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죽을 때까지 여자로 산다 - 아이 없는 여성에 대한 8가지 편견
수지 라인하르트 지음, 강혜경 옮김 / 수북 / 2010년 2월
평점 :
품절


저자는 연구와 실제 인터뷰를 통해 여성들이 아이를 낳지 않으려는 이유와

동기에 대해 밝히고 그들의 입장을 옹호하고자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시몬느 드 보부아르는 1949년, <제 2의 성>에서

"자식의 존재가 여자를 집안에 가두고 자유를 빼앗는다"고 썼다.

특기할만한 사실은 B.C 460~370 년경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데모크리투스도

부모가 되는 것에 반대하는 견해를 피력했다.

"아이를 키우는 건 아무도 자신있게 나설 수 없는 일이다. 잘 키웠다면 그의

삶 자체가 온통 전쟁과 근심으로 가득 찼을 것이고 잘 키우지 못했다면

그보다 근심이 훨씬 더 깊었을 것이다."

그 먼 옛날에도 자녀를 낳아 키우는 문제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는 것이

참으로 놀랍다.

 

저자는 현대여성들이 아이를 갖지 않는 이유로 11가지를 들고 있다.

1.아이들이 노는 수영 풀에 앉아 하품하는 대신 풀장에서 우아하게 책을 읽고 싶다.

2.가족과 함께 놀이동산을 헤매기보다는 네팔로 등산을 가고 싶다.

3.이유식 만들기로 하루를 다 보내고 싶지 않다.

4.매력적인 여성에서 동물어미로의 변신은 하고 싶지 않다.

5.대도시 화초에서 변두리 잡초가 되고 싶지 않다.

(아이들을 위해 시골로 이주하는 것을 의미한다)

6.사회나 이웃에 대해 무관심하고 자신의 가정만이 중심이 되는 것을 거부한다.

7.부부 사이에 있을 친밀한 대화가 육아로 인해 이뤄지기 힘들다.

8.아이를 돌보기 위해 개인적인 약속이나 자유시간이 없어진다.

9.문 앞에 세워진 아이를 실고 다녀야 하는 콤비 대신 시간적, 경제적인 여유가

있는 삶이 좋다.

10.아이들의 영양을 고려한 식단은 싫다. 먹고 싶은 음식을 먹을 자유가 필요하다.

11.하염없이 자식들이 찾아오기를 기다리기보단 차라리 노인들이 함께 사는

하숙집을 택한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아이를 낳지 못하는 사람, 아이가 없는 사람에 대한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예를 들면, 아마 그네들은 따뜻하고 살가운 정이 없을 것이다.

혹은 이기적일 것이다. 혹은 세상 사는 일에서 근심이 별로 없을 것이다 등등.

책을 읽으면서 왜 그렇게 잘못 생각하고 있었을까 반성을 많이 했다.

무엇보다 아이를 낳지 않은 여성에 대한 사회적인 편견들에 내가 깊이 오염되어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리석고 올바르지 못했다는 것을 인정한다.

저자는 계획적으로 아이를 낳지 않은 사람이다.

그래서인지 내가 잘못 생각하는 부분이 있었듯이 아이를 낳는 일에 대해, 육아에 대해

오해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가령, 아이를 낳는 일은 마냥 힘들고 사회적인 자아실현을 어렵게하고 육아는 사람을

지치게만 만드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물론 힘들고 고통스러운 일이 많다.

나는 내 인생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없이 결혼했고 당연히 그래야 하는 것처럼

아이를 낳았다. 아이를 낳고 첫 일주일을 아이에게서 등을 돌리고 잤다.

자신이 없었다.

내 팔뚝보다 더 작은 아기를 제대로 키울 수 있을까 두려움이 앞섰다.

나 자신도 아직 한참 멀었고 성장이 끝나지 않았는데... 아이를 떠맡았다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그런 느낌은 아이를 키우면서 점점 옅어 갔다.

