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경우 《조선왕조실록》에도 ‘소인배’에 ‘대인배’는 극히 드물게 등장한다. 〈인조실록〉에 ‘대인배’라는 표기가 나오기는 하나, 국사편찬위원회는 이를 ‘대인들’로 국역했다. 즉 당시의 쓰임은 그저 ‘대인의 무리’를 가리키는 표현에 불과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오늘날의 ‘대인배’라는 표현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소인’에 무리를 뜻하는 ‘배’를 붙여 ‘소인배’라 하듯, ‘대인’에 배를 덧붙여 ‘대인배’라 한 셈이나 구조만 놓고 보면 크게 무리가 될 것도 없다. 병원에서 듣는 말들은 유난히 어렵게 느껴진다. 병원 언어는 우리 몸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비교적 정확하게 설명하기 위해 만들어진 언어이다. 한자를 풀어 읽는 순간 막연했던 말들이 구체적인 장면을 바뀌기 시작한다.
가장 먼저 자주 혼동되는 것이 염좌와 염증이다. 염좌는 ‘비틀리고 꺾인다’라는 뜻으로, 관절이나 인대가 물리적으로 뒤틀리며 손상된 상태를 가리킨다. 운동 중 발목을 삐었을 때가 대표적인 상태를 가리킨다. 반면 염증은 ‘불꽃처럼 달아오르는 증상’을 뜻한다. 손상된 부위가 붓고, 열이 나며, 통증이 생기는 반응을 말한다.
염좌가 문제가 발생한 상태라면, 염증은 그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몸이 일으키는 반응이다. 비슷한 발음 때문에 혼동되지만, 원인과 결과가 서로 다른 말이다. 몸속 구조를 가리키는 말도 마찬가지다. 횡경막은 가로 횡 막은 격 꺼풀 막 곧 가슴과 배 사이를 가로 질러 그 경계를 나누는 막을 뜻한다. 한편 질병의 이름은 우리 몸의 상태를 매우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고지혈증은 ‘피 속에 지방’ 성분이 높아진 상태를 뜻한다. 병원에서 사용하는 말들은 그저 어려운 표현이 아니다. 몸이 손상되는 방식, 그에 대한 반응, 그리고 회복의 과정까지를 단계적으로 설명한 언어이다. 한자어의 의미를 떠올리는 순간, 막연하게 느껴지던 증상과 질환도 제법 선명하게 다가오기 시작한다. 한자어를 알면 어려운 언어를 깨달아 자신 몸의 상태를 빨리 알 수 있다.
그리고 우리 몸이 보내는 신호를 훨씬 더 또렷하게 읽어낼 수 있다. 더 나아가 맹자가 말한 ‘대인’의 개념에 비추어 보면, 이 표현은 이제 신조어를 넘어 점차 의미를 굳혀가는 단계에 있다고도 볼 수 있다. 말의 뿌리를 헤아리는 일은 중요하다. 그러나 언어는 규범 위에서 머무르지 않고, 현실 속에서 끓임없이 변하며 자리를 잡는다. 결국 그 쓰임이 곧 언어의 운명을 결정할 것이다. 알면 품격이 올라가는 한자어를 저자가 많이 알려줘서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