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해도 되는 말은 하지말자

침묵 입문 - 말 많은 세상에서 말하지 않는 즐거움
코이케 류노스케 지음, 유윤한 옮김 / 21세기북스 / 2011년 12월

친구들을 만나면 가장 많이 하는게 수다이다. 오랜만에 보는 경우에도 그렇고, 자주 보는 경우에도 그렇고.

평소에 어떻게 지냈는지, 연예인이나 책, 영화, TV 드라마 등등.. 대화라기보다 수다라는 표현이 딱 알맞는것 같다.

왠지 아무도 말을 하지 않는 순간이 되면 누군가는 나서서 이야기를 해야 될것 같은 생각을 한다.

말이 많아지면 안해도 될말을 해버리는 때도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 동안 내가 해왔던 말들을 떠올려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무의식적으로 해왔던 이야기들을

불교적으로 해석해보면서 뭐가 잘못된것인지, 어떤 식으로 대화를 하는게 나에게 좋을지 배울 수 있었다.

대화가 재밌었을때의 주제의 대부분은 비난이거나 자신의 불행에 관한 이야기였다. 생각해보니 정말 행복한 이야기를

하면 반응이 그리 크지 않았고, 타인의 흥미도 떨어졌던것 같은데, 누가 다쳤다거나, 교통사고, 병에 걸린 이야기,

혹은 남을 비난하는 이야기는 관심이 잘 집중이 된다. 왜 그럴까? 불교에서는 마음이 자극적인 것을 특히 좋아한다고 한다.

행복보다는 불행한쪽이 더 자극적이다. 불교에서는 탐욕(貪慾 욕망)ㆍ진에(瞋恚 분노)ㆍ우치(愚癡 어리석음)를 삼독(三毒)

이라고 한다. 트집잡고 불평하는 것은 이 삼독을 다하는 것이 되므로 피해야 한다.

또한 이야기를 할때 자기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되는데, 듣는 사람에게는 필요 없는 말이 대부분이다. 나도 요즘

나에 관한 이야기를 타인에게 많이 한 적이 있는데 생각해보니 이야기를 했던 나는 재밌었지만 듣는 사람은 따분했을것 같다.

'자기애'라는 욕망에 의해 이야기를 하다보면 남을 비난하게 되고, 자신을 과시하게 되는 말들을 주로 하게 된다.

이런 욕망의 노예가 되지 않기 위해 매일 매일 연습을 해야 되는데, 이 책에는 명상법과 여러가지 좋은 방법들이 나온다.

"우선 시험 삼아 하루만이라도 아무런 트집을 잡지 말고 지내보자."라는 부분이 있는데, 이 말처럼 하루만 트집을 안잡는 것도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수련을 통해 마음의 노예가 되지 않고 마음을 조정하며 살 수 있기를 바란다.

정샘물의 시크릿 뷰티

정샘물의 시크릿 뷰티
정샘물 지음 / 비타북스 / 2011년 12월

메이크업에 관해서는 특별히 따로 책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정도로 

잡지나 TV 프로그램을 통해 많이 접하게 된다. 예전보다 화장품 종류도 정말 많

고, 광고도 많고, 인터넷에는 화장품에 관해서 전문가 수준인 일반인들도 많기 

때문에 굳이 메이크업을 공부 해야될까라는 생각도 들지만, 막상 자기 얼굴에 실

제로 해보면 전문가들이 하는 만큼 잘되지 않고, 결국은 포기하게 된다. 그 원인

이 뭘까 참 궁금했는데 이 책을 통해 답을 얻은것 같다.

  정샘물씨는 1991년부터 20년 동안이나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해온 진짜 전문가

이다. 한창 진한 메이크업이 유행일때 투명 메이크업을 시작하였고, 2006년에는

샌프란시스코의 Academy of Art University에서 메이크업이 아닌 순수미술을 공

부하기도 했다. 메이크업이 아닌 순수미술을 공부하기 위해 떠난 유학이라니 책

을 읽으며 호기심이 생겼다.

  책에는 정샘물씨의 메이크업 규칙 7가지가 나오는데, 이 규칙들은 순수미술과

메이크업에서 공통으로 발견되는 법칙들을 모아 만든 것이라고 한다. 미술을 할

때는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듯, 메이크업은 얼굴에 그림을 그리는 것. 둘 다 붓으

로 색채를 입히는 것인데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미술과 메이크업을 같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미술은 학교 다닐때 잘한다는 칭찬도 듣고 재미도 느끼고 그랬

는데, 메이크업은 왜 대충 대충 해왔던 것인지 반성이 된다. 7가지 법칙은 미술에

서 쓰이는 명암, 보색, 선의 굵기, 분할을 메이크업에 적용시켰다. 미술 그림을 그

릴때는 명암을 이용해 평면인 그림이 입체적으로 보이게 하는데, 메이크업도 그

와 똑같다. 그리고 아이라인을 그릴때 항상 동일한 굵기로 그리기 위해 무진장 애

를 썼는데, 이 책에서는 굵기를 달리해서 그려야 입체적으로 보인다고 조언해준다.

