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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캐러멜! ㅣ 중학년을 위한 한뼘도서관 3
곤살로 모우레 지음, 배상희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06년 8월
평점 :
나는 주인공 코리에게서 사하라 위족의 모습을 본다. 코리는 선천성 청각장애로 말하거나 듣지 못한다. 다만 상대방의 말하는 입모양으로 그 의도를 짐작할 뿐이다. 그 자신에게 그의 이름은 코리가 아니고 엄마의 입모양으로 표현된 한번 약간 내밀어 동그랗게 벌린 상태, 한번 약간 가늘고 길게 옆으로 벌린 상태이다. 그는 입이 있어도 말하지 못한다. 자신의 내면을 언어로 전달하지 못하기 때문에 타인과 교감하는 데 곤란을 겪는다. 따라서 그는 외부 세계와 단절된 채 가족의 품 안에서 성장한다. 안타깝게도 그의 친구들은 그를 따돌리고, 심지어 괴롭히기도 한다.
이러한 처지의 코리는 사하라 위족이 처한 상황과 상당히 흡사하다. 건조하고 메마른 척박한 땅. 하마다라는 자갈 구릉이 대부분인 이 땅에 뿌리를 내린 부족은 외부의 강력한 권력과 환경 변화로 삶의 터전을 차츰 잃어간다. 본래 유목을 하며 순박하게 살아가는 그들에게 조직화된 국가 권력은 넘을 수 없는 장벽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의지를 강력하게 표출해서 억압적 구속을 타파하려는 조직적 활동을 전개하지도 못한다. 제도권에서 이탈된 소외된 부족으로서 암담한 현실을 수용하며 오늘도 그렇게 살아간다. 그들의 작은 목소리는 반응 없는 외침으로 메아리로 되돌아올 뿐이고 그들의 의사 역시 제도 권력의 통제 하에 묵살된다. 타 종족과 섞이지 못한 그들은 복속된 이후에도 기존 제도권에 온전히 적응하지 못한다. 그들의 독특한 사막 문화가 기존 종족에 의해 무시당하고 소외당함으로서 그들과 섞이지 못한다는 점이 부적응의 근본 원인이다. 이런 점에서 코리는 사하라 위족의 상징적 인물이다. 그들은 소외당하고 무시당하는 존재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이런 외적 단절의 상황은 내적 결속을 다지는 계기로 작용한다. 가족주의적 공동체주의를 지향하는 그들의 전통은 바로 이런 부적응의 반작용일 것이다. 코리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가족은 탈출구이다. 외적 소통의 길이 막혀 있기 때문에 생활권의 범위가 가족과 부족내로 한정되는 것이다. 차츰 성장해가면서 코리에겐 가족 외에 또 다른 탈출구가 생겨난다. 그와 마찬가지로 소통의 단절을 겪고 있는 외로운 영혼. 바로 낙타이다. 낙타는 사하라의 가장 중요한 교통수단이자 부의 척도이다. 그런 만큼 자신의 본성은 철저히 무시된 채 인간에 의해 길들여진다. 따라서 낙타는 인간의 소유물일 뿐이며, 소유의 의미는 사방으로 막힌 울타리에 갇혀 평생 살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외로운 영혼은 필연적으로 서로 통하는 감정을 느끼게 마련이다. 그들은 서로의 처지를 알아주는 또 다른 영혼에 의해 구원을 갈구한다. 코리에게 있어 낙타는 더 이상 소유물이 아니다. 사막의 운송수단 이상의 영혼을 교감하는 친구이자 삶의 동반자이다. 학교에서 따돌림 당한 코리는 방과 후 곧바로 낙타의 우리로 간다. 새로 돋은 보리새싹을 뜯어 손에 쥐고 진정한 친구를 찾아 매일 낙타 우리를 방문한다. 하루 종일 낙타와 함께 있으면 그의 영혼은 온통 충만한 기분을 느낀다. 낙타 또한 그와 대화를 시도한다. 애초 언어적 장애를 지닌 두 영혼이기에 몸짓, 발짓, 입의 씰룩거림 등 모든 것이 상대에 대한 대화의 시도로 여겨진다. 이제 코리와 낙타는 서로 떨어질 수 없는 지경에 다다른다. 맑고 순수한 두 영혼은 고도의 정신적 교감을 경험한다. 코리는 낙타를 통해 자연의 소리를 읽어낸다. 그의 지적 영감이 낙타와의 교감을 통해 고양되어 분출한다.
낙타와의 교감, 즉 자연과의 교감은 그 자체가 하나의 시적 영상이다. 그는 자연의 소리, 자연의 본질을 낙타와의 정신적 교감을 통해 얻어내고 이를 시적 언어로 표현하고자 노력한다. 코리의 언어적 한계가 낙타와의 만남을 통해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겨진 것이다. 그의 깊은 내면의 의식이 언어적 한계를 극복함으로써 시적 언어로 표현된다. 하지만 이런 내적 성숙과 반대로 외적 조건은 그들에게 넘을 수 없는 한계로 닥쳐온다. 사막의 생활에서 낙타는 어쩔 수 없는 인간의 소유물로서 자신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 특히 수컷 낙타는 일정 시기에 사막의 제물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코리와 낙타의 관계를 아는 어른들이 고심하기는 하지만 현실적 조건 앞에서 그들은 무력하다. 코리에겐 낙타가 삶의 전부이고 영혼의 동반자이지만 어른들에겐 이것이 한갓 정신적 사치로 여겨질 수 있는 것이다. 결국 낙타가 죽어야할 날이 점점 다가오면서 암울해진 코리는 최후의 결단을 내린다. 낙타를 몰래 탈출시켜 저 멀리 사막을 가로질러 떠난다. 하지만 사막을 떠난 낙타가 갈 수 있는 이상향이 있을까? 사막의 아들 코리가 사막을 떠나 어디에서 평온한 안식을 취할 수 있을까?
그것은 애초 불가능한 일이다. 갖은 고생 끝에 그들이 당도한 곳은 사막 한가운데 나무그늘이다. 기진맥진한 상태로 쓰러진 그들을 코리의 삼촌이 발견하여 다시 돌아온다. 아무리 벗어나려 발버둥 쳐도 벗어날 수 없는 그들의 운명. 그것은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그들이 짊어져야 할 인생의 무거운 짐인 것이다. 코리와 낙타는 서로를 서로의 깊은 심층 속에 시적 이미지로 묻어둔 채 작별을 고한다.
“내 생명이 꺼진다고/ 눈물짓지 마./ 우리가 함께 산 날을 생각해.
난 죽음을 받아들였어./ 난 너의 기억을 안고 하늘의 초원으로 가는 거야.
네가 사는 동안/ 난 항상 / 너와 함께 있을게.”
이처럼 이 책은 외로운 영혼이 나누는 정서적 교감이 아름다운 시적 영상으로 잘 표현된 작품이다. 코리와 낙타가 나누는 깊은 내면의 대화가 참으로 독자의 심금을 울린다. 이런 깊은 울림이 어린 독자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촉진제가 되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