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양 녘의 왈츠 - 제국의 붕괴와 제1차 세계대전의 발발 역사 속으로 떠나는 비엔나 여행 2
프레더릭 모턴 지음, 김지은 옮김 / 주영사 / 2009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인류의 역사가 생긴 이래로 끊이지 않고 있어 왔던 전쟁, 그 광기의 역사 1차대전...

이 책은 사라예보 사건과 사건 전후의 유럽의 상황과 1차 세계대전에 대한 오스트리아의 역사를

소설의 형식을 빌어 이야기한다.

"역사는 우연한 상황이 그물처럼 엮인 것이다." ~~ 사회학자인 막스베버의 말처럼 황태자 부부의

암살은 한치의 오차만 있었어도 비켜갈 수 있었을 것 같다. 혹은 그 우연들마저 필연인지도 모른다.

 

저자는 여러 가지의 갈등 상황들을 병렬식으로 나열한다.

황태자의 미천한 부인 조피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요제프황제와 황태자 간의 갈등, 

세르비아를 무력으로 진압하자는 콘라트 참모총장과 전쟁을 반대하는 황태자,

러시아의 사회주의자인 레닌, 스탈린과 트로츠키의 갈등,

심리학계에서 정신분석학자인 프로이드와 융의 갈등 등등...물론 대부분의 갈등 상황은 전쟁이

일어남으로써 해결되는 양상을 보인다.

결국 응축됬던 모든 에너지들이 폭발하는 순간 전쟁이라는 역사의 결론이 내려진 셈이다.

릴케, 헤르만 헤세, 니체, 카프카 프란츠, 미술가들의 이야기까지...

저자는 1차대전을 지켜 보았던 동시대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두 이 소설에 쏟아 부으려는 열정을

가진 것처럼 보인다.

많은 인물과 상황들이 얽혀 각자의 줄기를 가지고 진행되는 통에 흐름의 맥을 잡기가 어려웠다.

아무래도 작가의 이전 작품인 <황태자의 마지막 키스>를 먼저 읽었다면 오스트리아와 주변 국가의

역사에 대한 사전지식이 있어 이해가 쉬웠을 것 같다.

현대사에서 가까운 2차대전과는 달리 1차대전에 대한 나의 지식이 짧은 것도 많이 아쉬웠다. 

한 권의 책 안에 그 시대의 사회주의, 문학, 미술, 음악, 정신분석학, 정치가들간의 갈등, 유럽의

발칸반도를 둘러싼 분쟁, 각 나라의 힘의 균형과 역학관계 등등 배경이 되는 내용들이 그야말로

광범위하게 다루어져 있다. 

기본적인 지식이 있었다면 훨씬 재미있게 이 소설을 즐겼을 것 같다.

 



사랑으로 맺어진 부부, 프란츠 페르디난트 황태자와 신분이 낮은 부인 조피

 



 

역사가 우연의 산물이건 필연적인 결과물이건, 1914년 사라예보의 프린치프가 없었다면 어땠을까.

그는 최초의 세계대전으로 가는 걸음을 내디뎠고 히틀러와 무솔리니로 하여금 두번째 세계대전을

일으키게 한 시발점이 되었다. 

 

1900년 6월 28일은 황태자 부부의 결혼기념일이다.

미천한 출신인 부인과 결혼하는 관계로 황제를 비롯, 황족이 아무도 참석하지 않은 조용한

결혼식이었다. 황태자는 14년이 흐른 1914년, 세르비아의 명절인 '성 바이터스의 날'이자 자신들의

결혼기념일에 사라예보에서 부인의 정당한 지위를 찾아 주고자 했다.

그 기쁜 날, 부부는 십대 소년 프린치프에 의해 암살 당한다.

충분히 막을 수도 있었는데...

그렇다면 세계의 역사는 지금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을 것이다.

사라예보 사건 이후 세르비아에 최후통첩을 보내 세르비아를 일거에 쳐부수기로 한 오스트리아의

각본은 전혀 원치 않는 결과로 이어졌다.

 

정치적 선전이나 언론의 자극 없이 일깨워진 새로운 힘, 그것은 유럽을 동맹국과 적국으로 양분했다.

"황태자부부를 죽인 그 암살의 배후는 다름아닌 진보라는 힘, 신에게 등을 돌리고 떠나게 만든

진보와 교육..." ~~ 카를크라우스

스탈린, 무솔리니, 히틀러, 프린치프 등은 진보가 만들어 낸 괴물들이다.

그 괴물들과 함께 산업화로 인한 가난과 소외, 고통을 겪은 노동자들의 집약된 힘은 새로운 힘을

부풀리는 역할을 했다.

사라예보 사건은 산업화로 인해 희생된 이들이 신에게서 떠나 진보로 나아가게 하는 촉매제 역할을

한 것이다.

파업을 했던 러시아의 공장들이 다시 가동됬고, 비엔나의 노동자들도 "평화, 빵, 자유!"를 외쳤고

파리의 노동자들은 독일 황제의 형상을 불태우며 프랑스 국가를 목청껏 불렀다. 

노동자, 중산계급, 시인, 참모총장에게 전쟁의 신 마르스는 해방의 신이었다.

1914년을 사는 사람들은 전쟁을 갈망했다.

뭔가 분출 시킬 수 있는 출구가 필요했던 것이었고 1차대전은 그 새로운 힘에 의해 발발했다.

음악과 미술도 죽음과 전쟁을 찬양했고 릴케, 헤르만 헤세, 니체 또한 전쟁신을 찬양한다.

전쟁에 동조하고 기쁨을 표현했던 니체, 릴케, 헤세 등에 대한 실망이 컸다. 

지식인이라면 올바르지 않은 사회적, 대중적인 가치들에 대해 비판하여야 함이 소명이 아닐까...

아무리 시대적인 변혁의 물결이 사고를 마비시키는 한이 있다 하더라도 말이다.

 

경쟁과가난, 소외에서 벗어나 공동의 적을 향해 전진할 수 있는 전쟁은 그 시대의 사람들을

괴로움에서 벗어나게 햇다.  그러나 그 전쟁으로 인해 천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죽는다.

진실로, 진실로...

가난에 찌들고 소외된 이들의 상처를 치유할 방법이 전쟁 이외에는 없었던 것인가...

 



 

"군인들이 쓴 케피모에선 초록 잎이 달린 작은 가지가 흔들거렸고, 장미를 엮은 꽃줄이 대포를

장식햇으며 악단은 행진곡이라기보다 경쾌한 춤곡처럼 들리는 <라데츠키 행진곡>을 연주했다.

비엔나는 친구나 원수보다도 단연 돋보이는 왈츠를 추었다.

다뉴브 강가의 한 도시에 무도회처럼 차려입은 세계대전이 찾아왔다. 트랄라-라 .... 만세....

만세" ~~ 443쪽

 

아름다운 도시 비엔나를 묘사하는 작가의 글솜씨는 탄복할 만하다.

"오래 가던 추위가 한풀 꺽이자, 부드럽고 촉촉하고 기운을 북돋우는 산들바람과 함께

3월이 찾아왔다. 비엔나 숲에서는 노란색, 분홍색의 키 작은 크로커스가 녹기 시작하는

눈 속에서 살포시 고개를 내밀었다. 다뉴브 강 인근의 작은 호숫가에서도 아직 싹도 트지

않은 나무 위를 종달새 무리가 날아다녔다." ~~ 211-2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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