그 외에도 상식을 깨는 여러가지 비법들을 배울 수 있었다.

  역시 20년이라는 세월동안 전문가로 일해온 사람에게는 배울것이 많이 있었다.

그것도 우리나라의 최고 메이크업 아티스트라는 사람이니 그녀가 그동안 쌓아온

메이크업 비법들은 내가 그동안 전혀 몰랐던 것들이 많았고, 또 지금까지 이게 최선

의 방법이라고 알고 있던 것도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도 알게 해주었다.

배울것들이 가득한 책

그들이 그렇게 연애하는 까닭 - 사랑에 대한 낭만적 오해를 뒤엎는 애착의 심리학
아미르 레빈.레이첼 헬러 지음, 이후경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10월

  연애 관련 서적들 참 쓸모없다고 생각해서 그동안 잘 읽지 않았는데, 이번에 이 책을 읽고 나서 생각이 바뀌었다.

그동안 연애는 원래 어려운것이다, 그래서 잘 안될때도 어쩔수 없구나 다들 이러겠지하며 넘어갔었는데, 이 책을

읽으며 많은 반성과 해결책을 찾을 수 있어 좋았다.

  친구들과의 관계와는 달리 연애에는 친밀감을 느끼고 반응하는 방식에 따라 3가지 애착(attachment) 타입으로 나

눠질 수 있다. 안정형, 불안형, 회피형. 책 속 설문을 통해 어느 타입인지 확인할 수 있는데, 안정형인 사람의 경우는

계속 그렇게 살면되고, 불안형과 회피형일 경우 이 책을 꼭 읽어봐야한다. 나는 불안형과 회피형 둘 다 해당되었다.

불안형일 경우 연인과의 관계에서 사소한 것들을 오해해서 불안, 집착, 걱정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 걱정하는 감정

이 사랑이라고 착각하게 된다. 저자는 이런 감정은 절대 사랑이 아니라고 말한다.

p100

"잔잔한 물이 깊다."라는 옛말처럼,

진화론적인 관점에서 진정한 사랑이란 마음을 평온하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회피형은 파트너를 사랑하지만 지나치게 가까워지기는 거부한다. 그러면 파트너는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느끼

게 되고 결국 좋지 않은 결말에 이르게 된다. 이런 회피형 사람들을 위한 조언으로 파트너에게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

게 말하라고 한다. 그렇게 되면 오해를 불러일으키지 않게 되고, 파트너도 지나치게 가까워지려고 하는 노력을 줄일

것이고, 그렇게 되면 회피형도 파트너를 멀리하려고 하지 않을것이다.

  나는 한번도 안정형으로 살아본 적이 없어서, 안정형에 관한 부분을 읽으면서 많은것을 배울 수 있었다. 독립적인

걸 좋아해서 아주 가까워지는걸 거부해왔었는데, 이게 잘못된것이었다. 서로 더 효과적으로 의존할수록 더 독립적이

고 거리낌 없는 사이가 된다는 '의존역설(dependency paradox)'. 그리고 파트너의 인생에서 우리가 맡고 있는 역할

은 파트너가 자신의 인생을 잘 살아갈 수 있도록 안전기지를 제공하는 것이다라는 것. 이런것들을 안정형은 자연스럽

게 알고 잘하고 있었지만, 불행히도 나같은 불안형, 회피형 사람들은 알지 못했다. 지금이라도 알게 되어 참 다행이다

는 생각이 들었다. 이뿐만 아니라, 이 책에는 연인들 사이의 갈등을 어떻게 해결해야 좋은지에 대해서도 나와있다. 항

의가 아닌 효과적인 의사소통을 하라고 조언한다. 갈등을 오히려 기회로 만들수 있을 것 같다.

  에필로그에 '이 책은 20년이상에 걸친 연구 결과를 정제하여 담은 것'이라고 나와있다. 만약 책 앞부분에 이 문장을

읽었다면 크게 와닿지 않았을것 같은데, 책을 다 읽은 후 이 문장을 읽으니 정말 그만한 노력이 담긴 책이구나 하는 생

각이 들었다. 연애를 하며 어려운 일이 생겼을때 친구들에게 묻는게 다였는데, 그때마다 사실 별 답이 나오지 않은 경

우가 많았다. 이 책을 통해 그동안 왜 그렇게 연애만 하면 싸웠던가에 대한 궁금증이 풀렸고,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어

좋았다.

대통령을 위한 물리학

대통령을 위한 물리학 - 10년 후 세계를 움직일 5가지 과학 코드
리처드 뮬러 지음, 장종훈 옮김 / 살림 / 2011년 10월

  과학 중에서도 물리학에 원래 관심이 많아서 기대를 하고 읽게 되었다. 시중에 생물학과 관련해서는 비전공자들도 많이 읽는 책들이 많지만 물리는 그러한 책들이 별로 없었다. 그래서 이 책이 나와서 신선했고, 어떤 책일까 매우 궁금했다. '대통령을 위한 물리학'이라는 제목에 걸맞게 정치적인 내용들이 많이 나왔다. 미국에서 쓰여진 책이다보니 특히 테러, 첩보 활동에 관한 내용이 많았는데 우리의 현실이 아니다보니 크게 와닿지가 않았다.

