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주트의 <재평가>로 평가해보는 읽지 않아도 될, 읽지 말아야 할 저자들


한나 아렌트

"아렌트는 현대사 최악의 박해, 특히 유대인에 대한 박해가 독일에서 벌어졌다는 사실에 진정으로 대면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렌트는 자신의 청년기에 대해서, 특히 남쪽과 동쪽의 불운한 사람들과 관련하여 매우 독일적인 편견을 지니기도 했다. 아렌트는 1944년에 쓴 글에서 미국에서 활동하는 유럽 망명자들의 신문을 이렇게 경멸했다. <먼 유럽에서 벌어진 아주 사소한 국경 분쟁을 두고, 이를테면 테셴이 폴란드에 속하는지 체코슬로바키아에 속하는지, 아니면 빌뉴스가 폴란드가 아니라 리투아니아에 속하는지를 두고 머리가 빠지도록 걱정하고 있다.>"


"거드름 피우는 고급 독일적 특성은 아렌트가 미국의 유대인과 불편한 관계를 갖게 되는 데에도 일조했다."




























루이 알튀세르

"알튀세르의 설명은 마르크스를 작은 부분들로 자르고 거장의 해석에 적합한 텍스트만 고른 다음 마르크스주의 철학을 최고로 난해하고 이기적이며 비역사적인 해석으로 재구성했다. 실천은 마르크스주의나 철학, 교육과 아무런 관계가 없었다."


"그 주된 죄과는 실수를 인정하기를 거부한 것이었다. 알튀세르에게는 이 점이 중요했다. 알튀세르는 프랑스 공산당의 당원이었고 그 조직의 당혹스러운 역사를 인정하되 혁명적 전지(全知)라는 그 주장에서 무엇이 남았든 그것을 훼손하지 않으려 했기 때문이다." 

-> 스탈린과 소련의 행보는 마르크스주의와 관련없이 그저 스탈린의 실수일 뿐이란 것


"알튀세르는 최근 역사는 전혀 모르는 것 같았다. 알튀세르는 생애의 끝에 가서야 마키아벨리와 여타 서구 철학의 고전을 발견하게 된 것처럼 보이며, 심지어 마르크스의 저작도 불충분하게 일부만 알고 있다고 인정한다. 알튀세르는 또한 정치 분석에서는 초보라고 할 정도로 순진하다. 알튀세르는 생애 마지막 20년간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고 아무것도 잊지 못한 것 같다. <부르주아 제국주의적 자본주의의 헤게모니> 얘기가 그렇게 많이 나오는 이유도, 소련 진영의 반체제 인사들을 경멸하고...<믿지 못할 잔혹한 굴라크 이야기를 퍼뜨렸다>고 멸시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알튀세르는 상상으로 만들어낸 범주들을 필사적으로 끄적거리는 중세 시대의 2류 스콜라 철학자를 닮아갔다. 그러나 가장 모호한 신학적 공론이라도 대개 중요한 목적이 있기 마련인데, 알튀세르의 몽상에서는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알튀세르의 몽상은 증거를 필요로 하지 않았으며 난해한 정치적 변증론일 때를 제외하면 이 세상에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적용되지 않았다."















에릭 홉스봄

"홉스봄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를 다룰 때마다 당의 공식 논평을 생각하게 하는, 알 듯 모를 듯 무미건조한 언어로 한 걸음 물러섰다."


"프랑수아 퓌레는 언젠가 소련의 헝가리 침공에 항의하여 프랑스 공산당을 떠난 것이 <내가 한 일 중 가장 현명한 처사>였다고 말했다. 홉스봄은 남기로 결정했고, 그 선택은 홉스봄의 역사적 직관을 절름발이로 만들었다."


"21세기에 무엇인가 이로운 일을 하려면 우선 20세기에 관해 진실을 말해야 한다. 홉스봄은 악을 직시하기를 거부했고 악을 악으로 부르기를 거부했으며, 스탈린과 그가 한 일의 정치적 유산은 물론이고 도덕적 유산도 전혀 이야기하지 않았다. 홉스봄이 미래 세대에 급진파의 바통을 전달해주기를 진정으로 원한다면, 이렇게 가서는 안 된다. 좌파는 오랫동안 자신들 안에 있는 악마 공산주의자들과 대면하기를 회피했다."


