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어드 3 - Soldier of Fortune
김상현 지음 / 시공사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인간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와 동일하다.

문명과 문명이 만날 때도 전쟁은 끊이지 않았고 고대의 밥그릇 싸움에서부터

오늘날 경제적인 이득의 추구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욕망 추구는 언제나

전쟁으로 치달은다.

하이어드 1부, 2부에 이어 3부에서는 전쟁으로 인한 인간성의 마모와 상실,

비참한 현실, 광기 등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핵전쟁으로 치명적인 타격을 입고 근근이 재생 중인 미래의 행성 어스는

보다 우수한 우주 종족들에게 정치적, 전략적으로 이용당하며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된다.

외계 종족과 트랜스를 함으로써 의사소통이 가능한 열여섯 살 소년의

성장소설이기도 한 이 작품은 저자의 말대로 "완전히 다른 삶을 살아온 타자와

소통을 꿈꾸고 그 때문에 자신의 본래 모습을 자꾸 잃어가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달려가야 하는 주인공의 운명"을 실감나게 그리고 있다.

 

저자는 등장인물인 로웰 중령의 말을 빌어 과학과 기술 발전의 원인이 다름아닌 

전쟁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외계 문명과의 접촉으로 인한 발전은 하나의 계기에 불과하지만 모든 과학과

기술의 발전은 전쟁 때문에 탄생했고 연구한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비행기의 발전을 예로 들자면,

비행체에서 프로펠러가 사라진 것은 고대 2차 식민지 전쟁(세계 2차대전)이다.

프로펠러로 하늘을 나는 비행체와 제트엔진으로 하늘을 나는 비행체,

또 반중력장을 이용해서 하늘을 나는 비행체는 완전히 다른 과학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개량된 기술의 산물인 셈이다.

전쟁이 일어나면 정치가와 공무원들은 가장 효율적인 방식으로 움직인다.

전쟁에서 '효율적'이라는 것은 어떤 수단과 방법을 써서라도 주어진 사안이

해결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휴먼 레이스의 몸에서 피가 3분의 1이 빠지면 죽고, 팔이나 다리를 잘라낼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 전염병이 걸렸을 때 얼마의 시간 후에 죽는가 등은

전쟁이 일어났을 경우 생체를 실험해서 알아낸 데이터들이다.

생화학 실험, 세균실험, 네이팜 등의 폭탄 실험 등등.

평시에는 생각조차 할 수 없는 비인간적인 일들이 전쟁 중에 자행되는 셈이다.

 

메이런은 트랜서 일을 하다가

미싱(타인의 기억과 중복되어 자신의 기억을 차츰 잃어 가는 것)의 위협과 두통,

악몽에 시달린다. 그는 위기를 탈출하기 위해 무작정 전쟁터로 향한다.

 

트랜서들은 트랜스를 통해 상대 종족의 언어, 감정, 기억까지 알게 되는 존재들이다.

트랜스의 전제조건은 상대방이 마음을 여는 것이다.

즉, 트랜스된 공간을 얻기 위해서는 두 개체의 마음이 열려 있어야 가능하다.

해방전선 기무사의 로웰 중령은 정통부대의 포로들을 신문하여 정보들을 얻기 위해

마음이 서로 통하지 않아도 가능한 '강제트랜스'를 기획한다.

강제트랜스는 이전에 한번도 실행되지 않았던 방식으로 실험 대상자인 트랜서는

자신의 의식과 기억을 잃어버릴 수도 있고 타인과 중복된 기억 속에서 고통스럽게

살아야 하며 시도 때도 없이 데쟈뷰 현상에 사로잡히게 된다.

메이런은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전쟁이라는 명목 하에 실험 대상이 되어

강제트랜스 실험에 투입되는데...

그 결과 메이런은 극심한 이중 기억의 후유증에 시달리게 된다.

전쟁은 인간을 소모품으로 기능하게 한다.

 

저자는 등장인물들을 통해 일상을 같이 하던 옆자리 동료들의 죽음,

매순간 생명의 위협을 느끼며 광기에 빠지는 사람들의 모습, 적과의 전투 이전의

긴장감, 포로 수용소에서 교란 작전에 걸려든 포로들의 비참한 모습, 죽기 직전의

절망과 고통 등을 자세하게 묘사한다.

전쟁은 어떤 합리적인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

저자는 이 작품에서 폭력적인 상황에 직면한 인간 개개인의 치열한 고통이 전쟁으로

기인한 것임을 고발하면서 그 어떤 것도 사람의 목숨보다 소중한 것은 없다는 것을

분명하게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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