  비전공자들도 충분히 읽을 수 있다고는 하지만, UC버클리의 캠퍼스에서 진행된 수업을 책으로 옮겼기 때문에 이해하기 쉽지 않은 부분도 많다. 물리학을 쉽게 설명하기 위해 어려운 수학적 수식은 제외하고 글로써 설명을 해놓았는데, 오히려 이게 더 어려운 것 같다. 물리학은 여러가지 복잡한 것들을 간단한 식으로 나타낼 수 있다는 게 장점같은데, 어려운 물리학의 법칙들을 쉽게 설명하기는 역시 어렵다.

  이 책을 통해 그동안 잘 못 알고 있던 개념들이나 뉴스를 통해 이름만 알고 넘어갔던 것들에 대한 새로운 지식을 알수 있었다. 폭발이라고 하면 생각나는 TNT. 왜 가솔린이나 다른 에너지가 아닌 TNT가 폭발에 주로 쓰이는지 생각해본적이 없었다. 그리고 노트북 배터리로 왜 가솔린을 쓰면 안되는것인지, 반대로 자동차에는 왜 가솔린을 쓰는건지 에너지의 관점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일본 지진의 영향으로 방사능에 관해서도 관심이 높은데, 방사능에 노출되면 어떻게해서 암이 생기게 되는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 책에는 방사능과 방사선에 대한 개념이 자세히 나와있고, 암발병이 어떻게 되는지 자세히 설명해놓았다.

  교양서적을 기대하고 읽었다가 생각보다 어려운 내용, 그리고 테러, TNT, 방사능같이 일반인들은 평소 걱정하지 않는 국가 차원의 심각한 내용들이 들어있어서 정말 대통령을 위한 물리학이 맞는 책이었다. 실제적으로 생활에 도움은 많이 안될것 같은데 이 책을 읽고 나서 뉴스를 본다면 새롭게 보일 것 같다.

외침과 기도

외침과 기도
시자키 유 지음, 김은모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1년 8월

그동안 읽었던 일본의 추리소설과는 아주 다른 내용이었다.

일단 추리소설의 배경이 일본이 아닌 사막, 스페인의 풍차 마을,

안개로 뒤덮인 러시아의 수녀원, 남미 아마존의 밀림, 동남아시아 몰루카 제도의 이름 없는 섬.

모두 도시적인 느낌이 없는 신비로운 곳이라서 기존에 접하지 못했던 일본 미스테리를 느낄수 있었다.

 

주인공 사이키는 국제 동향을 분석하는 잡지를 발간하는 회사에 다니고 있고,

포르투갈어, 스페인어, 러시아어 등 여러 나라의 언어를 구사한다. 그래서 외국인이 많이 나오는 이 소설이 가능하다.

 

사막이라는 인간이 살기에 아주 척박한 땅에서 연쇄 살인이 발생하는 첫번째 단편 <낙타는 사막의 배>.

다섯편의 단편 중에서 가장 재미가 있었는데, 사막이라는 장소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숙명을 이용한 추리가 인상적이었다.

두번째 단편 <하얀 거인>은 조금 실망. 오래전부터 내려오던 전설과 달과 태양, 지구의 위치 등 여러가지 추리가 나오는데

결과적으로 혼란스러운 점이 많았고 결말이 좀 약한편이었다.

세번째 <얼어붙은 루시>는 러시아의 정교회 여성 수도원에서 일어난 이야기이었는데, 정교회라는 익숙하지 않은 종교가 나와서 낯설었지만 읽다보니 정교회 수도원에 방문한 느낌도 들고, 신앙에 빠진 수녀의 이야기가 잘 전달되었다.

가장 무시무시했던 이야기 <외침>. 단편이지만 영화로 만들어도 굉장할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남미 아마존의 밀림 속 50명 정도가 살고 있는 데무니 부족에게 에볼라 감염이 발생하고 대부분이 죽어나가는 상황에서 에볼라 바이러스보다 더 무서운 인간의 악마같은 본성으로 인한 살인이 펼쳐진다. 책을 읽으면서 긴박한 상황이 상상되고, 도대체 누가 살인을 한건지 끝까지 긴장감을 주는 이야기였다.

마지막 단편 <기도>는 정말 상상도 못한 내용이었는데, 앞서 나온 네편의 이야기가 인간에 관한 희망적인 내용이 아닌 비극적인 내용이 더 많았던터라 그런 여행을 한 주인공이 결국은 이렇게 되어서 안타까웠다. 작가가 세계를 무대로 이야기를 펼치지만 공통적으로는 인간 내면에서 나타나는 여러가지를 들려주고 싶어했던 것 같다. 인간 그 자체가 미스테리한 세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