"에릭 홉스봄은 우리 시대의 역사가 중에서도 가장 많은 재능을 타고났다. 그러나 방해 없이 휴식을 취한 홉스봄은 우리 시대의 공포와 수치를 알지 못하고 잠을 잤다."

-> 시대의 공포와 수치를 외면한 채 역사가의 허물만 쓴 방관주의자 홉스봄


























존 루이스 개디스

"<냉전의 역사>가 미국의 시각으로 심히 편향되었다면, 이는 자료의 불균형 탓일 리가 없다. 이 책은 단연 편파적인 시각의 산물로 드러난다. 개디스는 사과할 줄 모르는 승리주의자다. 미국이 냉전에서 승리한 이유는 그럴 만한 자격이 있기 때문이었다."


"존 루이스 개디스가 쓴 냉전의 역사를 냉전이라는 주제를 흥미롭고도 지속적으로 타당하게 만드는 것의 대부분을 놓치는, 순진하게도 자화자찬하는 설명으로 치부하고픈 생각이 들지만, 그러면 실수가 될 것이다. 개디스의 해석은 현대 미국에, 다시 말해 나머지 세계는 물론 자국의 역사와도 이상하게 분리되었으며, <벽난로 옆에서 듣는 해피엔딩의 동화>에 굶주린 걱정 많은 나라에 완벽하게 들어맞는다. <냉전의 역사>는 미국에서 역사로서나, 책 표지의 추천 문구에 들어 있는 칭찬의 말을 빌리자면 우리에게 <새로운 위협을 처리할> 방법을 가르치면서 주는 교훈에서나 널리 읽힐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생각하니 참으로 울적하다."


"개디스의 책이 미국 내에서 냉전의 성격과 냉전이 종결된 방식, 냉전이 미국 안팎에 남긴 끝나지 않은 근심스러운 유산에 관하여 오해와 무지가 널리 퍼지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읽어야 할 저자들


알베르 카뮈

"<최초의 인간>은 카뮈가 앞서 썼던 글들의 요약이고 발전일 뿐만 아니라 카뮈의 관심사에서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현재의 평가가 어떠하든 간에, 중요하지 않은지를 일깨우는 매우 귀중한 작품이다."


"지침을 잃어버린 지식인의 상태를 꿰뚫는 본질적으로 심리적인 이 직관 덕에, 카뮈의 윤리학은, 그 한계와 책임의 윤리학은 특유의 권위를 얻게 되었다. 당대의 프랑스에 부족했던 것이 바로 이 도덕적 권위이며, 이는 <최초의 인간>이 왜 그렇게 열광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는지를 어느 정도 설명해 준다. 책은 비록 완성되지 않았고 다음어지지 않았을 수는 있겠지만 여러 점에서 훌륭하다."


"전자기기 너머의 청중이라는 찬미의 거울 앞에서 멍청하게 멋이나 부리며 자신을 높이는 미디어 지식인의 시대에, 카뮈 특유의 정직함은, 예전에 학교 선생이 말했던 <너의 본능적인 정숙함>은, 거짓 복제품이 판치는 세상에서 걸작 수제품이라는 진정한 작품의 매력을 지닌다."


"사르트르는 이렇게 쓴다. 카뮈는 <작품으로써 프랑스 문학계의 매우 독창적인 면모를 이룬 도덕가들의 긴 계보를 잇는.......현대의 계승자를 대표한다.>"















레셰크 코와코프스키

"레셰크 코와코프스키는 자신을 받아준 나라들에서 대체로 <마르크스주의의 주된 경향>으로 가장 잘 알려져 있다. 마르크스주의의 역사를 다룬 3권짜리 훌륭한 저작인 이 책은 1967년에 파리에서 폴란드어로 출간되었고 2년 후 영국에서 옥스퍼드 대학교 출판부가 발행했으며 지금은 여기 미국에서 노턴 출판사가 한 권짜리로 다시 찍었다. <마르크스주의의 주된 경향>은 현대 인문학의 기념비적 저술이기 때문에 당연히 그런 대접을 받을 만하다."