아이가 갓난아이 적에 배고파 울거나 아파서 칭얼거리는 것은 몸으로만 때우면 되는

일이었다. 안고 어르면 되는 일이어서. 비교적 쉬웠다. 당시에는 물론 힘겨웠지만.

아이가 커 갈수록 근심거리는 늘어났다.

표면적인 것들로는 공부도 잘해야 하고 대학은 어쨌든 일류대를 가야 하고,

이제 결혼도 잘하고 취직도 잘해야 하는 걱정이 또 앞에 준비되어 있다.

이외에도 그 이면에 삶에 대한 모든 자잘한 근심들이 축약되어 있다.

아이의 나이가 늘어갈수록, 머리가 커질수록 근심의 가짓수도 많아지는 것 같다.

그래도 한 인간의 마음을 사로잡는 일이 전우주를 가지는 것보다 값지다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아이를 낳고 키우는 일이 그 이상을 상회하는 생의 큰 기쁨과 보람, 그리고

자부심을 가지게 한다고 생각한다.

결혼과 육아는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처럼 아마도 몸과 정신의 자유를 상징하는 

생의 다른 선택을 하지 못하게 했을 것이다.

독신을 택했다면 꿈처럼, 바람처럼, 구름처럼 떠도는 생을 선택했을 것이다. 

혹시 저쪽 길을 선택했을지라도 이쪽 길에 대한 아쉬움과 갈망은 있었겠지만.

나는 이미 아이를 낳아 길렀고 '엄마'라고 불리우는 이 기쁨을 다른 어느 기쁨과도

맞바꿀 수가 없다.

나 이외의 다른 사람에게 기울여지는 이 사랑의 느낌을 어디에서 맛볼 수 있을 것인가.

나를 온전히 버릴 수 있는 사랑을 줄 수 있는 아이들이 둘이나 내게 있다는 사실은

엄마로서의 내 사랑이 지독하게 이기적이고 세상에 나눠줄 수 없는 편협하고

지극히 작은 의미의 사랑이라 해도 아무도 나를 말리지 말아라.

이대로 만족하련다... 하는 심정이 되는 것이다.

그 느낌은 아이를 가져보지 않은 사람들은 결코 알 수 없는, 부모들에게만 주어지는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서로 가지 않은 길에 대한, 선택하지 않은 삶에 대한 100%의 이해는 욕심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가졌던 아이가 없는 사람들에 대한 내 편견과 선입견이

얼마나 어리석었고 깨뜨려야 할 부분들인지 알게 되었다. 그 점이 참 고맙다.

여성들이 어떤 이유로 아이를 낳지 않는다 해도 사회적인 편견으로 인해 상처받아야 하는

문제가 아닌 것은 확실하다. 아이를 낳지 않으려는 여성들은 자신의 인생목표, 생활방식,

자신의 행복의 척도 등에 맞춰 결정하면 되는 것이다. 

아이를 낳고 엄마가 되려는 사람들도 일단은 아이와 함께 하는 삶이 행복하고 풍요로울

것인지를 잘 생각한다면 좋을 것 같다.

더불어 어떤 엄마가 되어야겠다는 다짐도 필요하다.

나는 아이를 기르면서 부모가 되는 자격시험을 치루고 엄마가 되어야 하는데...

올바른 부모가 되는 법을 먼저 배웠어야 하는데...라는 생각들을 줄곧 해왔다.

미리, 많이 생각하고 엄마가 된다면 조금이라도 후회를 덜하면서 바람직한 방향으로

아이들을 키울 수 있을 것 같다.

 

"제발 잘 먹고 잘 자서 빨리 빨리 자라다오. 엄마가 세월이 흘러 많이 늙어도

그러나 네가 건강하고 스스로 자라게 될 때까지 얼른 세월이 갔으면 좋겠구나.

아가야 제발 건강하게 자라다오." ~~ 큰아이가 태어난 지 53일째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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