수 있다는 사실이 곧 그 말의 뜻을 제대로 이해하는 건 아니다. 카드 대금을 처리하는 ‘결재’와 문서를 승인하는 ‘결제’는 소리가 같지만, 전혀 다른 일을 가리킨다. 사회의 구조를 이해하고 자신의 생각을 정확하게 표현하기 위해 한자어를 알아야 한다.

한자어를 이해한다는 것은 단어의 뜻을 개별하며 한자의 의미에 빗대어 기계적으로 맞추어 보는 일이 아니다. 그 말이 어떤 자리에서 생겨났는지, 어떤 이유로 사용되어 왔는지, 오늘날의 우리이다. 말의 자취를 따라가다 모면, 한자어는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해석하는 ‘살아있는 열쇠’로 다가온다. 품격 있는 어른이란 결코 어려운 말을 많이 아는 사람이 아니다.

말의 뜻을 정확히 이해하고, 그 말이 놓여야 할 자리를 헤아릴 줄아는 사람이다. 그리고 자신이 꺼낸 말의 무게를 감당할 줄 아는 사람이기도 하다. 익숙한 우리말의 깊이를 새롭게 발견하는 계기가 되어 한 문장을 더 깊이 읽고, 한마디를 더 신중하게 고를 줄 아는 사람이 어른이다.



우리는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되지 않은 ‘대인배’라는 표현을 심심치 않게 접한다. 그런데 어느 신조어와는 달리 듣는 순간 그 의미가 단박에 전해진다. 처음 듣는 사람조차 그 뜻을 짐작하는 데 특별한 어려움이 없다는 사실은 이미 일정한 쓰임을 확보한 경우라는 방증이기도 하다. 언젠가 대통령 업무 보고 자리에서도 이 대인배라는 단어가 등장했다.

엉터리 국어라는 전제와 함께 ‘대인배’에서 ‘배’자는 본래 무리나 패거리를 낮잡아 이르는 말인데 여기서 ‘대인’을 붙이는 것이 과연 어울리느냐는 대통령의 문제 제기였다. 이 지적은 충분히 일리가 있다. ‘소인배’나 ‘시정잡배’처럼 배가 포함된 단어들은 대개 상대를 낮추거나 바하하는 맥락에서 사용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글자가 언제나 부정적인 의미만을 지니는 것은 아니다. 선배, 후배, 동년배처럼 단순히 ‘무리’를 가리키는 중립적인 쓰임도 분명히 존재한다. 사전에 등재되지 않았지만, 우리말 샘에서는 대인배를 ‘마음 씀씀이가 넓고 관대한 사람 또는 그런 무리’로 풀이하고 있다. 다만 대통령의 문제 제기 직후, ‘대인’은 ‘말과 행실이 바르고 점잖으며 덕이 높은 사람’을 뜻하는 말이고 ‘배’는 ‘불량배’, ‘폭력배’, ‘소인배’와 같이 주로 부정적인 명사에 붙는 말이므로 함께 어울려 쓰는 것은 적절하지 않는다.

저자는 뭔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내용을 참고표를 달아 추가했다. 표준국어대사전이 우리말을 ‘이렇게 써야 한다’라는 기준이라면, 우리 말샘은 ‘사람들이 이렇게 쓰고 있다’라는 현실을 반영한다. 중국 고전에는 ‘대인배’라는 표현이 등장하지 않는다.

흥미로운 점은 오늘날 국어사전에 등재된 ‘소인배’ 역시 고전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개념어가 아니다는 사실이다. 《논어》에서 공자는 ‘군자와 소인을 분명하게 대비한다. 군자는 두루 어울리되 사사로이 뭉치지 않고, 소인은 사사로이 뭉치되 두루 어울리지 못한다’라고 했다. 그리고 군자는 자신에게 구하지만 소인은 남에게서 구한다라고도 했다.



우리의 경우 《조선왕조실록》에도 ‘소인배’에 ‘대인배’는 극히 드물게 등장한다. 〈인조실록〉에 ‘대인배’라는 표기가 나오기는 하나, 국사편찬위원회는 이를 ‘대인들’로 국역했다. 즉 당시의 쓰임은 그저 ‘대인의 무리’를 가리키는 표현에 불과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오늘날의 ‘대인배’라는 표현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소인’에 무리를 뜻하는 ‘배’를 붙여 ‘소인배’라 하듯, ‘대인’에 배를 덧붙여 ‘대인배’라 한 셈이나 구조만 놓고 보면 크게 무리가 될 것도 없다. 병원에서 듣는 말들은 유난히 어렵게 느껴진다. 병원 언어는 우리 몸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비교적 정확하게 설명하기 위해 만들어진 언어이다. 한자를 풀어 읽는 순간 막연했던 말들이 구체적인 장면을 바뀌기 시작한다.

가장 먼저 자주 혼동되는 것이 염좌와 염증이다. 염좌는 ‘비틀리고 꺾인다’라는 뜻으로, 관절이나 인대가 물리적으로 뒤틀리며 손상된 상태를 가리킨다. 운동 중 발목을 삐었을 때가 대표적인 상태를 가리킨다. 반면 염증은 ‘불꽃처럼 달아오르는 증상’을 뜻한다. 손상된 부위가 붓고, 열이 나며, 통증이 생기는 반응을 말한다.

염좌가 문제가 발생한 상태라면, 염증은 그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몸이 일으키는 반응이다. 비슷한 발음 때문에 혼동되지만, 원인과 결과가 서로 다른 말이다. 몸속 구조를 가리키는 말도 마찬가지다. 횡경막은 가로 횡 막은 격 꺼풀 막 곧 가슴과 배 사이를 가로 질러 그 경계를 나누는 막을 뜻한다. 한편 질병의 이름은 우리 몸의 상태를 매우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고지혈증은 ‘피 속에 지방’ 성분이 높아진 상태를 뜻한다. 병원에서 사용하는 말들은 그저 어려운 표현이 아니다. 몸이 손상되는 방식, 그에 대한 반응, 그리고 회복의 과정까지를 단계적으로 설명한 언어이다. 한자어의 의미를 떠올리는 순간, 막연하게 느껴지던 증상과 질환도 제법 선명하게 다가오기 시작한다. 한자어를 알면 어려운 언어를 깨달아 자신 몸의 상태를 빨리 알 수 있다.

그리고 우리 몸이 보내는 신호를 훨씬 더 또렷하게 읽어낼 수 있다. 더 나아가 맹자가 말한 ‘대인’의 개념에 비추어 보면, 이 표현은 이제 신조어를 넘어 점차 의미를 굳혀가는 단계에 있다고도 볼 수 있다. 말의 뿌리를 헤아리는 일은 중요하다. 그러나 언어는 규범 위에서 머무르지 않고, 현실 속에서 끓임없이 변하며 자리를 잡는다. 결국 그 쓰임이 곧 언어의 운명을 결정할 것이다. 알면 품격이 올라가는 한자어를 저자가 많이 알려줘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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