"코와코프스키가 보기에 우리는 마르크스주의를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계급투쟁에 관한 명제들 때문이 아니고, 자본주의의 필연적인 붕괴와 프롤레타리아트가 주도하는 사회주의 이행의 약속 때문도 아니다. 마르크스주의가 프로메테우스의 낭만적 환상과 완고한 역사적 유물론의 독특한 혼합이었기 때문이다."


"카를 마르크스가 실패한 예언자이고 그의 가장 성공적인 제자들은 독재자 집단이었는지 모르겠으나, 마르크스주의 사상과 사회주의 기획은 20세기 최고의 지성에 속하는 몇몇 사람에겐 비할 데 없이 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공산당의 통치에 희생된 나라들에서도 당대의 지성사와 문화사는 마르크스 사상과 그 혁명적 약속의 매력을 빼놓고 생각할 수 없다."


"마르크스주의는 많은 진보주의 정치의 뿌리 깊은 <구조>였다. 마르크스주의의 언어는, 아니 마르크스주의 범주들에 기생하는 언어는 사회민주주의부터 과격한 페미니즘에 이르기까지 현대의 온갖 정치적 저항에 형태와 암묵적인 통일성을 부여했다."


"시장의 승리와 국가의 후퇴를 성원하는 자들, 오늘날의 <평평한> 세계에서 경제적 주도권의 무한정 확대를 축하하라는 자들은 지난 시절 이렇게 살았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잊고 있다. 이들은 갑작스럽게 충격을 받을 것이다. 그렇지만, 과거가 믿을 만한 안내자라면, 희생양은 아마도 이들이 아닌 다른 사람들일 공산이 크다. 디지털 방식으로 마스터 테이프를 다시 만들고 공산당의 자증스러운 상처가 없는 마르크스주의 테이프를 재생하고자 꿈꾸는 자들로 말하자면, 결국 모든 것을 망라하는 통치 <체제>로 귀결될 것이 빤한 포괄적인 사상 <체계>란 도대체 무엇인지 빨리 자문해 보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이 점에 관하여, 앞서 보았듯이, 레셰크 코와코프스키의 글을 읽으면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에드워드 사이드

"에드워드 사이드가 그토록 유례없이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에드워드 사이드는 미국에서 30년 넘게 사실상 홀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팔레스타인 사람들에 관한 대화의 문을 열어놓았다. 그 과정에서 사이드는 일신상의 심각한 위험을 초래하면서 이루 말할 수 없이 귀중한 공적 봉사를 수행했다. 사이드의 죽음으로 미국의 공적 생활에는 큰 빈자리가 생겼다. 누구도 사이드를 대신할 수 없다."















아서 케스틀러

"소련의 허상을 깨뜨리는 데에는 그 무엇도 견줄 수 없는 대단한 공헌을 했다고 널리 알려져 있다."


<한낮의 어둠> "이 소설의 한 가지 매력은 공산당의 작동 방식과 공산당의 문제에 대한 대중의 이해를 포착하고 확인했다는 데에 있다.....이 책은 대중 독자층에게는 공산주의를 가혹한 독재정권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사실과 논거, 재판을 조작하는 거짓말이자 사기로 제시했으나, 식별력을 더 갖춘 지식인 독자층에게는 공산주의를 가혹하게 묘사하는 동시에 기묘하게도 인간의 얼굴을 가진 것으로 제시한다."


"케스틀러가 야경봉보다 변증법을 강조한 것은 공산주의가 그렇게 많은 범죄를 저질렀어도 본질적으로 합리적이라고 보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러나 케스틀러가 공산주의의 최악의 모습을 감출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케스틀러는 불편한 존재가 되었고, 분열과 갈등을 달고 다니는 사람이 되었다. 그러나 지식인이란 바로 그러한 존재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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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22-05-19 20: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말 논쟁이 많을 책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꼭 읽어보고 싶은 책 소개 감사합니다. ^^
책 내용 중 읽지 말아야 할 저자 한나 아랜트는 백퍼 동의합니다.
하지만 에릭 홉스봄과 특히 존 루이스 개디스는 잘 수긍 되지 않습니다. 전 존 루이스 캐디스의 <역사의 풍경>을 안 읽어본 분들께 도시락 싸들고 다니며 추천하고 싶습니다. ㅎ
전 오히려 에드워드 사이드 책을 읽을 필요 없는 책으로 소개하고 싶습니다. ^^
하여튼 넘 좋은 책 소개 감사합니다. ^^

