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을 만드는 오페라 카수
배재철 지음 / 비전과리더십 / 2009년 11월
평점 :
품절





 

저자는 세계적인 오페라 가수로 활약하던 최절정기에 갑상선 암으로 성대를 절단하고

오페라 무대를 잃었다. 그러나 그는 분노와 좌절 대신에 희망과 사랑을 이야기한다.

 

어린 배재철의 꿈은 빈소년 합창단에 입단하고 그 소년들이 사는 곳에서 살고 싶은 것이었다.

여닫이문이 있는 흑백TV에 나오는 호세 카레라스의 무대를 보며 막연한 꿈을 꾸었을 소년의

모습이 떠오른다.

가난한 환경에서 태어났지만 공부를 강요하지 않는 부모님의 자유로운 교육으로 평생의 자산이

된 자신감으로 무장할 수 있었다.

그가 시련에 넘어지지 않는 이유도 삶에 대한 자신감에서 비롯된다.

좋아하는 일을 마음껏 하는 것은 행운이다.

가난은 견디기 힘들지만 꼭 나쁜 것만은 아닌 것 같다.

가난했기 때문에 정기적인 레슨(요새 아이들은 거의 음악 레슨을 받지만 틀에 박힌, 정기적인

레슨 방식은 아이들의 음악에 대한 흥미를 떨어 뜨리게 하는 지름길인 것 같다)을 받지 않고 강요없이

하고 싶었던 노래를 하며 자신의 재능을 키울 수가 있었을 것이다.

교회 성가대나 학교 음악 시간에 하는 자연스러운 연습들, 주위의 칭찬들, 음악에 대한 본능적인 관심

등등. 그가 성악가가 된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인 것 같다.

지금도 그런 프로그램이 있는지 모르겠다. (손을 얌전히 앞으로 모으고 무릎을 폈다, 구부렸다. 고개를

좌우로 번갈아 흔들고 입을 크게 벌리고...- '누가 누가 잘하나' 노래자랑 나온 아이들이 노래하는 모습)

저자는 '누가 누가 잘하나'에서 장려상을 탔다고 한다.

심사위원으로부터 성악가가 되라는 말을 들었다고 하니 그 재능이 참으로 출중했으리라 미루어 짐작된다.

어린 시절에 들은 말 한마디가 운명이 되어버린 셈이다.

 



 자르브뤼켄극장에서 공연한 <돈 카를로>의 한 장면

 

신에게 받은 재능을 즐기면서 갈고 닦을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커다란 행운인가.

물론, 재능이 있고 좋아해도 의지력이 없으면 안되겠지만.

클래식을 접할 수 없었던 환경에서 자란 저자가 오페라 가수가 된 것은 노래에 대한 열정과 자신감으로

끈질기게 피나는 연습을 하는데에 있었다.

엄청난 연습벌레 배재철은 1만 시간 이상의 연습을 하고 대학을 수석으로 졸업, 이탈리아로 유학을 간다.

이후 유럽의 굵직 굵직한 오페라 무대에서 남자 주인공의 역할을 맡으며 전성기를 누리게 된다.

 



 일본 도쿄 하쿠주홀에서 열린 재기무대

 

세상의 인정과 성공에의 목표를 이룬 정점에서 찾아 온 갑상선 암... 그는 담담하게 맞이했다고 하지만

그 심정이 어땠을까...

그가 목소리를 잃어 버렸다는 것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일을 평생 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책의 뒤에는 공연실황 DVD가 팁으로 붙어 있다.

2004년의 공연에서 부른 그의 노래를 들으며 그가 목소리를 잃었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2003년, <라 보엠>으로 영국 '더 타임스'가 100 년에 한번 나오는 목소리라고 찬사를 보냈던 그의 목소리.

변성기를 거치지 않은 청아한 목소리. 정말 아름다운 목소리이다. 

그의 노래를 듣노라니 그가 노래를 하지 못했던 시간들의 절망을 느낄 수가 있었다.

신앙으로 담담하게 받아 들였다고 하지만 아마도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른 뒤의 이야기일 것이다.

 

한쪽 성대에 마비가 오고 일상의 대화조차 불가능한 상태에서 일본 팬들의 도움과 매니저 와지마,

77세의 의사 이싯키에 의해 성대복원 수술을 받는다.

지금 그는 전성기 목소리의 30% 가량을 되찾은 상태이다.

그는 노래로 한.일 간의 교류를 잇고 자신이 받은 사랑과 희망, 그리고 삶의 위로들을 위로가 필요한

누군가에게 들려주려 한다.

그는 한 사람의 영혼만큼 더 넓은 무대는 없기에 그 어마어마한 깊이와 넓이와 높이를 충만한 사랑과

격려로 채우고 싶다고 말한다. 앞으로도 그의 자신의 목소리를 찾기 위한 도전은 계속될 것이다. 

받은 사랑만큼 음악으로 돌려 주기 위한 각고의 노력 역시 계속될 것이다. 

그가 영혼의 빛으로 멋진 아리아를 부르게 되기를...

 



 

"나의 꿈은 거대하지 않다. 예전에는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로 가는 데 의미가 있었다면

지금은 그 가는 길 자체에 의미가 있다. 나는 무대에서 단 한 번도 주역이지 않은 때가 없었다.

그러나 이제 오페라 무대에서 주역을 맡지 못한다 해도 나는 변함없이 내 삶의 주역이다."

~~ 248쪽 영혼으로 노래하는 가수 배재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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