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척척 손 아저씨 이야기 - 개성톡톡 다섯 가지 감각 이야기 1
파티마 델라 하라 지음, 전기순 옮김 / 풀빛 / 2007년 10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읽으면서 이젠 4학년이 된 아들의 유아시절을 생각해본다. 4세 때부터 혼자 책을 읽기 시작했던 아들은 뭔가 색다른 느낌이 있어 호기심을 자극하는 책 종류를 제일 좋아했었다. 텔레비전을 가운데 두고 양편으로 배치된 거실 책장엔 유아용 책으로 전부 채워두었는데 우리 부부가 잠시 텔레비전을 주시하고 자신에게 눈길을 주지 않으면 아들은 늘 책을 한 아름씩 골라내어 읽어달라고 성화였다. 이때부터 나는 아이에게 책 읽는 습관을 심어주는 좋은 방법은 아이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는 기발한 발상이 숨어있는 책을 골라주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고 지금도 나의 이 결론은 유효하다고 믿는다.
그래서 이후 책을 고르는 과정에서 난 항상 아이의 입장에서 아이가 이 책을 얼마나 좋아할까를 중심으로 판단한다. 부모의 지적 욕심으로 다양한 책을 구매해 준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거의 책꽂이를 채워주는 장식품에 불과하게 된다. 다소 편식이 되더라도 이는 차라리 아이들 스스로의 선택을 존중해주느니만 못할 것이다. 그래선지 4학년이 된 지금도 우리 아이는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스스로 찾아 읽는다. 자신이 좋아하는 책은 하루에도 몇 번씩 반복해서 읽는다. 내 판단으로는 아마 이 책도 유아에서 미취학 연령대 어린이들의 오감을 자극할 것이라 생각한다. 이 책은 아이들의 오감을 자극할 만한 요소를 여러 측면에서 품고 있다.
우선 이 책의 주인공들이 독특하다는 점이다. 이 책은 그 중심 주제 자체가 다섯 가지 감각 이야기이다. 오감의 능력을 지닌 인체의 주요 다섯 부분인 눈, 코, 입, 귀, 손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이들 신체 기관의 특징이 캐릭터의 이름으로 매겨져 있다. 척척 손 아저씨, 살살 혀 아저씨, 뭉툭 코 아저씨, 초롱 눈 아가씨, 밝은 귀 아저씨처럼 각 신체 기관의 독특한 특징이 이름 자체에서 물씬 풍겨 나온다. 캐릭터의 그림도 마찬가지로 신체 기관의 특징을 그대로 보여준다. 초롱초롱 빛나는 옅은 하늘 색 눈망울이 예쁜 초롱 눈 아가씨, 뭉툭한 코에 호기심 가득한 귀여운 눈이 돋보이는 뭉툭 코 아저씨, 수줍은 듯 지긋이 다문 입술 사이로 슬며시 밖을 엿보는 살살 혀 아저씨, 모험심이 넘쳐 두려움 없이 나아가는 척척 손 아저씨, 늘 조심스러워 우물쭈물 밖으로 나오길 꺼려하는 귀 아저씨 등 각 신체 기관이 지닌 특별한 능력이나 특징을 그대로 캐릭터에 담아 표현하고 있다.
둘째로는 각 캐릭터가 지닌 신체적 특징에 맞는 이야기가 흥미롭게 꾸며져 있다는 점이다. 1편은 모험을 좋아하는 척척 손 아저씨의 모험담, 2편은 음식의 맛을 느끼는 살살 혀 아저씨의 요리에 관한 에피소드, 3편은 감기 걸린 뭉툭 코 아저씨의 냄새에 대한 무감각함, 4편은 저 멀리 수평선을 바라볼 수 있는 초롱 눈 아가씨의 판단력, 5편은 자신과 다른 성격의 동생을 그리워하는 밝은 귀 아저씨의 주변 소리 청취를 주제로 이야기를 구성해 놓았다. 아이들은 이 이야기를 쫓아가는 순간 우리 각 신체 부위가 지닌 특별한 능력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로는 이 각 신체 기관들이 서로 이웃하며 훈훈한 정을 나누고 있다는 점이다. 위험에 처한 척척 손 아저씨의 외침을 밝은 귀 아저씨가 귀 기울여 듣고 그를 구하기 위해 찾아 나선다거나, 작은 벌레들로 망쳐진 살살 혀 아저씨의 요리를 가만히 귀 기울여 듣고(밝은 귀 아저씨) 구석구석 눈으로 살펴보고(초롱 눈 아가씨) 빗자루로 모두 쓸어 내버리기도 한다.(척척 손 아저씨) 또한 감기에 걸려 고생하는 뭉툭 코 아저씨를 위해 초롱 눈 아가씨는 아름다운 초록의 봄을 선사하고, 밝은 귀 아저씨는 아름다운 자연의 소리를 들려준다. 살살 혀 요리사는 오렌지 즙을 짜서 비타민이 풍부한 영양을 공급해주고 척척 손 아저씨는 코를 만져서 감기로 붉어진 코를 원래 색으로 되돌린다.
이처럼 아이들은 각 캐릭터들의 행동을 통해 오감의 의미를 자연스레 알게 될 것이다. 또한 각 신체 부위들이 독립되어 있지만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음도 알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