Redman 2022-05-19 20:48   좋아요 2 | URL
이 책은 정말 마구마구 추천하고 다니고 싶어지는 책입니다. 단 한 개의 글도 허투루 넘길 게 없습니다. 대가다운 균형잡힌 시각과 체계적 글쓰기가 인상적입니다. 내용도 마찬가지고요. 올해 제가 읽은 첵 중에 이 책을 최고로 꼽고 싶습니다

Redman 2022-05-22 07:43   좋아요 1 | URL
읽지 말아야 한다는 건 저자가 한 말은 아니고. 이 책을 읽은 저의 결론입니다 ㅋㅋㅋㅋ 홉스봄의 저작들은 여전히 의미있긴 하지요. 개디스의 냉전사 책은 안 읽더라도 역사의 풍경은 읽어보겠습니다 ㅎㅎ 도시락 싸들고 다닐정도로 좋아하시는군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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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 : 문헌과 비평
마이클 쿠건 지음, 박영희 옮김 / 비아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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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의 형성- 성서는 어떻게 성서가 되었는가?
존 바턴 지음, 강성윤 옮김 / 비아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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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연구를 위한 손안의 서재
데이비드 R. 바우어, 황의무 외 / 새물결플러스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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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
존 리치스 지음, 이재만 옮김 / 교유서가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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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는 하나님- 그리스도교적 종말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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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위일체와 하나님의 나라- 삼위일체론적 신론을 위하여
위르겐 몰트만 지음, 김균진 옮김 / 대한기독교서회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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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신학- 그리스도교적 종말론의 근거와 의미에 대한 연구
위르겐 몰트만 지음, 이신건 옮김 / 대한기독교서회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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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즈미 도쿠지, 일본 최고재판소를 말하다- 소수자를 보호하고 민주주의를 치유하는 헌법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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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교토조선학교 습격사건- 헤이트크라임에 저항하며
나카무라 일성 지음, 정미영 옮김 / 품(도서출판)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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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오하는 입- 혐오발언이란 무엇인가
모로오카 야스코 지음, 조승미.이혜진 옮김 / 오월의봄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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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의 시대를 사는 그리스도인- 교회는 혐오를 치유하는 공간이 될 수 있을까
김선욱 외 지음 / IVP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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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장 유가 윤리 중심의 정치사상

제4절 맹자의 인정 사상

제5절 순자의 예치사상

동서양을 막론하고 정치사상가들은 고유의 인성론을 전개한다. 이는 인간의 본성에 대한 논의로부터 그에 맞는 정치체제를 구상하고 정책을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볼 경우, 정치사상은 인성론 - 정치체제론 - 정책론으로 나뉘는데, 이들을 다시 범주화하면 형이상학적 인성론과 실천학(정체, 정책)이 될 것이다. 인성론은 정치체제의 형이상학적 근거이다.

서양에서는 플라톤과 루소, 마르크스 등이 그러하다. 플라톤의 <정체>politeia는 좋은 정치체제를 논하기 위해 좋은 정치 지도자란 누구이며 좋은 시민은 무엇인지를 논한다. 루소는 <인간불평등기원론>에서 자연적 인간의 타락을 논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치체제 구상을 담은 책이 <사회계약론>이고, 그 사회에서의 인간의 교육방법을 논한 책이 <에밀>이다. 루소 역시 인성론 - 정치체제의 순서를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마르크스는 인간을 사회적 존재로 간주하며 공동체 속에서의 조화를 붕괴시키고 인간을 소외시키는 체제를 비판하며 다시 인간이 공동체를 이루며 자유롭게 살 수 있는 사회를 구상했다.






