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밭
최인호 지음, 김점선 그림 / 열림원 / 2007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꽃밭>은 작가 최인호의 글들에 화가 김점선의 그림들이 들어 있어 유난히 예쁜 책이다.
 화가 김점선은 암 투병 중에 이 책의 그림들을 그렸고 애석하게도 2009년 3월에 작고했다.

1987년 카톨릭에 귀의한  최인호의 작품 세계는 더욱 부드럽고 깊어지는 것 같다.
그는 우리들의 인생이 신이 내려준 정원에 심은 찬란한 꽃들이라고 말한다.
화려하게 차려 입은 이 꽃들은 우리들에게 플로베르의
 "인생은 아름답다고 죽도록 말해주고 싶어요. 하고 말하며 꽃들은 죽어간다." 라는 
시처럼 아름다운 인생을 말해 주고 있다.

최인호. 그는 백 권이 훨씬 넘는 책들을 출간했고 그의 책들은 7백만 권이 넘게 팔렸다.
그는 <별들의 고향>의 경아, <길 없는 길>의 경허, <상도>의 임상옥이 친구이자 분신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들보다도 미래의 주인공들을 더욱 그리워한다.
그는 아직 태어나지 않은 주인공을 창조하기 위해 고뇌하고 꿈꾸고 사유하고 절망하는 
천상 작가이다.

이 수필집에는 그의 아내의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그는 불친절한 사람, 무례하고 거만한 상대에게 더욱 친절한 아내에게서 배운다.
만만한 사람들에게 화풀이하고 따지는 다혈질적인 성격에서 스스로 친절한 사람이 되려 한다.
모래처럼, 바람과 먼지와 풀처럼 작은 사람, 겸손한 사람이 되고자 한다.
그는 20년 전, 인상을 써서 양미간에 새겨진 주름 때문에 아들에게 수술을 받으라는 말을 상기하고 
보톡스 주사를 맞을까도 생각하고... 그래도 마음수술로 주름살을 없애버리고 싶어한다.

그는 어머니가 가신지 20년이 지났는데도 어머니의 다리를 안마한 손끝의 감촉을 잊지 못한다.
너무 오래되어 과거에 어머니가, 아버지가, 과거의 추억이 맞는건가 생각해 보지만 부모님의 
다리를 안마하던 기억이 있어 스킨십의 중요성을 누차 강조한다.
나는 기운이 없어 엄마도, 아버지도... 병이 걸리셔서 통증을 호소할 때에도 주물러 드리지를 
못했다. 많이 후회스럽다. 
그래도 엄마가 그 큰 손으로 배 아플 때 배를 쓸어 주시던 감촉은 기억한다. 
일을 많이 해서 솥뚜껑같은 그 손도...

저자는 젊은이들이 노인에게 의사를 물을 때 세 번 이상 질문을 던지라고 충고한다.
예수가 베드로에게 "너는 나를 사랑하느냐?"고 세 번 질문한 것은 베드로를 ’진실로 남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거듭 나게 하려 함이고 성철 스님이 "네 그 말이 참말이가"라고 세 번 
물었던 것은 ’참말을 하는 진인’으로 만드려는 가르침이라고 한다.

그는 아픈 친구에게 그리스도를 믿으라는 세 통의 편지를 보내고, 친구는 세례를 받고 죽는다.
원고료가 나오지 않는 글을 써 본 적이 없는 저자는 원고료 대신 천상에서 기도해 달라고, 
천상의 양식으로 갚아 주라고 말한다.

그는 피카소에 대한 의문 두가지를 가진다.  나역시 그렇다.
첫째, ’여인들의 영혼을 양식 삼아 창조한 뱀파이어’라는 피카소는 어떻게 그렇게 많은 여인들과의 
관계 속에서도 익사하지 않고 그토록 불가사의한 열정을 가질 수가 있는가.
둘째, 많은 부를 소유한 피카소는 창조와 예술정신이 가난 속에서 나온다는 정설을 무참히 깨버린다.
5만 점이 넘는 작품을 남긴 ’그림의 암살자’ 피카소. 
피카소가 평생 사랑한 것은 자신의 작품일까...자신일까...

"나의 마지막 소망은 내가 불어넣은 입김에 영성이 깃들기를 바랄 뿐이다. 
마치 목각인형 피노키오가 마침내 살아 움직이는 인간이 되듯이." ~~ 26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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