중국 정치사상사에서 인성론을 논한 유명한 논자들은 바로 맹자, 고자, 순자이다. 맹자의 사상은 성선설, 순자는 성악설로 알려져 있으며 고자는 인간의 품성은 후천적으로 형성되며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다고 주장했다. 현대에 더 설득력 있게 들리는 이론은 아마 고자일 것이다. 하지만 고자의 사상에 대해서는 자세히 전해지지 않고 있고 이 책에서도 거의 논하지 않는다. 그래서 맹자와 순자의 인성론과 그에 따른 구체적인 정치 실천을 류쩌화의 논의를 따라 집중적으로 보고자 한다. 맹자에서 순자 순으로 정리하겠다. (원전 번역은 모두 류쩌화의 책에서 인용)


맹자는 사람이 선천적으로 선한 마음을 타고난다고 말한다. "사람의 본성이 선함은 물이 낮은 데로 임하는 것과 같다." 그는 사람이라면 "차마 참지 못하는 마음"(不忍人之心)을 갖고 있다며, 이 마음을 다시 측은지심, 수오지심, 사양지심, 시비지심의 '사심'으로 개괄한다. 맹자는 공자의 인의예지 관념을 돌출시켜 4대 윤리의 범주가 이 사심이라고 주장한다.(사단) 이는 맹자의 중요한 공헌인데, "인륜관계가 사람의 본성에서 나온다는 맹자의 이 한 가지 주장은 유가 윤리 관념사에서 획기적인 의의를 지닌다...[윤리의 위반을 하늘의 뜻이 아니라] 맹자는 인성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맹자는 성선으로부터 인간동류설이라는 결론을 이끌어낸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성인에서 민에 이르기까지 성선이라는 공통점을 갖추고 있다. 따라서 모든 사람은 같은 부류이다. 인간동류설에는 두 가지 함의가 있다. 첫째, 인간은 자연세계에서 다른 동물과 구별된다는 것이다. 둘째, 모든 사람을 내재적으로 통일시켜주는 요소를 주장했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이든지 "요임금의 옷을 입고, 요임금의 말을 읊조리며 요임금의 행동을 하면 요일 따름이니" "사람은 모두 요순이 될 수 있다." 수양을 통해 선한 본성을 지키는 사람이 군자요, 선한 본성을 잃은 사람이 '소인'이다. 맹자에게 있어 성인의 기준은 사회경제적 지위가 아니라 인의의 준수이다.

맹자는 정치적으로 인정설을 주장했다. 이것은 그의 성선론을 정치현실과 결합해서 발전시킨 이론이다. 인간에게는 누구나 '차마 참지 못하는 정치'가 있다. 이 마음이 정치로 발현되면, '차마 참지 못하는 정치'가 이루어진다. 인정仁政의 목표는 "사람들로 하여금 능히 생활하도록 하고, 능히 삶을 충분히 누리고 죽음에 이르도록 하고, 배고프지 않고 춥지 않도록 해야 한다. '위로 족히 부모를 섬길 수 있어야 하고, 아래로 족히 처자를 먹여 살릴 수 있어야 한다'."(양혜왕 상)는 것이다. 이 같은 목표는 춥고 굶주리고 삶을 충분히 누리지 못하며 효를 행하지 못하는 일반 백성들의 암담한 현실에서 나온 것이리라. 백성들이 고통받는 것을 차마 참지 못하고 인정을 펼치려면, 다음과 같은 구체적 정책들을 시행해야 한다고 맹자는 주장했다. 1) 백성의 항산 보장, 2) 정해진 제도에 따른 부세와 요역, 3) 가벼운 형벌, 4) 빈민 구제, 5) 공상업 보호 등. 이렇게 인정을 펼치면, 그 정치는 왕도이다. "왕도는 맹자의 인정론이자 정책이었는데, 그 요점은 보민, 덕의 실행, 민심에의 복종이다."


다음으로 순자이다. 순자는 성악설을 주장한 것으로 익히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는 인간 본성이 선천적으로 악한 행위를 지향한다는 뜻이 아니다. 그는 인간 본성의 선악을 구분하지 않았다. 순자의 인간론은 인간의 자연성과 사회성으로부터 시작한다. 인간은 자연 속 존재이지만, 다른 동물과 달리 일정한 군체를 결성하고 일정한 조직을 갖추며 "집단생활"을 이룬다. '집단'이란 오늘날의 사회성과 유사한 개념이다. 개인적으로 집단을 공동체로 바꾸면 더 이해하기 쉬워질 것 같다. 순자는 인간이 사회 속의 인간임을 논의의 밑바탕에 둔 것이다.

인간의 자연적 본성(性)은 그 자체로 악하거나 선하지 않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인간의 성이 사회 속에서 표출되면, 정(情)과 욕(欲)이다. "성은 하늘이 이루어놓은 섯이다. 정은 성의 본질이다. 욕은 정이 감응한 것이다. 욕한 바를 얻고자 갈구하게 되면 정은 어쩔 수 없게 된다." 이와 같은 성, 정, 욕의 구체적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감각기관의 욕망: 이는 자연적 본성의 범위 안에 들어간다.

2) 이익을 좋아함: 이익은 감관의 욕망과 함께 자연스러운 요구를 넘어서는 주관적 욕망이기도 하다. (참조: 사람의 정이란 먹는 데 집짐승을 바라고, 입는 데 화려한 의상을 바라고, 행차하는 데 가마와 말이 있기를 바란다. 게다가 남은 재물을 축적하여 부유해지기를 바라는데, 세세연년 족함을 모른다. <영욕>편)

3) 배타성과 질투심

4) 영에를 좋아하고 치욕을 싫어함: 영예를 좋아함이란 기본적으로 권력욕이다.

여기서 감관의 욕망은 자연적 본능이지만, 나머지는 후천적으로 형성된 사회성의 표현이다. 이들 각각은 선악을 논할 수 없지만 "이 본성 가운데 악의 기초적 인자가 포함되어 있다. 이들 본능이 외부로 확장해갈 때 비로 악으로 치닫는다는 것이다" 왜 그런가? 주관적 욕망의 추구가 극에 달할 때, 사회 질서와 공동체 생활을 무너뜨려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순자의 성악의 의미가 분명히 드러난다. 즉, 이러한 성정욕에 순응하면 인간의 욕망이 정상적인 사회 질서와 충돌하여 이를 파괴하게 된다. 사람의 본성이 외부행위로 드러나면서 다른 사람이나 사회 질서와 충돌하는 자연성과 사회성의 모순을 순자는 지적한 것이다. "순자는 본성에 순응하면 '사양' '충신' '예의문리'와 대항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 의미에서 보면 인성은 악한 것이다."

순자는 인간의 파괴적 정욕이 수습할 수 없는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하게 인성의 개조를 주장한다. 개조의 방법 중 가장 근본적인 것이 성인의 "인위"이다. 이는 예와 법을 말한다. 예는 유가적 관념이지만, 법은 법가와도 이어진다. 순자는 도덕과 제도를 동시에 강조한 것이다. 개조의 두 번째 수단은 스승의 교육이며, 세 번째는 환경과 습속의 개조이다. 마지막은 수신이다.

맹자의 사상 속에서 정치체제는 도덕으로도 충분히 작동된다. 그가 본 인간은 성선을 핵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순자가 봤을 때 진정한 문제는, 인간의 욕망 추구와 사회 질서 사이의 모순이었으므로, 단순히 도덕만으로 해결될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도덕(예치)에 제도(법치)를 거론한 것이다.

"예와 법은 인성을 교정하는 공구인데 성인이 만든 것이다. 또 성인의 예, 법, 제작은 사회적 모순에 기초한 것이다. 이들 모순은 사람의 본성, 욕망과 자연 및 사회 사이의 모순, 충돌을 바탕으로 전개된다...모순은 먼저 욕망의 무한성과 물질의 유한성 위에 드러난다...모순은 또 욕망의 평등성과 사회관계의 불평등성 위에서 드러난다." 예로서 이 모순을 다스려야 한다. 그것은 우선 사람이 요구하는 최소한의 물질적 필요를 충족시켜줘야 한다는 것이며, 또 사회적으로 구분을 강화시키는 것이다. 이 예에 근거하여 제도(법)가 성립되어야 한다. (순자의 법 사상에 대하서는 다음 기회에 자세히 정리하겠다)

순자의 예치는 경제적인 부분도 다루고 있다. 그러므로 그의 일종의 이상국가론이 부국부민론인 것도 당연힌 것이겠다. "순자의 인식이 다른 유가들보다 깊이 있는 곳은 바로 그가 심각하게 경제 문제를 정치의 기초로 생각했고, 또 그것을 정치의 좋고 나쁨의 표식으로 삼았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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